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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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윤제는 다시 은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끝까지 피하겠다는 거야!’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는 그대로 핸들을 꺾어 은주의 바 앞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윤제는 곧장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직원의 옷깃을 움켜쥐었다.“사장 어디 있어?”직원은 그 기세에 겁을 먹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사, 사장님이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안 오신다고 했는데요.”윤제는 이를 악물었다.“사장한테 전화해.”전화는 받지 않아도, 가게 전화를 무시하진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윤제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결국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이번엔 금세 연결음이 끊겼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직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제가 핸드폰을 낚아챘다. 손아귀 힘이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핸드폰을 단단히 쥐고서 말했다.“고예진, 어디 있어?”은주는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부윤제? 미친 거 아니야? 내 바에 와서 난리 치는 거야 지금? 또 한 번만 더 난리 피우면, 바로 신고한다.]윤제의 목소리는 이를 갈 듯 낮고 날카로웠다.“장난칠 기분 아니야. 마지막으로 묻겠어. 고예진, 지금 어디 살고 있어?”은주는 코웃음을 쳤다.[내가 예진이 뱃속에 들어가 있기라도 해? 내가 어떻게 알아! 뭐야, 이혼하니까 아쉬워졌어? 웃기지 마, 부윤제. 그러게 있을 때 잘 해야지. 그러니까 그 더러운 감정은 그냥 집어넣어.]윤제는 원래부터 은주를 좋아하지 않았다.그 중 절반은, 바로 이 거침없는 입 때문이었다.“너, 예진이 절친이라면서... 자기 절친이 이혼해서 ‘중고’가 되는 걸 보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 난 거야?”그 말에 은주는 바로 혈압이 치솟았다.원래는 네일 숍 의자에 편하게 앉아 젤네일을 하면서, 오늘 저녁 모임을 기대하고 있었다.‘있다가 한껏 꾸미고 나가야지.’그런데, 윤제의 입에서 ‘중고’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순간, 젤네일이 덜 말랐다는 것도 잊어버린 은주는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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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손님, 핸드폰 파손하신 건 배상을 하셔야지요.”윤제가 고개를 들었다.그 눈빛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 순간, 두 명의 직원이 더 다가왔다.“저희 가게엔 CCTV가 있습니다. 협조를 안 하시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지요.”한 직원이 천장을 가리켰다.윤제는 분노로 얼굴이 붉게 상기됐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을 끝냈다.‘이걸 안 물어주면... 서은주 성격에 진짜로 법원까지 끌고 가겠지.’마음속에선 끓어오르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는 손목에서 시계를 풀어 직원에게 던졌다.“이거면 핸드폰 열 대는 살 거야.”서로 눈치를 보던 직원들은 그제야 비켜섰다.윤제는 거친 숨을 내쉬며 가게를 빠져나왔다.차에 올라타고서도, 목적지 없이 핸들을 잡았다가 곧 전화를 걸었다.“건우야, 너희 집안 힘 좀 빌리자. 좀 알아볼 게 있어.”건우는 목소리만 들어도 윤제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이거, 뭔가 큰 게 터진 모양이네.’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건우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뭔데? 내가 도와줄 일이?]윤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낮고 무겁게 내뱉었다.“이안 엄마, 지금 사는 주소 좀 알아봐 줘.”예진의 이름이 나오자 건우의 눈이 번쩍였다.[아니, 며칠 전엔 집에 들어갔다면서? 뭐야, 또 싸운 거야?]윤제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할 수 있어, 없어?”건우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일부러 느릿하게 말했다.[그거야 당연히 가능하지. 근데 말이야, 나도 네 절친으로 궁금해서 그런데... 무슨 일인데?]윤제가 전화를 끊으려는 듯 손가락을 움직였다.“쓸데없는 말이 많아.”건우는 서둘러 달랬다.[야야야, 끊지 마. 바로 알아봐 줄게. 좀만 기다려.]몇 분 후, 건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주소가 적힌 짧은 문자였다.[지금 예진 씨가 사는 곳. 오, 괜찮네. 너랑 싸우고 나서도 꽤 좋은 데서 사는구만?]그 주소를 본 순간, 핸드폰을 쥔 윤제의 손가락마저 흠칫 떨렸다.