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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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보아하니 송승예와 고환일은 민혁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내가 없는 동안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야?’‘우리 부모님이 이렇게까지 좋아하시는 걸 보니...’예진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윤제는 아린을 도순희 집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았지만, 지금 예진과의 관계가 불안정한 상태라서 결국 마지못해 이안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윤제와 이란이 집에 도착하자, 거실엔 예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유순자는 이미 저녁상을 차려 두었고, 윤제가 들어오자 국을 떠 주었다.“집사람은요?”윤제가 이안을 자리에 앉히면서 물었다.유순자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사모님, 나가셨어요.”“나가셨다고요? 어디로요?”“사모님이 어디 가시는지 저한테 말씀을 안 하시셨어요. 저도 몰라요.”순간, 윤제의 표정이 굳어졌다.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처음에는 신호가 갔지만 받지 않았다.두 번째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그 시각, 예진은 막 고환일, 송승예와 함께 저녁을 마친 참이었다.식사는 민혁이 사 온 것이었고, 예진은 식탁 위 그릇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팔려 소파 위에 둔 핸드폰을 미처 보지 못했다.설거지를 마치자, 고환일이 시계를 슬쩍 보았다.“이제 늦었으니 너희 둘은 가 봐라.”병실은 넓지 않았고, 송승예와 두 명의 간병인만 있어도 충분히 돌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게다가 고환일의 회복 속도도 좋아서 굳이 많은 인원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예진은 잠시 더 있을까 고민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차라리 집에 가서 아빠한테 드릴 영양식을 만들어 오는 게 낫겠어.’그렇게 예진은 민혁과 함께 병원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차에 올라탄 예진은 그제야 핸드폰 화면에 찍힌 윤제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집에 갔는데 내가 없으니까 전화했겠지.’하지만 굳이 다시 전화를 할 생각은 없었다.‘낮에는 다른 여자 품에 있다가, 밤이 되니까 나한테 연락해? 웃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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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예진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자 곧, 메시지 알림이 연달아 울렸다.[어디야?][전화 받아.][고예진,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또 뭐하자는 건데? 어제 집에 들어왔잖아. 오늘은 또 왜 그래?][서은주한테 당신 주소 물어보기 전에 전화 받는 게 좋을 거야.][...]예진은 윤제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심지어 은주를 찾아가 귀찮게 굴지도 몰랐다.이미 한 번 은주를 곤란하게 만든 적이 있었기에, 예진은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문제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한 예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마침, 또다시 울리는 벨소리.이번엔 통화 버튼을 눌렀다.[끝까지 나를 가지고 노는 거야? 지금 당장 집으로 와!]나지막한 윤제의 목소리에는 이미 날이 서 있었다.예진 역시 차갑게 받아쳤다.“안 가. 돌아갈 생각 없어.”윤제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불만이 묻어났다.[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예진아, 나 요즘 바빠. 매일 당신 기분 맞춰줄 시간 없어. 나이도 있는 사람이 좀 철들면 안 돼?]예진은 비웃음을 참지 않았다.‘철이 들어? 다른 여자 품에 파묻혀 있는 건 ‘철이 든’거야?’“내 기분 맞출 필요 없어. 당신도 시간 아낄 필요도 없고. 2심 법정에서 봐.”윤제는 이를 악문 듯 나지막하게 내뱉었다.[또 기어오르네? 어제 내가 좀 봐줬더니 진짜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계속 이러면 내 인내심도 진짜 끝이야.]“마음대로 해. 애초에 당신이랑 계속 살 생각은 없었어. 어제 잠깐 들어간 것도, 더 확실하게 갈라서기 위해서였으니까.”그 순간, 전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예진이 담담하게 마무리했다.“우리 사이에 더 이상 할 말도 없어.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뚝!통화를 끊은 예진은 핸드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서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둔 뒤 예진은 조용히 이불을 덮었다.