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111 - Bab 120

239 Bab

제111화

그걸로는 부족했던 걸까?하지만 임서율은 이제 그런 얘기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들의 7년도 이제는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계약 이미 체결했잖아.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 이젠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잘 해낼지 고민해 봐. 이 프로젝트는 회사를 위한 것이지 강수진 씨 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니까 말이야.”강수진은 입술을 깨물며 임서율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울먹이면서 말했다.“서율 씨, 서율 씨가 이러면 저는 어떡해요? 이 프로젝트는 이제 저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서율 씨, 이 프로젝트는 저한테 정말 중요해요. 이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저는 국내에서 자리를 잡을 수가 없어요.”차주헌이 낮으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율아, 이 프로젝트를 너 혼자 책임지고 싶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을 고려해 줬어야지. 수진이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 그런데 이렇게 말도 없이 수진이를 빼버리면 어떡해? 너무한 거 아니야?”임서율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무하다니.강수진의 기획안이 최소한 정상적이었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강수진의 기획안은 오탈자조차 고치지 않은 정도로 엉망이었다.그녀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 강수진에게 기회를 양보했고 이제는 더 물러설 길조차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더 양보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임서율은 무심한 얼굴로 눈가가 붉어진 채 억울한 표정을 짓는 강수진을 바라보았다.“난 충분히 양보했어. 너도 알잖아. 강수진 씨가 정말로 이 프로젝트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면 나도 수진 씨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할 의향이 있어.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방향은 내가 정해.”임서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주 덤덤하게 말했는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강압적으로 느껴졌다.강수진은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저으며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서율 씨,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서율 씨 눈에 차지 않는다는 거 저도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프로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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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하 대표님을 욕실까지 부축해 드리다가 실수로 샤워기를 틀어서 옷이 젖었어. 그래서 하 대표님의 비서가 대신 옷을 사다 주셨어.”임서율은 차분히 말했다. 차주헌은 그녀의 얼굴에서 어떤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이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유심히 살폈다.그러나 임서율은 아주 떳떳해 보였다.강수진이 궁금한 듯 물었다.“그러면 하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약기운을 잠재운 건가요? 그런 약을 먹으면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저항할 수가 없다고 들어서 말이에요.”강수진은 말을 마친 뒤 일부러 임서율을 향해 웃으면서 설명했다.“서율 씨와 하 대표님 사이를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저는 그런 약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아무래도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잖아요.”강수진은 임서율을 또다시 곤경에 빠뜨렸다.강수진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남녀 간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약의 약기운은 평범한 사람이 의지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차주헌은 비록 더 캐묻지는 않았으나 눈빛으로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했다.분위기가 심각해졌다.임서율은 숨을 쉬는 게 버겁게 느껴졌고 심장도 쿵쾅댔다.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그녀는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임서율은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지금은 통증으로라도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강수진과 차주헌이 조금이라도 빈틈을 발견한다면 앞으로 일이 매우 골치 아파질 것이다.임서율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겨야만 했다.임서율은 심호흡을 한 뒤 고개를 살짝 돌려 차주헌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하 대표님은 아니야. 넌 하 대표님과 아는 사이니 하 대표님이 얼마나 끈기 있는 사람인지 잘 알지?”임서율은 사실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말을 내뱉었다. 거짓말을 해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 거짓말을 한다면 그걸 덮기 위해 또 수많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그리고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허점도 많아지는 법이다.그러니 차라리 솔직히 얘기하는 편이 나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만 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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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신경 쓰지 않으니까 침착할 수 있는 것이다.임서율이 차주헌과 강수진을 신경 쓰지 않듯이 말이다. 심지어 그녀는 두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완전히 실망하여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좋게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임서율은 저녁에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방문이 열리는 순간 임서율은 심장이 차게 식었다.타월을 잡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는데 강수진인 걸 보고는 오히려 안도했다.