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221 - Bab 230

496 Bab

제221화

반하준의 조롱하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강민아는 방금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말릴 겨를도 없이 서둘러 욕실을 빠져나왔다.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의 옷감을 적시고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가느다란 목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희고 투명한 피부에 쇄골은 옷깃 위로 깊게 패 있었다.반하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두 경찰이 의미심장하게 반하준을 돌아보자 그는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강민아, 일부러 나 열받게 하는 거야? 나랑 나현이가 너랑 이 자식과 같아?”“반 대표님, 손부터 놓으세요.”한 경찰이 반하준을 다그쳤다.“이러면 일만 커집니다.”강민아는 손에 들고 있던 대걸레를 내려놓았고 반하준은 윤세현의 옷깃을 풀어주었다.강민아는 곧바로 윤세현의 손을 잡고 윤세현을 자신의 뒤로 보내 보호했다.윤세현의 얼굴은 창백했다. 조금 전 반하준이 옷깃을 잡자 오래전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덩달아 튀어나왔다.반하준은 한사코 윤세현을 싸고도는 강민아의 모습에 경멸하며 콧방귀를 뀌었다.“나랑 세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서 늘 가깝게 지냈어. 하지만 그냥 순수한 친구야. 우리 둘 사이에 정말 뭐가 있었으면 7년 전에 내가 당신을 만났겠어?”해명이 아닌 조롱이었다.[나현이랑 나는 20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우리 둘 사이에 정말 뭐가 있었다면 널 만났겠어?]“반하준, 당신은 결혼생활 내내 강나현을 친구라고 곁에 뒀지만 난 당신과 결혼하고 몇 년 동안 한 번도 친구에게 연락한 적 없어. 난 당당한데 당신은 나한테 떳떳해?”반하준의 표정이 굳어지며 턱이 굳게 다물렸다.“세현이가 당신 전처 집에서 하룻밤 보내는 게 뭐가 문제야? 당신은 강나현이랑 호텔까지 가서 성인 남녀 단둘이 하룻밤을 보냈잖아. 안 그래?”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랑 나현이는 결백해!”강미나가 콧방귀를 뀌며 윤세현의 팔짱을 꼈다.“그래, 당신과 강나현은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지. 그 더러운 속내로 나와 세현이 사이 모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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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강민아가 직접 서명한 합의서를 받아내고 말 거다.강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내가 합의서에 사인할 것 같아?”남자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딱 한 번 기회 줄게. 얼마를 원하는지 말해.”반하준은 바로 백지 수표를 직접 건네주었고 강민아는 수표를 받아 들고 입꼬리를 올렸다.“펜.”제 발로 찾아온 돈인데 마다할 리가 없다.반하준은 변호사를 힐끗 쳐다봤고, 변호사는 곧바로 펜을 건넸다.강민아는 흔쾌히 수표에 숫자를 적고 반하준에게 다시 건넸다.“당신부터 사인해.”반하준은 강민아가 수표에 적은 숫자를 보며 숨이 턱 멎었다.“200억?”남자의 동공에 어두운 기운이 먹물처럼 퍼져나가며 그가 경멸 섞인 조롱을 뱉었다.“이건 사기지.”강민아가 대꾸했다.“형사님, 보시다시피 반하준이 먼저 백지 수표를 건네면서 적으라고 했어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사기라고 모함하네요? 일부러 법을 무시하는 행위 아닌가요?”두 경찰과 변호사는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기침을 두 번이나 했다.경찰이 조언했다.“반 대표님께서 금액을 말씀하시고 강민아 씨 의사를 묻는 게 어떻습니까?”변호사도 말렸다.“네, 저희는 진심으로 합의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니까요.”“2억.”반하준의 말에 강민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한테는 강나현이 고작 2억밖에 안 돼?”남자의 호흡이 흐트러지며 강민아에게 경고를 날렸다.“넌 고작 보상금 2억밖에 못 받는다는 뜻이야.”강민아의 부드러운 눈매가 가늘어졌다.“반 대표님께서는 합의하러 온 게 아닌 것 같네요. 이만 가세요.”강민아가 문을 닫으려 하자 반하준의 큰 손이 문을 단단히 잡았다.“6억.”강민아는 반하준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를 내며 말했다.“여기가 시장도 아니고 왜 흥정을 하지? 반하준, 잘 들어. 기회는 딱 한 번 줄게.”반하준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200억,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0이야. 안 줄 거면 꺼져.”이내 강미아가 덧붙였다.“그 200억은 강나현 계좌에서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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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강민아가 휴대폰의 스톱워치를 누른 뒤 반하준에게 밝은 화면을 보여주었다.쉴 새 없이 바뀌는 타이머 숫자를 보니 반하준의 가슴에 총알이 박히는 것 같았다.한때 그도 강민아를 이런 식으로 대했다.