‘예진이가... 이런 고급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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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그래서? 오늘 재판은 잘 끝났어?”선아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아주 순조로웠어. 이혼 판결도 났고, 재산 분할도 우리 주장대로 됐어.”그 말을 들은 은주가 즉시 환하게 웃었다.“그럼 그렇지. 누굴 변호사로 썼는데. 우리 예진이가 괜히 서 변호사님을 썼겠어?”선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아까 은주 씨한테 다 들었어요. 정말 멋있게 처리하셨더라고요. 그런 쓰레기 남자는 절대 봐주면 안 돼요. 봐주는 순간, 그건 자기한테 칼 꽂는 거예요.”원래부터 기분이 좋았던 예진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층 더 어깨가 가벼워졌다.며칠 전만 해도 고환일이 쓰러졌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설령 또 무너진다 해도, 대신 막아줄 사람이 있다’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그때, 과일을 테이블에 올리던 은주가 뭔가를 떠올린 듯 눈을 크게 떴다.“아, 맞다! 예진아, 오늘 부윤제가 바에 왔었어. 나를 못 만나니까 바로 전화해서는, 너 주소를 알려달라면서 난리를 치더라.”“나야 당연히 안 알려줬지만, 그 인간이 자기 힘으로 알아낼 수도 있으니까... 한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선아도 표정을 굳히며 덧붙였다.“저도 찬성이에요. 혹시 막 이혼하고 기분이 뒤틀려서, 예진 씨한테 해코지할 수도 있잖아요. 조심하는 게 나아요.”하지만 예진은 고개를 저었다.“은주야, 괜찮아. 부윤제가 그래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인데, 이혼했다고 막 행동을 하진 않겠지. 게다가 괜히 시끄럽게 굴었다가 소문이 나면,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은주와 선아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예진은 과일을 모두 썰어내고 손을 털며 말했다.“정말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사는 데는 보안이 아주 철저하거든. 그리고 서 변호사님이 바로 맞은편에 살잖아?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변호사님 부르면 돼. 부윤제라고 해도 함부로 못 할 거야.”그 말을 들은 순간, 은주의 눈이 크게 커졌다.“잠깐, 너 지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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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재하는 연기에 눈이 매워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테이블 정리가 거의 끝나자, 예진과 은주, 선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향했다.선아가 젖은 물티슈를 꺼내 재하의 얼굴을 꼼꼼히 닦아주었다.은주는 영호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푸핫, 이 얼굴 뭐예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숯장수인 줄 알겠어요.”재하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선아의 볼에 얼굴을 비비면서 검댕을 묻혔다.“야!”선아가 웃으면서 재하를 밀쳐내자, 그 모습을 보던 예진은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피어났다.그 웃음소리와는 달리,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민혁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흔들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레드와인을 가볍게 즐기고 있었다.마치 여유를 즐기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아니, 두 남자 둘이 이렇게 불도 못 피우면 되겠어요? 이러다 밤이 다 되겠네요. 우리 오늘 바비큐를 먹을 수나 있는 거예요?”은주가 허리에 손을 얹고 비꼬았다.영호는 코를 훔치려다 오히려 얼굴이 더 까맣게 되었다.그걸 본 은주는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재하는 손에 들고 있던 집게를 바닥에 툭 내려놓았다.“안 되겠어요. 이건 진짜 불이 안 붙어요. 그냥 사장님한테 해 달라고 해야겠어. 왜 꼭 여기서 바비큐를 먹겠다고 고집한 거야... 힘들게.”사실 민혁은 오늘 저녁을 시내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여유롭게 보내려고 생각했다.그래서 일부러 맞춤 정장까지 차려입었다.그런데 도착한 곳은 내비게이션마저 버벅거리는 교외 캠핑장.숯불을 피우는 꼴을 보니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세 여자는 불 피우는 쪽에는 더 소질이 없었기에, 결국 모두의 시선은 와인 잔을 들고 눈을 감고 있는 민혁에게 향했다.‘왜 이렇게 조용하지?’묘한 기운을 감지한 민혁이 눈을 떴다.그 순간, 마주친 건 온갖 기대와 간절함이 담긴 시선들이었다.은주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오빠, 저 두 사람은 완전 노답이야. 빨리 와서 시범 좀 보여줘.”재하도 덧붙였다.