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작업실이라 감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기 때문에 임채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었다.이때 환자 진료를 마친 단종건도 다가와 임채아의 말을 듣고 차갑게 말했다.“허, 본인이 약병을 잘못 집어놓고 내 탓이라고?”하지율이 말했다.“약병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 안에 뭐가 있는지 물어볼 줄도 몰라요? 우리가 입을 강제로 막기라도 했어요?”하지율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웃음이 흘러나왔다.임채아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방심했어요.”“임채아 씨 한 번의 방심으로 환자들과 한의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봤어요?”하지율은 조목조목 따지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 사람의 생명이 달려 있어요. 만약 환자가 여기서 약을 먹고 문제가 생기면 어르신도 책임을 져야 했겠죠.”말하며 하지율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두 눈에는 분노가 역력했다.정말로 화가 났다.임채아가 고지후 앞에서 온갖 여우짓에 불쌍한 척을 하며 수작 부리는 건 용서할 수 있어도, 일부러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사람 목숨 해치는 짓까지 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임채아는 저도 모르게 고지후를 돌아보았고 검은 눈동자가 마침 자신을 보고 있자 왠지 모르게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나... 나는 정말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이를 악문 그녀가 머리를 무겁게 바닥으로 조아렸다.“하지율 씨, 이유가 뭐든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사과하고 벌도 달게 받을게요. 하지율 씨가 용서할 때까지요.”임채아가 하도 세게 힘을 주어 몇 번 머리를 조아리니 금세 피가 스며 나왔다.고지후의 동공이 움츠러들며 다가가 그녀를 제지했다.“채아야, 뭐 하는 거야? 빨리 일어나!”임채아는 눈물을 흘렸다.“지후 네가 내 약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 많은 대가를 치렀는데 난 여기서 하지율 씨를 화나게 했어. 미안해, 지후야. 내가 너무 쓸모가 없어서 그래. 이번 일은... 내가 책임질게. 날 감옥으로 보내도 상관없어. 다만 하지율 씨가 너한테까지 화를 내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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