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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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임서율은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녀는 본인이 함정에 빠졌을 때보다도 더 당황했다.“어떡해요?”그러다 임서율은 머릿속에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가 가서 임유나를 불러올까요? 걱정하지 말아요. 비밀은 지킬게요. 임유나가 대표님을 협박할 일도 절대 없을 거예요. 임유나가 약을 탄 거라고 제가 증언해 줄게요.”임서율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오른손을 들고 맹세했다.욕실 안은 대낮처럼 환했지만 하도원의 눈동자는 한없이 어두웠다. 그가 침묵할 때 임서율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도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임서율 씨, 임서율 씨는 내가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아요?”임서율은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지금으로서는 약기운이 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그냥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것뿐이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텐데요.”“그래요. 일리 있는 말이네요. 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죠.”하도원이 갑자기 그녀의 말에 수긍했고 임서율은 순진하게도 그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그러면 지금 바로 임유나를 불러올게요.”임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하도원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하도원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어투로 말했다.“어차피 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텐데 굳이 귀찮게 임유나 씨를 불러올 필요는 없어요.”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욕실의 조명이 갑자기 꺼지면서 주위가 어두워졌다. 임서율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뜨겁고 축축한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당겼다.입술이 닿는 순간 임서율은 바짝 긴장했다. 처음엔 그냥 살짝 닿은 것뿐이었는데 곧 깊은 키스로 이어졌다.하도원이 강압적이면서도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임서율의 입술이 강제로 벌려지자 그는 능숙하게 그녀의 입안을 탐했다.임서율은 하도원에게 붙잡힌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고 심장도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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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하도원은 나른한 자태로 욕조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190cm에 육박하는 하도원에게 욕조는 아주 비좁았다.“내 기억이 맞다면 지난번에 내게 돈을 주겠으니 자기랑 한 번 하자고 한 사람 임서율 씨 아니었나요? 오늘 밤에는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에요.”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조명을 켜더니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하도원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죠? 설마 돈을 주겠으니 같이 하룻밤을 보내자는 건가요?”하도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동자에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는데 평소보다 남성적이고 섹시했다.“이건 임서율 씨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당연히 임서율 씨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내가 돈까지 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꿈도 야무지지.”임서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돈 한 푼도 주지 않고 저랑 자겠다는 건가요? 너무한 거 아닌가요?”돈을 주겠다는 사람은 봤어도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하도원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면서 임서율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임서율 씨가 금액을 제시해 봐요. 2억? 4억?”임서율은 자신이 하도원의 말에 놀아났다는 걸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돈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돈을 받을 생각도 없으면서 왜 따진 거예요?”하도원이 덤덤히 말했다.“저는...”임서율은 약기운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하도원이 아니라 자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원의 말 몇 마디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걸 보면 말이다.하도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앓는 소리를 냈다. 임서율은 그의 입술이 꽉 다물려 있고 팔의 핏줄이 도드라져 있는 걸 보았다. 매우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임서율은 문득 자신을 진료해 줬던 의사를 떠올렸다.“하 대표님, 지난번에 의사 선생님을 한 명 부르셨잖아요. 그분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지금 연락해 볼게요.”임서율은 지난번의 그 의사 선생님의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온몸에 수많은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괴로웠었는데 그 의사가 준 약을 먹고 서서히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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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지난번에 임서율에게 쓰였던 약은 금지된 약물로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구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불법 약물이었다.그러나 일반적인 최음제라면 하도원의 의지로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 괴로울 테지만 말이다.“그...”휴대전화를 들고 욕실 문 앞으로 걸어간 임서율은 하도원이 흰색 셔츠의 단추를 전부 풀어 헤치고 있는 걸 보았다. 그의 가슴 근육이 전부 드러나서 임서율은 얼굴이 빨개졌고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조현우는 임서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를 불렀다.“임서율 씨?”“아, 네. 살짝 괴로워 보이기는 하는데 아주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아요.”