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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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이육진은 콧웃음을 흘리며 질투 섞인 말투로 말했다.“연아, 너는 영이한테만 뽀뽀해 달라 하고, 정작 부군인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느냐.”이영이 두 팔을 가슴에 안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아바마마, 부끄러운 줄 아셔야죠!”소우연은 그런 이영의 뺨에 연신 입을 맞추며 그녀를 품에 안고 이육진이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는 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정연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마마, 그럼 저는 먼저 금융궁으로 가 다른 부인들과 함께하겠습니다.”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소우연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조금 뒤에 곧 따라가도록 하마.”“예, 마마.”정연은 예를 다한 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이육진이 이영을 보며 말했다.“그래도 네 어미는 날 먼저 챙길 줄 아는구나. 그래야 정실부인이지.”이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삐진 듯이 말했다.“아바마마는 너무 욕심 많으세요. 어마마마는 온종일 아바마마 곁에만 계시잖아요. 저랑은 노는 시간도 거의 없고요.”“제가 공주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아바마마도 어마마마도 절 사랑하지 않으시는 줄 알았을 거예요.”“쓸데없는 소리 말거라. 이 귀한 아기를 누가 사랑 안 하겠느냐. 우리 연아랑 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인데 말이다.”이영은 꺄르르 웃었다.“저는 오라버니가 더 좋아요!”이육진도 함께 웃으며, 소우연의 품에 안겨 있던 이영을 받아 안았다.“자, 이제 나와 같이 상소문 구경을 하자구나.”이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댔다.“방금 상서방에서 돌아온 참인데요. 정 태부께서 오늘도 숙제를 잔뜩 내주셨어요.”“학문을 싫어해선 안 된다. 그러다간 예전에 부군이 너한테 약속한 것도 없던 일이 될지 모른다.”이영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한다.“지금도 아바마마께 뭘 받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그녀가 가본 곳이라야 태자부와 경성 안 상점들뿐.심지어 경성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다.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영은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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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금성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이 무엇인지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슬그머니 은전을 꺼내 진우와 위진규의 손에 쥐어주려 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금성에게서 거리를 두며 한 걸음 물러났다.‘위험한 자로군.’주진우와 위진규, 둘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특히 주진우는 정연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떠올라, 더욱 쉽게 마음을 놓지 못했다.그 냉랭한 반응에 금성은 잠시 민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때,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듣자 하니, 얼마 전 가게에서 조광충의 아내였던 상연에게 화장품을 사줬다지.”금성은 눈을 피하며 어물쩍거렸다.“그게… 그날은 여러 사람에게 대금을 대신 치러줬던 날이라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상연이가 사라졌다. 그건 알고 있느냐?”“그건 전혀 몰랐습니다. 애초에 그 여인과는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진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다. 큰일은 아니니, 안심하거라.”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금성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안심이라… 대체 무엇을 두고?’은전도 통하지 않자, 금성은 이내 조용히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갔다.염부 본관.금성이 돌아오자, 염만은 방 안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우리가 만든 것은 고작 혈충인간일 뿐이잖느냐!”“정체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도 많은 어림군이 몰려온단 말이냐!”“안 되겠다, 자수하러 가야겠다. 지금 당장이라도!”금성은 차분히 말했다.“자수라니요. 무슨 말을 하시려는 겁니까.”“우리가 만든 그 혈충인간, 그걸 황제께 진상하면 어떻겠느냐. 수천, 수만 마리만 되면, 야랑이며 변강이며 그냥 휩쓸고 다닐 수 있을 것이야. 게다가 고보도 있지 않느냐. 