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1031 - Chapter 1038

1038 Chapters

제1031화

“하고 싶어.” 재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다 곧바로 덧붙였다. “하지만 네 마음이 더 중요해. 네가 원하면 바로 공개하고, 싫다면 당분간은 우리만 알면 돼.” ‘이 사람, 늘 자기보다 내가 먼저다.’ 정은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까 현관 들어올 때... 깜짝 놀랐죠?] “놀란 정도까진 아니고, 당황은 좀 했지.” [나도 몰랐어요. 엄마, 아빠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나는 그냥 조용히 저녁 먹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당신도 오고...]재석은 문득 물었다. “꽃... 마음에 들었어?” [네, 보라색 너무 예뻐요.] ‘다행이네.’ 재석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정은도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내가 방에 들어가서 당신한테 전화하려고 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집에 왔으니, 당황하지 말라고 미리 알려주려고요. 근데 그 몇 초를 못 기다리고... 딱 들어와 버리더라고요...] “나는 머릿속으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알아서 다 설명해 주셨어.” ‘내가 말 꺼낼 기회도 없었어...’ 정은은 피식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빠... 무슨 상상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망년지우’처럼 생각하신 것 같아요. 우리가 사귄다는 거 알면, 턱 빠질지도 몰라요...]“계속 ‘아버님’이라 부르고 있는데, 왜 자꾸 날 형 동생 하려고 하시는 건지...” 재석이 어이없는 듯 답하자, 정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문득,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당신도 우리 아빠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아버님’이라고 불렀잖아요. 설마... 그때부터 나 좋아했던 거예요?] 그 말에 재석은 숨도 안 쉬고 곧장 답했다. “응.” ‘헉...’ 정은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걸 이렇게 바로 인정해?’ 잠시 정적이 흘렀고, 정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공개해요, 괜찮죠?] 그 순간, 재석은 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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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네, 마트에서 세제 사면 끼워주는 거였어요. 사이즈까지는 안 보고 그냥 썼는데, 어찌저찌 쓸 만한 것 같아요.” 정은은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괜찮겠지... 설마 거기서 더 파고들겠어?’ “자, 조 교수.” 소진헌이 손을 부르르 떨며 웃었다. “한 판 두실까?” “좋습니다.” 재석은 자연스럽게 수긍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국은 밤 8시 반부터 시작됐다. 9시, 10시, 그리고 11시. 정은은 옆자리에서 조용히 논문을 읽다가 벌써 몇 편째 넘겼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말없이 수싸움 중.이미숙은 처음에 십여분 정도 구경하다가 ‘길어지겠다’ 싶어 노트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설 6000자쯤 쓰고 다시 나왔을 때, 거실 풍경은 딱 그 상태 그대로였다. ‘이 사람들... 화장실도 안 갔나?’ 하지만 이미숙이 더 놀란 건... 정은이었다. “정은아, 이 시간까지 왜 거기 앉아 있어? 예전 같으면 체스든 바둑이든 3분만 지나면 바로 방에 들어갔잖아?” ‘역시 엄마는 나를 너무 잘 안다...’ 사실 예전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이춘재 집에서 재석이랑 두던 날엔 아예 중간에 올라가 낮잠까지 자버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그땐 그냥 이웃, 지금은... 내 남자 친구.’ 정은은 시선을 바둑판에 둔 채 말했다. “요즘 들어 장기가 은근히 재밌어요.” “그래? 너희 아빠가 장기 몇십 년 두는 동안 단 한 번도 흥미를 보이지 않더니?” 이미숙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지만, 딱히 더 묻진 않았다. 곧이어 소진헌 쪽으로 가서 말했다. “이 판 끝나면 자자고요. 당신은 늦잠 자도 되지만, 조 교수는 내일 출근하셔야 하잖아요.” “응, 이 판만 끝내고.” 그리고 정확히 30분 뒤, 마침내 승부가 갈렸다. 소진헌은 바둑판을 한참 들여다보다 당황한 듯 말했다. “아니... 분명히 내가 병사 두 개 세워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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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잘 자요, 정은 씨.”