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Kabanata 521 - Kabanata 530

534 Kabanata

제521화

수현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아직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으니, 이 시점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폐하는 그래도 이 나라의 군주이십니다.”이민수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황제는 그저 말을 잘 들으면 돼. 먹을 건 이미 다 준비되어 있어.”그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황제를 명화궁의 별전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양고기 국, 짐의 양고기 국.”아령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소리 지르지 마세요, 곧 가져다 드릴게요.”황제는 수현과 사람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명화궁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명화궁에 연금될 터였다.아령은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방금 정말 혼났네요.”“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이민수는 아령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금위군 전체가 내 손아귀에 있으니, 아이가 순조롭게 태어나면 이육진 일당은 죽을 길밖에 없을 거야.”“만약 황제가 양고기 국을 마시고 다시 정신이 돌아오면 어떡하죠? 우리를 탄압하면요?”“지금 황제가 별전에서 나갈 수 있겠느냐? 오늘은 말을 잘 들어 양고기 국을 마셨지만,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양고기 국을 안주면 되지.”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나는 평서왕부로 돌아가봐야겠구나. 아버지께서 아직 모르고 계실 테니, 어서 빨리 여러 대신들을 모아야 한다.”“좋아요.”이민수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령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몰래 식은땀을 닦았다.이복이 다가왔다. “마마, 폐하께서는 이미 명화당에 잘 안치되셨다 합니다.”아령이 이복을 쳐다보자, 이복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이복아 너와 나는 같은 집안이고, 또한 불행한 사람들이지.”아령이 말했다.이복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의아한 눈빛으로 아령을 바라보았다.아령은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그에게 손짓을 했다. 이복은 서둘러 다가가 아령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마마, 소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아니, 넌 매우 훌륭해. 난 아주 네가 마음에 아주 든다. 하지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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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절대, 그 자가 이 일은 알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목적을 이루려면… 이지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마마, 소인 명심하겠습니다.”아령은 조심스레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이 아이는 내 아이이자, 앞으로 네가 기댈 존재야. 일이 끝나면, 너를 환관총관 자리에 앉힐 거야. 네 집안에도 대대로 영화를 누리게 해주마. 넌 네 집안의 영광이 될 거야.”“예, 소인 꼭 마음에 새기겠습니다.”“좋아. 어서 다녀오너라.”잠시 후, 이복은 정말로 이지윤을 데려왔다.두 사람은 병풍을 사이에 두고 시선을 마주했다.이복은 눈치껏 하인들을 모두 물려보냈고, 방 안에는 오직 아령과 이지윤만 남았다.“오랜만에 뵙습니다.”아령이 먼저 병풍 너머로 나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애틋한 눈빛으로 이지윤을 바라보며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이지윤은 그리워하던 여인을 꼭 끌어안았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 조심스레 물었다.“괜찮느냐. 몸은 무탈하고?”아령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 위에 살며시 얹었다.“저도, 아이도 모두 무사합니다.”“그렇다면 다행이다.”이지윤은 그녀를 더욱 깊숙이 끌어안았다. 좀처럼 손을 놓지 못했다.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니,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를 맡을 이유도 없었다.저 깊은 궁 안에서 홀로 지낼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내렸다.“아이가 태어나고, 우리가 자리를 확실히 잡게 되면… 저는 전하와 함께 이 궁을 떠날 거예요.”“그 말이 진심이냐?”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어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전하께서도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절대적인 권력입니다. 소가가 멸문하고, 우리 아이가 황제가 된다면… 그때야말로 우리에게 진짜 자유가 찾아올 겁니다.”이지윤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허나, 꼭 그런 방법이어야 하느냐. 