그리고 지금, 오만하고 안하무인인 부신 그룹 대표가 시한폭탄에 묶여 있었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강민아 씨가 아주 좋은 제안을 했어요. 반 대표님, 강나현 씨가 사과 영상을 찍도록 설득해 주세요. SNS에서 좋아요 999개를 모으면 저희도 그 영상으로 윗선에 보고하기 편하니까요.”반하준은 처음으로 불판 위에 올라가 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그 느낌은 무척이나 불쾌했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냈고, 강민아가 켜놓은 타이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언젠가 그가 강민아의 협박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하지만 강민아에게 이토록 짓밟히면서도 반하준은 오히려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강나현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되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반하준은 강나현의 곁을 지킬 변호사를 불렀다.변호사는 전화를 받은 후 반하준의 지시에 따라 스피커 모드로 돌려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금속 의자에 앉아있는 강나현이 반하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나현아, 지금 당장 경찰의 지시에 따라 사과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을 SNS에 올려서 좋아요 999개를 받아.”강나현은 어리둥절했다.“하준 씨,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벌거벗고 사람들 앞에서 돌아다니며 망신을 당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좋아요 999개를 받아야 네가 풀려나.”강나현은 울기 직전이었다.“싫어! 그건 너무 창피해!”강민아는 손톱으로 휴대폰 화면 속 시간을 살며시 두드렸다.반하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하품하더니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3분이 지나도 강나현이 영상을 녹화하지 않으면 난 절대 합의서에 사인 안 해.”강민아의 목소리를 들은 강나현은 불이 달린 폭죽처럼 발끈했다.“강민아, 또 네가 꾸며낸 수작이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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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만약 반하준이 지금 강나현 앞에 있었다면 그녀의 수상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렸을 거다.“반 대표님, 사과문 다 작성했습니다.”휴대폰에서 변호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반하준은 강민아의 휴대폰에 속 시간을 슬쩍 보고는 강나현 측 변호사에게 명령했다.“그대로 읽게 하고 영상 찍어.”변호사는 삼각대를 가져와 휴대폰을 고정한 뒤 강나현이 카메라를 마주하고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종이를 휴대폰 옆에 놓았다.강나현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강민아, 사람 괴롭히는 것도 정도가 있지!’하지만 국제 레이싱 대회 시범경기에 출전하면 반하준은 그녀가 반유하의 소원을 대신 이루어주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때부터 그녀는 반하준 옆에서 가장 특별한 여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금세 떠올랐다.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지금 잃어버린 명예도, 자신과 형제라 칭하던 남자들도 모두 돌아올 것이다!코를 훌쩍이자 비릿한 피 냄새가 느껴졌지만 강나현은 변호사가 대신 써 준 사과문 내용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갔다.“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강나현이라고 합니다. 제... 제가 구름 목장에서...”강나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혀를 깨물었다.눈꺼풀의 부기가 가라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서경팸' 단톡방을 확인했지만 그곳엔 강나현 혼자 남아 있었다.반하준이 단톡방을 나가니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그러다 강성진에게 죽도로 엉덩이를 맞으며 사과하는 영상을 반하준이 단톡방에 보내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보고 그녀를 비난했다.강나현은 바로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문자를 몇 통이나 보냈지만 재벌 2세들은 진작 그녀를 삭제한 지 오래였다.화가 나서 피까지 토한 강나현은 강민아에 대한 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절친한 친구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할 때쯤 경찰이 강나현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갔다.이제 또다시 사과 영상을 찍고 SNS에 올려 창피를 당해야 하는데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1분 남았어.”