“안녕히 가세요, 교수님.”소진헌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본 광경은, 두 사람이 나누는 다정한 작별 인사였다.재석의 등 뒤로 집 문이 이미 열려 있었지만 불은 꺼져 있었다.이내 재석이 소진헌을 바라봤다.“아버님도 편히 주무세요.”“그래, 조 교수도 얼른 들어가 쉬어.”소진헌은 급히 대답하며 웃자, 재석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모든 게 더없이 평온하고 자연스러웠다.시선을 거둔 소진헌은 고개를 돌려 정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조 교수 참 괜찮은 사람이야. 예의도 바르고, 배려도 있고, 품위가 있어.”“그래요?”정은의 입꼬리는 분명히 올라갔지만, 말투는 너무도 단정하고 흔들림이 없었다.‘아, 들키면 안 돼. 지금은 아닌 척, 아무렇지 않은 척.’“그럼 아니야?!”소진헌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내가 아무나 형제처럼 생각하는 줄 알아? 아무나 내 눈에 드는 줄 아냐고!” “근데 아빠, 조재석은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잖아요. 굳이 ‘어른’ 소릴 들어야 해요?”부녀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소진헌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조재석이라고 부른 거야, 방금? 그런 말이 어딨어... 나이로 따지는 게 아니야, 서열은. 게다가 교수님은 네 스승이기도 해. 그 정도면 당연히 어른이지.”‘남자 친구면 안 돼?’정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이미숙이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왜 이렇게 늦었어요?”소진헌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조 교수랑 이런저런 얘기 좀 나누다 보니까.”“둘이 진짜 잘 맞는군요?”소진헌은 자랑스럽게 말했다.“아까도 정은이한테 말했어. 조 교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어.”이미숙은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소진헌을 바라봤다.그 눈빛은... 뭐랄까... 복잡하고, 깊으면서도, 어딘가 애틋한 동정심이 섞여 있었다.‘당신은 아직 모르지...’“아 맞다, 바둑판은 치우지 마. 그냥 거기 둬. 내일도 조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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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재석의 탄탄한 가슴팍은 그 자체로 열기가 느껴질 만큼 뜨거웠고, 정은의 얇은 옷 한 겹 사이로 고스란히 체온이 전해졌다.남자의 숨결은 뜨겁고, 피부에 닿는 공기는 축축했다.‘더워 죽겠는데 왜 안 놔...’정은은 약간 불편했다.재석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러고 나서 이렇게.”정은은 작게 혀를 찼다.“진짜, 눈치 없이 들이대네요?”“내 여자 친구 안아주는 건데, 눈치 볼 게 뭐 있어?”“그러면 내 부모님 앞에서도 해보시죠? 어때, 한번 해볼래요?”재석은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그건 아직 무리.”정은은 더운 날씨에 땀이 배기 시작했고, 재석의 품은 너무도 꽉 조여와 숨이 찰 지경이었다.그런데도 그는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자기야... 조금만 풀어줄래요?”“응?”“뭔가... 자꾸 눌려서 불편하거든요.”재석은 전기라도 통한 듯 화들짝 손을 떼고, 급히 옆에 걸려 있던 가운을 집어 몸에 둘렀다.그리고 매듭을 매면서도 등 돌린 채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진정해, 조재석. 정신 차려.’몇 번 심호흡을 한 후, 그는 다시 정은 쪽을 바라보았다.“미안, 나 그게...”“우리 아빠가 만둣국 했어요. 갖다주라고 하셨거든요.”정은은 그의 말을 끊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거실 쪽으로 걸어 나갔다.“만둣국?”재석도 뒤따라 나왔다.“자, 여기요.”정은은 식탁 옆에 멈춰 서서 턱으로 그릇을 가리켰다.“우리 아빠가 만든 만두는 좀 특별해요. 시판용이랑은 달라요. 속엔 고기랑 야채만 들어가 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직접 빚은 거예요. 한번 먹어볼래요?”“좋지.”재석은 주방에서 젓가락을 챙겨 와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정은은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어때요? 맛은요?”“음, 맛있어. 생강이 들어가서 걱정했는데, 은은하게 잘 어울리네. 진짜 맛있다.”재석은 한 그릇을 싹 비웠고, 국물까지 거의 남기지 않았다.“그럼 나 먼저 갈게요.”정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재석이 급히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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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재석은 진욱의 말에 잠깐 멈칫했다.