황제를 시해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다.”“황제를 시해하려는 것은 평서왕 부자입니다. 제가 아니에요.”“하지만 너 역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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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이육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리에 앉더니,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아바마마께서는 제정신이 아니시다.”조정 신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그러고 보니 저하께서 요즘 폐하께서 평소와 다르다고 하셨지요.”“며칠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오랜만에 뵈니 저리까지 허약해지실 줄이야… 명화궁에서 뵈었을 땐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습니다. 병드신 게 분명합니다.”“그런데도 이비마마께서 폐하 앞에서 그리 대담하게 행동하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조정 안은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그럼 황제 폐하를 어떻게 구해야 한단 말입니까?” 누군가가 물었다.다른 이가 말했다.“황제 폐하의 모습을 보니, 정작 본인이 구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듯합니다.”모든 시선이 다시 이육진에게로 향했다.이육진은 입을 열었다.“병조와 각 장수들은 군영을 전수조사하거라. 수상한 자가 있다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라.”병조판서와 여러 장수들이 나서며 일제히 외쳤다.“명을 받들겠습니다!”“정태부와 각 대신들은 듣거라. 앞으로 조정은 결코 평온치 않을 것이다.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하고, 평서왕부의 죄증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도록 하라.”“예, 태자 저하.”이육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각자 돌아가 쉬도록 하라.”신료들은 차례로 하직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그러나 용강한과 정태부는 그 자리에 남았다.이육진은 정태부에게 다가가 말했다.“정태부.”정태부는 백발의 수염을 매만지며 그를 바라보았다.“저하, 만일 폐하께서 끝내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조금 전 신료들이 논의했던 것처럼 황제는 이비에게 장악당해 명화궁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오래도록 명화궁 안에서 머문다면 이는 큰 위기가 될 수 있었다.이육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며칠 전,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가장 아끼는 자식이라 하셨지.”정태부는 잠시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폐하께서 그때 이미 예감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이육진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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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늦은 밤.이육진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진규와 암위들을 이끌고 태자부를 빠져나와 교외의 깊은 산중, 은밀한 장소로 향하였다.그날 그와 마주한 이는 며칠 전 황제로부터 면직을 명받은 전 금위군의 이두독과 양부두독이었다.“미천한 신, 태자 저하께 문안 올립니다.”두 사람은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이육진이 손을 들어 보였다.“모두 고개 들거라. 이곳에 모신 것은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다.”산속은 이미 하나의 군영처럼 꾸며져 있었다.사실 이곳은 수년 전부터 이육진이 은밀히 조성해온 장소로, 줄곧 진준이라는 자가 이를 맡아 관리해왔다.그리고 어제, 그는 마침내 사람을 보내 두 장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이두독과 양부두독은 군영을 보고는 잠시 말문을 잃었으나, 곧 안도의 기색을 띠었다.태자가 허울뿐인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뜻과 대비책을 갖춘 분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저희 두 사람은 목숨 바쳐 저하를 받들겠습니다.”뜻밖의 면직에 마음이 흔들리던 두사람이었지만, 오늘 다시 태자를 보니 다시 충성심이 샘솟는 듯했다.그들에게 있어 충성의 대상은 황제 개인이 아닌 상운국이었다.그 나라로부터 하루아침에 내쳐진 현실을 쉽게 납득할 수는 없었다.이육진은 조정의 형세와 황제의 불가피한 처지를 소상히 설명한 뒤, 군막 뒤편을 가리켰다.“저 안에 있는 자들이 모두 그대들이 거느리던 병사들이다. 앞으로는 외람되게도, 그대들은 내 명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이두독은 난처한 얼굴로 잠시 머뭇거렸다.그러자 이육진이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든 숨기지 말거라. 망설이지 말고.”이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어렵게 말을 꺼냈다.“저하, 신이 염려하는 것은… 저들이 폐하를 억류한 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으나, 신이 알기로 폐하께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으셨습니다. 