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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단유
가희는 자리로 돌아와 계약서를 확인하던 중, 왕명찬이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록 왕명찬도 불쾌한 인물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사업을 키운 사람인 만큼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SR 그룹과 틀어지는 것은 WR 그룹에게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가희는 서류를 가방에 넣고 식당 문을 열고 나왔다.

바깥은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고, 거리의 불빛들이 눈부셨다.

그러나 이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서, 그녀는 왠지 모를 공허함과 외로움에 사로잡혔다.

길 위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누군가는 친구와,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가희는 자신이 얼마나 혼자인지를 새삼 실감했다.

‘왜 하필 나한테...’

자신에게 닥친 삶의 무게가 너무도 버거워서 문득 살아가는 이유조차 희미해지는 기분이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짓누르며, 가희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때, 고급스러운 롤스로이스가 조용히 그녀 곁에 멈춰 섰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안에서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

윤호였다.

가희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거절하듯 말했다.

“대표님, 무슨 일이죠?”

윤호는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가희는 주저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차에 올랐다.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차 문이 닫히고, 차 안은 고요해졌다.

윤호는 여전히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희는 조심스레 눈물을 훔치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이 어색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차 안은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가희가 바깥에서 들어오자 한기와 습기가 함께 스며들었다.

차에 타자마자 가희는 재채기했다.

윤호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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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애인   제100화

    가희는 창백한 얼굴로 이정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막다른 길목에 다다랐을 때, 가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이정은 가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한가희 씨지요? 나도 가희 씨 알아요.”가희는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나를 안다는 건, 아마도 최근의 뜨거운 실시간 검색어 때문이겠지.’ 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정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도 눈앞에 있는 여성을 알아봤다. 소이정, 과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다만,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B 국으로 떠났고, 이제는 국제적인 스타가 되어 돌아왔다.소이정의 태도와 걸음걸이에는 당당함이 깃들어 있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도 피부가 무척 건강해 보였다. 가희는 순간 부러움을 느꼈다.‘우리 비슷한 연배인데, 어떻게 나는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이정은 가희의 눈에 스치는 허탈함을 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많은 분이 젊은 시절 잘못된 사람을 만나 힘든 시간을 겪곤 하죠. 가희 씨도 혹시 괜찮다면, 내 곁에서 함께 일해보는 건 어떨까요? 솔직히 가희 씨는 SR그룹의 비서실 실장이잖아요. 오히려 내가 가희 씨의 뛰어난 능력을 따라가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가희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이미 셀레나와 계약을 맺었고, 그 일이 끝나면 윤호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이정? 진짜 너야?”이정은 고개를 돌려 지섭을 보더니,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그녀는 가희에게 명함을 쥐여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희 씨,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요.”그리고 망설임 없이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차는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지섭은 이정이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남자의 눈빛에는 혼란과 아련한 감정이 가득했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가희 쪽으로 다가왔다.지섭의 시선이 가희 손에 있는 명함으로 향했다.가희는 본능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지섭을 의심스

  • 비밀애인   제99화

    “아가, 엄마는 오늘 술 안 마실 거야. 엄마가 널 지켜줄게.”하지만, 가희는 바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셀레나가 있는 룸의 문을 열자, 중심에 앉아 있던 장예나가 가희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가희는 본능적으로 셀레나를 경계하고, 본능적으로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셀레나가 가희의 손목을 붙잡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여기 앉아. 다들 몰랐겠지만, 이 사람이 내 새 매니저야. 꽤 유능하다고.”예나는 가희의 옆자리를 내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한 실장님, 이렇게 또 만나네요. 정말 우연이죠?”가희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자리로 가려 했지만, 예나가 손목을 더욱 세게 붙잡아 그녀를 옆에 앉혔기 때문에 빠져나갈 틈조차 없었다.예나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한 실장님, 윤호 오빠에게 그렇게 꽉 잡혀있다가, 오늘은 간만에 나온 거잖아요. 한 잔쯤 마셔도 괜찮겠죠? 내가 찾아봤는데, 임신 중에도 조금은 마셔도 된대요.”‘허. 대체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보고 온 거야?’ ‘임신부가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가희가 눈살을 찌푸리자, 예나는 와인잔을 가희의 입술 가까이 가져가면서 손의 힘도 점점 강해졌다.“이 술맛 꽤 좋아요...”가희가 거부하려 하자, 예나는 더욱 힘을 주어 손목을 붙잡았다. 예나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며, 마치 당장이라도 가희의 입에 억지로 술을 들이붓고 싶다는 듯한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희는 차갑게 예나의 손목을 움켜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뱃속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윤호가 가만두지 않을 건데, 정말 모르고 있어요?”예나는 가희의 눈빛에 순간 얼어붙었다.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도망쳤다.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가희의 머리카락이 거칠게 잡아당겨졌다.“어디 가려고? 한가희 맞지? 술 권하면 마셔야지. 안 마시겠다고? 건방지네?”가희는 문이 닫히려는 순간, 눈을 꼭 감으며 눈물이 조용히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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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애인   제97화