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간 그런 거 같긴 해.”진욱이 더욱 어이가 없었다.“뭐라고?”‘지금 그걸 인정해?!’더 황당한 건... 재석이 웃고 있었다.“나 진짜 바쁘다고! 네가 이렇게 일 던지고 나가면 나 진짜 곤란하다고!!”재석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번 달 성과급 두 배.”진욱이 바로 말을 바꿨다.“조 교수님, 잘 다녀오십시오. 모든 건 제게 맡기세요.”재석은 가볍게 진욱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섰다.그러다 문 앞에서 갑자기 돌아섰다.“생각해 보니까, 너희 외삼촌 국토교통부에서 일하시지?”“응, 왜?”“거기서 각 지역의 토지 이용 현황이나 개발계획 같은 거 조회할 수 있을까?”진욱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이론상 가능은 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문서들이 다 본청으로 올라가니까.”“그럼 부탁 좀 할게...”30초 후, 진욱은 이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너 뭐 하려는 거야?”재석은 대답보다 먼저 웃음부터 터뜨렸다.“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려고.”“뭐라고?”“조회되면 내 핸드폰으로 보내 줘. 밥은 내가 산다.”그렇게 말한 재석은 어리둥절한 진욱을 뒤로하고 유유히 떠났다.진욱은 멍하니 서 있다가 혼잣말로 말했다.“잠깐만, 장인어른과 장모님...? 정은의 부모님?”“잠깐, 뭐 이렇게 전개가 빠르냐고...”...점심.소진헌은 점심을 간단히 차려냈고, 정은은 젓가락을 들며 물었다.“아빠, 오늘 아침에 새우랑 소고기 산 거 어딨어요? 왜 점심에 안 썼어요?”그때 이미숙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너희 아빠가 그러더라. 저녁에 조 교수 오시면 같이 먹는다고.”정은이 순간에 당황했다.“네?”소진헌은 정색하며 말했다.“사람을 초대했으면 제대로 대접해야지!”“이런 걸 뭐라 하냐... 접.대.의.미!”이미숙과 정은은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오후, 이미숙은 서재에서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고 있었다.정은은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났는데,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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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올해는... 힘들지도...”정은은 달력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석사 2학년이 되면 지금보다 더 바빠질 게 뻔했다.재석은 수업도 해야 하고, 랩실도 관리해야 하고, 논문까지...‘둘 다 여유가 없다. 이번 연휴는 무리겠네.’민지가 말했다.[조 교수님 이제 강의 안 하신다면서요? 추석 같은 짧은 연휴엔 그냥 훌쩍 다녀오면 되잖아요. K시는 또 얼마나 가까워요.]“잠깐만... 강의를 안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정은은 말문이 막혔고, 민지는 놀라며 되물었다.“언니, 그거 몰랐어요?”‘몰랐는데?’정은은 눈을 깜빡이며 얼떨떨해졌다.순간 조용해진 수화기 너머에서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나 먼저 끊을게요. 링크 두 개 톡으로 보낼게요.]“응.”곧 민지가 보낸 두 개의 링크가 도착했다.하나는 서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공지 사항.다른 하나는 교내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게시글.정은은 하나씩 클릭했다. 화면을 스크롤 할수록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이게 다 무슨...’...저녁 무렵, 노을이 붉게 번졌고, 골목 끝으로 주황빛이 물들었다.재석은 손에 선물 가방 두 개를 들고 여유롭게 걸어왔다.얼굴에는 잔잔한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조 교수, 퇴근이야? 오늘은 꽤 일찍 끝났네?”“천 교수님.”재석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축하해, 지난번 과제 또 상 받았다며?”“감사합니다. 다 랩실 팀원들 덕분이죠.”“하하... 여전히 겸손하긴. 젊은 사람이 아주 잘하고 있어, 최고야.”천 교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말이야, 총장님한테 들었는데, 이번 학기 강의 스스로 내려놨다면서? 혹시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야? 시간이 안 돼서?”재석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얼버무렸다.“네... 뭐 그런 이유도 있고요...”천 교수는 웃음을 거두고, 목소리를 낮췄다.“내가 말이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연구가 네 적성에 더 맞는 거 알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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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재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가치 있어.”