어찌 그리 갑작스레 저자들의 편을 드시는지...”이육진은 한 치 숨김 없이 답하였다.“아바마마께서는 약물에 의해 이지윤과 그 일당에게 장악당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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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일부 대신들은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이제 와서는 단 한 첩의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라면 불길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 태세였다.황제라 해서 신령이 아니니, 결국은 피와 살을 지닌 필부에 불과했다.그들은 황제를 가둔 것이 아니었다.그저 황제는 단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명화궁을 떠나길 거부한 것뿐이었다.이에 여러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았다.“이비마마의 태중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만 하면, 대사는 이룬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그때가 되면 어린 황제를 앞세워 권력을 쥐는 일쯤이야, 평서왕 부자에게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맞습니다.”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반역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예로부터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되는 법.그들이 하는 짓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선인들 또한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다음날.이육진은 진규와 함께, 진준의 병사 셋 넷을 이끌고 입궁했다.비록 그가 국정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황궁은 여전히 안저하지 않았다.지금은 이민수가 금위군 도독의 자리에 올라, 삼만 금위군을 통솔하고 있으니 실로 골칫거리였다.조정 회의는 겉으로 보기엔 평온히 진행되었고, 평서왕 일파 역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오히려 그들 쪽이 더더욱 평화를 갈망하고 있었다.어린 황제가 즉위하기 전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무탈하게 시간이 흘러가야 했기 때문이다.하조 후.이육진은 진규가 건넨 약을 품고 곧장 명화궁으로 향했다.이복이 궁문 앞에 공손히 서 있다가 말했다.“태자 저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 황제 폐하께 아뢰고 오겠습니다.”이육진은 불쾌한 심기를 꾹 눌러가며 기다렸다.한참 뒤, 이복이 돌아왔다.“태자 저하, 폐하께서는 오늘 낮 피로하신 관계로 저하를 뵙지 않겠노라 하셨습니다.”“건방지다! 아바마마께서 어찌 감히 나를 뵙지 않으신단 말이냐!”분노한 이육진은 곧장 대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복은 막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옆으로 비켜서며, 입꼬리에 의미심장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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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아바마마, 아들된 자식으로서 그저 염려되어 왔습니다.”“염려? 네가 나를 염려한다고? 내가 보기엔 네놈은 그저 짐이 하루라도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겠지. 그래야 네 앞길이 트이지 않겠느냐.”황제는 가늘게 눈을 뜨며 이육진을 가리켰다. 떨리는 손가락 끝이 겨누는 방향엔 참을 수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태자라면서 국사도 그저 형식일 뿐, 진심으로 나라를 위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하더냐?”“아바마마…!”이육진은 아버지의 꾸짖음에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토록 애써온 세월인데, 황제가 이처럼 차갑게 몰아세우실 줄이야. 그것도 아령 앞에서 말이다.약을 먹인 것이 분명했다. 평서왕 부자가 황제께 무슨 약을 먹였는지, 이리도 성정을 바꾸어놓을 줄이야.“물러가라!”황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쳤다.이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자애로운 부친이 아니었다.“폐하, 태자 저하께서는 그저 폐하께서 걱정되어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아령이 부드럽게 말을 이으며 중재에 나섰다. “아직 젊으신 탓에, 혼자서 국정을 감당하시기 벅찰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도와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그 눈빛은 온화해 보였지만, 속내는 은근한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황제는 그런 속내를 못 본 척하며 말을 이었다.“그깟 정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자가 무슨 황위 계승자란 말이냐.”이어 황제는 이육진을 다시 바라보았다.“태자,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냐?”그 시선엔 마치 평범한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따뜻함이 스며 있었다.하지만 그 기대는 어쩌면 마지막 경고이기도 했다.그 순간 이육진은 분명히 깨달았다.황제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태자 책봉을 지키고 있었다.