“야 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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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고기에서 적당히 기름이 흘러내리자, 민혁이 적당한 타이밍을 재듯 손가락으로 양념을 톡톡 뿌렸다.순간, 바람을 타고 퍼진 향이 사람 코끝을 강하게 자극했다.예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평소 바비큐 같은 기름진 음식은 잘 먹지도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눈앞의 고기가 유난히 맛있어 보였다.“배고파요?”민혁이 고개를 들어 예진을 바라봤다.그 시선에 예진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배고픈 건 아닌데... 좀 땡기네요.”민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돼요.”예진은 손에 든 작은 부채로 바람을 부치면서 물었다.“민혁 씨, 평소에 캠핑 자주 하세요?”“잘나가는 변호사인 제가 그렇게 한가할 것 같아요? 캠핑은 무슨...”민혁은 고개를 저었다.“그럼 숯불 피우는 건 어떻게 이렇게 능숙해요?”예진은 고기를 뒤집는 민혁의 손놀림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불 세기 조절, 꼬치 돌리는 타이밍... 모두 군더더기가 없었다.민혁은 잠시 고개를 숙여 고기를 살펴보다가 짧게 대답했다.“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쯤은 있죠.”“민혁 씨가 잘하는 건... 바비큐?”예진은 반쯤 농담처럼 말했지만, 속으론 생각했다. ‘이 사람, 진짜 고깃집에서 일한 적 있는 거 아냐?’ 민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저는... 살아남는 게 특기예요.”그 말에 예진은 잠깐 멈칫했다.‘살아남는 거?’바비큐와 생존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하지만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대신 시선을 고기에 고정한 채,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2분쯤 지나서, 민혁이 마지막으로 양념을 한 번 더 뿌리자, 먹음직한 바비큐 꼬치 6개가 완성됐다.마침 다른 네 사람도 제각기 하던 일을 마치고, 고기 냄새를 따라 모여들었다.제일 먼저 손을 뻗은 재하가 가장 기름진 꼬치를 집었다.“오, 이거 손맛 괜찮은데? 내가 먼저 독이 있는지 맛을 좀 볼게.”한 입 크게 베어 문 재하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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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손 대지 말아요, 이건 당신한테 주는 게 아니니까.”단호하게 말한 은주는, 선아와 재하를 번갈아 보면서 술잔을 두 사람 앞으로 밀었다.“이 칵테일 이름은 ‘열애’인데요. 보기엔 달콤한 분홍빛에 하트까지 있지만,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어지러울 거예요.”“한 입마다 사랑의 맛이거든요. 재하 오빠하고 선아 언니 두 사람한테 딱 어울려요.”그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진 선아는,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핑크빛 거품과 하트 장식에 홀린 듯이 잔을 들고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우와... 맛이 진짜 좋아요.”잔을 건네받은 재하도 한 입 마시더니 감탄했다.“서 사장님, 완전 장인이네.”턱을 치켜들며 뿌듯하게 웃은 은주는, 곧바로 두 번째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이번 잔은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스며드는 듯한 색감에, 마지막으로 레몬즙을 더해서 상큼한 레몬과 오렌지 향이 퍼졌다. 잔에서 풍기는 향만으로도 뜨겁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영호는 눈을 반짝이며 잔을 바라봤지만, 이번엔 성급하게 손을 대지 않았다.그런 영호 앞에 은주가 잔을 밀었다.“이건 제 건가요?”“당연하죠. 영호 씨는 겉보기엔 좀 무던하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고지식하면서도 솔직하고 가슴이 참 따뜻한 사람이에요.”“그래서 ‘따뜻한 햇살’이라는 이 칵테일이 딱 어울리겠죠?”얼굴이 조금 붉어진 영호가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오... 맛있어요!”예진은 속으로 인정했다.‘은주가 만든 칵테일은 다 의미가 있구나.’그 순간, 자신은 어떤 술을 받게 될지 은근히 궁금해졌다.곧, 은주가 세 번째 잔을 완성했다.검은색 바탕 위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자연스럽게 번져 올라가는 색감.예진은 그 의미를 바로 알 수가 없었다.그런데 은주가 잔을 예진 앞으로 밀며 말했다.“이건 ‘부활’이야. 과거가 아무리 어두웠더라도, 앞으로는 밝은 미래만 있길! 친구야, 새롭게 시작하길 바랄게!”예진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빛에 비춰보았다.검은색 아래로 스며드는 빛의 색이 유난히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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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은주는 얼른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 오빠. 