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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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은주가 입을 떼자마자, 민혁과 서중국이 동시에 소리쳤다.“네가 낄 일이 아니야. 가서 앉아 있어.”은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평소 같았으면 고개 숙이고 바로 돌아가 앉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예진이 얽혀 있었으니까.숨을 고른 은주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기세를 올렸다.“제가 끼어야겠어요. 예진이는 제 제일 친한 친구예요. 아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오늘 일은 전 오빠 편이에요.”은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중국이 벌떡 일어나 손을 치켜들었다.“은주야, 어디까지 나가려고 그러는 거냐!”은주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며 머리를 감쌌다.‘또 겁만 주겠지... 실제로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하나뿐인 딸이기에, 서중국은 결국 손을 대지는 않았다.그걸 알면서도 은주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긴장을 풀려 했다.그리고는 다시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아빠,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예진이는 이혼도 했고 아이도 있지만, 우리 학창시절부터 정말 좋은 친구였어요. 그 애가 잘못한 거라곤 사랑을 잘못 믿은 것뿐이에요. 그렇다고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하나요?”은주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예진이네 집이 지금은 몰락했어도, 한때 H시에선 알아주는 집안이었잖아요. 게다가 예진이 자체가 착하고 예쁘고, 사랑 앞에서 솔직한 애예요.”서중국은 헉헉 숨만 몰아쉬며 대꾸하지 않았다.은주는 다시 한 발 나아갔다.“아빠, 저도 아빠 딸이에요. 아빠가 제 입장이라면 어떻겠어요? 제가 혹시 잘못된 길로 갔다가 다시 돌이켰는데,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만 한다면... 아빠 마음이 어떻겠냐구요.”말을 끝내자 은주는 황급히 민혁 뒤로 숨어버렸다.역시나, 서중국은 눈을 부릅뜨며 또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손이 덜덜 떨리더니, 결국 내리친 건 자기 얼굴이었다.짝!민혁과 은주 모두 놀라 눈을 크게 떴다.“아빠, 뭐 하시는 거예요!”“작은아버지...”서중국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나는 그저... 우리 형님과 형수님께 죄송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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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서중국 집안 사람들은 늘 생각했다. 민혁에게 충분한 사랑만 주면, 어린 시절의 상처쯤은 시간이 지나면 아물 거라고.민혁은 어릴 적 내내 착하고 철든 척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상처가 사라진 적이 없었다.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그 상처는 폭발하고 말았다.민혁은 수없이 같은 말로 괴롭힘을 당했다.“야, 재수 없는 놈. 부모 잡아먹은 재앙 덩어리!”‘제발 그만해... 제발...’결국 민혁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중 한 아이를 땅바닥에 깔고 앉은 채 거의 죽을 때까지 때렸다.그 후 민혁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대량의 수면제를 삼키며 삶을 끝내려 했다.다행히 은주가 제때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그 일을 계기로 서씨 집안은 민혁의 상태가 단순한 사춘기 반항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임을 깨달았다. 공립병원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결국 민혁을 좋은 조건의 사립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하지만 민혁은 치료를 거부했다. 병실에서 몇 번이나 또다시 목숨을 끊으려 했다.그렇게 버티던 민혁이, 입원한 지 꼭 1년 만에 돌연 변화를 보였다.예상치 못한 회복이었다.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고, 결국 퇴원할 무렵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달라져 있었다.서중국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 일이랑... 네가 지금 좋아한다는 그 여자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민혁은 단호하게 고개를 들어 작은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봤다.“있어요. 큰 상관이 있어요. 작은아버지, 제가 그때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한 건... 다 그 여자 덕분이에요.”그 한마디에 서중국은 물론, 은주까지 크게 놀랐다.은주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오빠?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예진이를 그때부터 알았다는 거야?”민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말도 안 돼! 오빠는 그때 J시에 있었잖아. 근데 예진이는 태어나서 줄곧 H시에서만 살았어. 예진이는 멀쩡히 건강했는데 어떻게 그런 병원에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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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하지만 민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게 되었다.예진이 오히려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이 많은 사탕을 다 먹다니, 오빠 이빨은 진짜 튼튼하다!”민혁은 그제야 알게 됐다. 자신을 걱정한 예진이 약을 전부 사탕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뭐야... 이게 전부 약이 아니라 사탕이었어?’예진은 평소 민혁이 약을 너무 많이 먹는 걸 보며 몸이 상할까 늘 불안해했다. 게다가 민혁이 자주 우울해하자, 달콤한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보지 못하는 틈을 타 민혁의 약을 몰래 전부 알록달록한 사탕으로 바꿔두었던 거였다.민혁이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자, 예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봐, 사탕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졌잖아. 앞으로는 힘들 때마다 사탕 먹어. 다시는 죽을 생각 같은 건 하지 말고.”그러다 예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만약 오빠가 진짜로 사라져버리면... 나는 너무너무 슬플 거야. 