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아, 나...”[여보, 어머니가 크게 다치셨어. 얼른 병원으로 와!]윤제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생각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고는, 급히 차에 올라 아린이 보낸 주소로 핸들을 꺾었다....윤제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0분이 지난 뒤였다.아린은 미리 머릿속으로 온갖 변명거리를 정리해 두고 있었다. 지금은 병워ㄴ 복도의 의자에 앉아서 두 눈이 벌겋게 부어 오른 채, 눈물을 훔치며 초조한 모습을 연기했다.윤제가 보이자, 아린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품에 몸을 던졌다.“오빠, 어떡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어머니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수술 중이라는 표시가 켜진 불빛을 올려다보며, 윤제의 이마엔 깊은 주름이 졌다. 긴장에 식은땀이 맺혔다.“대체 무슨 일이야? 어머니가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야?”아린은 윤제의 품에서 천천히 몸을 떼었다. 눈은 벌써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은 한없이 연약하고 불쌍해 보였다.“오늘 오빠 출근하고 나서,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어. 감기 기운도 있고 열도 난다고, 많이 불편하시다면서... 갈비탕이 먹고 싶다고 하시길래, 제가 직접 장을 봐서 끓여드렸어.”말이 이어질수록 아린의 목소리는 한층 더 서러워졌다.“근데... 어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셨던 것 같아. 내가 끓인 국이 맛없다며 화를 내시더니, 그 자리에서 그릇을 던져버리셨어.”“난 그냥 어머니 몸이 아프셔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따지지도 않았는데... 그러다 어머니가 거실로 나오시다가 미끄러지신 거야. 아마 어지럼증도 있었던 것 같아. 그대로 쓰러지면서 머리를 탁자 모서리에 부딪치셨어.”아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너무 무서웠어. 피가 막... 사방에 번졌어. 119를 부르면 시간 지체될까 봐, 그냥 내가 어머니를 차에 태워서 바로 병원까지 왔어.”윤제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눈썹은 단단히 묶인 듯 꼬여 있었지만, 결국 아린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용히 위로했다.“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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