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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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도순희는 분노로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래, 고예진. 이제 아주 잘났구나? 나를 경찰에 신고해? 너 많이 컸네, 아주! 좋아, 오늘 내가 너한테 진짜 ‘어른’이 뭔지 가르쳐줄게!”그 말과 동시에 도순희는 팔을 높이 들었다.그 손끝에 담긴 살기가 공기까지 얼게 만드는 듯했다.예진의 바로 옆에 서 있던 민혁은, 도순희가 손을 휘두르는 순간을 이미 앞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 다음 순간, 예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모님, 지금 하신 행동은 명백한 ‘상해죄’입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하신 모든 발언,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입니다.”“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고성방가까지 하셨죠. 이 모든 죄목을 병합하면, 실형도 가능합니다.”예진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 없이 차가웠다.“그리고요, 사모님. 저는 사모님 아드님이 합의하자고 해도 합의금은 단 한 푼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병원 진단서와 CCTV 영상 등 모든 증거를 모아서 정식으로 고소할 겁니다. 사모님,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단호하고 단단한 예진의 말투에 도순희는 멈칫했다. 팔을 들었지만... 더 이상 내리치지 못했다.게다가 어깨가 덜덜 떨리면서 손끝마저 흔들렸다.결국 천천히 허탈하게 팔을 내려야 했다.예진이 한 발짝 더 다가갔다.“사모님, 아드님은 사업을 하고 있고, 이안도 이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죠. 사모님이 전과자가 되면, 사모님 개인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타격을 입는 거예요.”‘이건 경고가 아니야. 그냥 통보야.’‘지금 멈추지 않으면, 내가 당신 인생을 끝장내 줄 테니까!’도순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이곳에 들어설 때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예진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예진, 너 정말... 정말 미쳤구나!”그렇게 악다구니를 지르며 돌아서서 나가려던 순간, 민혁이 재빨리 도순희 앞을 가로막았다.“지금 나가겠다고요? 늦었어요, 아주머니.”도순희는 순간 움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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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세상에나, 이거 완전 대반전 아니야?”“그러니까. 고 비서님에 대한 그 여자 얘기는 믿을 수가 없어... 오히려 말하는 걸 보니까 그 아주머니가 막돼먹은 여자더구만!”“맞아. 우리가 고 비서는 잘 몰라도, 서 변호사님은 잘 알잖아. 그분이 그런 사람이겠어?”“그래, 그래. 난 이번에는 고 비서님 편이야. 결혼에서 여자는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떳떳하게 이혼한 사람한테 시어머니가 와서 저렇게 난리를 쳐! 이건 진짜 선을 넘었어!”“누가 아니래! 근데... 내가 보기에 말이야, 대표님이 고 비서 엄청 챙기는 거 같지 않아? 병원도 같이 가고 말이야.”로펌의 대표변호사인 서민혁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그런 사람이 근무 시간에 비서 데리고 병원까지 같이 가다니?이건 누가 봐도 ‘특별한’ 행동이었다.“뭐 그게 어때서? 고 비서도 이미 이혼했고 두 사람 다 싱글인데... 썸 탈 수도 있지 뭐...”“근데 말이야... 고 비서 이혼녀에 애도 있잖아? 여자들은 그렇게 되면... 솔직히 좀 가치가 떨어지는 거 아니야? 대표님 정도라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잖아.”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뭐라고?”정적을 깬 사람은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던 여직원이었다.그 뒤로 줄줄이 여자 직원들의 눈빛이 레이저처럼 쏟아졌다.“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여자가 애를 낳으면 가치가 떨어진다니?” “그래! 지금이 조선시대야? 무슨 구시대적 마인드야?”“진짜 무례하네! 게다가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 여기다니?”“오늘 고 비서 완전 멋있었어! 전 시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은 진짜 자기 인생을 살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다니까!”“서 대표님이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지.”“...”여직원들이 잇달아 반박하자, 머쓱해진 남자 직원은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걸...’사무실 안은 한동안 고 비서와 서 대표에 대한 이야기로 술렁거렸다.그때.“다들 좀 조용히 하세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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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예진은 잠깐 움찔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말했다.“일단, 화내지 말고.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민혁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일단 예진의 말에 집중하기로 했다.“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도 여사 성격은... 저도 그동안 충분히 봐왔잖아요.”예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어갔다.“오늘 제대로 한 방을 안 먹인다면, 도 여사는 앞으로도 계속 들이닥칠 거예요. 계속 저를 괴롭힐 거고, 제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겠지요...”“이제는... 저도 절대 다시 예전처럼 당하고만 살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절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었어요.”“‘이젠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뼈저리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거든요.”잠시 말을 잃은 듯이 예진을 바라보던 민혁이 이내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래서 일부러 그 아줌마가 손찌검하게 만들려고 자극했던 거예요?”예진은 눈을 맞추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로 이긴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제가 피한다고 도 여사가 안 따라오겠어요?”