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어.” 재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다 곧바로 덧붙였다. “하지만 네 마음이 더 중요해. 네가 원하면 바로 공개하고, 싫다면 당분간은 우리만 알면 돼.” ‘이 사람, 늘 자기보다 내가 먼저다.’ 정은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까 현관 들어올 때... 깜짝 놀랐죠?] “놀란 정도까진 아니고, 당황은 좀 했지.” [나도 몰랐어요. 엄마, 아빠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나는 그냥 조용히 저녁 먹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당신도 오고...]재석은 문득 물었다. “꽃... 마음에 들었어?” [네, 보라색 너무 예뻐요.] ‘다행이네.’ 재석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정은도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내가 방에 들어가서 당신한테 전화하려고 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집에 왔으니, 당황하지 말라고 미리 알려주려고요. 근데 그 몇 초를 못 기다리고... 딱 들어와 버리더라고요...] “나는 머릿속으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알아서 다 설명해 주셨어.” ‘내가 말 꺼낼 기회도 없었어...’ 정은은 피식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빠... 무슨 상상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망년지우’처럼 생각하신 것 같아요. 우리가 사귄다는 거 알면, 턱 빠질지도 몰라요...]“계속 ‘아버님’이라 부르고 있는데, 왜 자꾸 날 형 동생 하려고 하시는 건지...” 재석이 어이없는 듯 답하자, 정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문득,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당신도 우리 아빠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아버님’이라고 불렀잖아요. 설마... 그때부터 나 좋아했던 거예요?] 그 말에 재석은 숨도 안 쉬고 곧장 답했다. “응.” ‘헉...’ 정은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걸 이렇게 바로 인정해?’ 잠시 정적이 흘렀고, 정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공개해요, 괜찮죠?] 그 순간, 재석은 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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