장수를 돕는 물건이라 들었지. 황제가 그걸 마다하겠느냐?”그 말을 듣는 금성의 눈빛은 서늘하게 식어갔다.하지만 염만이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는 순간, 그는 순한 눈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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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염만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안에 숨겨둔 불안이 목울대 너머까지 가득 찼다.“그럼 묻겠습니다.” 금성이 먼저 말을 이었다. “상운국 황제께서 제 제안을 받아들이실 것 같습니까? 고보 하나만 있어도 백 년은 거뜬히 살 수 있을 테니까요.”염만의 눈빛에 탐욕이 스며들었다.금성은 능청스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조만간 황제를 뵐 수 있도록 제가 다시 손을 써보겠습니다.”“좋지, 그래야지.” 염만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금성은 조심스레 유리병 하나를 꺼내어 염만의 손에 올렸다.“아버지, 이게 바로 고보입니다. 직접 드셔보십시오.”그러나 다른 손은 이미 소매 안에서 단검을 쥐고 있었다.염만이 병을 받는 순간, 그 칼날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날이 가슴을 깊숙이 찔렀고, 피가 솟구쳤다.“너…!”염만은 반사적으로 단검을 움켜쥐었고, 입가에선 선혈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에 울리는 건 분노, 오로지 분노였다.“이 자식이… 감히 날 찌르다니!”금성의 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당신은 제 아버지가 아닙니다. 그 사실은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단검은 한 치 더 깊이 들어갔다.“아니다! 나는 네 아비다! 네 몸속에서 흐르는 그 피는 내 것이다! 그러니 넌 내 아들이야!”“그 입으로 아들이란 말은 하지 마십시오.”“그 혈충인간들도 다 당신 자식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 아이들도 아들이던가요?”절규하듯 염만은 호주머니를 더듬어 방울을 꺼내려 했다.그러나 금성의 손이 먼저였다.방울은 그의 손에 들렸다가 곧장 멀리 던져졌다.피는 계속해서 쏟아졌고, 그 피 냄새에 이끌려 고충들이 일제히 꿈틀대기 시작했다.살갗이 창백해지고, 뱃속이 썩는 냄새가 방 안을 뒤덮었다.분노한 염만은 금성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이 놈… 내가 죽을 줄 알았느냐!”금성은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그의 얼굴에 쏟아부었다.“술이다.”염만은 얼이 빠진 눈으로 금성을 바라보았다.그의 손등에서 술이 증기를 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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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슥… 스윽…두 동강 난 고충이 바닥 위에서 몸을 꿈틀이며 튀어 올랐다.금성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섰다.그는 조심스레 다가가, 잘린 팔과 고충의 시체를 함정 안으로 걷어차 넣었다.함정 안엔 이미 반쯤 타버린 염만이 널브러져 있었다.살점이 일그러진 얼굴, 그 속에서도 증오만은 또렷하게 살아 있었다.‘잡종… 잡종… 죽어 마땅한 놈…!’그 눈빛에 담긴 말들을 읽은 금성은 한 치의 감정 없이 함정 뚜껑을 덮어버렸다.방 안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마치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듯이. 곧이어 그는 하인들을 불러 목욕물을 준비하게 했다.그들은 말 없는 꼭두각시, 사람이라기보단 기계에 가까운 자들이었다.명령엔 군말이 없었고, 감정도 없었다.금성은 몇 마디 지시만 내리고 목욕실로 향했다.깨끗이 몸을 씻은 후,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염만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 염만이 비밀리에 만든 단약 몇 알을 챙기곤, 지하로 이어진 비밀 밀실로 향했다.밀실 안은 어둡고, 서늘했다.고충을 품은 채 갇혀 있는 어린 소녀들, 아직 고충을 들이지 않은 수백 명의 사람들까지. 그들은 모두 살아 있는 실험체였다.금성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그들 사이를 걸었다.누군가는 그를 향해 벌벌 떨었고, 또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저주를 퍼부었다.하지만 금성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조용히 걷고 또 걸었다.그는 복면을 쓴 호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합환약을 먹여라.”호위들은 몇 명의 소녀들에게 약을 강제로 삼키게 했다.그리고 금성은 그 자리에서, 그들을 차례로 유린했다.밀실엔 비명과 통곡이 메아리쳤다.하지만 이 깊고도 밀폐된 공간 안에서, 바깥으로 새어나갈 소리는 없었다.모든 걸 마친 금성은 미련 하나 없이 등을 돌렸다.그가 향한 곳은 강원보의 방이었다.며칠째, 강원보는 이유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심지어 꿈에까지 이아령이 나타나 그를 불러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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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그는 생각했다.