조현우가 임서율에게 말했다.“이런 상황에서는 욕구를 풀게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약기운이 계속 몸에 축적돼서 심할 경우 돌연사할 수도 있어요.”“돌... 돌연사요?”임서율은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지난번에 임서율은 죽을 것만 같았다. 온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은 견디기가 매우 힘들어 지금도 떠올리기 싫을 정도였다.“그... 그러면 어떡하죠? 그걸 하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임서율은 아직 차주헌의 아내였기 때문에 하도원과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만약 솔로였다면 하도원이 지난번에 자신을 구해준 걸 생각해서라도 몸을 바쳤을 것이다. 게다가 하도원도 못생긴 건 아니었고 손해 볼 건 없었다.조현우가 방법을 알려주었다.“손을 쓰면 되죠.”임서율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손을 쓰라고요?”“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임서율 씨, 대표님께서 잘못되신다면 임서율 씨도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자, 이제 어떻게 할지는 임서율 씨에게 달렸어요. 저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조현우는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임서율은 전화가 끊기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현재 하도원을 도와줄 수 있는 건 그녀가 유일했다. 오직 그녀만이 하도원을 구할 수 있었다.임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삶에 미련이 없는 표정으로 심호흡했다. 그녀는 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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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임서율은 조금 의아했다. 하도원은 거리낌이 없었다.임서율은 얼굴이 빨개졌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며 말할 때도 더듬댔다.“직... 직접 하세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시선을 옮겼다.귓가에서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임서율은 주먹을 움켜쥐었다.“됐어요.”임서율은 감히 바라볼 수가 없어서 손으로 만져보며 감각에만 의지했다. 하도원은 그녀의 손을 잡아 위에 올려놓았고, 손바닥의 뜨거운 열감과 촉감에 임서율은 화들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손을 거두어들였다.하도원은 헛숨을 들이키면서 억눌린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시간 그만 끌고 빨리해요...”임서율은 자신이 뭘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손만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매 순간이 괴로웠다.임서율은 조심스럽게 하도원에게 물었다.“이 정도 속도면 될까요?”“말하지 말아요.”“네.”임서율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으나 하도원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얼마나 더 해야 해요?”하도원의 목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곧 끝나요.”띵동.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임서율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본능적으로 손을 떼려고 했다.“다른 데 한눈팔지 말고 집중해요.”임서율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곧 끝나는 거죠?”“서율 씨가 계속 말을 건다면 더 늦어질 거예요.”하도원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한결 나아진 걸 보면 아까보다 상태가 좋아진 듯했다.임서율은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를 무시해야만 했다.잠시 뒤, 귓가에서 이성을 되찾은 듯한 하도원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서 문 열어요.”임서율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감히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빠르게 손을 씻고서 몸에 타월을 두른 채로 문을 열러 갔다.문을 열자 임유나가 화가 난 얼굴로 문밖에 서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임유나는 심상치 않은 냄새와 온몸이 홀딱 젖은 임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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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임유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매섭게 돌변하며 말했다.“언니, 언니는 나한테서 하 대표님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됐어. 언니가 뭔데? 언니가 아직도 임씨 가문 딸 같아? 꿈 깨. 나야말로 진짜 임씨 가문 딸이야. 언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알겠어?”“임유나 씨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죠?”갑자기 낮고도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하도원이 가운을 입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는데 눈빛은 날카로웠고 두 눈은 까맸다. 금욕적이면서도 섹시한 모습이었다.임유나는 하도원의 얼굴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안색이 창백해졌다.“저는... 대표님, 우리 언니가 한 말 믿지 마세요. 약을 탄 사람은 제가 아니라 언니예요. 언니는 이 기회를 틈타 대표님과 자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했어요.”임서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유나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임유나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도원은 손을 들어 높은 눈썹뼈를 만져보면서 덤덤히 말했다.“그래요? 어쩐지 오늘따라 유독 내게 술을 권한다 싶었는데.”임유나는 하도원이 자신의 말을 믿는 것 같아서 더욱 열을 올렸다.“저는 그러지 말라고 언니를 설득했어요. 언니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니까요. 만약 형부에게 들킨다면 차씨 가문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언니는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어요.”하도원은 임유나를 힐끗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런데 서율 씨는 왜 나랑 자려고 하지 않은 걸까요? 안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말이죠.”“그건...”임유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방금 뭐라고 한 거야? 언니랑 자지 않았다고?’그럴 리가 없었다. 임서율이 하도원과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온몸이 젖어 있겠는가?