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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Author: 주 한잔
“절대, 그 자가 이 일은 알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목적을 이루려면… 이지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

“마마, 소인 명심하겠습니다.”

아령은 조심스레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 아이는 내 아이이자, 앞으로 네가 기댈 존재야. 일이 끝나면, 너를 환관총관 자리에 앉힐 거야. 네 집안에도 대대로 영화를 누리게 해주마. 넌 네 집안의 영광이 될 거야.”

“예, 소인 꼭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좋아. 어서 다녀오너라.”

잠시 후, 이복은 정말로 이지윤을 데려왔다.

두 사람은 병풍을 사이에 두고 시선을 마주했다.

이복은 눈치껏 하인들을 모두 물려보냈고, 방 안에는 오직 아령과 이지윤만 남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령이 먼저 병풍 너머로 나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애틋한 눈빛으로 이지윤을 바라보며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이지윤은 그리워하던 여인을 꼭 끌어안았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느냐. 몸은 무탈하고?”

아령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 위에 살며시 얹었다.

“저도, 아이도 모두 무사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지윤은 그녀를 더욱 깊숙이 끌어안았다. 좀처럼 손을 놓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니,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를 맡을 이유도 없었다.

저 깊은 궁 안에서 홀로 지낼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가 자리를 확실히 잡게 되면… 저는 전하와 함께 이 궁을 떠날 거예요.”

“그 말이 진심이냐?”

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어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하께서도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절대적인 권력입니다. 소가가 멸문하고, 우리 아이가 황제가 된다면… 그때야말로 우리에게 진짜 자유가 찾아올 겁니다.”

이지윤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허나, 꼭 그런 방법이어야 하느냐. 황제를 시해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다.”

“황제를 시해하려는 것은 평서왕 부자입니다. 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너 역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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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6화

    “아바마마, 아들된 자식으로서 그저 염려되어 왔습니다.”“염려? 네가 나를 염려한다고? 내가 보기엔 네놈은 그저 짐이 하루라도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겠지. 그래야 네 앞길이 트이지 않겠느냐.”황제는 가늘게 눈을 뜨며 이육진을 가리켰다. 떨리는 손가락 끝이 겨누는 방향엔 참을 수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태자라면서 국사도 그저 형식일 뿐, 진심으로 나라를 위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하더냐?”“아바마마…!”이육진은 아버지의 꾸짖음에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토록 애써온 세월인데, 황제가 이처럼 차갑게 몰아세우실 줄이야. 그것도 아령 앞에서 말이다.약을 먹인 것이 분명했다. 평서왕 부자가 황제께 무슨 약을 먹였는지, 이리도 성정을 바꾸어놓을 줄이야.“물러가라!”황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쳤다.이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자애로운 부친이 아니었다.“폐하, 태자 저하께서는 그저 폐하께서 걱정되어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아령이 부드럽게 말을 이으며 중재에 나섰다. “아직 젊으신 탓에, 혼자서 국정을 감당하시기 벅찰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도와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그 눈빛은 온화해 보였지만, 속내는 은근한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황제는 그런 속내를 못 본 척하며 말을 이었다.“그깟 정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자가 무슨 황위 계승자란 말이냐.”이어 황제는 이육진을 다시 바라보았다.“태자,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냐?”그 시선엔 마치 평범한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따뜻함이 스며 있었다.하지만 그 기대는 어쩌면 마지막 경고이기도 했다.그 순간 이육진은 분명히 깨달았다.황제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태자 책봉을 지키고 있었다.“소자는 괜찮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수련의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이육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황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옆에 있던 수현에게 향했다.수현은 그 눈빛을 받아채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5화

    일부 대신들은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이제 와서는 단 한 첩의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라면 불길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 태세였다.황제라 해서 신령이 아니니, 결국은 피와 살을 지닌 필부에 불과했다.그들은 황제를 가둔 것이 아니었다.그저 황제는 단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명화궁을 떠나길 거부한 것뿐이었다.이에 여러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았다.“이비마마의 태중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만 하면, 대사는 이룬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그때가 되면 어린 황제를 앞세워 권력을 쥐는 일쯤이야, 평서왕 부자에게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맞습니다.”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반역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예로부터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되는 법.그들이 하는 짓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선인들 또한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다음날.이육진은 진규와 함께, 진준의 병사 셋 넷을 이끌고 입궁했다.비록 그가 국정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황궁은 여전히 안저하지 않았다.지금은 이민수가 금위군 도독의 자리에 올라, 삼만 금위군을 통솔하고 있으니 실로 골칫거리였다.조정 회의는 겉으로 보기엔 평온히 진행되었고, 평서왕 일파 역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오히려 그들 쪽이 더더욱 평화를 갈망하고 있었다.어린 황제가 즉위하기 전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무탈하게 시간이 흘러가야 했기 때문이다.하조 후.이육진은 진규가 건넨 약을 품고 곧장 명화궁으로 향했다.이복이 궁문 앞에 공손히 서 있다가 말했다.“태자 저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 황제 폐하께 아뢰고 오겠습니다.”이육진은 불쾌한 심기를 꾹 눌러가며 기다렸다.한참 뒤, 이복이 돌아왔다.“태자 저하, 폐하께서는 오늘 낮 피로하신 관계로 저하를 뵙지 않겠노라 하셨습니다.”“건방지다! 아바마마께서 어찌 감히 나를 뵙지 않으신단 말이냐!”분노한 이육진은 곧장 대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복은 막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옆으로 비켜서며, 입꼬리에 의미심장한 웃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4화