‘이틀 뒤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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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햄버거,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맛있지만, 예진은 늘 그런 걸 먹지 못하게 했다.이안이 그런 엄마를 좋아할 리 없었다.하지만 곧 이안은 전에 아린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 특히 아빠한테는 절대 안 돼. 안 그러면, 고모가 다시는 맛있는 걸 사주지 않을 거야.”이안은 눈을 굴리면서 대답을 바꿨다.“그냥... 고모가 좋아.”아들이 아직 어리다고 여긴 윤제는 이 말 속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자, 이제 자자.”한참 뒤, 윤제는 이안이 잠든 줄 알고, 살금살금 문을 열고 나갔다.아버지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이안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이어서 불을 켜고, 책가방을 열어 안에 숨겨둔 초콜릿을 꺼냈다.아린이 몰래 사준 것이었고, 다 먹으면 또 사주겠다고 했다.이안은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문 이안은, 고개를 흔들면서 혀를 찼다.“고모가 맛있는 거 사주니까 당연히 좋지.”윤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다른 방으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꽉 찬 재떨이를 비운 뒤에야 안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다음 날 아침.예진이 정성스레 끓인 갈비탕이 막 완성됐을 때, 민혁이 정확한 타이밍에 초인종을 눌렀다.문을 열자, 아무렇지 않은 듯이 슬리퍼를 신고 들어왔다.그리고 스스로 그릇을 꺼낸 뒤 갈비탕을 한 국자 떠서 맛을 봤다.“진짜 개코 아니에요? 방금 완성했는데 냄새 맡고 바로 온 거예요?”민혁은 태연하게 받아쳤다.“아버님 드리기 전에 독이 있나 맛을 보는 거죠. 변호사의 의무 아닙니까?”간단하게 아침을 함께한 뒤, 예진은 보온 도시락에 갈비탕을 담아 들고 집을 나섰다.“오늘도 쉬는 날이에요?”예진의 기억으로는 어제가 일요일이니, 오늘은 분명 월요일일 것이다.민혁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예진 씨가 제 비서예요? 아니면 제가 예진 씨 비서예요? 이런 질문은 보스가 하는 거 아닙니까?”예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제 말은, 민혁 씨가 출근해야 하면, 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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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고환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말이 그런 거지... 한 번 크게 데이면, 다시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아.”그 말에 송승예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자신의 딸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예진은 사랑할 땐 모든 걸 쏟아붓고, 물러설 길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사랑을 거두면, 정말 칼로 자르듯 깨끗하게 끊어낸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몇 번이나 진심을 내줄 수 있는 걸까...’‘한 번 크게 배신당하면, 다시 문을 여는 건 어렵지.’“여보, 그래도 민혁이는 괜찮은 남자잖아요. 정말 우리 예진이한테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예진이 마음에 들어가겠죠.”송승예가 남편을 위로했다.그날 하루는 특별할 것 없는 병원 일정이 이어졌다.예진이 병실에서 아버지를 돌보자, 민혁은 그 옆에서 끝까지 함께 했다.저녁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다음 날은 2심 재판이 있는 날이라, 집에 돌아온 시간도 평소보다 빨랐다.집에 도착한 예진은 베란다의 수국에 물을 준 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마침 야간 러닝을 나서려던 민혁과 마주쳤다.며칠 전 민혁과 함께 뛰었던 날, 푹 잠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 기억에 예진은 별다른 고민도 없이 민혁과 함께 근처 운동장으로 향했다.두 바퀴를 함께 달린 뒤, 둘은 걸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내일이면 끝나네. 긴장돼요?”예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오히려 기다려져요.”민혁이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혹시... 이혼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살 건지 생각해봤어요?”예진은 저녁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걸 느끼면서 한동안 진지하게 생각했다.“예전엔 그냥 이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목표가 생겼어요.”민혁이 흥미로운 듯 눈썹을 곧추세웠다.“들어봐도 돼요?”“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일하면서 로스쿨에 다니고, 진짜 변호사가 돼서... 가능하면 민혁 씨처럼 제 사무실을 차리고 싶어요.”“그리고 이혼해서 받은 돈으로 우리 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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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예진이 가볍게 웃었다.