“소자는 괜찮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수련의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이육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황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옆에 있던 수현에게 향했다.수현은 그 눈빛을 받아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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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그저 노망이 든 늙은이일 뿐이죠.”아령이 낮게 내뱉자, 곁에 서 있던 이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마마, 평서왕부는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때 폐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 분께선 이미 저희 손아귀 안에 들었사오니, 그깟 탕 한 그릇쯤은 드려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만일 너무 다그쳐서… 황제가 끝내 반기를 들고 손을 번쩍 들어 외친다면 큰일 날 터였다. 자신이 이비와 그 무리에게 해를 입었다 말한다면, 그 순간부터는 진실이 무엇이든 그들은 모두 죽어 마땅한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아령은 이복의 표정을 살피며 조용히 생각을 거듭했다.그 노인은 양고기탕에 눈이 멀긴 했지만, 맑은 정신을 되찾을 때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회유하고 위협해도, 이육진의 태자 책봉을 철회하는 성지를 내리려 하지 않았다.한참을 침묵하던 아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태자가 막 나간 참이지… 난 믿는다. 저 늙은이는 과연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내 두고보마”이복은 짐작했다. 마마께선 다시 한 번 시험해보시려는 것이다. 그 노인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결국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을 터.“마마…”아령은 황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그럼 폐하께, 어디 한번 중독적인 맛을 보여드려야지 않겠느냐.”그 말과 함께 이복을 이끌고 유유히 전각을 빠져나갔다.편전 안엔 궁인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황제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힘없이 손을 움켜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곧 닥쳐올, 몸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은 그 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옥죄어 왔다.그의 시선이 과도 하나에 머물렀다.수없이 되뇌었다.정녕…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탕에 섞은 약물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그들의 뜻대로 성지를 내려, 이육진의 태자 책봉을 스스로 거두게 될지도 모를 터였다.한편, 궁 밖.수현은 이육진을 명화궁 앞까지 배웅한 뒤, 주위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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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수현은 옥병을 곱게 싸 봉한 뒤 고개를 숙였다.“예, 전하. 염려 마시옵소서.”수현을 통해 이육진은 황제가 진정 사지에 내몰린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급히 어전으로 향한 그는 수현이 말한 그 성지를 찾아냈다.황제는 정말로 이미 전위의 조서를 미리 마련해두고 있었다. 언젠가 국정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을 예견한 것이다.그중에는 수현의 사면령도 포함되어 있었다.태자부로 돌아오자 소우연이 그를 반겼다.“아바마마께서 이미 모든 것을 아셨다면, 어째서 직접 그들을 처단하시지 않으신 겁니까? 저하께서 직접 나서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이육진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문제는 삼만 금위군이 모두 이민수의 수중에 있다는 것이다. 평서왕부 또한 오랜 세월 경성에 뿌리를 박고 있었지. 조정 대신 절반도 그들과 한통속이나 다름이 없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금 낮게 말했다.“게다가 아바마마께서 오래도록 그 독에 시달려 오신 듯 하다. 그런 아바마마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조정의 대신들이 과연 무사할지 의문스럽구나.”정말이지, 황제에게조차 독을 쓸 수 있는 자들인데, 그 외의 인물들이야 말해 무엇하랴.“그 아령이라는 여인,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소우연이 조용히 중얼거렸다.원래의 책에 그런 인물은 등장하지 않았기에, 의문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연아, 난 우선 좀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 내일 곧장 조정으로 들어가야 하니…”“부군, 저야 괜찮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고, 어디를 가시든 반드시 호위병을 여럿 대동하십시오.”“그래, 알겠다.”그날 이육진은 진규 등 소수만 대동하고 떠났다. 간석은 일부러 데려가지 않았다.소우연은 간석을 붙들고, 이육진이 궁에서 겪은 일들을 자세히 물었다. 