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딱 열흘만 있으면 그는 그 백 명의 장정을 모두 자신의 가장 충직한 전사로 만들 수 있었다.목숨이야 어찌 되든, 목숨이 천한 것이든,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강원보는 금단을 손에 들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때 금성은 다시 그에게 은표를 내밀었다.“우리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은 사이 아닙니까. 형님이 흥하시면 저도 흥하고, 형님이 망하면 저도 망합니다.”“이 고비를 반드시 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강원보는 금단과 은표를 들고 손을 떨었다.그런 그를 보며 금성은 직접 금단 하나를 그의 입에 넣었다.그리고는 그를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지하에서 강원보를 데리고 여자를 고르게 했다.“저 아이로 하죠. 열넷이나 열다섯쯤 되어 보이고 얼굴도 곱습니다.”강원보는 입술을 꼭 다물고 떨었다.“하지만, 저는… 저, 저는…”“뭘 무서워합니까?”금성이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형님께서는 곧 극치의 쾌감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가면을 쓴 호위가 이미 선정된 소녀에게 강제로 최음제를 먹였다.금성은 말했다.“오늘은 이 열몇 명 전부 약을 먹여라.”그는 서둘러야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녀들은 모두 몸이 달아올라 혼미해졌다.금성은 그중 가장 예쁜 소녀를 강원보에게 내주었다.“데려가십시오.”강원보는 지금껏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 역시 사내였다.그 즉시,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금단의 효과였으리라.소녀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소녀의 손을 끌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했고, 그 부드러운 손, 어깨에 얹힌 손길조차 감각이 배로 증폭되어 다가왔다.심장은 간질거렸고, 참을 수 없었다.그는 성급하게 소녀를 끌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그의 모습을 본 금성은 비웃으며 중얼거렸다.‘세상의 사내놈들이란… 태생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은 음욕의 노예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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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사부님.”강원보가 문을 두드렸다.수현은 막 낮잠에 들려던 참이었기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흐릿하게 귀만 기울였다.그렇다고 벌떡 일어날 마음도 없었다.결국 강원보는 소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고, 수현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사부님, 이건 염 술사가 새로 만든 금단입니다 장수는 물론이고 즐거움도 느끼게 해준다 하였습니다.”“장수는 필요없다. 난 내 보물만 있으면 돼.”수현은 잠결에 흐릿하게 중얼거렸다.“사부님, 어서 드세요. 이건 사부님의 보물을 다시 키워주는 좋은 물건입니다.”강원보는 그렇게 말하며 금단을 수현 입가로 가져갔다. 입술 가까이까지 손으로 떠먹여주는 모양새였다.수현은 놀랐지만, 입에 들어온 금단의 맛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다.두어 번 꼭꼭 씹은 뒤, 강원보가 내민 물을 받아 마시며 넘겼다.그제야 수현은 눈앞에 있는 인물을 제대로 보았다.자신의 옷을 입은 낯선 소녀 하나가 침상 옆에 서 있었다.“이 아이는 누구냐?”수현이 찡그리며 물었다.“사부님께 드리는 제 선물입니다.”강원보가 대답하며, 소녀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소녀는 마치 뼈가 없는 듯 무너져 내렸고, 혹은 약효가 도는 건지, 온몸이 나른하게 수현의 침상 위로 쓰러졌다.“무엄하다!”수현이 호통쳤다.“강이, 네 버릇이 갈수록 방자해지는구나!”그가 언제 여인을 바란 적 있었던가?더군다나, 뿌리가 없는 자신에게 여인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사부님…!”강원보는 깜짝 놀라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아이고, 사부님, 제 잘못입니다. 염술사께서 말씀하시길, 이 약은 사부님의 정기를 회복시켜줄 수 있다 하셨기에… 그래서 순하고 어여쁜 아가씨를 모셔왔습니다.”“어리석은 자같으니! 넌 갈수록 제정신이 아니구나. 약도 소용없다!”수현은 단호히 내쳤다.하지만 이내 몸이 이상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강원보는 소녀를 향해 말했다.“사부님을 잘 모시거라, 알겠느냐? 착하지?”소녀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커다란 눈망울로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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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수현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강원보는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수현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런 수현을 향해 강원보가 조심스레 말했다.