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은 정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거의 웃음이 나올 뻔했다. 물론, 비웃음 쪽에 가까운 웃음.‘이게 지금... 조건을 걸고 협상하자는 거야?’화가 난 송영한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홱 돌려 한중기를 쏘아봤다.‘들었지? 지금 얘, 우리한테 조건을 걸고 있어!’눈빛이 말하고 있었다.하지만 한중기는 재빨리 눈짓을 보내며 말렸다.‘진정하세요, 제발. 지금 화내면 손해예요.’‘게다가, 이 판 이미 소정은이 주도하고 있다고요.’‘감정적으론 맞지만, 실무적으론 틀렸다’는 걸... 한중기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결국 송영한이 얼굴에 올라온 화기를 간신히 누르자, 한중기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받았다.“그 말, 충분히 이해해. 당연히 달리는 말한텐 제대로 된 풀을 줘야지.” 정은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봐, 부총장님은 확실히 말이 통하네.’“그렇죠. 아무래도 제대로 된 풀을 먹지 못 한 말은, 못 달리는 법이니까요.” “맞아, 맞아.”한중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은 학생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사실 이런 대회 참여는 대학원생 입장에서 이점이 꽤 많아.”“예를 들어, 해외 공동연구 기회가 생길 수 있고, 논문 등재 시 가산점, 그리고 지도교수랑 연결되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생기고. 또 학교 차원에서도 논문 성과 인정, 심사면제 같은 혜택도 가능해.”한중기의 설명은 차분했고 설득력 있었다.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다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건... 다 기본적인 거네요.”“기, 기본?”한중기는 순간 당황했다.‘아니, 이게 기본이면... 뭘 얼마나 더 바라는 거지?’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혹시, 정은 학생이 생각하는 조건은 어떤 걸까?”정은은 웃음을 머금은 채, 명확하게 말했다.“모자라요. 좀 더, 특별해야죠.”‘이게 지금 어느 정도의 ‘조건’을 말하는 거야?’송영한의 눈이 다시 벌게지려던 순간, 한중기가 조용히 손을 뻗어 송영한의 손등을 눌렀다.화산이 다시 조용히 잠잠해졌다.‘총장님, 감정관리... 거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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