“그러니까 이번엔, 법으로 확실하게 찍어 눌러야 해요. 한 방 제대로 먹여야, 다시는 저를 안 건드리죠.”“적당히 맞춰주면 끝이 없어요. 도 여사 같은 사람은, 눈 앞에서 완전히 무너지는 걸 봐야 포기하니까.”민혁은 예진의 말에 잠시 조용해졌다.그런 민혁을 본 예진은, 들고 있던 얼음 주머니를 민혁에게 내밀면서 웃었다.“봐요, 결국 맞아도 이 정도잖아요. 한 대 맞고 도 여사를 못 오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이득이잖아요.”예진은 장난스럽게 뺨을 볼록 내밀었지만, 곧바로 따끔한 통증에 흠칫하면서 숨을 들이켰다.“음... 아직 좀 아프네요.”그 순간이었다. 말없이 예진을 바라보던 민혁이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그대로 예진을 끌어안았다!익숙한 체온과 향기, 단단하고 따뜻한 민혁의 품에 안기자, 예진은 순간 얼어붙었다.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머릿속은 그저 하얘질 뿐!‘뭐야, 지금 뭐야, 왜 이러는 거야?’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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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예진은 민혁의 갑작스러운 진지함에 잠시 얼음땡이 되었다.눈을크게 뜬 채 민혁을 바라보았다.‘왜 저렇게 진지하지... 무슨 말 하려는 걸까?’하지만 정작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민혁은 끝내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어깨를 축 늘어뜨린 민혁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됐어요. 어차피 얘기해도 못 알아들을 거니까.”예진은 그런 민혁의 반응에 머쓱해졌지만, 장난스럽게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말했다.“걱정 마요. 제가 손가락을 걸고 맹세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제 몸 다치게 하지 않겠습니다. 업무에 영향은? 절대 없어요!”하지만 민혁이 걱정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그런데도 예진이 그렇게 가볍게 넘기자, 결국 또다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바로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더니 의사가 보고서를 들고 나왔다.“큰 이상은 없습니다. 그래도 집에 가셔서 얼음 찜질은 꾸준히 해주세요. 이건 검사 결과입니다.”민혁이 먼저 손을 내밀어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는 말없이 앞장섰다.예진은 그런 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따라 나섰다....같은 시각, 병원 한쪽 병실.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던 윤제는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끊자마자 링거를 맞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링거 바늘을 툭 뽑고 대충 처리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예진과 도순희가 경찰서에 있다는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진 윤제는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윤제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마침 민혁과 예진이 진단서를 들고 돌아오던 참이었다.묘한 기류 속에서 세 사람이 한자리에 마주한 순간, 윤제의 얼굴이 불편하게 일그러졌다.하지만 예진은 윤제를 보지도 않고, 곧장 진단서를 경찰에게 건넸다.“정황상, 고의로 사람을 때려 상해를 입힌 경우입니다. 피해 부위는 경미하지만 피해자는 민사 합의를 원치 않습니다...”“공공장소에서의 폭행과 명예훼손까지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피의자 측에서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구속 수사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경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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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그리고, 우리 둘은 이미 이혼했잖아. 이혼했는데 무슨 장유유서를 따지고 있어. 당신 어머니가 어른이라 해도 날 막대하면 안 되는 거지.”“당신...!”윤제는 순간 말이 막혔지만 딱히 반박할 말도 없었다.솔직히, 예진이 오기 전에 윤제도 CCTV 영상을 이미 다 확인했기에, 자기 어머니가 좀 심했단 건 본인도 알고 있다.‘하필 예민한 이 시점에 이런 일까지 터지다니...’ ‘이젠 예진이가 완전히 돌아설 지도 몰라.’조용히 옆의 책상 앞에 앉은 민혁은 펜을 돌리면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그 표정에 특별한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예진의 반응에 동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윤제가 결국 한 발 물러섰다.“우리 어머니 나이도 있고...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뿐이야. 게다가 이안이가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붙어 지냈는데, 며칠씩 얼굴을 못 보면 애도 힘들어할 거야.”예진은 헛웃음만 나왔다.‘내가 부윤제도, 시어머니도 이제는 신경도 쓰기 싫은데...’‘친엄마를 싫어하는 배은망덕한 아들놈까지 동원하려고?’“나이가 많은 게 잘못을 저지른 핑계가 될 수는 없어. 그리고 방금 CCTV에서 봤잖아? 당신 어머니는 단순히 한 대만 때릴 생각이 아니었어. 사람들이 안 말렸다면, 난 진짜 큰일이 났을 수도 있어.”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윤제가 억지로 말을 이어갔다.“우리 어머니도 그냥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거야. 원래는 그런 분이 아니라는 걸 당신도 알잖아.”하지만 예진은 더는 듣고 싶지도 않았고, 말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이혼한 뒤에도, 나는 우리가 그래도 부부였던 시간만큼은 서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 몇 년의 정이라도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하지만 지금 보니, 그 정이라는 것도 당신들이 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면죄부였던 거야.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받아들이지 않겠어!”윤제는 결국 말문이 막혀버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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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던 윤제는 결국 옆방으로 들어갔다.