    늦은 밤.이육진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진규와 암위들을 이끌고 태자부를 빠져나와 교외의 깊은 산중, 은밀한 장소로 향하였다.그날 그와 마주한 이는 며칠 전 황제로부터 면직을 명받은 전 금위군의 이두독과 양부두독이었다.“미천한 신, 태자 저하께 문안 올립니다.”두 사람은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이육진이 손을 들어 보였다.“모두 고개 들거라. 이곳에 모신 것은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다.”산속은 이미 하나의 군영처럼 꾸며져 있었다.사실 이곳은 수년 전부터 이육진이 은밀히 조성해온 장소로, 줄곧 진준이라는 자가 이를 맡아 관리해왔다.그리고 어제, 그는 마침내 사람을 보내 두 장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이두독과 양부두독은 군영을 보고는 잠시 말문을 잃었으나, 곧 안도의 기색을 띠었다.태자가 허울뿐인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뜻과 대비책을 갖춘 분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저희 두 사람은 목숨 바쳐 저하를 받들겠습니다.”뜻밖의 면직에 마음이 흔들리던 두사람이었지만, 오늘 다시 태자를 보니 다시 충성심이 샘솟는 듯했다.그들에게 있어 충성의 대상은 황제 개인이 아닌 상운국이었다.그 나라로부터 하루아침에 내쳐진 현실을 쉽게 납득할 수는 없었다.이육진은 조정의 형세와 황제의 불가피한 처지를 소상히 설명한 뒤, 군막 뒤편을 가리켰다.“저 안에 있는 자들이 모두 그대들이 거느리던 병사들이다. 앞으로는 외람되게도, 그대들은 내 명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이두독은 난처한 얼굴로 잠시 머뭇거렸다.그러자 이육진이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든 숨기지 말거라. 망설이지 말고.”이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어렵게 말을 꺼냈다.“저하, 신이 염려하는 것은… 저들이 폐하를 억류한 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으나, 신이 알기로 폐하께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으셨습니다. 어찌 그리 갑작스레 저자들의 편을 드시는지...”이육진은 한 치 숨김 없이 답하였다.“아바마마께서는 약물에 의해 이지윤과 그 일당에게 장악당하셨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3화

    이육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리에 앉더니,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아바마마께서는 제정신이 아니시다.”조정 신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그러고 보니 저하께서 요즘 폐하께서 평소와 다르다고 하셨지요.”“며칠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오랜만에 뵈니 저리까지 허약해지실 줄이야… 명화궁에서 뵈었을 땐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습니다. 병드신 게 분명합니다.”“그런데도 이비마마께서 폐하 앞에서 그리 대담하게 행동하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조정 안은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그럼 황제 폐하를 어떻게 구해야 한단 말입니까?” 누군가가 물었다.다른 이가 말했다.“황제 폐하의 모습을 보니, 정작 본인이 구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듯합니다.”모든 시선이 다시 이육진에게로 향했다.이육진은 입을 열었다.“병조와 각 장수들은 군영을 전수조사하거라. 수상한 자가 있다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라.”병조판서와 여러 장수들이 나서며 일제히 외쳤다.“명을 받들겠습니다!”“정태부와 각 대신들은 듣거라. 앞으로 조정은 결코 평온치 않을 것이다.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하고, 평서왕부의 죄증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도록 하라.”“예, 태자 저하.”이육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각자 돌아가 쉬도록 하라.”신료들은 차례로 하직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그러나 용강한과 정태부는 그 자리에 남았다.이육진은 정태부에게 다가가 말했다.“정태부.”정태부는 백발의 수염을 매만지며 그를 바라보았다.“저하, 만일 폐하께서 끝내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조금 전 신료들이 논의했던 것처럼 황제는 이비에게 장악당해 명화궁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오래도록 명화궁 안에서 머문다면 이는 큰 위기가 될 수 있었다.이육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며칠 전,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가장 아끼는 자식이라 하셨지.”정태부는 잠시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폐하께서 그때 이미 예감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이육진은 고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2화

