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가 입을 떼자마자, 민혁과 서중국이 동시에 소리쳤다.“네가 낄 일이 아니야. 가서 앉아 있어.”은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평소 같았으면 고개 숙이고 바로 돌아가 앉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예진이 얽혀 있었으니까.숨을 고른 은주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기세를 올렸다.“제가 끼어야겠어요. 예진이는 제 제일 친한 친구예요. 아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오늘 일은 전 오빠 편이에요.”은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중국이 벌떡 일어나 손을 치켜들었다.“은주야, 어디까지 나가려고 그러는 거냐!”은주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며 머리를 감쌌다.‘또 겁만 주겠지... 실제로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하나뿐인 딸이기에, 서중국은 결국 손을 대지는 않았다.그걸 알면서도 은주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긴장을 풀려 했다.그리고는 다시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아빠,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예진이는 이혼도 했고 아이도 있지만, 우리 학창시절부터 정말 좋은 친구였어요. 그 애가 잘못한 거라곤 사랑을 잘못 믿은 것뿐이에요. 그렇다고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하나요?”은주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예진이네 집이 지금은 몰락했어도, 한때 H시에선 알아주는 집안이었잖아요. 게다가 예진이 자체가 착하고 예쁘고, 사랑 앞에서 솔직한 애예요.”서중국은 헉헉 숨만 몰아쉬며 대꾸하지 않았다.은주는 다시 한 발 나아갔다.“아빠, 저도 아빠 딸이에요. 아빠가 제 입장이라면 어떻겠어요? 제가 혹시 잘못된 길로 갔다가 다시 돌이켰는데,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만 한다면... 아빠 마음이 어떻겠냐구요.”말을 끝내자 은주는 황급히 민혁 뒤로 숨어버렸다.역시나, 서중국은 눈을 부릅뜨며 또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손이 덜덜 떨리더니, 결국 내리친 건 자기 얼굴이었다.짝!민혁과 은주 모두 놀라 눈을 크게 떴다.“아빠, 뭐 하시는 거예요!”“작은아버지...”서중국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나는 그저... 우리 형님과 형수님께 죄송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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