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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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윤제의 얼굴은 금세 먹구름이라도 낀 듯 잿빛으로 가라앉았다.그러자 아린이 잽싸게 도순희의 팔을 끌어당겼다.“이모, 그만 말씀하시고요. 오빠 배고플 거예요. 우리 나가서 뭐 좀 사 먹어요.”“어? 어...”제대로 상황 파악도 못 한 도순희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아린에게 끌려 병실 밖으로 나왔다.윤제는 문이 닫히자마자 건우에게 원망 가득한 시선을 날렸다.분위기를 눈치챈 건우는 바로 도망치듯 슬며시 병실을 빠져나갔다.“야!”윤제가 쥐고 있던 사과를 홱 던졌지만, 사과는 문에 부딪혀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복도로 나온 건우는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신이 났다.허태현이랑 송선재를 단톡방에 초대해 방금 본 일을 그대로 올렸다.단톡방은 곧바로 난리가 났다.[헐? 진짜임? 형수님이 진짜 이혼 선언한 거야? 와... 이건 장난 아닌데. 형수님이 윤제 형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윤제 형은 원래 형수님 별로 신경도 안 썼잖아. 근데 이혼하니까 위천공으로 입원까지 해?][...]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판을 두드렸다.[너넨 몰라. 사랑이란 건 말이지... 쯧쯧쯧.]병원을 빠져나온 뒤에야 아린은 걸음을 늦췄다.도순희는 여전히 분이 안 풀린 얼굴이었다.“얘, 왜 자꾸 날 끌고 나온 거야? 나 아직 아무것도 못 물어봤는데!”아린은 어른스러운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이모, 이혼이라는 게 아무래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오빠 마음도 복잡할 텐데 굳이 더 아프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도순희는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씩씩거리며 물었다.“너, 정확히 뭔 일 있었는지 아는 거야? 진짜 고예진이 이혼하자고 한 거 맞아?”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모, 지난번 식당에서 예진 씨랑 같이 밥 먹던 남자 기억하세요?”“기억나지! 그년, 뭐가 그리 당당하다고 바깥 남자랑 밥을 먹어. 난 그때부터 수상하다 싶었어!”아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 사람이... 예진 씨 이혼 소송 담당한 변호사예요. 근데...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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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예진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서 변호사님은 제가 요리 잘하는 게 탐나서, 셰프로 뽑은 거 같은데요?”민혁은 여전히 국 한 숟가락 뜨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요즘 예진 씨 요리 실력이 솔직히 전공 실력보다 나은 것 같긴 해요.”그 말에 예진은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지금 나 은근히 무시당한 거 맞지? 근데 또 틀린 말도 아닌 거 같고...’예진은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했다.“저도 로스쿨 빨리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 딸 거예요.”배부르게 국을 마신 민혁이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괜히 객기 부리지 말아요. 책 놓은 지 꽤 됐잖아요. 다시 시작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까, 몇 년 더 걸려도 괜찮아요.”예진은 단단히 결심한 얼굴이었다.“공부는 자신 있어요. 사실 다시 법대에 복학했거든요. 강의를 듣다 보면, 잊어버린 줄 알았던 내용도 다시 보면 생각나더라고요. 최대한 빨리 졸업하고, 자격증 따서 현업에 복귀할 거예요. 이번엔 진짜로...”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눈빛으로 예진을 바라봤다.“이혼도 정리됐겠다, 예진 씨가 진짜로 자기 꿈을 다시 찾아가고 싶다면,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해요.”예진은 잠시 입술을 꾹 다문 채 조심스럽게 민혁을 바라봤다. 눈빛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그 눈빛을 본 민혁은 바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왜요? 또 뭔가 부탁하려는 눈치인데?”예진은 씩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저... 오늘부터 복귀 가능한데요. 아직 제대로 출근한 날도 얼마 안 되지만... 그동안 딱히 맡기신 일도 없고요...”점점 목소리는 작아지고, 민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니까... 예진 씨는, 저랑 같이 사건을 맡고 싶다는 거예요?”예진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부딪히는 게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자리에서 일어난 민혁이 바지를 털면서 현관 쪽으로 향했다.예진이 황급히 따라가며 물었다.“그래서요?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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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주수영은 고개를 저으며 선을 그었다.