도순희는 임시로 보호조치 중인 방에 있었고, 어딘가 기가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윤제가 들어서자마자, 눈을 번쩍 뜬 도순희는 벌떡 일어나서 아들에게 달려갔다.“우리 아들, 드디어 왔구나! 얼른 엄마를 데리고 나가줘! 예진이 그 계집애가 미쳤어! 감히 경찰을 부르다니!”윤제는 휘청거리는 어머니를 붙잡고 조심스레 부축했다.하지만 표정에는 말 못할 무거움이 깃들어 있었다.“일단 진정하세요.”윤제의 싸늘한 표정을 본 도순희는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설마... 예진이 그 망할 년이 합의를 안 해주겠다고 그래? 도대체 얼마나 잘났다고 이 난리야? 설마 내가 진짜 유치장에 가야 하는 거야?”윤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침묵은 대답보다 더 많은 걸 말해주고 있었다.도순희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씩씩거렸다.“진짜 기가 막혀서. 그저 그 망할 년 따귀를 한 대 때린 건데, 그게 그렇게 큰 일이야? 기생오래비 같은 변호사 하나 물었다고 이제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모양이지?”‘지금도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윤제는 순간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사과는커녕 죄책감도 전혀 없는 모습.예진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도순희는 말끝마다 고예진을 욕하며 분노를 터뜨렸다.“그 망할 년이 진짜 지가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이지? 나 같은 사람을 유치장에 처넣겠다고?”“윤제야, 엄마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거지? 이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 며칠이나 갇혀 있는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나을 거야!”부씨 집안은 돈과 권력을 다 가지고 있기에, 믿는 구석이 있는 도순희는 여전히 예진 때문에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우리 집안이 아무리 힘이 있다 해도, 이번엔 진짜 쉽지 않겠어.’하지만 윤제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폭행과 명예훼손의 증거도 명확했고 예진도 이번엔 물러날 생각이 없기에, 도순희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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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따귀를 한 대 맞긴 했지만, 그 한 대로 도순희를 진퇴양난에 빠뜨린 건 꽤 통쾌했다.사과하지 않으면 구속되고, 사과하면 자존심이 무너지게 된다.어느 쪽이든 도순희 같은 자존심 강한 여자에게는 치명적인 반격이었다.‘이제 더 이상 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겠지.’예진은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민혁 역시 그제서야 완전히 깨달았다. 예진이 오늘 이 상황을 얼마나 정교하게 컨트롤했는지.민혁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정말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군요. 도 여사가 남편과 자식, 손자까지 다 망쳤으니 참...”민혁은 배은망덕한 예진의 아들 이안도, 결국 도순희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진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잠시 생각하던 민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진 씨 생각엔... 저 아줌마가 사과할 것 같아요?”예진은 입술을 꾹 다물며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요.”솔직히 말해서, 수십 년 동안 도도하게 살아온 도순희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예진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혼하고 처음으로 자신이 한 반격이기에, 예진은 자신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었다....한편 한참을 울부짖던 도순희는 드디어 기운이 빠졌는지 조금은 차분해졌다.윤제도 옆에서 차분히 타이르듯 말했다.“구속이 되면 안 돼요. 기록이 남으면 우리 회사도 문제고... 이안에게도 안 좋아요.”도순희는 그제서야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그래서... 그 망할 년이 그렇게 느긋했던 거였어!’도순희는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래... 고예진 그 망할 년이 아주 대가리를 좀 굴렸네. 그년은 내 사과를 받으려는 게 아니라, 날 망신 주려고 수작을 부린 거였어! 내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으려는 거야!”윤제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이제는 예진이 전과 전혀 달라졌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진짜... 예진이가 달라졌어.’그리고 예진이가 바로 경찰을 부를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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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도순희의 그 태도에 예진은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그래서 냉정하게 말했다.“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법정에서 뵙죠.”“너...!”도순희는 분노에 전신을 부르르 떨 정도였다.눈에 핏발이 선 어머니 옆에 있는 윤제도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기만 할 뿐.하지만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었다.예진은 증거까지 완벽하게 확보한 상태였다.도순희는 결국 이를 악문 채, 손에 쥔 반성문과 각서를 바라보았다.민혁이 핸드폰을 들고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예진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도순희를 바라보면서, 단 1초도 눈을 떼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끝까지 똑똑히 지켜보겠어.’종이를 든 도순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저는 도순희입니다. 이 자리에서 고예진 씨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드립니다.”“공공장소에서 고예진 씨를 모욕하고 폭행한 것은 분명히 제 잘못입니다. 또한 제 아들을 빌미로 도의적 책임을 강요하면서, 고예진 씨에게 간호를 요구했던 점 또한 부당했습니다.”“고예진 씨는 이미 제 아들과 이혼한 상태이므로, 오늘 이후로는...”“...”“목소리가 너무 작아요. 안 들려요.”