“당연하죠. 게다가 머릿속에 연애 생각만 가득한 직원한테, 민혁 씨 같은 보스가 과연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겠어요?”그 말에 민혁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뒤로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지만, 공기 속에 묘한 온기가 감돌았다.두 바퀴를 더 돌고 나서야,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아파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하게 집 앞으로 걸어가던 예진이 뒤돌아서 민혁을 바라봤다.“잘 자요, 변호사님.”발걸음을 멈춘 민혁도 예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아침에는 옥수수전 먹고 싶네요.”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문을 열려던 순간, 등 뒤에서 민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예진 씨.”예진이 고개를 돌리자, 민혁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왜요?”예진은 혹시 아침 메뉴를 더 추가하려는 건가 싶어서 진지하게 물었다.한참을 뜸 들인 민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예진 씨 말이에요... 아까 얘기했던 ‘완전히 벗어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그건 어떻게 해야 완전히 벗어나는 건데요? 혹시... 힌트 같은 거 없어요?”“네?”예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곧 운동장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그건...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게 아니죠. 상황 따라 다르죠. 왜요?”‘설마... 나한테 소개팅이라도 시켜 주려는 건가?’‘월급 주고, 사랑까지 챙겨주는 보스가 어디 있어?’민혁은 짧게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덧붙였다.“그냥... 예진 씨는 다음엔 분명히 좋은 사람을 만날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 사람은 정말 예진 씨를 많이 사랑할 거고.”예진은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이 사람이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 맞아?’‘하는 말이 이렇게 앞뒤가 안 맞을 수가 있나.’그래도 맞장구를 쳐줬다.“왜 그렇게 확신해요?”민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주머니에 양손을 넣었다.“그야... 사람은 한 번 크게 데이면, 다음엔 더 잘 보게 되잖아요. 실패 사례를 겪었으니, 예진 씨의 다음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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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오늘 며칠이지?”아린이 잠시 멈칫했다.“5일.”윤제가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하더니, 이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 큰일 났다. 오늘 이안 엄마랑 이혼 2심 있는 날인데... 9시 반에 회의까지 잡혀 있네.”그 말을 들은 아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일이 더 중요하잖아, 오빠. 이미 약속한 거면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윤제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차라리 2심은 안 가는 게 낫겠어. 내가 안 갔다고 이안 엄마가 끝까지 난리 치진 않겠지.”아린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오빠 대리로 갈게.”윤제가 아린을 바라봤다.“그건...”‘이안 엄마도 이미 아린과 나의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인데...’‘이혼 재판에 아린이 대신 나간다? 그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지.’‘게다가 아린의 몸 상태도 안 좋은데.’윤제는 굳이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윤제의 망설임을 눈치챈 아린이, 마치 이해한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걱정 마, 오빠. 아무도 안 가면 1심 판결 그대로 이혼이 확정될 수도 있어. 차라리 내가 가서 예진 씨한테 얘기해 볼게. 최대한 이혼 안 하게 설득해 볼게. 이안이 완전한 가정에서 자라도록.”윤제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나는 사실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말 하면 아린이 기분 나빠하겠지.’그래서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아린이 이미 나서겠다고 한 이상, 윤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긴 더 꺼려졌다....아침을 마친 윤제는 회사로 향했고, 아린은 차를 몰고 의기양양하게 가정법원으로 향했다.법정에 들어선 시간은 9시 10분.들어온 사람이 아린이라는 걸 확인하자, 예진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부윤제가 류아린이랑 이렇게까지 된 거야? 이혼 얘기까지 대신하러 오게?’