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사람들이 모두 놀랐다.연상준과 연정미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연정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하지율은 계속 M국에 있었고, Z국으로 간 적이 없어요. 보현 오빠, 혹시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단보현이 대답했다.“하지율이 설마 직접 나설 만큼 어리석겠어? 자기한테 들러붙는 놈한테 시키면 충분하지. 이번에 내가 진성시에서 실종된 것도 함우민이 뒤에서 꾸민 짓이야!”연정미와 연상준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예전 같았으면 연상준은 당장 하지율을 찾아가 따졌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연상준은 하지율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연상준이 입을 열었다.“보현 형, 혹시 증거 있어요?”단보현은 연정미와 연상준이 하지율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끼고 살짝 멈칫했다.연정미가 단서현을 힐끗 보며 말했다.“서현아, 우리가 보현 오빠랑 잠깐 얘기해도 될까?”이 일은 하지율과 얽혀 있었고 연씨 가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였다.단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단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 가볍게 얘기한 뒤 병실을 떠났다.어느덧 병실에는 연정미와 연상준만 남았다.연정미는 하지율이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 벌어진 일들 그리고 손형원이 라이브 방송으로 당한 일까지 모두 설명했다.단보현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독한 수단이네.”연정미의 말을 들어보면 단보현이 하지율을 납치한 것은 이미 다 폭로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하지만 단보현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단보현은 하지율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연상준이 덧붙였다.“보현 형, 하지율은 정말 만만치 않아요. 증거가 없으면 오히려 하지율이 역공을 할 수도 있어요.”단보현이 말했다.“내가 탈출한 뒤에 함우민이 계속 사람을 보내 날 죽이려 했어. 한 달 가까이 이곳저곳 숨어 다녔지. 지금 그 지하실에 가봐도 이미 흔적을 지워 버렸을 거야. 함우민은 절대 허점을 남길 사람이 아니야.”연상준이 다시 물었다.“그럼 하지율과
연정미는 단서현의 표정을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서현아, 설마 아직도 고지후 씨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그해 고지후가 연정미를 도와줬던 일로 단서현은 고지후를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 단서현은 아직 어렸고, 집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미 혼인 상대를 정해 둔 상태였다. 다른 사람의 약혼녀 신분으로 고지후와 연애할 수는 없었다.단서현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약혼을 파기하겠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서현의 약혼자는 어릴 때부터 단서현과 함께 자라며 줄곧 단서현을 좋아해 왔기에 파혼을 동의하지 않았다. 파혼하기 위해 단서현은 몇 년을 애썼고 마침내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그 뒤 단서현은 고지후를 찾아 Z국으로 갔지만 그제야 고지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갑자기 알게 됐다. 단서현은 불륜 상대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마음을 접고 고지후를 찾아가지 않은 것이었다.단서현은 부정하지 않고 말했다.“그동안 나도 연애를 해 보려고 했는데 아무런 설렘이 없더라. 나도 알아, 고지후 씨는 결혼도 했었고 아이도 있다는 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좋아하지 않는 남자랑 평생 사느니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는 게 나을 것 같아.”단서현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정미야, 너도 알잖아. 단씨 가문에서 태어난 이상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 수는 없어. 나이가 되면 결국 정략결혼을 하게 될 거야. 고성 그룹은 지금 성장세가 나쁘지 않고 고지후도 꽤나 유망한 사람이잖아. 조금만 노력하면 가문에서도 결국 동의하지 않을까?”연정미가 말했다.“하지만 하지율은 고지후의 전처야. 하지율과 어르신의 관계를 생각하면... 어르신이 찬성하실지 모르겠어.”단서현은 그 말을 듣고는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나는 할아버지의 친손녀야. 할아버지와 하지율의 관계가 아무리 좋다 해도 나보다 더 가까울 순 없어. 할아버지가 가문 내에서 제일 아끼는 건 나야. 내가 할아버지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할아버지도 하지율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으실 거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한참 지난 뒤, 연태훈이 입을 열었다.“지율아, 이 일은 내가 처리하마. 오늘 적잖게 놀랐을 테니 일단 돌아가서 쉬어.”하지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그럼 이만 일어나겠습니다.”하지율과 주용화가 자리를 떴다.두 사람이 떠난 뒤 연태훈은 연상진과 연상준을 손가락질하면서 화를 쏟아냈다.“일 처리도 똑바로 못하는 놈들! 하나는 충동적이고 하나는 귀가 얇아서 자기 여동생을 죽이려고 했으니.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을지...”연상진과 연상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상황이 된 건 연상진과 연상준의 책임도 있다.연태훈은 그들을 한바탕 혼낸 다음에야 돌려보냈다.사무실을 나온 연정미가 얘기했다.“서현이랑 연락했는데 보현 오빠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대. 난 일단 그쪽으로 가볼게.”연상준이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 나도 한번 가보려고.”연정미 덕분에 연상준과 단보현의 사이는 꽤 좋았고 같이 하는 프로젝트도 많았다.연정미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차를 몰고 병원에 도착했다.단보현의 모습을 본 연정미와 연상진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단보현은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잘생긴 얼굴에도 상처가 가득 나 있었다.연정미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보현 오빠가 왜 이렇게...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단서현이 대답했다.“아직 혼수상태라서 누가 이렇게 만든 건지는 잘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단서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삼촌이 누군가한테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는 거지.”단서현과 연정미는 같은 대학을 나온 사이였다. 대학 시절 두 사람은 룸메이트여서 사이가 아주 좋았다.단서현은 전형적인 미인상이었는데 계란형 얼굴에 둥글고 큰 두 눈을 갖고 있었다. 미소를 지을 때면 볼 옆에 귀여운 보조개가 생기는데 그 모습은 아주 달콤하고 아름다웠다.단서현은 귀여운 미인이었기에 연정미나 손형서와 비교하면 눈에 확 띄지는 않았다. 그래도 두 사람 사이에서 지지는