그럼에도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강수진 씨,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노크해야 한다는 걸 잊은 건가요?”강수진은 멋쩍은 얼굴로 시선을 내려뜨렸다.“미안해요, 서율 씨. 깜빡했어요.”임서율은 가슴께를 움켜잡았던 손을 치웠다.“무슨 일이에요?”“주헌이가 야식을 사 와서요. 같이 먹어요.”임서율은 잠깐 뜸을 들였다. 같이 야식을 먹자는 강수진의 말을 들어 보니 마치 그녀가 진짜 안주인이고 임서율은 손님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수진은 임서율이 대꾸하지 않자 자신의 말에 어폐가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해명했다.“미안해요, 서율 씨.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 저는 줄곧 혼자 지냈는데 갑자기 옆에 서율 씨랑 주헌이가 생겨서 너무 기뻤나 봐요. 그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말실수를 했어요. 미안해요.”말을 마친 뒤 강수진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임서율의 앞에 섰다.“서율 씨, 괜찮죠?”임서율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강수진이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야식 먹으러 가요.”임서율은 강수진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차주헌은 음식을 차리며 임서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서율아, 와서 야식 먹어. 이거 내가 남온에 가서 사 온 거야. 너 얼마 전에 남온의 바비큐가 먹고 싶다고 했잖아.”임서율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바쁘게 움직이는 차주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먹고 싶다고 했던 건 남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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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차주헌은 젓가락을 들다가 멈칫했다. 그의 입가 근육도 살짝 경련했다.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강수진은 그 모습을 보더니 중간에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서율 씨, 주헌이가 잘못 기억했나 봐요.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말아요. 바비큐를 잘못 사 온 것뿐이니까요. 저 마침 할 일이 없었는데 제가 가서 사 올게요.”강수진은 말을 마친 뒤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부랴부랴 휴대전화를 챙겨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면서 강주헌에게 말했다.“주헌아, 너는 서율 씨랑 먹고 있어. 내가 가서 사 올게. 서율 씨, 서율 씨는 어떤 걸 좋아해요? 저한테 문자로 보내주면 사 올게요.”임서율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차주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수진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눈빛이 어두웠고 목소리에서도 언짢음이 느껴졌다.“그럴 필요 없어. 남온이나 북온이나 맛은 비슷해.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간다고 해도 사지 못할 거야. 내가 내일 아침 일찍 가서 사 올 테니까 오늘은 그냥 먹자.”그러나 강수진은 고집을 부렸다.“주헌아, 신경 쓰지 마. 서율 씨가 먹고 싶다잖아. 게다가 서율 씨는 예전에 회사에서도 날 많이 도와줬어. 이제는 내가 서율 씨에게 보답할 차례야. 그러니까 가게 해줘.”“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위험해.”임서율은 차주헌의 옆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턱에 힘이 살짝 들어간 걸 보니 화를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두 사람은 서로 북 치고 장구 쳤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수진에게 그 가게 음식을 사달라고 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왜 저러는 것일까?임서율은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강수진 씨 혼자 가면 위험하니까 주헌이 네가 같이 가줘.”차주헌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굳이 지금 먹어야겠어? 좀 참으면 안 돼? 서율아, 너 왜 사람을 이렇게 못살게 굴어?”임서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을 비죽이다가 순진한 얼굴을 한 강수진을 향해 턱짓을 했다.“수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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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지우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강수진은 부끄러운 것인지 귀까지 붉어진 채로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서율 씨, 저를 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집에서 나가는 건 아니죠?”“그럴 리가요. 마음 편히 지내요.”임서율은 매우 부드럽게 말했다.잔뜩 찌푸려졌던 차주헌의 미간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그는 강수진을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서율이가 괜찮다잖아. 그러니까 그냥 마음 편히 지내. 난 가끔 회사에서 야근해야 해서 집에 돌아오지 못하니까 문단속 잘해.”임서율은 자신의 앞에서 연기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 화제를 이만 끝내고 싶었으나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렸고 신경이 곤두섰던 임서율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녀는 이 전화가 매우 반가웠다.임서율은 강수진과 차주헌 앞에서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였다.“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임서율은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비록 받고 싶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일이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교섭해야 했다.임서율은 전화를 끊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말씀하세요.]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 친근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지금 당장 돌아와.]답장에서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명령이었다.임서율은 거절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그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네.]임서율은 휴대전화를 챙기고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남은 건 테이블 위 먹다 만 야식뿐이었다. 