“그만들 하세요. 우리 보스가 직접 뽑은 사람이에요. 괜히 건드렸다가 다칠 수 있어요.”실은 민혁이 사람을 뽑을 때 예진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그가 말했던 채용 조건들... 경력, 학력, 외국어 능력, 성격, 업무 이해도...그 모든 항목에 부합하는 지원자는 예진 단 한 명뿐이었다.게다가 예진의 이력서가 인사팀에 도착했을 때, 민혁이 인사팀에 직접 말을 하기도 했다.“그 지원자 이력서, 저한테도 보내줘요.”그래서 사람 보는 눈이 밝은 인사팀에서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그렇게 예진은,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채용되었고, 그 사실은 곧 회사 내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거리로 떠올랐다.‘서 대표가 직접 데려온 여자', 이에 대한 상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하지만 정작 본인인 예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직장 생활이 처음이라 직장 내 소문이라는 게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황당하게 퍼지는지도 몰랐다.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예진은 익숙한 손길로 민혁에게 커피를 내렸다. 자기 몫의 커피도 한 잔 뽑은 뒤, 책상 앞에 앉아서 얌전하게 민혁의 지시를 기다렸다.‘아직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까 바쁘신가... 그럼 그동안 공부나 좀 하자.’예진은 조용히 책을 펼치고, 변호사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한참이 지나고, 민혁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비서.”“네!”“회의실에서 의뢰인이랑 미팅 좀 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회의 끝나고 이 사건 개요 알려줄 테니까, 오늘부터 고 비서가 같이 도와줘요. 같이 맡아보자고.”그 말을 들은 순간, 예진은 의자에서 튀어 오를 듯한 기세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민혁이 회의실로 향하며 사무실을 나서자, 좀 전까지 수군대던 직원들이 순간 정적이 되었다. 민혁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서 대표님이 평소에 자기 방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잖아. 특히 자기가 없을 때는 절대 안 된다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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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예진의 말이 끝나자, 어색하던 정적이 빠르게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예진은 원래부터 이목을 끄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그런 예진이 로펌의 대표변호사인 민혁의 옆자리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은 이미 ‘잘 보이고 싶은 대상’으로 예진을 인식하고 있었다.제일 앞에 서 있던 짧은 단발머리의 여성이 먼저 손을 뻗어 버블티를 나누기 시작했다.연한 핑크빛 셔츠에 생기 넘치는 인상이 인상적인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감사해요, 고 비서님!”그 말을 시작으로, 음료를 받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인사를 건넸다.“잘 마실게요!”“센스 최고예요!”“오늘 하루 기분이 너무 좋아요!”“...”예진도 밝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다행이야... 그래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서.’버블티를 거의 다 나눈 후, 두 잔이 남았다.단발머리의 여성이 한 잔을 들고, 다른 한 잔을 예진에게 내밀었다.“고 비서님도 하나 드세요. 저는 한아름이라고 해요. 이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예진은 아름의 부드러운 인상과 편안한 말투에 좋은 느낌을 받았다.‘이분하고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합니다.”예진은 살짝 웃으며 음료를 받아들었다.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진 그 순간.갑자기 사무실 입구 쪽에서 다급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비켜! 내가 직접 봐야겠어! 그년이 여기서 무슨 꼴 보기 싫은 짓을 하고 다니는지!”“사모님, 정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순간, 사무실 전체가 얼어붙었다.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쏠렸다.예진은 소리의 주인공인 도순희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걸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왔다. 느낌이 싸하더라니. 이건 무조건 날 보러 온 건데.’입구 쪽 데스크 직원이 계속 막아보려 했지만, 도순희는 아예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리고 허리에 손을 짚은 채,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비켜!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이년이 지금 우리 아들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지!”