간석은 태자보다 더 세세히 상황을 전해주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심장이 쿵쾅거렸다. 마치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 듯했다. 그 바퀴에 자신들과 그들의 삶이 깔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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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허나 평춘왕 이종대의 죽음은 원작에서 서술된 바와 전혀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이민수가 즉위한 후 가을쯤 형벌로 죄를 물었다고 되어 있으나, 지금 현실은 소우희가 이지윤과 손을 잡고 이종대를 죽였습니다!”“만약 이지윤이 이종대를 대신했다면?”“무슨 말씀이십니까?”용강한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원작에서도 이민수는 평춘왕 이종대를 이용한 뒤, 즉위하고 나서야 처벌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평춘왕 자리에 있는 이지윤 또한 이민수와 같은 배를 탄 자라 할 수 있죠.”소우연은 말을 하려다 잠시 멈칫하였다.“맞습니다. 그날 제가 궁 안에서 이지윤을 보았습니다. 지금 황궁 내에서 금위군 부도독으로 있더군요.”“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봅시다. 그 아령이라는 여인…”용강한은 전생을 곱씹어보았으나, ‘아령’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했다.“그 여인은 분명 이지윤과 관련이 있습니다.”용강한은 소우연에게 찻잔을 건넸다.“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정리해 봅시다.”자신도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소우연 역시 차를 마시고는, 곧장 용강한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마 이번 생에서는 소우희가 이종대를 해쳤기에, 이지윤과 아령 두 사람 모두 저마다의 목적을 품고 나선 것이겠지요.”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하라는 손짓을 했다.“전생에는 소우희 덕에 이민수의 일파가 순조로웠고, 그 덕에 아령이나 이지윤이 무슨 야심을 품었더라도 싹이 트기도 전에 사라졌을 겁니다.”“가장 가능성 있는 해석입니다.” 용강한도 고개를 끄덕였다.“전생에는 이민수가 황제의 지지를 등에 업고 부군과 암투를 벌였기에, 이지윤이나 아령 같은 자들이 나설 자리는 없었습니다.”“헌데 이번 생에는 변수가 생겨, 아령이 때를 놓치지 않고 평서왕부로 들어왔고, 그녀의 분장술을 이용해 황제의 총애를 받아 단숨에 이비가 되어 조정을 뒤흔든 것이지요.”소우연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허나…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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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정말이지,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좋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용강한도 평소보다 두 겹은 두꺼운 방한포에 모자 달린 외투까지 갖춰 입고, 소우연과 함께 길을 나섰다.경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몸은 괜찮으시겠습니까?”용강한은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태자비 마마께서 함께 계신데, 어찌 병이 들겠습니까?”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태자비는 용강한에게 있어 가장 효험 좋은 묘약 같은 존재였다.이번에는 정연을 따르게 하지 않고, 진우만 데리고 나섰다.진우와 경문, 두 사람이 교대로 마차를 몰면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삼각시쯤 지났을 무렵, 마차는 소장군부 앞에 다다랐다.문을 지키던 호위병들이 태자부 마차임을 알아보고는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중 한 명이 급히 안으로 들어가 알렸다.소우연과 용강한은 마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조용히 기다리며, 소씨 가문 사람들이 언제 모습을 드러내는지 지켜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현준이 마중 나왔다.“신 소현준, 태자비 마마와 용 대인을 뵙습니다.”그는 두 손을 모아 정중히 예를 올렸다.소우연은 옆에 앉은 용강한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눈빛을 나눈 뒤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마차에서 내렸다.소현준은 소우연이 먼저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어찌 혼자 오셨습니까?”소우연은 마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서며 문 안을 슬쩍 바라보았다.“형님들께서는 외출 중이시고, 막내는 다리를 다쳐 직접 뵙지 못한다 하였습니다.”“부디 태자비 마마께서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옵소서.”“괜찮습니다. 제가 이리 온 것도 본디 소 대인을 뵙고자 함이었습니다.”속으로는 짐작하고 있었다.소홍범과 소현준, 두 사람 모두 평서왕 쪽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음이 틀림없었다.며칠째 바람과 눈이 그칠 줄을 몰랐다.눈발은 거세지 않았으나, 살을 에는 찬바람이 날카롭게 얼굴을 파고들었다.소우연은 망토 자락을 여미며 몸을 감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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