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 씨는 지금 제 생활비서니까, 작은아버지를 모시는 자리에 같이 가는 게 자연스럽죠.”“게다가 은주 절친이잖아요. 은주가 작은아버지한테 예진 씨 얘기를 자주 했으니까, 한 번쯤 뵙는 게 나쁘지 않을 겁니다.”꽤 억지스러운 이유였다.하지만 민혁이 그렇게 말해 버리니, 예진도 굳이 거절할 수 없었다.‘모두 다 가는데 나 혼자 빠지면 더 이상하지...’결국 다음 날 저녁, 모두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잠시 기다리자, 은주와 민혁을 꼭 닮은 듯한 남자가 도착장을 나섰다. 날카로운 눈매와 단정한 수트 차림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남달랐다.그 뒤에는 비서가 얌전히 캐리어를 끌고 따르고 있었다.은주는 비록 아버지가 두려웠지만, 어쨌든 친부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본능적으로 반가움이 북받쳐,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가려 했다.서중국 역시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리는 듯 보였다.그러나 막상 은주 앞에 이르자, 슬쩍 몸을 비키면서 은주를 흘려보냈다.순간 은주는 멍하니 굳었다.뒤돌아보니, 이미 서중국의 품은 민혁이 차지하고 있었다.은주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하... 역시 나는 ‘사은품’이지.”서중국은 민혁의 등을 두어 번 힘주어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봤다.“이놈, 한층 더 우람해졌구나.”민혁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작은아버지 말씀대로 매일 운동했습니다. 게을리할 수 없죠.”“녀석, 입만 살아서는.” 서중국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은주가 다시 달려와 서중국 앞을 막아섰다.“아빠! 저 아직 친딸 맞아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면서, 인사 한마디도 없이 그냥 지나가요?”서중국의 시선이 드디어 은주에게로 향했다.“어휴, 내가 딸이 하나 있긴 했지? 집에 안 들어온 지가 얼마나 됐는지, 얼굴도 까먹을 뻔했다.”“저, 저기 아빠!”은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억울함이 치밀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괜히 주눅이 들었다.그때 재하와 선아가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중국 삼촌, 이렇게까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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