사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절대 괜찮아질 수 없을 만큼.”그 순간, 얼어붙어 있던 소년 민혁의 마음이 미약하게나마 흔들렸다.‘누군가가... 나 때문에 울고 있잖아.’민혁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아직 서툴고 미숙한 감정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그날, 혹시라도 민혁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려웠던 예진은 밤늦게까지 곁을 지켰다. 민혁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짜증만 내도, 예진은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예진은 꼭 H시 최고의 대학에 가서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사람들을 죄다 감옥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만약 누군가가 다시 민혁을 괴롭힌다면, 법으로 끝까지 지켜주겠다고도 했다.예진이 쏟아낸 그 모든 말들을, 민혁은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결국 예진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했다. 나중에 꼭 같은 대학교에 가자고.민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몰래 노력하기 시작했다.그 후로 민혁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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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건, 약을 전부 사탕으로 바꿔놓았던 그 예쁜 예진의 눈에서 이제는 생기조차 사라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긴 이야기를 끝맺으며 민혁은 고개를 들어 서중국을 똑바로 바라봤다.“작은아버지가 아까 체면이 어떻다 말씀하셨죠.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예진이는 본래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그런 예진이를 좋아할 수 있는 게 저는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용기라고도 생각해요.”“다만 두려운 건, 제가 예진이에게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거예요. 사실 지금 이 목숨도, 예진이 덕분에 간신히 이어온 거니까요.”서중국은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눈을 껌뻑이던 은주는, 감동이 북받쳐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결국 참지 못하고 민혁 앞으로 달려가 오빠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오빠... 오빠랑 예진이가 그렇게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였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은주의 마음은 묘하게 뒤틀렸다.‘나는 줄곧 예진이가 나랑 제일 친하다고만 생각했는데...’‘결국 진짜 인연은 오빠랑 예진이였네.’“그럼 예진이는 오빠를 기억해?”민혁은 고개를 저었다.“날 기억했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거야.”은주는 눈물을 훔치며 중얼거렸다.“우리 예진이 진짜 작은 천사구나... 오빠, 이제는 내가 더더욱 응원할게. 나는 두 손 들어 찬성이야!”곧 은주는 서중국 곁으로 달려가 그의 팔짱을 끼며 장난스럽게 흔들었다.“아빠, 다 들으셨잖아요. 예진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편견 때문에 오빠의 행복을 막으면 안 되죠.”서중국의 얼굴에는 여전히 근심이 어려 있었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민혁은 다시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작은아버지가 뭐라 하시든, 저는 예진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서중국은 화를 내야 할지, 축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그러다 마침내 툭 내뱉듯 말했다.“허튼소리 그만하고... 일단 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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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민혁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지금이 아니면 도망칠 타이밍이 없어.’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민혁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너, 이 자식! 당장 안 돌아와?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냐!”서중국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민혁은 현관까지 달려가 있었다.“작은아버지, 재하 쪽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라 제가 도와야 해요. 집안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해요!”말을 남긴 민혁은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남겨진 서중국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돌아보니 은주가 몰래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불길처럼 화가 치솟았다.아버지의 살벌한 눈빛을 느낀 은주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러다 억지로 실실 웃더니, 결국은 그녀도 냅다 뛰어 도망가 버렸다.남매가 둘 다 줄행랑을 놓는 모습을 지켜본 서중국은 허탈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 많고도 많은 재산이 어쩌다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된 거냐?”...그 시각, 다른 한편.이안은 이틀째 소염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덕분에 부기는 조금 빠졌지만, 여전히 이의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아린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패션위크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건 고사하고, 연락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약이 떨어지자 이안의 치통은 다시 심해졌고,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선생님이 다급한 마음에 아린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윤제에게도 연락을 해봤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결국 선생님은 마지막 방법처럼 예진의 번호를 눌렀다.그때 예진은 다음 날 있을 재판을 준비하며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울리는 전화를 별생각 없이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아이의 담임 선생님 목소리였다.