연재영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연상진이 비서를 부를 때, 하지율은 미리 주용화와 얘기했다.“만약 상대방이 폭력을 쓰려고 하면 걱정하지 말고 그대로 갚아줘요.”주용화는 하지율의 경호원으로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율의 입장도 생각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연씨 가문 사람들이 연태훈의 사무실 앞으로 걸어왔다. 내부는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다.연태훈은 굳은 표정으로 살짝 떨고 있었다.연상진은 하지율이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당장 달려가 찻잔을 엎어버렸다.“하지율! 차가 목으로 넘어가? 네가 연씨 가문에 얼마나 큰 폐를 끼쳤는지 알아?”연상진은 이를 꽉 깨물고 하지율을 노려보았다.“아까 실려 나간 사람이 무슨 가문인지 알기나 해? 우리 연경 그룹과 중요한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이야!”그건 연상진이 관리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하지율이 그런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프로젝트도 거의 물 건너간 셈이다.하지율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상대가 먼저 총을 겨누었고, 난 정당방위였을 뿐이에요. 저 사람이야말로 먼저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총을 꺼낸 거예요. 총구를 나한테 겨눌 건지, 아버지한테 겨눌 건지, 누가 알아요?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저 사람은 아버지한테 총을 쐈을지도 몰라요. 아버지한테 위협이 되는 사람이나 물건은 당연히 처리해야죠.”하지율은 정의의 사도처럼 얘기했다.연태훈은 하지율의 말을 듣고 점점 화가 풀렸다.하지율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석유 왕자가 하지율을 핑계로 연태훈에게 총을 겨눌 수도 있지 않은가.연상진은 분노에 휩싸여 하지율을 손가락질했다.“변명하지 마! 하지율, 너 일부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그러는 거지?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이유가 그거 아니야?!”하지율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연상진 씨, 너무 흥분한 거 아니에요? 내가 연씨 가문을 무너뜨려서 나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연경 그룹에서 일하게 되는데, 연경 그룹이 잘 돼야 나도 돈을 벌죠.
옆에 있던 금융업계 큰손은 그 장면을 보고 화를 누른 채 마른침을 삼키고 뒤로 물러났다.붉은 피가 흰 대리석을 물들였다.연태훈은 놀라서 얼른 사람을 불렀다.“얼른 의사를 불러와!”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서 울렸다. 사무실 내부는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하지율은 마치 이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남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금융업계 큰손은 혼란을 틈타 자리를 떠났다.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미친 여자가 차로 아들을 쳤을 뿐만이 아니라 총도 겨누었다.사생아인 하지율과 그들의 목숨을 비교하면 당연히 그들의 목숨이 더 귀했다.연정미가 살인을 저지르고 나중에 정신병이 있다고 다시 풀려나면, 헛수고가 아닌가.두 사람은 원래 연태훈한테서 적당한 보상을 뜯어낸 뒤 합의를 보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보면 합의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그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연경 그룹 빌딩을 올려다본 뒤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연상진과 연상준은 연정미를 통해 단보현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연상진이 말했다.“정미야, 가봐야 하지 않아?”연정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회사 구경 다 하면 보현 오빠를 보러 가려고,”그들이 얘기를 나누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이때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오가는 것을 발견했다.연상준은 놀라서 말했다.“왜 다들 저렇게 다급하게 움직이는 거야? 무슨 일이라도 났나?”연상진이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려던 찰나, 비서가 연상진에게 달려왔다.“도련님, 큰일입니다. 하지율 아가씨가 대표님의 사무실에서 총으로 석유 왕자를 쐈습니다!”연상진은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뭐라고?”비서는 울먹거리며 다시 한번 얘기했다.비서는 하지율을 연태훈의 사무실에 보낸 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생각나 연태훈의 비서를 찾아갔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총성을 들었다.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석유 왕자가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들이 ICU에서 응급 수술 중이니 어제의 라이브 방송은 당연히 보지 못했고, 외국인이라 동양인의 얼굴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들은 예쁘장하게 생긴 하지율을 보면서, 하지율이 사과하러 온 것이라는 것을 듣고 하지율을 연정미로 착각한 것이다.하지율은 두 사람을 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오해입니다. 전 연정미가 아니라...”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석유 왕자가 말을 끊었다.“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금융업계의 큰손도 하지율을 차갑게 노려보았다.“내가 알기로는 일부러 우리 아들의 차량을 노린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을 죽이기 위해 계획한 거지?”하지율이 얘기했다.“두 분이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전 그날 밤 추격에 쫓기고 있었어요. 이건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추격에 쫓기느라 제 목숨을 구하기도 바쁜데, 제가 어떻게 두 사람을 죽이려고 계획했을 리가 있겠어요?”석유 왕자가 차갑게 웃었다.“그렇게 많은 차량 중에서 하필 우리 아들 차를 쳤으니까. 게다가 라이브에서 한 말을 다 들었어! 일부러 친 거잖아!”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연태훈이 자리에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 하지율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석유 왕자가 연태훈에게 물었다.“당신이 직접 말해보세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때는 우리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연태훈은 미간을 꾹 누르면서 하지율에게 얘기했다.“하지율, 일단 두 분한테 사과해...”이때 금융업계의 큰손이 연태훈의 말을 잘랐다.“우리한테 사과해서 소용 있나요? 병원에 가서 내 아들한테 사과해요. 내 아들한테 사고가 났는데 당신 딸은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네요!”연태훈이 중간에서 해명하려고 할 때 하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기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제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예요. 그래도 저한테 누명을 씌우면 안 되죠. 제가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