그 순간, 아름이 먼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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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잠깐 눈을 감았던 예진이 다시 눈을 떴다.‘이 일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그래서 천천히 아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한 변호사님, 손을 놔주세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아름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진을 바라봤다.“고 비서님 혼자 괜찮겠어요?”예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그제야 아름은 조심스레 손을 풀었다.도순희는 손목을 문질러가며 다시 예진을 노려봤다.“이런 싸가지 없는 년, 우리 부씨 집안에서 널 몇 년이나 먹여 살렸는데! 고씨 집안에 내가 얼마나 퍼줬는지 알기나 해?”“그런 주제에 우리 아들이랑 이혼하겠다고? 웃기고 있네. 지금은 또 뭐? 바람 핀 그놈이랑 여기서 눈 맞추고 일하고 있어? 어디 있어? 그놈 당장 불러와!”도순희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사무실을 훑었다.당연히 민혁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순희는 점점 더 기세등등했다.‘바람? 불륜? 저런 말까지 서슴없이...’순간 사무실 분위기는 싸늘하게 굳어졌다.직원들은 손에 들고 있던 버블티도 잊은 채, 눈만 깜박이며 두 사람을 주시했다.‘설마... 저 여자가 말한 ‘바람 핀 그놈’이... 서 대표님...?’아무도 속삭이지 않았지만, 묘한 기류가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예진은 이를 악물고 도순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이건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야. 피하면 안 돼!’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모두가 일하는 공간이에요. 밖에 나가서 얘기하시죠.”예진은 먼저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도순희는 떼를 쓰며 소란을 피울 뿐이다. 그리고 근처의 의자를 끌고 와서 털썩 앉아버렸다.“가긴 어딜 가! 왜 밖에서 얘기해? 이 망할 년, 그래도 낯짝은 있는 모양이지? 여기서 얘기하긴 쪽팔린다는 거야? 이제서야 쪽팔린 게 생각났어? 그럼 그때 니가 바람 피울 때는 부끄러운 줄 몰랐어?! 어?”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얼어붙어 있었고, 도순희의 말은 갈수록 더 신랄해졌다.‘이건 완전... 드라마도 못 따라오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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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예진은 조급해하지도,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도 않았다.오히려 그 눈동자 속엔 싸늘한 기운이 어렸다.‘도 여사가 오늘 진짜 작정하고 왔구나.’예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가 뭘 했는데요? 어떤 ‘정체’를 말씀하시는 거예요?”벌떡 일어나서 허리에 두 손을 올린 도순희가 고개를 치켜세웠다.목소리는 더 커졌고,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다들 잘 보세요! 겉보기엔 얼마나 곱고, 말도 조곤조곤 잘하는지... 근데 이 년이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우리 아들이랑 몇 년을 같이 살면서 애도 낳아놓고, 그동안 일은 하나도 안 하고 우리 아들 등골만 빼먹은 년이에요!”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본 도순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이 여자는 물론이고, 이 여자 집안도 똑같아요. 몇 년 동안 우리 집에서 얼마나 퍼줬는지, 돈이 줄줄 샌 게 한두 푼이 아니라고요!”순식간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애까지 있어?”“아예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있었다고...?”“...”이제 아예 직원들 사이로 걸어간 도순희는, 직원들을 붙잡고 울분을 토해냈다.“결혼하면 한 식구니까 돈을 좀 쓰는 건 괜찮은데... 저 년은! 결혼하고도 딴 남자하고 바람이 났어요. 그것도 누구? 바로 여기 서민혁 대표변호사하고요!”“우리 아들한테 이혼하자고 통보하고는 애도 버렸어요. 남의 집안 재산을 반이나 갈라 가져가고, 지금은 그 서민혁 대표변호사랑 같이 살림을 차렸대요!”“어젯밤엔 우리 아들이 그 일로 위천공이 생겨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근데 내 며느리는요? 내 며느리는 지금 다른 남자 손을 잡고 연애질이나 하고 있지요!”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도순희는, 허벅지를 탁탁 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내가 그동안 참았던 것도 다 우리 아들하고 손자를 생각해서였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년을 가만히 놔두면 내가 엄마가 아니잖아요!!”“여러분, 한번 보세요. 그런 년이 어떻게 당당하게 여길 다니고 있는지...!”