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밀려들었다. 황제의 눈앞에는 여전히 그 찬란했던 소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웅장한 말을 타고, 한 자루 긴 창을 쥔 채 당당하게 휘몰아치는 그녀. 말에서 폴짝 뛰어내리던 순간, 부드럽게 웃으며 창을 잡아보려던 또 다른 여인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여려 긴 창을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그때 그도 이제 막 왕위에 봉해진 한 젊은 왕자에 불과했다. 평서왕과 함께 그 둘의 다정한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첫눈에 그 당당하고 빛나는 소녀, 평서왕비를 좋아하게 됐다.“형님, 보셨습니까. 이 세상에 저토록 용맹스러운 아가씨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그의 말에 평서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연약한 여인. 긴 창을 들기도 벅차 보이는 아현을 향해 있었다.“오히려 저런 가녀린 여인이야말로,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법이지.”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몰래 환관을 보내 저 두 명의 신분을 알아보게 했다. 곧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번 궁중 선발에 참가하는 규수들이었다.그날 이후 둘은 선발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사랑하는 여인을 곁에 둘 꿈에 부풀었다.그러나 선발이 있기 전 어머니와 외숙, 신하들은 입을 모아 한 사람을 지목했다. '아현'이라 불리는 그 아가씨. 그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조정 내에서 막대한 세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녀를 택해야만, 황태자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소년 시절의 사랑은 불같이 타오르지만, 식는 것도 빨랐다. 결국 그는 아현을 선택했다. 그날 이후 평서왕은 오랫동안 그를 원망했다.그는 생각했다. ‘내가 황제가 되면 반드시 평서왕에게 보답하리라.’하지만 그가 겨우 황태자 자리를 굳히려 할 무렵, 부왕이 내린 성지로 평서왕비는 강제로 평서왕에게 하사되었다.그는 지독히 평서왕비를 잃었다. 그리고 평서왕 또한 아현을 잃었다.이후 수년간 그는 진상을 파헤치려 들었다. 결과는 평서왕이 직접 청혼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아현 가문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독단으로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