차주헌은 강수진이 임신했다는 사실에 기뻐서 그녀의 얼굴에 남은 손자국조차 알아채지 못했다.시선을 거두어들인 임서율은 캐리어를 챙겨 집에서 나왔다.아파트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양지우에게 연락했고, 양지우는 임서율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서율아,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무슨 일 있어?”그녀가 아는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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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아가씨 돌아오셨습니다!”도우미의 말에 임유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이내 임서율을 발견한 그녀는 가슴속에 쌓여 있던 울분이 터져버렸다.그래서 임유나는 도우미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아가씨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임서율은 애초에 임씨 가문 딸도 아닌데 어디서 감히 아가씨라고 부르냐고요!”도우미는 임유나의 호통에 놀라 몸을 움츠리더니 곧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임서율은 별일 아니라는 듯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그러고는 도우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화를 낼 거면 나한테 내. 왜 아무 잘못 없는 사람한테 소리 지르는데?”어느새 임유나의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맺혔고 이를 꽉 깨물며 외쳤다.“임서율, 네가 무슨 염치로 여길 다시 기어들어 와? 다 너 때문이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나도 분명히 하 대표님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임유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결국 다 네가 차지했잖아. 너도 정말 대단하다! 운성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두 남자가 다 네 발밑에 무릎 꿇게 만들었으니 지금 네 속이 얼마나 뿌듯하겠니?”임서율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들어 임유나를 쳐다봤다.“설마 네 삶의 의미는 남자랑 자는 거... 그거 하나밖에 없는 거야?”“야!”“그만해. 너희 둘 다 그만 좀 떠들어.”옆에 있던 임태규는 탁자를 쿵 내리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서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서율아, 네 동생 말이 사실이냐? 하 대표랑 한방에 있었던 게 유나가 아니라 네가 맞아?”“그건 유나가...”“나는 맞는지, 아닌지만 물었다.”잠깐의 정적 끝에 임서율은 순순히 대답했다.“맞아요.”그 대답에 임태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그럼 유나 얼굴에 난 손자국도 네가 그런 거냐?”“네.”그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임서율 앞으로 다가오더니 몇 초 동안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이내 임태규는 손을 번쩍 들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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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 바람에 임유나는 등골이 싸늘해졌다.곧 임서율이 그녀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너, 할아버지한테 말했어? 하 대표님한테 약 먹인 게 네 짓이라고. 네 앞에서 분명히 말했잖아. 임씨 가문 찾아가 따질 거라고.”임서율은 시선을 거실에 모인 사람들로 훑으며 말을 이었다.“지금은 차라리 네가 벌인 짓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거부터 고민하는 게 낫지 않겠어? 하 대표님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내가 굳이 다시 말 안 해도 알잖아.”임유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하도원의 얼굴이 떠올라 불안해져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임태규는 곧 임유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서율이 말이 사실이냐? 네가 하 대표한테 약 먹인 거 맞아?”임유나는 본능적으로 한발 물러섰다.“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 하 대표님이 저한테 아예 눈길도 안 주잖아요. 제가 다른 수라도 쓰지 않으면 하 대표님한테 가까이 갈 기회조차 없었단 말이에요.”임유나는 허둥대며 말하더니 곧 임서율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다 쟤 때문이에요! 다 임서율이 망쳐놔서 이렇게 된 거라고요! 임서율만 아니었으면 전 진작에 하 대표님이랑 잘됐을 거예요. 그러면 여론 때문에라도 하 대표님이 저랑 결혼을 안 할 수 없었을 텐데!”임서율은 가소롭다는 듯 임유나를 노려보았다.“임유나, 너 정말 정신 나간 거 아니야? 하 대표님이 네가 그런 수작 부린다고 넘어올 남자 같아? 네가 뭘 어떻게 꾸몄다고 쳐도 하 대표님은 결국 다 알아챘을 거고 네 협박 같은 거에 휘둘릴 사람 아니야.”임서율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너 혼자 망하는 건 상관없어. 근데 하 대표님이 임씨 가문까지 건드리기 시작하면 네가 누리는 임씨 가문의 딸이라는 권력도 끝장일 거야.”사실 임서율은 임유나랑 원래부터 자주 엮이지 않았다. 그래서 임유나가 이렇게까지 어리석은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임유나는 늘 자신의 행동이 어떤 후폭풍을 부를지 따위는 생각도 못 하고 무작정 저질렀다.하도원은 그 대단하다는 차주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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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거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그 한마디에 덜컥 내려앉았다.이렇게 낮고 서늘한 목소리, 사람을 단숨에 제압해 버리는 그 묵직한 기운.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운성에서 단 한 사람뿐이었다.하도원.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단지 그 목소리만으로도 마치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긴장감이 피어올랐다.임서율은 그대로 얼어붙은 듯,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 또한 설마 하도원이 이렇게 갑자기 임씨 가문에 나타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 시간대라면 더더욱 말이다.게다가 임유나가 하도원에게 약을 먹이긴 했어도 결국 큰일은 없었으니 그는 그냥 흘려넘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그 남자는 정말로 이 집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하도원은 여느 때처럼 검은색 슈트를 입고 있었다.그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더욱 또렷해 보였고 칼날처럼 선명한 윤곽은 사람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냉기를 풍겼다.