[이안 어머니, 죄송합니다. 연락이 닿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화드렸습니다. 아버지나 새어머니께 전화를 드려도 받질 않으셔서요. 상황이 급해서...]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비록 어머니라는 역할에서 한동안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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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예진은 다시 아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도순희의 번호는 오래전에 지워버려서 이제는 연락할 방법조차 없었다.결국 예진은 외투를 걸치면서, 민혁에게 휴가를 부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마침 회의를 끝내고 들어오던 민혁이 예진의 다급한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요?”“이안이가 치통이 심한데, 아빠도 할머니도 연락이 안 돼요. 아직 어린아이라서 제가...”예진은 끝까지 말하기가 망설여졌다.‘이안은 분명 내 아이지만, 그동안 나한테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민혁은 또다시 ‘괜한 동정심’이라며 자신을 꾸짖을 줄 알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민혁은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더니 곧바로 말했다.“저도 같이 가요.”예진은 순간 놀랐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했다.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고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이안의 얼굴은 울어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머리카락은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아이는 문 쪽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정작 들어온 사람이 예진과, 자신이 늘 미워하던 고모와 할머니를 괴롭힌다고 들었던 민혁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순간, 아이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예진이 다가가자 선생님이 급히 일어나 맞았다.“선생님, 상태가 어떤가요?”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안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습니다. 치통이 심해서인지 열도 조금 있어요.”그제야 예진은 이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몇 달 만에 보는 아이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예진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철렁 내려앉았다.‘안 돼... 흔들리면 안 돼. 불쌍하다고 느끼면 안 돼.’예진은 몰래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감정을 억눌렀다.그러고는 이안의 찡그린 얼굴을 똑바로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일어나. 병원에 가야 돼.”그러나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운 이안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싫어! 나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할머니도! 넌 나쁜 사람이야,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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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민혁은 이안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야, 네 이가 그렇게 아픈데도 나랑 티격태격할 기운이 있어? 조심해, 말 많이 하다가 벌레가 네 뱃속까지 기어들어간다.”이안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눈물을 주르륵 쏟아냈다.민혁이 앞좌석으로 가려는 듯 몸을 움직이자, 예진이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굳이 옮길 필요 없어요. 그냥 뒤에서 이안이를 지켜봐 주세요. 아이 버릇이 나빠지면 안 돼요. 뭐든 다 들어주면 안 되거든요.”예진의 말에 민혁은 곧바로 힘을 냈다.팔짱을 낀 채 당당하게 이안의 옆자리에 앉아 버렸다.이안은 끝내 삐진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거렸고, 그 상태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진료실 문이 열리고,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사람이 예진이라는 걸 본 박상용 의사는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오는 민혁을 보고는 당연하다는 듯 그를 새아버지로 짐작했다.이안은 기계 위에 눕혀졌고, 박상용은 입 안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왜 이제야 데리고 오신 거예요? 며칠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소염제 다 먹고 붓기 빠지면 바로 치료 시작해야 한다고. 지금은 다시 심해졌습니다.”예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뭐라고요? 며칠 전에 왔었다고요?”박상용은 순간 멈칫했다.“아, 새어머니께서 얘기를 안 하셨나 보군요. 제가 가정 사정이 특별한 건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아이는 아직 어리니까 치료를 미루면 안 됩니다. 신경에 무리가 가면 아이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예진은 대충 짐작이 갔다.‘아마 지난번 이안이가 아파서, 아린이 데려왔던 거겠지.’‘약 먹고 붓기가 가라앉으니 그냥 잊어버린 거고...’‘친엄마가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지.’예진은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선생님,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박상용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미 신경까지 건드렸으니, 신경치료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 유치라서 치료가 가능하지만, 유치가 어떤 상태였는지가 앞으로 나는 영구치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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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예진은 곁에 서서 차갑게 내뱉었다.“이안, 치료받기 싫으면 그냥 아프다고 울지 마.”결국 아이는 아이다. 평소엔 고집을 부리고 아무리 속을 썩여도, 아프고 무서울 땐 엄마에게 기대고 싶은 게 당연했다.예진의 냉담한 눈빛을 보자, 이안은 진짜 두려움에 휩싸였다.결국 고집도 자존심도 내던지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예진에게 와락 매달렸다.예진은 순간적으로 당황해 눈을 크게 떴다.