예진이 말이 딱 내 생각하고 똑같아!”“계속해요.”민혁은 눈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예진을 바라봤다.뭔가 제대로 민혁의 마음을 건드린 것 같다고 생각한 예진은, 조금 더 힘을 실어 말을 이었다.“사람들은 흔히 하얀색을 예쁨이나 순수의 상징으로, 검은색을 사악함의 상징으로 여기죠.”“심지어 드라마 속 주인공과 악역도 옷의 색으로 구분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봐요.”예진은 잔을 살짝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만약 색으로 정의와 악을 구분한다면, 오히려 검은색이 정의를 상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색에도 물들지 않고, 어떤 색에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서 변호사님, 그게 바로... 당신 아닌가요?”“맞아, 맞아, 오빠! 예진이가 한 말은 전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은주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민혁은 아무 대답 없이, 웃음을 머금은 눈빛으로 예진만 바라봤다.재하와 선아는 미묘한 공기를 감지하고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리고는 괜히 말없이 고기를 씹으며 술만 한 모금씩 마셨다.‘이거... 뭔가 있어.’잠시 정적이 흐르자, 민혁의 시선에 조금 쑥스러워진 예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서 변호사님, 제가 한 말... 맞죠?”그제야 민혁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고 말없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좋아... 검은색을 이렇게까지 포장하다니.’그 표정에는 묘한 만족이 스쳤다.은주는 속으로 ‘살았다’ 생각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진 덕분에 위기를 넘겼기에, 은주의 눈빛에는 은근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잠시 후, 모두 자리에 앉아 잔을 들었다.각자의 잔 속에는 다른 색깔의 술이 빛나고 있었다.“건배!”잔들이 부딪히자, 은은한 웃음과 칵테일 향이 함께 퍼져갔다.“오늘의 메인 주제! 우리 예진이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거죠!”은주의 말에 모두가 동시에 예진을 바라봤다.“축하해요!”여섯 명의 목소리가 겹쳐졌다.잔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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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민혁은 잔을 기울이며 예진을 바라봤다.“예진 씨 생각에... 난 얼마짜리예요?”예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흥정하는 변호사는 처음 보는데...’많이 부르면 감당을 못 할 것 같고, 적게 부르면 괜히 기분 상할 것 같았다.결국 예진이 말을 못하고 망설이자, 민혁의 눈빛이 한층 장난스러워졌다.“그렇게 고민돼요? 그럼 방식을 바꿔서 묻죠. 얼마 줄 생각인데요?”예진은 잔을 내려놓으며 입술을 눌렀다.“잘 모르겠어요,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 근데 서 변호사님은 꽤 비싸지 않아요?”민혁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예진 씨, 로스쿨 시험 붙고 면접까지 끝낸 사람이죠? 곧 변호사 자격증 따서 일할 거라면서... 시세도 모르고 어떻게 사건을 맡아요?”“차차 알아갈 거예요.”예진은 고개를 숙이며 대꾸했다.민혁은 긴 손가락으로 잔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나 같은 급의 변호사는 보통 시간 단위로 계산해요. 그건 알죠?”“네, 알죠.”“그럼, 예진 씨 사건 맡은 날부터 오늘 아침 재판 끝날 때까지, 총 몇 시간이었는지... 직접 계산해 볼래요?”예진은 순간 멍해졌다.“그렇게 계산하는 거예요? 그동안 매일 사건 얘기만 한 것도 아니잖아요...”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속으로는 더 불안해졌다.그런 예진을 보자 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근데 예진 씨가 언제부터 계산할지 얘기한 적 있었어요? 없죠?”예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보통 이런 급의 변호사 상담은 시작할 때부터 시간 계산하고, 끝나면 바로 결제하는 게 당연했다.그런데... 민혁과는 애초에 ‘언제부터’라는 말조차 꺼낸 적이 없었다.‘이건 내가 완전히 불리해.’예진은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예진이 괜히 잔을 붙들고 연거푸 술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고, 민혁은 점점 더 흥미를 느꼈다.“이 얘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벌써 열두 모금째예요. 예진 씨 주량에, 이 상태로 나랑 대화 계속할 수 있겠어요?”그 말에 예진은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 슬그머니 잔을 내려놓았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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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예진은 은주의 바에 갔던 그날 이후, 은근히 이런 ‘살짝 취한 기분’을 즐기게 됐다.