정은은 말이 없었다.재석이 건네는 마음은 너무도 크고 무거웠다.그 사랑은 진하고 깊어서, 그 무게가 고스란히 정은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사실 꼭 하나를 버릴 필요는 없잖아요.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알아. 규정상 난 담당 교수나 지도 교수가 아니고, 윤리적으로도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일도 아니야. 연애 사실이 알려진다고 해도, 학교나 사회에서 큰 문제로 번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건 다... 나름대로 고민해 봤어.”“그런데 왜...”재석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난, 위험한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아. 감히 그럴 용기도 없고.”이길 수도 있지만, 만약 진다면 그 대가는 정은을 잃는 것이 될 수 있었다.“정은아, 이 선택은 내겐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어.”무게가 다른 두 개의 선택지, 그 중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는지 재석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정은은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당신의 실험 과제는 아직 학교 명의로 돼 있잖아요. 연구비도 해마다 학교를 통해 들어오는 거고, 학술 평가며 승진 심사며... 결국은 다 학교를 벗어날 수 없잖아요.”‘지금 내려놓은 건 단순한 강의 한두 개가 아니라, 본인이 밟아온 모든 기회의 일부잖아.’ 재석은 그 말을 들으며 잠시 웃었다.그 웃음엔 여유와 자신감,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계산이 함께 배어 있었다.“내가 수업을 안 맡는다고 해도, 학교는 과제를 계속 내 명의로 둘 거야. 연구비도 예년처럼 정해진 시기에 들어올 거고. 평가나 승진 같은 건, 학교가 추천은 하겠지만 결정은 못 해.”그는 다시 정은을 바라봤다.“정은아.”한숨처럼 나직하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말했다.“이 세상 모든 명예와 권력, 돈과 기회는... 결국은 네 글자로 설명돼. ‘이해관계’.”“넌 내가 잃게 될 것들만 보고 있어. 하지만 내가 뭔가를 내려놓는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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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재석과 정은은 번개처럼 몸을 떼었지만, 거칠게 오르내리는 숨결까지는 숨기지 못했다.‘이건... 안 걸리는 게 더 이상하잖아.’정은이 속으로 생각했다.“아, 아빠... 왜 갑자기 나오고 그래요...”그리고 목소리는 작고 약했다.‘하필 지금... 진짜, 완전 최악의 타이밍...’소진헌은 손가락을 떨며 정은을 가리켰다.“너, 너, 너... 내가 안 나왔으면 어쩔 뻔했어?! 그럼 너희는 여기서 뭐 할 생각이었는데?! 어?!”정은이 말문이 막혔다.‘대낮에 복도에서 뭘 해요, 진짜... 질문 수준 좀 봐...’재석은 급히 감정 정리 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아버님...”“아니, 제발 그 호칭 좀 쓰지 마!! 내가 널 뭐라고 생각했는데! 형제처럼 지내자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그런데 넌 지금 날 ‘아버님’이라고 불러?! 그럼 결국 그게 목적이었냐?!”‘형이라고 부르되, 아버님은 안 된다? 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재석은 최대한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게 아니라,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전...”“뭘 설명해? 난 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넌 내 딸을 껴안고 키스를 해?! 설마 나한테 잘해준 것도 다 내 딸이랑 잘해보려고 계산한 거야?!” 재석은 그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그대로 삼켜졌다.‘무슨 말 해도 안 들리시겠지. 지금은 아무 말도 못 이겨.’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죄송합니다, 아버님. 전 처음부터 아버님을 어른으로 존중했고, 감히 형 동생으로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뭐?!”소진헌의 눈이 다시 커졌다.“그러니까 나 혼자 형 동생 할 생각으로 들떴다는 거냐?! 결국 너는 속으로 날 우습게 본 거네?!”“그런 건 아닌데요...”재석은 헷갈렸다.‘이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지...?’그 순간, 소진헌이 성큼성큼 다가와 정은의 팔을 잡아챘다.“너, 뭐 하고 서 있어! 따라 들어와!”그 말과 동시에 정은은 아무 말 없이 끌려갔다.쾅!문은 큰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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