    셀레나는 자신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문 앞에 서 있던 강지섭이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셀레나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보다니, 참 보기 드문 광경이네.”셀레나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고,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이런 우연이 있나요?”지섭은 소파에 앉아 가희가 작성한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남자의 눈에 순간적으로 감탄의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웃었다.“우연은 아니고. 가희 씨 보러 온 거야. 첫날이라 혹시나 누군가 괴롭히지 않을까 싶어서.”셀레나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무언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지섭은 그녀를 가볍게 흘겨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괜히 ‘앞으로 잘해주겠다’ 같은 말 할 필요 없어. 네 성격 내가 잘 알아. 그리고 가희 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그냥 네가 원래 하던 대로 해. 다만 선 넘지만 마. 이미 봤을 거 아냐? 가희 씨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지섭은 셀레나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만약 언젠가 가희가 이렇게까지 모욕당하는 모습을 윤호가 본다면, 셀레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섭의 안목은 틀리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가희는 SR그룹을 떠난다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윤호가 똑똑히 깨닫길 바랐다. 진정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과연 누가 누구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는지. 자신만만했던 과거의 자신처럼 윤호도 지금 너무 자신을 과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결국 씁쓸한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걸, 지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한편, 밖에서 가희는 스태프들과 출연 순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셀레나 씨가 입고 있는 의상이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스폰서 제품입니다. 만약 셀레나 씨를 피날레로 세우지 않는다면, 이번 스폰서를 잃을 생각도 하셔야 합니다.”스태프들은 난처한 표정을

  • 비밀애인   제96화

    가희는 몸이 거의 회복되자, 퇴원 후 바로 셀레나의 작업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은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희는 노트북을 들고 셀레나의 대기실로 들어섰다. 셀레나는 대기실로 들어오는 가희를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신입이야? 와서 옷 정리 좀 해.”가희는 꿈쩍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는 셀레나 씨 매니저입니다. 이런 일은 제 업무가 아닙니다.”‘흥.’셀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희를 압도하는 기세로 다가왔다.여자는 키가 180cm 정도 되었고,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가희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깊은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여자 몸에서 풍기는 짙은 향수가 가희의 코를 자극했다. 긴 손톱이 가희의 뺨을 스치며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네가 한가희? 성깔은 있네. 하지만 내 앞에선 소용없어.”셀레나는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와서 내 드레스 정리해.”가희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노트북과 계약서가 든 서류를 옆에 내려놓고, 똑바로 몸을 세웠다. “그럼 제 업무는 누가 하죠? 계약 세부 사항은 누가 조율하나요?”셀레나는 냉소했다. 가희의 성격은 장예나가 미리 자신에게 말했던 그대로였다.‘역시 천박한 비서 주제에 고고한 척은...’셀레나는 천천히 다가가더니, 가희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힘껏 내리쳤다.짝!가희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고, 뺨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머리가 흔들리며 귓가가 울릴 정도였다.셀레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웃었다.“이제 알겠어? 여기선 내가 곧 규칙이야.”‘하... 갑질 시작이군.’셀레나가 돌아서려는 순간, 가희는 조용히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밟았다.순간, 셀레나는 앞으로 넘어지며 무릎을 바닥에 찧었다.그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드레스 자락이 가희의 발에 단단히 밟혀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너...!”가희는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었다.“제

  • 비밀애인   제95화

    “예나와의 결혼은 할머니의 유언입니다. 전 그 뜻을 어길 생각이 없습니다. 한가희와 관련된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윤호는 자신이 가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오직 물질적 지원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희를 아내로 맞이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그는 말을 마치고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떠났다.이영국은 윤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그는 혈압약을 삼키고 나서야 가슴이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나 젊었을 때랑 꼭 닮았구먼.”곁에 있던 유금철이 물을 건네며 이영국에게 조용히 말했다.“회장님, 늘 말씀하시던 대로 자식은 결국 자기 길을 가게 마련입니다. 윤호 도련님도 원래 고집이 센 분이니, 그냥 믿고 지켜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이영국은 고개를 저었다.“누구나 젊을 때 실수하지. 나도 저 나이 땐 사랑만 있으면 결국 다 잘될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결국 어땠지? 내가 그 사람을 배신한 꼴이 되었잖나. 우리 같은 집안에서 결혼은 단순한 감정 문제로 끝나지 않아.”“그리고 윤호와 예나는 우리가 지켜봐 온 관계야. 예나가 꼭 그 애한테 맞는 상대는 아닐지 몰라도, 가문끼리는 잘 맞아.”이영국이 속마음을 말하며 윤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자, 유금철도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가희는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다시 훑어보았다. 별다른 감정 없이, 그녀는 옆에 놓인 노트북을 열고 빠른 손놀림으로 타이핑했다.몇 분 후, 완성된 기획안을 모델 셀레나에게 보냈다. 그러나 불과 5분 만에 상대방이 파일을 반송했다.[이 문서는 완전 엉망이네요? 제가 원하는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아요. 이렇게 어려운 협력사들하고 계약을 맺자는 건가요? 나중에 문제 생기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가희는 눈썹을 찌푸리고 다시 셀레나의 요구 사항을 확인했다. 분명히 1선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명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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