특히 이렇게 알딸딸한 상태에서 불꽃을 들자, 눈앞에 보이는 건 모두 영화 속 장면처럼 화려하게 보였다.불꽃 하나에, 세상이 두 배로 반짝이는 기분이었다.그 순간만큼은 마치 본능이 풀려난 듯, 예진은 불꽃을 손에 쥔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마음껏 웃었다.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웃으면서.손가락으로 천천히 술잔의 무늬를 더듬으면서, 민혁의 시선은 줄곧 예진을 놓치지 않았다.예진의 어디로 향하든, 시선은 자동으로 따라가는 듯했다.그 웃음을 바라보는 순간, 민혁은 묘한 착각에 빠졌다.‘이렇게 마음껏 웃고,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거야.’‘그래... 이게 바로 고예진의 진짜 모습이지.’‘어둠을 뚫고 피어난 한 줄기 빛처럼, 눈부시게 빛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재하와 선아는 불꽃을 흔들면서 몰래 민혁 쪽을 흘끗 봤다.민혁의 시선이 줄곧 예진을 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역시’라는 결론을 내렸다.사실 바에서 봤을 때 이미 절반쯤 눈치를 챘지만, 오늘 확신이 굳어진 것이다.선아가 다른 사람들과 여전히 신나게 노는 동안, 재하는 슬쩍 민혁 옆으로 다가와 술을 따라주었다.자신도 잔을 채운 뒤,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어이, 철벽인 서민혁도 드디어 싱글을 면하게 되는 거야?”민혁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싱글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그 한마디에 재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럼... 예진 씨가 바로...”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혁이 손가락을 들어 ‘쉿’ 하며 말을 끊었다.“그건 말로 하는 게 아니야. 느끼는 거지.”재하는 눈을 반짝이며 예진 쪽을 다시 바라봤다.재하도 이미 다른 시선으로 예진을 보게 되었다.하지만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 그저 술잔을 비우고 민혁과 함께 앉아 있었다.그때, 알딸딸한 표정의 예진이 손을 흔들었다.“둘 다 뭐해요! 빨리 와서 같이 해요!”그 모습을 본 재하는 한껏 ‘심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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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예진은 술이 약한 편이었다. 불꽃놀이를 마치고 바람까지 쐬자, 술기운이 더 확 올라왔다.그래서 불꽃놀이가 끝난 뒤, 민혁은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와 ‘예진이 자기 집이 바로 맞은편’이라는 이유로 예진을 데려왔다.하지만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예진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민혁이 황급히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예진은 화단 옆에 몸을 웅크리고 토했다.민혁은 차에서 휴지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건넸다.예진이 힘겹게 토하는 동안, 민혁은 등을 두드려 주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다.그 순간, 차에서 내린 윤제의 시야에 그 장면이 들어왔다.주먹이 절로 쥐어지는 장면!말없이 성큼성큼 다가간 윤제는, 민혁의 어깨를 거칠게 눌러버렸다.민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윤제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그러나 민혁의 반사신경은 빨랐다. 재빨리 몸을 뒤로 빼면서 피한 뒤, 곧바로 손목을 꺾어 윤제를 제압했다.“놔, 이 새끼야!”윤제는 어깨의 통증을 참으면서 거칠게 소리쳤다.민혁은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자, 힘을 조금 더 주었다.“고의 폭행은 범죄입니다. 이 근처엔 전부 CCTV가 있어요. 부 대표님, 진정하시죠.”속을 달랜 예진이 입가를 닦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윤제가 이렇게 몰아붙이는 모습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아직 말도 꺼내기 전에, 윤제의 매서운 눈빛이 예진을 향했다.“저 기생 오래비 같은 놈한테 당장 놓으라고 해!”그 말에 민혁이 다시 힘을 주자, 윤제의 팔에 부러질 듯한 압박이 전해졌다.통증에 윤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예진은 윤제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렇게까지 찾아왔다는 건, 분명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그건 오늘 있었던 이혼과 관련이 있을 게 뻔했다.‘이 얘기를 제대로 끝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시끄럽겠지.’그렇게 생각한 예진은 민혁을 보면서 말했다.“민혁 씨, 놔 줘요. 이 사람이랑 얘기 좀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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