    “절대, 그 자가 이 일은 알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목적을 이루려면… 이지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마마, 소인 명심하겠습니다.”아령은 조심스레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이 아이는 내 아이이자, 앞으로 네가 기댈 존재야. 일이 끝나면, 너를 환관총관 자리에 앉힐 거야. 네 집안에도 대대로 영화를 누리게 해주마. 넌 네 집안의 영광이 될 거야.”“예, 소인 꼭 마음에 새기겠습니다.”“좋아. 어서 다녀오너라.”잠시 후, 이복은 정말로 이지윤을 데려왔다.두 사람은 병풍을 사이에 두고 시선을 마주했다.이복은 눈치껏 하인들을 모두 물려보냈고, 방 안에는 오직 아령과 이지윤만 남았다.“오랜만에 뵙습니다.”아령이 먼저 병풍 너머로 나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애틋한 눈빛으로 이지윤을 바라보며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이지윤은 그리워하던 여인을 꼭 끌어안았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 조심스레 물었다.“괜찮느냐. 몸은 무탈하고?”아령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 위에 살며시 얹었다.“저도, 아이도 모두 무사합니다.”“그렇다면 다행이다.”이지윤은 그녀를 더욱 깊숙이 끌어안았다. 좀처럼 손을 놓지 못했다.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니,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를 맡을 이유도 없었다.저 깊은 궁 안에서 홀로 지낼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내렸다.“아이가 태어나고, 우리가 자리를 확실히 잡게 되면… 저는 전하와 함께 이 궁을 떠날 거예요.”“그 말이 진심이냐?”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어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전하께서도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절대적인 권력입니다. 소가가 멸문하고, 우리 아이가 황제가 된다면… 그때야말로 우리에게 진짜 자유가 찾아올 겁니다.”이지윤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허나, 꼭 그런 방법이어야 하느냐. 황제를 시해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다.”“황제를 시해하려는 것은 평서왕 부자입니다. 제가 아니에요.”“하지만 너 역시 위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1화

    수현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아직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으니, 이 시점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폐하는 그래도 이 나라의 군주이십니다.”이민수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황제는 그저 말을 잘 들으면 돼. 먹을 건 이미 다 준비되어 있어.”그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황제를 명화궁의 별전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양고기 국, 짐의 양고기 국.”아령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소리 지르지 마세요, 곧 가져다 드릴게요.”황제는 수현과 사람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명화궁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명화궁에 연금될 터였다.아령은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방금 정말 혼났네요.”“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이민수는 아령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금위군 전체가 내 손아귀에 있으니, 아이가 순조롭게 태어나면 이육진 일당은 죽을 길밖에 없을 거야.”“만약 황제가 양고기 국을 마시고 다시 정신이 돌아오면 어떡하죠? 우리를 탄압하면요?”“지금 황제가 별전에서 나갈 수 있겠느냐? 오늘은 말을 잘 들어 양고기 국을 마셨지만,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양고기 국을 안주면 되지.”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나는 평서왕부로 돌아가봐야겠구나. 아버지께서 아직 모르고 계실 테니, 어서 빨리 여러 대신들을 모아야 한다.”“좋아요.”이민수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령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몰래 식은땀을 닦았다.이복이 다가왔다. “마마, 폐하께서는 이미 명화당에 잘 안치되셨다 합니다.”아령이 이복을 쳐다보자, 이복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이복아 너와 나는 같은 집안이고, 또한 불행한 사람들이지.”아령이 말했다.이복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의아한 눈빛으로 아령을 바라보았다.아령은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그에게 손짓을 했다. 이복은 서둘러 다가가 아령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마마, 소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아니, 넌 매우 훌륭해. 난 아주 네가 마음에 아주 든다. 하지만...”“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20화

    “아바마마, 아들이 어찌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아들은 이비 곁을 지키는 궁녀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그자를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이육진은 한쪽 다리를 꿇은 채 황제에게 설명했다. 조용하게 듣고 있던 황제는 숨을 크게 내쉬더니 고개를 돌려 아령에게 말했다.“태자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얘기하는구나.”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황제의 눈빛에 아령은 그제야 철저하게 겁을 먹었다.바로 이때, 황제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표정과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 모습에 아령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그럼 태자 저하가 몸에 지니고 있던 염낭이 어떻게 혜주 옆에서 발견된 겁니까? 태자 저하, 혹시 설명해줄 있겠습니까?”“전 조금 전에 분명히 말했습니다. 마마 곁을 지키는 내관이 제 몸에서 몰래 훔쳐간 겁니다.”이육진의 말에 이복은 바닥에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다급하게 말했다.“태자 저하, 소인 너무 억울합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어차피 아무도 증좌를 꺼낼 수 없지 않은가?이때, 참다못한 황제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태자, 자신의 물건도 잘 건사하지 못한 건 태자 잘못이 맞다!”이육진은 아바마마의 말에 천둥번개를 맞은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바마마가 어떻게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이육진은 황제를 한참동안 쳐다보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전하, 불쌍한 혜주는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아령이 손에 손수건을 든 채 서럽게 울었고 곁에 서있던 상서 한 명이 한걸음 나서서 말했다.“전하, 태자 저하는 나라의 기둥이고 본보기입니다. 그런데 어찌 궁녀를 살해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정확하게 조사하여 주시옵소서.”“당장 꺼지시게! 이 나라가 어쩌다가 당신들 같은 쓸모 없는 인간을 키웠단 말인가!”손과 발을 점점 더 격하게 떨던 황제는 휘청거리며 다가가 아령을 바닥에서 일으키며 말했다.“가자. 궁으로 돌아가서 양탕이나 한 그릇 마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9화