예진의 말에 도순희는 당장이라도 책상을 내려칠 듯이 화가 났지만, 정작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대신 윤제가 나서서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당신... 너무하네.”예진은 냉소적인 미소로 받아쳤다.“너무해? 그냥 목소리 좀 크게 하라고 한 거잖아. 당신 어머니가 나한테 했던 짓에 비하면, 뭐가 너무한 건데?”윤제는 더이상 반박하지 못했다.고개를 살짝 들고 예진을 노려보던 도순희는 다시 종이를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오늘 이후로, 고예진 씨에게 다시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사적인 접촉이나 피해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제 행동을 깊이 반성하면서 고예진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낭독을 마칠 무렵, 도순희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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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예진은 도순희에게 당했던 긴 시간을 문득 떠올렸다.사실 부윤제가 류아린과 바람을 피운 그 일에도 도순희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그런 도순희가 오늘 사람들 앞에서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자, 예진의 입가에선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통쾌해. 정말, 미치도록 통쾌해!’계속 미소 짓고 있던 예진은 민혁의 시선을 느끼자, 부랴부랴 표정 관리를 하면서 민혁을 향해 말했다.“저... 민혁 씨는 제가 되게 치사하고, 음흉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니거든요...”자신의 이런 면을 상사에게 들킨 게 못내 신경이 쓰였다.그런 예진의 표정을 지켜보던 민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도 좀 늦지 않았어요?”민혁은 일부러 말을 끊었다.그 말투에 예진의 가슴이 간질간질했다.‘뭐야... 뭐 하려는 건데... 왜 말을 끊어...?’민혁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예진을 바라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이렇게 똑 부러지고 상황 판단 확실한 직원이라면, 진짜 너무 좋은데요?”예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만, 몸을 다치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그땐... 월급 인상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그 말을 들은 순간, 예진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진짜요?! 대표님! 저 이제부터는 절대 위험한 방법은 쓰지 않을게요!”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미소를 지은 민혁은 입꼬리를 말도 안 되게 올린 채 운전대를 돌렸다....로펌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오후 근무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린 예진은 마음이 살짝 무거웠다.‘아무래도 아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직원들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는 걸.’엘리베이터 안엔 민혁과 예진뿐이었다.예진이 괜히 어깨를 움츠리는 걸 본 민혁이 예진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고개 들어요. 예진 씨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고개를 숙여요.”그 말에 예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맞아. 내가 왜 고개를 숙이는 거야!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당당하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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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예진은 억울하게 맞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이혼을 결심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 앞에서 예진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왜... 이제 와서 눈물이 나는 거야?’혼자 싸우고 혼자 버티면서, 혼자 끝내려고 했던 시간들.그 시간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예진은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했다.뭔가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을 때, 민혁과 눈이 마주쳤다.민혁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눈꼬리는 반달처럼 휘어 있었고, 그 안에 담긴 미소 속에는 묵묵한 지지가 가득했다.민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눈썹을 세웠다.‘봤죠? 예진 씨 혼자가 아니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진 씨 편이에요.’민혁의 눈빛이 예진에게 큰 위로가 되면서 마음속 깊은 곳이 스르르 녹아내렸다.‘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몰라.’이런 상황에서 이직에 성공한 것도 기적인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건 거의 로또를 맞은 수준이었다.예진은 얼른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곧 감동과 설렘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일로 업무를 방해해서 죄송하고... 이해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됐어요.”아름이 먼저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식구가 당했는데, 당연히 우리 식구 편을 들어야죠.”예진은 눈시울이 또 뜨거워지려는 걸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기분도 좋고, 마음도 후련하네요. 혹시 다들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은 제가 쏠게요!”말이 끝나자마자 사무실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오, 예! 고 비서님 최고!”“회식이야! 회식!”“메뉴 정해!”“...”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그 순간 사무실의 분위기는 한층 더 들떴다.예진은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느끼면서,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꼈다.민혁은 그런 예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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