임서율은 임유나가 꼴도 보기 싫었다.“내가 뭘 했다고 생각한 거야? 나는 네가 벌인 일 때문에 안에서 뒷수습을 하고 있었어. 약까지 탔으면서 찬물로 몸의 열을 식혀 약기운을 억누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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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임유나는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왜 또...”짝!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하도원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옆에서 구경하며 휘파람을 불었다.임유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임서율을 바라보았다.“감히 날 때려? 언니, 미쳤어? 지금 날 때린 거야?”임서율은 경악과 분노에 휩싸인 임유나를 무시했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의 뺨을 때려서 그런지 손이 저릿저릿했다.임서율은 손을 털면서 차분하게 말했다.“왜? 안 돼? 조금 전에 네가 내 뺨을 때린 건 벌써 잊었나 봐. 난 그냥 똑같이 돌려준 것뿐인데 말이야.”임유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재벌가 딸의 품격 따위는 잊은 것인지 볼썽사납게 굴었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언니가 뭔데 날 때려? 언니가 무슨 자격으로! 언니는 그저 나 대신 임씨 가문에서 몇 년 동안 재벌가 딸 대접을 받고 자랐을 뿐이야. 언니가 진짜 재벌가 딸이라도 되는 줄 알아? 언니는 남의 인생을 훔쳐서 산 도둑일 뿐이야!”임유나는 손을 뻗어 임서율의 머리를 손가락질하려고 했으나 임서율이 매서운 눈빛을 해 보이며 임유나의 손목을 잡았다.“임유나, 상황 파악 잘해. 나는 임씨 가문 딸은 아니지만 차씨 가문의 며느리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임유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턱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임서율이 임씨 가문에서 쫓겨나면 자신의 앞에서 기가 죽을 줄 알았다.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하도원은 손을 들어 젖은 머리를 살짝 헝클어뜨렸고 그 바람에 임유나의 얼굴에 물방울들이 튀었다.하도원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문틀에 기대어 늘씬한 두 다리를 꼰 채 임유나를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이 정도로 창피를 당했으면 이만 가봐야 하지 않나요?”임유나는 화가 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임서율을 죽어라 노려보다가 씩씩대면서 떠났다.임유나가 떠난 뒤 임서율은 온몸에 힘이 빠진 사람처럼 축 늘어져 뒤로 물러났고, 하도원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센 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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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조금 전 임유나의 태도를 본다면 차주헌 앞에서 없는 말까지 지어낼 게 뻔했다.하도원은 웃음을 터뜨렸다.“뭘 걱정하는 거예요? 차주헌 씨는 강수진 씨랑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요.”“괜히 문제가 생기는 게 싫어서 그래요.”임서율은 곧 떠날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차주헌과 좋게 끝내고 싶었다. 임서율은 차주헌을 사랑했을 때 둘 사이의 감정을 소중히 여겼다. 비록 곧 그와 헤어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안 좋은 기억은 최대한 만들고 싶지 않았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하도원은 고개를 젖히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 날 도와준 걸 생각해서 이번만큼은 구해줄게요. 대신 앞으로 내게 임서율 씨가 필요할 때가 온다면 반드시 날 도와줘야 해요.”“네.”임서율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어차피 앞으로는 하도원과도 만나지 않을 테니 상관없었다. 지금은 당장 눈앞의 위기부터 모면해야 했다.하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문을 열러 갔다. 얼마나 빠른지 임서율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당시 임서율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역시 남자의 말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임서율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잠깐의 침묵 후,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대표님께서 구매하라고 하신 물건입니다.”“그래. 차주헌 쪽은 어떻게 됐어?”“잘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셔야 합니다. 저희도 시간을 더 끌기는 힘들 것 같아서요.”“알겠어.”눈을 뜬 임서율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공손한 자세로 하도원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걸 보았다.임서율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주헌이 아니었어.’게다가 하도원은 이미 모든 걸 예상하고 옷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임서율은 기억을 떠올려 봤으나 하도원이 대체 언제 비서에게 부탁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그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임서율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방문이 닫힌 뒤 하도원은 옷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들고 임서율의 앞에 섰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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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당황한 임서율은 자기도 모르게 하도원을 바라보았다.“어떡해요?”하도원은 별수 없다는 듯이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다시 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임서율은 미간을 찡그렸다.“방으로 돌아가봤자 들키겠죠.”차주헌이라면 반드시 객실을 샅샅이 뒤질 것이다. 그녀도 조금 전 방 구조를 확인해 보았는데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었다.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임서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틀어쥐고 있는 것처럼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그러다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렸고 발소리가 멈췄다.임서율은 차주헌이 전화를 받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임서율은 차주헌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강수진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일반적으로 강수진이 부르면 차주헌은 아무리 바빠도 꼭 그녀를 찾아갔기 때문이다.