‘하지만 누가 오든 상관없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아니, 오히려 류아린이 온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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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고예진!”예진이 걸음을 멈추고, 민혁과 함께 뒤를 돌아봤다.아린의 입가엔 비웃음 섞인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축하해. 드디어 원하던 대로 윤제 오빠랑 이혼했네.”예진은 단번에 알아챘다. 아린이 지금 노골적으로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그러게. 나도 축하해야겠네. 내가 부윤제 손을 놓을 때까지 참고 기다렸으니 말이야.”아린의 웃음이 더 깊어졌다.“아니, 넌 착각하는 거야. 난 처음부터 네가 윤제 오빠 손을 놓길 기다릴 필요도 없었어. 윤제 오빠 마음엔 항상 내가 있었거든. 그게 아니라면,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 결혼 사이에 걸림돌로 남았겠어?”예진이 입을 열려던 찰나, 민혁이 먼저 끼어들었다.“허, 상간녀 주제에 참 당당하네? 남의 결혼에 끼어든 걸 자랑이라도 하나 봐?”아린이 코웃음을 치며 쏘아붙였다.“당신이 뭘 알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진짜 제3자지. 난 윤제 오빠랑 어릴 때부터 함께한 죽마고우야. 오빠 옆엔 원래부터 내가 있어야 했어.”민혁도 똑같이 비웃음을 흘렸다.“그래, 난 몰라. 왜냐면 남의 가정에 끼어든 적이 없거든.”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아린을 위아래로 훑어봤다.“참 신기하네. 쓰레기를 줍고도 그렇게 우쭐할 수 있다니. 머리에 뭐 문제 있는 거 아냐? 아, 근데 생각해 보니 부윤제가 당신을 고른 건... 역시 ‘끼리끼리’였어. 둘이 참 잘 어울리네!”“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아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숨이 거칠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민혁은 그런 아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선을 예진으로 돌렸다.“예진 씨, 이건 제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네요. 왜 이렇게 멀쩡한 사람이 쓰레기랑 고물상의 러브스토리를 방해하고 있었어요? 진작에 이혼해서 둘이 서로 합치게 했어야죠.”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그러네요. 이건 제 잘못이네요.”민혁이 예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뭐, 잘못을 인정했으니 됐어요. 이제라도 합치게 도왔으니 늦지 않은 거죠.”그리고는 일부러 코를 막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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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솔직히 말해, 예진은 요즘 들어 민혁을 새롭게 보고 있었다.이혼소송도 마무리되고 재산 분할까지 깔끔하게 끝나자, 온몸이 한결 가벼워졌다.그 자리에서 바로 은주와 영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저녁에 모여서 제대로 축하하자고.둘 다 주저 없이 ‘좋다’고 답했다.지난번에 같이 어울렸던 구재하와 오선아 생각이 나서, 이번엔 민혁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다 같이 모여야 더 신나니까.잠시 후, 예진은 병원으로 돌아가 이 좋은 소식을 고환일과 송승예에게 전했다.물론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예진이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어서 두 사람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리고 민혁과 예진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이제는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오히려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아빠, 부윤제 쪽에서 돈이 들어오면 바로 회사 재무팀에 넘길 거예요. 그러면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거예요.”고환일은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복잡해졌다.“다 아빠 때문이지... 이혼만 해도 힘든데, 내가 또 짐이 돼 버렸구나.”예진은 웃으며 아버지 손을 꼭 잡았다.“아빠,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가족이잖아요.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넘기는 거죠. 그리고...”예진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거기선 민혁이 사과를 깎으며 송승예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리고 나도 일을 하게 됐어요. 민혁 씨가 사장님이거든요. 지금 보수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요.”“이제 아이도 없으니, 혼자 사는 데 큰돈 안 들어요. 그러니까 엄마, 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그렇게 말해도, 부모 마음이 어디 그런가... 고환일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민혁이는 변호산데... 그럼 네 일도 법조계와 관련된 거야?”예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웃었다.“그럼요, 아빠. 