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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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그 누구보다 예진을 흔들 수 있다고 확신했던 도순희는, 예진의 이토록 침착한 태도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자신이 한 마디만 하면 무너질 줄 알았는데, 이건 분명히 예상 밖이었다.‘이게 왜 안 먹히지...?’‘이쯤이면 울고불고 난리 칠 타이밍 아닌가?’도순희는 갑자기 허공에다 대고 주먹질하는 기분이었다.‘헛발질만 하는 듯한 이 무력감...’‘뭐야, 왜 날 쳐다보기만 하는 거야?’꽤 시간이 흘렀다.그제서야 도순희는 다시 도도한 태도로 목소리를 높였다.“여자로서 아내 역할도 제대로 못 한 건 그렇다 쳐. 근데 엄마로서도 형편없잖아!”마치 사람들을 의식하듯 주변을 둘러보면서 도순희가 말했다.“여러분, 이거 다들 몰랐을 겁니다. 손주를 낳은 뒤에는 내가 계속 손주를 돌봤어요. 이 나이에 애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아세요?”“그래도 내가 참았어요. 우리 아들이랑 잘 살기만 하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 년은 결국 우리 집안을 배신했어요. 그 고생을 다 시켜놓고 바람까지 피우다니, 저게 사람이에요?!”사무실 분위기는 더 이상 ‘업무 시간’이라 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정신은 전부 도순희의 입에 쏠린 듯했다.예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도순희만 말을 하고 있었다.그런 침묵이 오히려 더 도순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하지... 왜 반응이 없는 거야?’‘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전혀 화도 안 나는 거야?’잠시 말을 멈춘 도순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예진을 노려봤다.그러나 그런 시선에도 예진은 흔들리지 않았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예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제... 다 하셨어요?”도순희는 눈을 부라리며 예진을 노려봤지만,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제서야 예진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재킷의 앞섶을 가다듬고는, 주변의 시선을 그대로 감내하면서 받아냈다.그리고는 차갑지만 또렷한 눈빛으로 도순희를 바라봤다.“사모님이 하고 싶은 말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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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도순희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우연이 많아? 둘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건 그래, 그럴 수도 있지.”“근데 새벽에 어디로 들어가는지... 누가 알아? 네가 진짜 안 갔다고 말해도 누가 믿겠어?”예진도 조용히 비웃음을 지었다.그 눈빛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결의로 차 있었다.“왜 제가 증명해야 하죠? 사모님이 저랑 서민혁 변호사님이 부적절한 관계라고 주장하셨잖아요? 그럼 증거는 사모님이 가지고 와야죠!”예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만약 증거 없이 저를 모욕하고 비방하신 거라면, 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명예훼손’으로요!”그 말을 듣는 순간, 도순희는 말문이 막혔다. 자기 기억 속의 예진은, 시어머니 눈치를 보면서 맞장구나 치던 며느리였다.순하고 순종적이고 자기 눈에 들기 위해 애쓰던 그런 며느리.그런데 지금은?자신과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소송’이라는 단어까지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쟤... 진짜 많이 달라졌네.’‘서민혁 그 인간 옆에 붙어 있더니, 완전히 건방진 거만 배운 거야...’도순희는 이를 악물며 다시 기세를 높였다.“그래! 내가 증거가 없다고 쳐! 하지만 너하고 서민혁은 이혼도 하기 전에 단 둘이 밥을 먹었어. 그리고 이혼하자마자 서민혁의 회사에 취직하고, 서민혁의 맞은편 집에 산다고? 이 정도면 충분히 수상한 거 아니야?”예진은 대답 대신 코웃음을 쳤다.너무 뻔하고 지겨운 질문!이젠 대꾸할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그때, 예진 뒤에 서 있던 아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날카로웠다.“사모님,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아닙니다.”“의뢰인과 변호사가 만나 식사하거나 또 같은 아파트에 사는 건, 그 자체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아름이 눈썹을 살짝 세우면서 덧붙였다.“만약 이런 정황만으로 누군가를 공격한다면, 그 어떤 관계도 왜곡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얼마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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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예진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아까 사모님께서 언급하신 아이 이야기요.”그 말에 도순희의 눈썹이 한껏 들썩였다.예진은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그녀를 바라봤다.“제가 낳은 아이예요. 제가 열 달 동안 품었고, 죽을 만큼 아파하면서 낳은 제 아이입니다. 당연히 제 품에 안고 키우고 싶었죠. 