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하지율과 유소린은 구청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직 결과를 보지 못하자 유소린의 마음은 불안해졌다.“지율아, 다른 변수가 생기지는 않겠지?”하지율이 말했다.“아마 그럴 리 없을 거야. 임채아는 똑똑한 사람이라 서둘러 돌아오지 않을 거야.”약물 검사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다.임채아가 약을 보내자마자 바로 결과가 나온다면 의심을 받을 것이 뻔했다.오후 두 시쯤, 임채아가 드디어 검사 보고서를 가지고 돌아왔다.하지율과 고지후가 즉시 이혼하기만을 바랐던 임채아는 마음이 초조해졌지만 기쁨에 겨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서명하고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으니까.고지후는 오늘 하루를 비워둔 것 같았다.그동안 전화를 몇 번 받긴 했지만 당장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임채아는 하지율과 고지후가 모두 자리를 뜨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검사 보고서를 고지후에게 건넸다.“지후야, 약에는 문제가 없어. 오히려 많은 고급 한약 성분들이 검출되었어.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약재들로 만들었다고...”임채아는 단종건의 약을 마치 신선이 만든 만병통치약처럼 과장하여 설명했다.이런 말들은 하지율 입에서 나왔다면 신뢰도가 낮았을 것이다.하지만 임채아가 직접 말한다면 그 의미는 달랐다.말을 마칠 때쯤 임채아는 자신조차 그 말을 믿을 뻔했다.“지후야, 선생님은 이 약이 정말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 내 병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고지후는 이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는 곳에 앉아 구경하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하지율을 쳐다봤다.고지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하지율에게 말했다.“됐어.”하지율은 몸을 일으켜 그들을 향해 걸어오면서 임채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임채아 씨, 어르신의 의술을 믿어줘서 고마워요.”하지율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한 임채아는 이를 악물었다.‘일반 보건 약품일 뿐인데 감히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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