강민아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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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변호사는 영상을 올린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반 대표님, 강나현 씨 사과 영상을 올렸습니다.”변호사가 강나현의 SNS를 새로 고침하자, 반하준이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른 것을 확인했다.반하준은 강나현의 SNS를 강민아에게 보여줬고 강민아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스톱워치를 종료했다.반하준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알아서 합의서에 사인하고는 경찰에게 건넨 뒤 웃으며 반하준에게 말했다.“하루빨리 ‘좋아요’ 999개를 모으길 바라.”반하준이 말하려는데 강민아가 덧붙였다.“빈센트 일행이 강나현을 데리고 시범 경기에 등장하는 날만 기다릴게. 당신이랑 강나현이 제대로 망신당하려면 아직 멀었어.”남자는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비웃었다.“빈센트도 알아?”윤세현을 돌아보는 그의 눈빛에는 짙은 적대감이 가득했다.강민아가 어떻게 레이싱에 대해 알겠나. 분명 윤세현이 그가 강나현을 위해 거금을 들여 문라이트 레이싱 클럽 엔지니어 팀을 데려갔다는 걸 말했을 거다.강민아는 두 경찰에게 말했다.“두 분은 빨리 반 대표님 데리고 나가주세요. 전처로서 제 생할 구역에 이 사람이 나타나는 게 반갑지 않거든요.”두 경찰 역시 반하준이 강민아의 집에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았다.“반 대표님, 가시죠.”“강민아 씨, 합의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더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강민아가 분명하게 말했다.“합의서를 제출했다고 용서한 건 아니에요. 강나현이 두 번이나 사과했어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은 것처럼요.”그러고는 웃으며 반하준에게 말했다.“우린 대회에서 봐.”강민아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너무도 싱그러워 반하준은 알 수 없는 무아지경에 빠졌다.그녀의 이런 표정은 평소 강민아가 그를 위해 특별히 깜짝선물을 준비했을 때 보이던 것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는데 이 여자는 대체 그를 위해 어떤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을까?...레이싱 대회 당일.국제 레이싱 대회 개막 1시간 전, 관중석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평소 강나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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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강나현의 요란한 등장에 주변을 지나가던 스태프들이 옆으로 흘깃 쳐다보았다.“저 여자는 누구야? 등장 한번 요란하네. 연예인 같지도 않은데.”스태프들은 목을 쭉 빼서 강나현의 얼굴을 보고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또 다른 스태프는 팔짱을 낀 채 무시하듯 말했다.“대단하신 스폰서가 대회 시범 경기에 억지로 끼워 넣은 아마추어, 강나현이지.”국제 레이싱 대회의 시범 경기는 공식 레이스가 아니지만, 개막식에 등장하는 레이서들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현역 선수거나 은퇴했지만 한때 큰 상을 받은 레이서, 또는 레이싱 업계에 큰 공헌을 한 매니저나 대표였다.이런 사람만이 시범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지는 이유는 레이스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였다.수상 경력도, 유명세도 없는 강나현이 대결 명단에 떡하니 이름을 올리니 다른 선수들은 하나같이 누구냐고 물었다.그러다 정체를 알아내고는 다들 깜짝 놀란다.강나현은 최근 다섯 살배기 남자아이와 오토바이를 타는 영상으로 큰 관심과 화젯거리를 모은 인플루언서였다.물론 그녀의 영상을 보고 욕설을 퍼붓고 신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하지만 그녀가 계약한 소속사가 부신 그룹 소속이고, 부신 그룹 대표의 처제인 만큼 부신 그룹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아무리 강나현을 신고해도 소용이 없었다.지난주에는 레이싱계를 뒤흔든 또 하나의 큰 소식이 있었다.부신 그룹 대표가 거액을 쏟아부어 문라이트 레이싱 클럽을 위해 일하던 엔지니어, 기술자들을 모두 빼돌려 그들이 강나현만을 위해 일하게 만든 것이었다.레이싱 업계 사람들은 부신 그룹의 비겁한 행위에 경악했다.강나현은 전문가 촬영팀과 메이크업 스타일링 팀을 고용해 자신을 꾸몄다.레이서의 신분으로 국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브이로그로 찍어 인터넷에 올릴 생각이었다.이런 영상이 공개되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대회에 참가하는 게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전부 그녀를 질투한다고 치부하며 강나현은 사람들의 질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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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루나, 만나서 반가워요!”민이의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휴게실에 앉아있는 상대를 보는 순간 굳어버렸다.