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하나 탈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임세안이 돌아왔다.무슨 일인가 싶던 찰나, 임세안이 수현, 좌승상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시간상 짐작해보건대, 임세안이 좌승상 댁에 가기 전부터 수현과 좌승상은 이미 황궁으로 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폐하, 폐하…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수현은 이육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먹이며 무릎을 꿇었다.“황후마마… 부디 소인을 위해 한 말씀만 해주시옵소서…”소우연은 말이 없었다.그녀는 이육진을 바라보았다.이육진의 얼굴은 이미 어둡게 굳어 있었다.좌승상은 겉으로 보기엔 침착해 보이려 애썼지만, 몸짓은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곧장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폐하, 신이… 신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임세안은 그저 평범하게 황제와 황후에게 예를 갖춘 뒤, 조용히 옆에 서서 명을 기다렸다.이육진은 수현의 모습을 보고도, 그가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당장 가늠할 수 없었다.만약 그가 정말 어린아이 실종 사건이나 소녀 인신매매, 혈충인과 깊이 연관돼 있다면… 그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에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었다.“수 총관, 울기만 하지 말고 우선 상황을 정확히 말해 보아라. 도대체 무슨 일이냐.”수현은 울음을 멈췄지만 아직 말을 꺼내지도 못했는데, 좌승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 앞선 일은 신이 먼저 아뢰겠습니다. 신이 다 잘못하였습니다.”“그럼 말해보아라.”“8월 말, 수 총관이 신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정분을 생각해, 몇 사람을 처리해달라 청했지요.”“그들은 모두 금주에서 온 자들이었으며, 도적떼라 하더이다. 그들이 아니, 그자들이 금주의 아동 실종은 경성의 누군가가 꾸민 짓이라 말하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였습니다.”좌승상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그 시절엔 금주에서 아이들이 실종된다는 소문조차 들리지 않았을 때였으니, 신도 그 실상은 몰랐습니다. 다만 그들의 죄목을 듣고는 죄를 정하고 처결하였지요.”“폐하,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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