“사부님 이 소녀를 건드린 건 제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딱 한 번만, 한 번만 더 그 아이를 한번 만 더 품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아이가 앞으로 사부님의 식구가 되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수현은 묵묵히 강원보를 바라봤다.강원보는 간절히 애원했다.“사부님, 제가 그 아이한테 몹쓸 짓을 한 건 사실이지만, 사부님께서 이렇게 세상을 등지시면 이 많은 재산을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제 말 뜻은 나중에라도 그 아이한테 조금이라도 보상해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수현은 한참을 말없이 침묵하다,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됐다. 물러가라.”하지만 강원보는 여전히 옷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사부님…”“왜 또?”“염 술사가 뭔가에 휘말렸나 봅니다. 지금 그분 처소가 어영군에게 포위됐습니다. 그래서 사부님께 이렇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좌승상에게 다시 한번 청을 올려주실 수 없겠습니까?”“무슨 헛소리냐?”수현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지난번에도 누가 고변을 올리는 바람에, 경조윤에게 불려가지 않았느냐? 그때도 좌승상이 내 체면을 봐준 덕에 간신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또 그분에게 청을 올리란 말이냐?”“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부님. 죄송합니다.”“안 돼. 절대 안 된다.”수현은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강원보가 속삭이듯 말했다.“사부님 정말, 남자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십니까?”방금 전 그 쾌감을 설마 느끼지 못하셨을 리 없지 않은가.강원보는 확신했다. 사부의 그것이 반드시 자라날 것이라고.그것이 되살아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다.“사부님,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염술사까지 잡혀가면 그 물건을 다시는 못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수현은 이내 곧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는 강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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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장경은 곧장 어딘가에 숨어 있던 암위들을 찾아 나섰다.임세안은 마차가 떠난 방향을 따라 바로 뒤쫓았다.그가 따라붙었을 무렵, 수현의 마차는 이미 좌 승상의 저택 앞에 멈춰 서 있었다.좌 승상…장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수 총관께선 오랜 세월 궁에서 총관을 지내셨으니, 좌 승상과 가까운 건 이상할 것 없지요.”임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상한 건, 그분이 저리 허둥지둥 좌 승상을 찾아간 이유지.”“그럼 폐하께 이 사실을 즉시 보고드려야 할까요?” 장경이 물었다.임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계속 뒤쫓아라. 사소한 단서 하나라도 놓쳐선 안 된다.”“예.”임세안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곧장 황궁으로 향해 달렸다.영화궁.임세안은 함향이 알리러 가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곧장 이육진에게 달려갔다.마침 소우연과 이육진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폐하, 마마.”임세안이 두 사람에게 예를 올렸다.“임세안, 그렇게 급히 달려온 걸 보니 무슨 실마리라도 잡았느냐?”이육진이 물었다.임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폐하, 신은 계속 강이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 강이가 수 총관에게 무언가를 간청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후 수 총관은 급히 좌승상부로 향했습니다.”“수현이라...”이육진은 주먹을 꽉 쥐며 미간을 찌푸렸다.소우연이 얼른 나섰다.“수 총관께서 좌승상부에 가셨다 한들, 그분이 꼭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수 총관은 아바마마께서 가장 믿으시던 분이고, 폐하께도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그런 분이 어찌 폐하를 해치려 하시겠습니까.”이육진은 소우연을 바라보았다.‘역시, 연아는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구나.’자신은 이토록 흉하게 변하고, 절름발이가 되었어도 수현은 단 한 번도 조롱하거나, 멀리한 적이 없었다.그는 아버지인 선황 곁에서 평생을 보필해왔다.궁궐에 변고가 있었던 날에도, 수현은 화살을 뚫고 상룡종을 울렸었다.또한, 선황제께서 덕빈을 그리 아끼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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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향 하나 탈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임세안이 돌아왔다.