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면서 말했다.“이미 끝난 사이지만, 반드시 알아야겠어. 너, 나랑 이혼하자마자 저 변호사 놈하고 눈 맞은 거 아니야?”“아니, 그 전부터겠지? 요즘 집에도 안 들어오더니, 알고 보니 벌써 같이 살고 있었던 거 아니야?”그 모습을 바라보는 예진은 낯선 느낌이 들었다.‘어떤 사람들은 이혼해도 여전히 가족이자 친지처럼 남을 수 있어.’‘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혼하는 순간 바로 가식의 가면을 벗어버리지.’‘한때 온화하고 성숙해 보였던 모습도, 그 순간 전부 허상으로 사라지는 거야.’‘세상은 원래 깨끗한데... 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법이야.’‘이런 사람한테 굳이 설명해 봤자 소용없어.’예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서 변호사하고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도, 당신은 안 믿을 거잖아. 이 얘기는 하도 많이 해서 이제 지쳤어. 지금 와서 더 말해 봤자 의미 없지.”윤제는 담배꽁초를 땅에 내던지고는 발로 거칠게 짓이겼다.“당신이 얼마나 역겨운 짓을 했는지 몰라? 당신도 흠집 없는 사람은 아니잖아? 내가 한 번의 실수하고 잘못한 걸, 꼭 이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해?”예진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우리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게, 그게 당신 눈엔 아직도 내가‘억지 부리는’걸로 보여?”윤제는 이를 악물었다.예진이 이어서 말했다.“사실 예전엔 우리 사이에 감정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만 끼지 않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늘 알았어.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게,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라는 걸 말이야.”윤제의 시선이 차갑게 예진을 꿰뚫었다.“그게 무슨 뜻이야?”“간단해. 바람을 피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우리 사이에 이제 사랑이 없다는 거야.”처음 함께할 때는, 서로 사랑했으니까 결혼까지 했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기든, 혹은 제3자가 끼어들든, 감정에 금이 가도 아직 메울 수 있다.하지만 감정 자체가 사라지면...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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