상대방이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주헌은 조금 언짢아진 듯했다.“지금 바빠. 조금만 기다려...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어. 조급해하지는 말고.”차주헌은 전화를 끊었다. 옆에 있던 임유나는 이렇게 갑자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형부, 바로 앞이에요. 코너만 돌면 돼요.”“난 급한 일이 있어서 병원에 가봐야 해요.”차주헌은 휴대전화를 주머니 안에 넣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임유나는 차주헌이 이대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임서율에게 확실히 복수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이건 차주헌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차씨 가문의 체면과 직결된 문제였다.소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스캔들이 터지는 것만으로도 임서율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애당초 차씨 가문은 차주헌과 임서율의 결혼을 동의하지 않았다. 차씨 가문은 운성에서 꽤 잘 나가는 집안이었기에 청각장애가 있는 여자를 며느리로 삼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당시엔 임서율이 임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진 상태였다.그것은 임서율에게 엄청난 타격이었다.당시 차주헌이 온갖 반대를 무릅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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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이때 임서율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차주헌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이 분명했다.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 차주헌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걸까? 그녀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전화하다니.임서율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차주헌은 이번에 문자를 보냈다.[하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거야?]임서율은 웃음이 터졌다. 차주헌은 참 바쁜 사람이었다. 지금쯤이면 병원에서 강수진과 함께 있을 텐데 그 와중에 임서율까지 챙기려고 하다니.임서율은 대답하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넌 어디야?][밖에 있어. 볼일이 있거든. 일단 내 질문에 대답해.]임서율은 그의 성의 없는 대답에 답장을 보내기 싫어졌다.그녀는 전화를 꺼버린 뒤 하도원에게 말했다.“전 이만 돌아갈게요.”하도원은 그녀의 뺨을 가리켰다.“그 꼴로 돌아가려고요?”임서율은 그제야 임유나에게 뺨을 맞은 사실을 떠올렸다. 조금 전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깜빡했다.“괜찮아요. 전 이만 가볼게요.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대표님께 부탁드릴게요.”임서율은 말을 마친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하도원은 그녀를 불러 세우지 않았다. 그는 까만 눈동자로 임서율의 가냘픈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다.하도원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임서율은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고 문을 여는 순간 오른쪽 손목이 저릿한 걸 느꼈다. 하도원은 지루인 듯했다.일반적으로 약을 탄 술을 마시게 되면 평소보다 빨리 끝나는 것이 정상이었다.임서율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속 시간이 아주 길다면 그런 일을 자주 해서 민감도가 떨어졌거나 원래부터 지속 시간이 아주 길어서 그런 거라고 말이다.하도원은 대체 어느 쪽일까?임서율은 택시를 타고 내리자마자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주헌아, 네가 날 이곳으로 데려온 걸 서율 씨가 알게 된다면 기분 나빠할 거야.”“괜찮아. 서율이 여기 없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차주헌이 불쾌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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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임서율은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무슨 얘기요?”강수진은 임서율의 대답을 듣자 그제야 임서율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잘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솔직히 다른 때였다면 임서율이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어도 상관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임서율이 그 사실을 알고 이혼하겠다면서 차주헌을 고소한다면 임서율은 재산의 반을 가져갈 것이다.강수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별거 아니에요. 재호 그룹의 기획안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주헌이가 서율 씨가 준비한 기획안 같다고 하더라고요.”강수진은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서율 씨는 우리랑 같은 회사인데 하 대표님 편에 설 리가 없잖아요. 하 대표님은 우리의 라이벌이니 말이에요.”임서율은 평온한 얼굴로 인정했다.“내가 쓴 기획안 맞아요.”강수진은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서 입을 틀어막으며 소리쳤다.“뭐라고요? 서율 씨, 재호 그룹 기획안을 서율 씨가 썼다고요? 하 대표님을 도와준 건가요? 설마 서율 씨 정말로 소문처럼 하 대표님과...”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강수진 씨,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믿는 건가요? 저와 하 대표님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 그러니 말조심하세요.”차주헌과 강수진의 사이와 비교하면 임서율과 하도원은 그저 일로만 엮었을 뿐이다. 임서율은 하도원에게 아무런 감정도 품고 있지 않았다.강수진은 임서율이 화를 내자 가녀린 몸을 덜덜 떨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훌쩍거렸다. 아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말이다.“서율 씨, 사실 저도 서율 씨와 하 대표님을 믿어요. 저는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똑같이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내요?”말을 마친 뒤 강수진은 울면서 차주헌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걸 보면 마음이 약해질 법도 했다.여자인 임서율도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남자는 어떻겠는가?임서율은 자신이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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