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준의 조롱하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강민아는 방금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말릴 겨를도 없이 서둘러 욕실을 빠져나왔다.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의 옷감을 적시고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가느다란 목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희고 투명한 피부에 쇄골은 옷깃 위로 깊게 패 있었다.반하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두 경찰이 의미심장하게 반하준을 돌아보자 그는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강민아, 일부러 나 열받게 하는 거야? 나랑 나현이가 너랑 이 자식과 같아?”“반 대표님, 손부터 놓으세요.”한 경찰이 반하준을 다그쳤다.“이러면 일만 커집니다.”강민아는 손에 들고 있던 대걸레를 내려놓았고 반하준은 윤세현의 옷깃을 풀어주었다.강민아는 곧바로 윤세현의 손을 잡고 윤세현을 자신의 뒤로 보내 보호했다.윤세현의 얼굴은 창백했다. 조금 전 반하준이 옷깃을 잡자 오래전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덩달아 튀어나왔다.반하준은 한사코 윤세현을 싸고도는 강민아의 모습에 경멸하며 콧방귀를 뀌었다.“나랑 세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서 늘 가깝게 지냈어. 하지만 그냥 순수한 친구야. 우리 둘 사이에 정말 뭐가 있었으면 7년 전에 내가 당신을 만났겠어?”해명이 아닌 조롱이었다.[나현이랑 나는 20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우리 둘 사이에 정말 뭐가 있었다면 널 만났겠어?]“반하준, 당신은 결혼생활 내내 강나현을 친구라고 곁에 뒀지만 난 당신과 결혼하고 몇 년 동안 한 번도 친구에게 연락한 적 없어. 난 당당한데 당신은 나한테 떳떳해?”반하준의 표정이 굳어지며 턱이 굳게 다물렸다.“세현이가 당신 전처 집에서 하룻밤 보내는 게 뭐가 문제야? 당신은 강나현이랑 호텔까지 가서 성인 남녀 단둘이 하룻밤을 보냈잖아. 안 그래?”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랑 나현이는 결백해!”강미나가 콧방귀를 뀌며 윤세현의 팔짱을 꼈다.“그래, 당신과 강나현은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지. 그 더러운 속내로 나와 세현이 사이 모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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