몸에 완벽히 맞춘 슈트는 그의 키와 비율을 더 돋보이게 했고 같은 계열의 넥타이는 그 절제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평소에는 조금 흐트러진 듯 보이던 앞머리도 오늘은 뒤로 말끔히 넘겨 더욱 냉정하고 위압적인 인상을 주었다.하도원은 곧장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여유롭게 꼬고 깊고 날카로운 눈매로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마치 범접할 수 없는 존재처럼 그의 몸에서는 아득하고도 위태로운 기품이 흘러나왔다.임태규도 그 모습을 보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딱딱하던 표정을 순식간에 풀며 활짝 웃었다.“하 대표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오실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랬어요.”하도원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어르신 요즘 건강은 어떠십니까?”임태규 또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다행이네요. 제가 혹시 조금 세게 말해도 어르신께서 버텨 주셔야 할 텐데요.”하도원은 한쪽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괴고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뺨을 천천히 두드렸다.말투는 느슨해 보였지만 그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숨 막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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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임서율은 옆에서 말없이 서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임태규가 하는 말은 뻔했다.이제 와서 온 책임을 다 그녀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이었다.평소엔 자신을 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외인이라며 인정도 하지 않더니 막상 임유나의 잘못을 덮어야 할 때가 되자마자 곧장 ‘언니’라고 불러대며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었다.임유나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책임을 임서율 쪽으로 밀어버렸다.“맞아요. 이건 정말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언니가 그날 저보고 거기 있으라고 했고 하 대표님은 상대하기가 워낙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언니가... 언니가 그랬어요. 그리고 그런 방법밖에 없다고 했단 말이에요.”임서율은 이 집안 사람들을 이제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결국 자신은 이 집안의 ‘책임 전가용 방패막이’로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분명해졌다.하지만 그녀는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임태규가 말했듯 그동안 임씨 가문에 얹혀 지낸 값이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때였다.하도원의 음산하고 깊은 눈빛이 무심히 옆으로 스쳤다.그가 바라본 건,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서 있는 임서율이었다.방금 맞은 뺨은 여전히 빨갛게 부어 있었다.임서율은 길고 고운 속눈썹을 살짝 떨며 고개를 숙여 있었는데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마치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듯, 가녀리고 위태로워 보였다.하도원은 날카로운 눈매로 임서율을 쳐다보더니 느리면서도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임서율 씨는 할 얘기가 없습니까?”임서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맞아요. 제 잘못입니다. 제가 하 대표님께 유나를 소개하려 했고 문제가 된 술잔도 제가 직접 하 대표님 앞에 가져다 놨으니까요. 하 대표님께서 책임을 물으시겠다면 제게 물으시면 됩니다.”그녀는 이렇게 말하면 하도원이 임씨 가문을 더는 건드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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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하도원은 저도 모르게 낮고 짧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는 손을 들어 머리를 주무르더니 매의 눈빛으로 거실 안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임씨 가문은 역시 인재가 끊이질 않네요. 어르신, 제가 만약 어르신이라면 임서율 씨는 좀 귀하게 모시고 다니겠는데요? 적어도 밖에 데리고 다녀도 체면은 안 구길 테니까.”하도원이 계속 말했다.“근데 둘째 아가씨 같은 머리로 밖에 돌아다니면 임씨 가문 이름이 꽤 우스워질 것 같습니다.”임서율은 깜짝 놀라 멍하니 하도원을 바라보았다.사실 속으로는 감탄이 절로 났다.‘이 남자, 진짜 대단하네.’이런 말은 그녀조차도 임태규 앞에서 감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는데 하도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놓고 비웃어 버렸다.순간 임태규의 안색은 솥뚜껑보다 더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또한 임유나도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꺼져 버리고 싶은 눈치였다.저렇게 사람 많은 데서 모욕을 당했으니 수치스러운 게 당연했다.하지만 임태규 역시 그 정도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인물은 아니었다.두 손을 등 뒤로 돌려 짊어지듯 서서 더는 하도원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하 대표님, 이건 임씨 가문의 집안일입니다. 그러니 외부 사람이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보통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알아서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하지만 하도원에게 물러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곧 그의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거실을 다시 울렸다.“어르신 농담도 잘하시네요. 제가 어떻게 외부 사람입니까? 하마터면 어르신의 손주사위가 될 뻔했던 사람이지 않습니까?”하도원이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임유나가 아니라 임서율에게 곧장 향했다.임서율은 하도원의 눈빛과 마주쳤고 순간 머릿속에 그날 밤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욕조 속의 하도원, 그리고 자신이 손으로...그녀는 당황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임유나는 하도원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자신에게 희망이 있다고 착각했다.그리고 조심스레 하도원에게 다가서더니 눈가에 은근한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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