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영은 고개를 저으며 선을 그었다.“그만들 하세요. 우리 보스가 직접 뽑은 사람이에요. 괜히 건드렸다가 다칠 수 있어요.”실은 민혁이 사람을 뽑을 때 예진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그가 말했던 채용 조건들... 경력, 학력, 외국어 능력, 성격, 업무 이해도...그 모든 항목에 부합하는 지원자는 예진 단 한 명뿐이었다.게다가 예진의 이력서가 인사팀에 도착했을 때, 민혁이 인사팀에 직접 말을 하기도 했다.“그 지원자 이력서, 저한테도 보내줘요.”그래서 사람 보는 눈이 밝은 인사팀에서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그렇게 예진은,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채용되었고, 그 사실은 곧 회사 내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거리로 떠올랐다.‘서 대표가 직접 데려온 여자', 이에 대한 상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하지만 정작 본인인 예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직장 생활이 처음이라 직장 내 소문이라는 게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황당하게 퍼지는지도 몰랐다.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예진은 익숙한 손길로 민혁에게 커피를 내렸다. 자기 몫의 커피도 한 잔 뽑은 뒤, 책상 앞에 앉아서 얌전하게 민혁의 지시를 기다렸다.‘아직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까 바쁘신가... 그럼 그동안 공부나 좀 하자.’예진은 조용히 책을 펼치고, 변호사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한참이 지나고, 민혁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비서.”“네!”“회의실에서 의뢰인이랑 미팅 좀 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회의 끝나고 이 사건 개요 알려줄 테니까, 오늘부터 고 비서가 같이 도와줘요. 같이 맡아보자고.”그 말을 들은 순간, 예진은 의자에서 튀어 오를 듯한 기세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민혁이 회의실로 향하며 사무실을 나서자, 좀 전까지 수군대던 직원들이 순간 정적이 되었다. 민혁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서 대표님이 평소에 자기 방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잖아. 특히 자기가 없을 때는 절대 안 된다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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