“싫어, 나 무서워!”마취 때문에 말이 어눌해진 탓에 흐느끼는 모습은 더더욱 안쓰러웠다. 민혁조차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저려왔다.하지만 예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이안, 솔직히 말해. 너 몰래 간식 먹었지?”이안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안 먹었어!”예진은 곧바로 확신했다.‘거짓말이야. 아니면 이렇게 단기간에 충치가 생길 리 없지.’‘하지만 굳이 따져봐야 뭐해. 이미 버릇이 잘못 든 아이인데, 거짓말 하나쯤은 당연한 거겠지.’한숨을 길게 내쉰 예진은 아이를 무심하게 떼어내더니, 다시 기계 위에 눕혀 강제로 고정시켰다.“무서우면 참아. 난 이제 네 엄마가 아니야. 네 옆에 붙어서 시간 낭비해 줄 의무도 없어.”이안은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엄마! 싫어! 엄마!”진심으로 두려운 탓에 아이는 오열하며 매달렸다. 하지만 예진은 스스로의 마음을 꺾지 않았다.“다시 말하지만, 나한테 엄마라고 부르지 마. 너 이미 네 스스로 새엄마를 골랐잖아?”“안타깝게도 네가 그토록 원하던 그 좋은 엄마는 지금 너한테 관심 없어. 나 역시 내 시간이 소중해. 여기서 그냥 아파 죽든가, 아니면 치료를 받든가. 선택은 네 몫이야.”이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진에게서 이렇게 강압적인 태도를 마주했다.분노에 휩싸인 아이는 옆에 놓여 있던 치료 도구를 덥석 집어 들더니 예진을 향해 던졌다.예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민혁이 먼저 몸을 날려 예진 앞을 가로막았다.도구가 민혁의 등에 맞았지만, 아이 힘으로는 별 타격도 없었다.예진은 놀란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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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예전 같았으면 예진도 벌써 마음이 아파 울고 말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예진은 스스로를 단단히 다잡으며 적응해가고 있었다.20분 남짓 지나고 나서야 기계 소리가 멈췄다.박상용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됐습니다. 신경치료는 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약을 몇 번 더 갈아 넣어야 합니다. 염증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해야 막을 수 있습니다.”이안은 기계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눈물을 훔치며 서럽게 입술을 달싹였다.그 모습에 예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혁은 그런 예진의 억지스러운 담담함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눈빛으로 위로를 건넸다.바로 그때, 윤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예진은 화면에 뜬 발신자를 확인하곤 잠시 멈칫했지만 곧 전화를 받았다.아직 아무 말도 하기 전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윤제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였다.[왜? 밖에서 버티기 힘드니까 결국 날 찾은 거야?]이 한마디만으로도 속내가 훤히 드러나는 듯 불쾌했다.예진은 괜히 말다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곧 이안의 상태를 설명하려 입을 열려던 순간...이안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전화를 낚아채더니, 문 쪽으로 달려가서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아빠, 빨리 와! 이 사람들이 나 괴롭혀, 이안 괴롭혔어!”아이의 찢어질 듯한 울음에 윤제의 목소리도 급히 달라졌다.[울지 마, 이안아. 천천히 말해. 왜 네가 엄마랑 같이 있는 거지?]이안은 숨이 차오르듯 흐느끼며 겨우 말을 이었다.“아빠... 이안이 아파... 근데 자꾸 괴롭혀...”그 장면을 본 민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하...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윗물이 탁하면 아랫물도 탁하다더니.’‘이렇게 어린 게 벌써 거짓말을 배워서 쓰다니, 웃기는 일이군.’역시나, 다음 순간 윤제는 상황 따위 묻지도 않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예진! 도대체 무슨 짓이야? 나한테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하지, 왜 이안을 괴롭혀? 이안도 당신 아들이야. 어떻게 그렇게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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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지금 병원이야. 당신 집안 식구들이 누가 얼마나 바쁘든 상관없어. 바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 역시 내 일로 눈코 뜰 새 없어.”“여기서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딱 30분 줄 테니까 그 안에 사람 보내서 당신 아들 데려가. 아니면 그냥 이 병원에 두고 갈 거야.”예전 같았으면 윤제는 이런 말을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예진은, 아들 이안의 치아 문제가 생겨도 놀랍도록 차갑고 냉정했다.‘혹시 정말... 아이를 여기 두고 가버릴지도 몰라.’윤제는 순간 확신이 흔들렸다.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통화는 이미 끊겨 있었다.그는 분노에 치를 떨며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져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막상 들어 올린 손은 다시 멈췄다.그나마 이성의 끈을 붙잡고 다시 번호를 눌렀다.이번엔 아린에게 걸었다.하지만 전혀 받지 않았다.아마 패션위크 준비 때문에 작업실에서 옷 제작에 매달리고 있는 듯했다.윤제는 곧장 민성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성희는 잽싸게 전화를 받으며 공손한 목소리로 응대했고, 이내 작업 중이던 아린에게 전화를 건넸다.[지금 뭐 하고 있어?]윤제의 기분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아린은 작업실 밖의 조용한 복도로 나왔다.“방금까지 패션위크에 쓸 옷 만들고 있었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빠는 지금 해외 출장 중 아니야?”윤제의 목소리는 점점 더 싸늘해졌다.[이안 일 터진 거, 알고 있었어?]아린은 순간 멍해졌다.“몰랐는데? 핸드폰은 계속 사무실에 두고 있었어. 이안은 유치원에 있잖아? 무슨 일이 날 수가 있겠어?”[이안 입 안이 온통 충치야. 치통 때문에 견디질 못하고 울었어. 선생님이 너한테 연락했는데 닿질 않으니까, 결국 고예진한테 연락이 간 거야.][지금 고예진이 병원에서 이안을 보고 있어. 네가 당장 병원으로 가서 이안 데려와.]윤제의 말투는 거의 명령에 가까웠다.아린은 윤제가 정말 화가 난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설마... 내가 이안이한테 몰래 간식 준 거 들키는 거 아냐?’불안이 목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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