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은 고지후를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가운뎃손가락을 폈다.고지후의 검은 눈동자가 더 어두워졌다.하지율이 이렇게 초라한 꼴을 당하면서도 한마디 사정의 말조차 하기 싫다는 건가?좋아, 아주 잘 버티는군. 얼마나 완고한지 한번 보자고.기자들의 재잘거림이 하지율의 귓전에서 울려 퍼졌다. 너무 시끄러워 무슨 말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 하지율은 시종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끝내 침묵을 지켰고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럴수록 기자들은 더욱 포악해졌다. 그들은 상대가 허둥지둥 당황해하는 모습을 좋아했다.장하준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드디어 하지율이 망신당하는 장면을 라이브로 잡았기 때문이다.그가 한창 자기만족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다른 전화가 울렸다.장하준은 라이브 방송 중인 전화를 임채아에게 건네며 말했다.“채아야, 잠깐 이거 좀 들어줘, 전화 좀 받을게.”시청자들이 하지율을 욕하는 걸 신나게 보고 있던 임채아는 기꺼이 받아서 들었다.“알겠어. 통화하고 와.”장하준은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장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그 하지율이라는 여자가 또 실검에 올랐어요!”장하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요즘 매일 실검 올라가잖아, 뭐가 이상해?”“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이번엔...”“됐어, 신경 쓰지 마, 이번 실검 내가 시킨 거야.”장하준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얼른 가서 하지율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장하준의 말에 상대방은 멍해졌다.“이번 실검이 장 대표님 작품이라고요? 왜 진작 말을 안 하셨어요?”“그런 거 진작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 무슨 문제라도 있어?”장하준이 짜증 내며 말했다.“더 할 말 없으면 끊을게.”“장 대표님, 잠깐만요. 저희가 협조할 일은 없나요?”장하준이 화가 나서 말했다.“협조 안 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거야? 이런 사소한 걸 왜 나한테 물어!”“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장하준은 서둘러 하지율의 비참한 모습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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