드레스룸으로 들어가려던 강민아는 민이와 두 눈이 마주쳤다.민이의 들뜬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단호한 표정으로 가만히 강민아를 바라보았다.“왜 여기 있어요?”강나현과 민이 뒤에는 사람들로 우글거렸고 카메라맨이 강민아와 윤세현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윤세현은 많은 사람들이 출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강민아와 몸을 바짝 붙였다.“강민아, 네가 왜 루나 휴게실에 있어?”강나현은 너무 놀라서 말투까지 바뀌었고, 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세현을 바라보았다.“그쪽이 루나에요?”말하며 민이는 머리를 긁적였다.윤세현은 헐렁한 그레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고, 키가 큰 데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머리를 아주 짧게 깎았기 때문에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성별을 오해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그저 앳되게 생긴 미소년이라고만 생각했다.윤세현은 강민아의 소매를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루나가 아니야.”강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민아와 붙어있는 윤세현을 훑어보았다.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그러다 강나현은 문득 7년 전에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강민아가 그녀의 언니라는 걸 알게 된 후 그녀는 직접 미행에 나섰고 여러 번 강민아를 미행할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어쩌다 강민아에게 소꿉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자'는 운 좋게도 루나의 내비게이터가 되었다.윤세현이 유명해진 후 바로 강민아를 버리고 해외로 떠나버려 강나현은 오랫동안 행복해했다.이후 반하준으로부터 윤세현을 자신의 레이싱 코치로 영입하려 한다는 말을 듣게 된 강나현은 비천한 강민아의 ‘소꿉친구’에게 경멸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꼈다.강나현은 팔짱을 낀 채 아니꼬운 시선으로 강민아와 윤세현을 훑어보았다.“민아 언니, 이건 너무 심하잖아. 여긴 루나의 휴게실이야. 멋대로 들어와서 루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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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아이는 자신이 한 말이 강민아에게 아픈 가시가 될 거라는 걸 알았다.그래서 일부러 가시 돋친 말로 강민아를 자극했다.말을 마친 민이가 승리자처럼 강민아를 주시하며 그녀가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색을 드러내길 기다렸다.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어딜 찔러야 제일 아픈지 잘 알았다.시골에서 태어나 레이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강민아 같은 여자는 반씨 가문 도련님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었다.“민아, 만약 내가 시범 경기에서 1등 하면?”강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늘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민이의 말에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민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었고 많은 공을 들였는데, 아이는 루나의 이름만 들으면 강나현에게 새엄마가 되는 걸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을 잊었다.구름 목장 비탈길에서 보낸 그날 밤 이후, 민이의 마음속 강하고 무적인 강나현의 이미지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그렇게 강한 사람이 왜 아빠에게 엉덩이를 맞겠나.그조차 아빠에게 고작 손바닥 열 대를 맞았을 뿐인데 말이다.강나현이 엉덩이를 맞고 울부짖으며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사과하는 모습을 민이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게다가 다음 날 아침 강나현은 그대로 기절했다.민이가 본 강나현의 얼굴은 벌레에게 물려 돼지처럼 우락부락했고 눈꺼풀은 퉁퉁 부어오른 채 반하준의 부하들 손에 이끌려 비탈길에서 옮겨졌다.민이는 심지어 어디 가서 그녀와 아는 사이라는 걸 말하고 싶지 않았다.더 대단한 엄마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민이는 강나현의 시선을 피하며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현이 형이 1등 해도 생각해 볼게요.”말할수록 목소리는 더더욱 어눌해졌지만 강나현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민아 언니, 빨리 나가. 스태프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루나 휴게실에 멋대로 들어온 걸 알면 쫓겨날 거야. 그러면 망신인데?”강민아의 시선이 강나현의 허벅지로 향했다.“난 네가 참 대단한 것 같아. 역시 낯짝이 두꺼운 사람은 다른 가죽도 두껍나 봐.”