이제 이혼했으니 나도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잖아요. 그 시간을 내 꿈을 위해 쓰려고요.”고환일은 잠시 말이 없었다.‘이게 맞는 걸까... 하지만...’이혼 후의 예진은 분명 전보다 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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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민혁이 미소를 지었다.“네, 저도 봤어요. 예진 씨는 이 일을 정말 잘할 사람입니다.”“그럼 민혁이는? 왜 법학 공부를 선택했어?”사과를 자르던 민혁의 손이 잠깐 멈췄다. 입가의 웃음이 순간 굳어졌다가,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졌다.“그냥... 좋아서요. 이유가 많을 필요는 없잖아요.”오랜 시간 사업을 한 고환일은 사람의 표정을 읽는 데 능숙했다.방금 민혁이 이 주제를 피하려는 게 분명 느껴졌다.그래서 더 묻지 않았다.“사실 예진이가 대학 진학할 때, 난 법학 공부를 반대했어. 집사람이랑 나는 금융을 전공해서 나중에 가업을 잇길 바랐거든.”“그래서 대학 들어간 후로도 줄곧 예진이랑 부딪혔지. 그런데 어느 날...”고환일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그건 예진이 대학교 2학년이던 시절이었다.학교에서 주최한 ‘모의 법정’에서, 예진은 변론석에 서서 막힘없이 말을 이어갔다.마치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에 받은 듯 눈부신 모습.‘아, 이 아이에게는 정말 이 길이 맞구나.’고환일이 딸을 인정하게 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그때 민혁이가 학교에 있었는진 모르겠는데... 예진이는 정말 잘했어.”그 말을 하는 고환일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민혁의 입가에도 서서히 웃음이 번졌다.그러나 그 눈빛은 묘하게 깊어졌다.“그래요... 예진 씨는 정말... 멋있었어요.”그 작은 중얼거림은 고환일의 귀엔 닿지 않았다.“뭐라고 했어?”민혁은 잠시 생각을 거둬내며, 잘라 둔 사과를 건넸다.“아니에요. 예진 씨라면, 반드시 꿈을 다시 이룰 거라고 믿는다고 했습니다.”고환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받아 들었다.“그래. 나도 내 딸을 믿어.”그 시각, 다른 한편.아린은 윤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회의 중이었다.결국 또다시 제멋대로 윤제의 사무실로 향했다.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윤제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아린을 발견하자 곧바로 블라인드를 모두 내렸다.“재판 결과는?”윤제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아린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책상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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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예진과의 이혼 문제에 대해, 윤제가 얼마나 불만이 큰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아린은 놀란 나머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지금 이 순간 더는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윤제의 표정은 무섭도록 어두웠고, 주먹을 쥔 팔과 이마에선 핏줄이 도드라졌다.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억눌린 감정을 다스리려는 듯했지만.‘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윤제의 머릿속엔 방금 아린이 했던 말과 그날의 기억이 끊임없이 맴돌았다.‘그날 하필이면 예진이 집에 돌아온 이유가 뭘까?’‘또 하필이면 경찰이 ‘실명 신고’를 받았다고?’더 황당한 건, 예진이 어떻게 자신이 경찰에 끌려간 걸 알았는지였다.이 모든 우연이 겹쳤다는 건, 결국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었다.결론은 하나.‘신고한 사람이... 고예진, 너였구나.’‘많이 컸네, 이혼하려고 네 전공까지 써먹다니.’‘그렇게도 못 기다리겠어?’‘재산 분할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해야 속이 시원했어?’그날의 치욕과 오늘의 판결이 겹쳐지자, 윤제는 더 이상 분을 누를 수가 없었다.‘이건 직접 만나서 물어야 해.’그는 이를 악물며 외투를 집어 든 윤제가 걸음을 재촉했다.아린은 남자의 눈빛에서 예감을 읽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예진 씨 찾아가려는 거야?”윤제는 대답하지 않았다.문 앞까지 걸어가다가, 문득 아린의 건강 상태가 떠올랐다. 숨을 한 번 깊게 내쉰 뒤, 윤제는 감정을 꾹 누르며 말했다.“나 잠깐 나갔다 올게. 너는 그냥 회사에 가 있어.”그 한마디를 남기고, 윤제는 얼굴을 굳힌 채 문을 열고 나갔다.아린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하... 진짜 숨 막히는 줄 알았네.’바깥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힐끗 쳐다보았다.윤제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는 걸 보았고, 아까 사무실 안에서 컵이 부서지는 소리까지 들었기에 모두 눈치를 챈 것이다.사무실 한쪽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뭐야, 이거? 첫사랑이랑 싸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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