    아령의 말에 이육진이 피식 웃었다.“마마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를 떠나서 제가 갓난 아이를 두려워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전하, 진 어의에게 물어보십시오. 진 어의는 처음부터 소인을 위해 진맥했던 어의입니다. 소인 뱃속에 있는 아이는 전하의 아이가 확실합니다!”이때, 황제가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손이 아령의 얼굴에 내리칠 거라고 생각했고 이육진도 아바마마가 이번에는 아령을 절대 믿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저자들이 아이를 이용하여 운명을 바꾸려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헛된 꿈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모두의 예상과 달리 황제가 치켜들었던 손을 쓱 내렸다.“네가 정말 짐을 배신하지 않은 것이냐?”아령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소인은 전하와의 합방이 첫경험이라는 것을 전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었을 리가 있겠습니까?”“그래, 허허. 그래, 맞아.”황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온몸이 점점 피로해지기 시작했고 수천수만 마리의 개미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다시 몰려왔다.황제는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수많은 대신들 앞에서 추태를 보일 뻔했다.이때, 강이가 헐레벌떡 뛰어왔고 그 모습에 수현이 호통쳤다.“왜 이렇게 뛰어오는 것이냐?”강이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사부님, 냉궁에, 냉궁에 여자 시체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찾으셨던 혜주라는 궁녀인 것 같습니다.”강이의 말에 아령이 입을 떡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혜주? 혜주라고 하였느냐? 혜주가 죽었다는 말이냐?”“네, 마마.”강이가 서글픈 표정으로 대답했다.“누가 혜주를 살해한 것이냐?”큰소리로 묻던 아령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이육진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태자 저하, 아무리 제 뱃속의 아이가 미워도 그렇지, 어떻게 제가 가족으로 여기는 혜주를 살해할 수 있으십니까?”“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겁니까?”이육진이 흠칫 놀란 표정으로 묻자 아령이 말을 이어갔다.“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8화

    진 어의는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견디지 못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무릎 사이에 숨긴 뒤, 두 눈을 질끈 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이육진이 말했다.“대신들도 똑똑히 보았을 겁니다. 이비마마 뱃속에 있는 저 아이는 절대 제 아바마마의 핏줄일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는 황제를 기만하고 나라를 기만한 대죄입니다!”자리에 모인 대신들은 대부분 이육진의 편이지만 그 중에 평서왕 관저 사람들도 꽤 많이 섞여 있었다.그렇게 순식간에 여러 목소리가 들썩이기 시작했다.이때, 누군가가 나서서 말했다.“태자 저하,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어의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찌 태아의 월수까지 정확하게 맞추겠습니까?”“맞는 말입니다. 일반 가정집 임산부도 임신 월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10개월이 넘어서 태어나는 아이도 있고 10개월이 안 돼서 태어나는 아이도 있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태의원의 이렇게 많은 어의들이 다 틀렸고 진 어의 혼자만 맞다는 말이오?”“저 어의들이 전부 태자 저하의 달콤한 말에 넘어갔을 수도 있지 않겠소? 이비마마 뱃속에 있는 아이가 정말 전하의 핏줄이 확실하다면 태자 저하도 이 아이가 나중에 위협이 될까 봐 애초에 싹을 자르려는 걸 수도 있지 않소! 그러니까…”이자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다들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한편, 이육진은 그저 덤덤하게 웃다가 간석에게 눈빛을 건넸다. 이육진은 자신의 말을 반대한 대신들과 평서왕 관저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기록했다.상황이 점점 긴박해지는 만큼, 이육진은 절대 경계를 늦출 수 없었으며 수상한 사람은 단 한 명이라도 그의 진영에 섞이게 내버려둘 수 없다.간석은 이육진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조금 전부터 꼼꼼하게 한 명씩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한편, 혼란스러운 장내를 지켜보던 아령이 갑자기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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