하지만 출산 직후 제 몸이 약하다는 핑계를 대고, 사모님이 강제로 아이를 데려가셨잖아요.”예진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누구보다 진했다.“그 뒤로 사모님은 아드님과 바람이 났던 그 여자와 함께 제 아들을 키우셨죠.”사무실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결국 제 아들은 지금 친엄마 얼굴을 봐도 저를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를 낯선 사람처럼 대하죠.”살짝 눈을 내리깔았던 예진이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그런 아이를... 억지로 제가 데려와서 키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아이가 저를 엄마로 기억하지도 않는데... 그럼 전 뭘 위해, 누구를 위해 그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해야 하죠?”자신의 주장이 이유가 안 된 다는 걸 깨닫자, 도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이건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었다.‘이게 무슨... 얘가 이런 식으로 조목조목 따질 줄 알았다면...’그 순간, 직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얘기들이 터져 나왔다.“와...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거야?”“처음엔 고 비서님이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완전 반전이네!”“저 사모님은 아예 말이 안 통해. 저 눈빛부터가 장난 아님...”“근데 고 비서님 진짜 조리 있고 똑 부러지게 말 잘한다. 우리 대표님이 왜 뽑았는지 알겠어!”“대표님이 그럴 분이 아닌 건 다들 알잖아. 애초에 ‘바람’ 같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냐.”“...”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처음엔 예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직원들이, 이젠 하나같이 도순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 시선들을 감지한 도순희는 안색이 점점 붉어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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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민혁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웅성거리던 직원들의 목소리가 단숨에 사라졌다.누구 하나 숨도 크게 쉬지 못했고, 공기마저 순식간에 착 가라앉았다.민혁은 말없이 예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눈빛은 예전처럼 느긋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예진의 부은 얼굴을 확인하려고 할 때, 도순희가 다시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어머, 드디어 나오셨네?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불륜 변호사’가 이렇게 고개를 들고 나올 줄은 몰랐는데?”민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순희를 쏘아보았다.무표정이지만, 그 안에 깃든 싸늘한 경고는 모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민혁은 평소엔 쉽게 화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그런 민혁이 지금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고 분노를 억누르자, 오히려 사람들은 더 숨을 죽이고 지켜보게 되었다.‘대표님, 지금 진짜 화가 났어...’직원들은 모두 긴장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누구도 이토록 서늘한 민혁의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도순희조차 잠깐 움찔했다.그 시선이 너무 매서워서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의 기세등등하던 태도도 잠시 수그러든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그런 긴장감 속에서 예진이 조용히 입술을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일은 끝났어요?”그 말에 민혁이 예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예진을 마주하자, 싸늘한 민혁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제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고 비서는 맞아 죽겠네요. 고 비서, 왜 그렇게 바보 같아요?”멍하니 민혁을 바라보던 예진이 조금 당황한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생각보다 빨라서 그냥... 반응을 못 했어요.”민혁은 한숨을 쉬었다.“여기가 어딘데, 맞고 있어요? 여기는 고 비서가 일하는 회사예요!”예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뜬금없이 사람들 앞에서 욕을 먹고 따귀까지 맞아야 했다.‘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맞아야 해?’하지만 예진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눈물이 어린 모습을 들킬까 봐... 그저 웃어넘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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