무슨 일인가 싶던 찰나, 임세안이 수현, 좌승상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시간상 짐작해보건대, 임세안이 좌승상 댁에 가기 전부터 수현과 좌승상은 이미 황궁으로 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폐하, 폐하…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수현은 이육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먹이며 무릎을 꿇었다.“황후마마… 부디 소인을 위해 한 말씀만 해주시옵소서…”소우연은 말이 없었다.그녀는 이육진을 바라보았다.이육진의 얼굴은 이미 어둡게 굳어 있었다.좌승상은 겉으로 보기엔 침착해 보이려 애썼지만, 몸짓은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곧장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폐하, 신이… 신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임세안은 그저 평범하게 황제와 황후에게 예를 갖춘 뒤, 조용히 옆에 서서 명을 기다렸다.이육진은 수현의 모습을 보고도, 그가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당장 가늠할 수 없었다.만약 그가 정말 어린아이 실종 사건이나 소녀 인신매매, 혈충인과 깊이 연관돼 있다면… 그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에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었다.“수 총관, 울기만 하지 말고 우선 상황을 정확히 말해 보아라. 도대체 무슨 일이냐.”수현은 울음을 멈췄지만 아직 말을 꺼내지도 못했는데, 좌승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 앞선 일은 신이 먼저 아뢰겠습니다. 신이 다 잘못하였습니다.”“그럼 말해보아라.”“8월 말, 수 총관이 신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정분을 생각해, 몇 사람을 처리해달라 청했지요.”“그들은 모두 금주에서 온 자들이었으며, 도적떼라 하더이다. 그들이 아니, 그자들이 금주의 아동 실종은 경성의 누군가가 꾸민 짓이라 말하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였습니다.”좌승상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그 시절엔 금주에서 아이들이 실종된다는 소문조차 들리지 않았을 때였으니, 신도 그 실상은 몰랐습니다. 다만 그들의 죄목을 듣고는 죄를 정하고 처결하였지요.”“폐하,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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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수현조차 선황의 은혜를 들먹이며 자비를 구하는 마당에, 좌승상은 더 말할 여지도 없었다. 그저 수현을 따라 함께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소우연이 나지막이 말했다.“제 생각엔 저 두 사람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는 편이 낫겠습니다.”수현과 좌승상은 소우연을 향해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이육진은 무릎 꿇은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너희 둘, 아직도 내게 감춘 것이 더 있느냐.”“없습니다, 폐하.”“신도 감히 숨긴 바 없습니다.”이육진은 차갑게 콧김을 뱉듯 웃으며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자 소우연이 조심스레 찻잔을 내밀었다.“폐하, 입 좀 축이시지요.”소우연은 문득 이육진이 이렇게까지 분노한 모습을 본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생각하였다.그는 조용히 찻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머금었다. 곧바로 명을 내렸다.“수현과 좌승상은 당장 영화궁 밖으로 내보내라. 꿇은 채 대기하게 하라.”그리고는 곧장 임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지금 당장 군영으로 돌아가라. 교외 훈련소도 함께 점검하고, 경성 내 모든 술과 화약을 오늘 밤 안으로 모두 모아라.”임세안은 놀란 눈을 부릅떴다.“폐하, 설마 지금 바로 움직이실 생각이신지요?”“두 가지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이육진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수현과 좌승상이 급히 입궐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 입으로는 염가의 속내가 무엇인지 끝끝내 알 수 없었지. 우리가 자칫 방심하면, 경성의 백성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폐하의 깊은 뜻, 분명히 받들겠습니다.”이육진은 임세안에게 친필 밀지를 건네주며 말했다.“의금부 수비대와 진우, 진규도 함께 조정하라.”“명 받들겠습니다.”임세안이 퇴장하자, 소우연이 조용히 이육진의 손을 잡았다.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숙였다.“왜 그러느냐?”소우연이 말했다.“그날 흠천감에서 본 경성의 그 광경이 자꾸 떠올라서요.”“걱정 마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하마.”두 사람이 말을 나누던 찰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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