강민아의 말에 강나현은 허벅지와 엉덩이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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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제가 누구인지 아세요?”강나현은 몇몇 스태프들을 향해 참가증을 번쩍 들어 보였다.그들이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보길 바랐지만 스태프들은 그녀의 참가증을 보고도 어이없다는 표정만 지었다.강나현의 이름은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당연히 알죠. 레이싱 자격증도 없는 아마추어 선수 강나현 씨, 처음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거니까 제가 제대로 알려드릴게요.”스태프가 이를 악물고 힘을 주며 말했다.“멋대로 다른 선수 휴게실에 쳐들어오지 마세요.”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누가 당신들 들어오라고 했습니까?”조명을 든 사람들과 카메라맨 모두 강나현을 돌아보았고 그녀는 오만하게 소리를 질렀다.“제 사람들이에요!”스태프도 화가 잔뜩 나서 윽박질렀다.“대회 곧 시작합니다. 일부러 꿍꿍이가 있어서 이 많은 사람 데리고 루나 방해하러 온 거 아닙니까?”툭!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선반 위에 올려놓았던 레이싱 헬멧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조명 담당자 하나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서둘러 헬멧을 주워 제자리에 돌려놓았다.강민아는 그의 손에 미세한 바늘이 들려있는 것을 포착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면 평소 일할 때 쓰는 도구인 줄 알 거다.그는 이내 바늘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정말 촬영 때 쓰는 도구라면 왜 갑자기 치우는 걸까.강나현이 데려온 조명 담당자가 헬멧을 떨어뜨리자 스태프는 더더욱 화가 났다.“이건 루나 헬멧이에요. 가요!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쫓아낼 거예요!”몇몇 스태프가 새처럼 손을 펄럭이며 강나현 일행을 쫓아냈다.“난 여기서 루나 기다릴 거예요!”민이가 말을 듣지 않자 스태프는 곧장 아이의 팔을 잡아 작은 몸을 들어 올렸다.민이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스태프의 다리를 걷어차려 했다.“난 부신 그룹 도련님이야!”씩씩거리며 고함을 지르는 민이의 살진 얼굴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부신 그룹 대표라도 멋대로 루나 휴게실에 들어와 대회 준비 방해하는 건 안 돼.”“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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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미간을 찌푸린 강민아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5년 동안 민이의 버릇을 고쳐주고 싶었지만 반씨 가문 모두가 아이의 행동이 맞다고 말했다. 단지 반씨 가문의 장손이고 장차 부신 그룹의 후계자가 된다는 이유로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옳다고 했다.아이가 엄마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순간 둘 사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산이 생겨버렸다.강민아는 캐비닛으로 걸어가 헬멧을 집어 들고 윤세현에게 말했다.“휴대폰으로 플래시 좀 켜줘.”윤세현이 자기 휴대폰으로 플래시를 켜고 다가갔다.“왜 그래?”강민아가 윤세현에게 휴대폰을 맡긴 채 헬멧 안을 비춰보니 곧바로 모래보다 더 작은 벌레 몇 마리가 날아다녔다.그 벌레들은 환한 플래시 불빛이 있어야만 똑똑히 보였다.윤세현은 경악했다.“헬멧에 왜 벌레가 있어?”이론적으로 서경의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서는 날벌레가 잘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이 헬멧은 불과 반시간 전에 막 꺼내서 올려둔 새것이었다.그런데 어쩌다 날벌레가 들어갔을까.“헬멧 손을 댄 건 조명 담당자였어.”강민아의 말에 윤세현이 충격을 받고 소리를 질렀다.“그 사람이 헬멧에 손을 댄 거야?”이윽고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강나현이 시킨 짓이야!”확신에 찬 그녀의 말에 강민아는 침착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심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은호 씨, 이번 시범 경기 참가자들의 헬멧에 누가 손을 쓰진 않았는지 빨리 가서 알아봐 주세요.”그러면서 당부했다.“아직 밖에서는 소란 일으키지 말고요.”이번 국제 레이싱 대회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심은호였다.비록 문라이트 레이싱 클럽은 이미 해체됐지만 심은호는 여전히 국제 레이싱 대회 주최 측의 큰 손이었다.강민아의 귓가에 남자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네, 바로 사람 보내서 알아볼게요.”강민아에게 왜 그러는지 묻지도 않았다.그녀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으니까.“부탁드려요.”강민아가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심은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마침 저도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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