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얼어붙은 임서율을 보고 서둘러 달랬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의사들 얘기만 들은 거라 확실하진 않아요. 혹시 또 괜한 걱정일 수도 있잖아요.”하지만 임서율은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안 돼요, 제가 직접 가서 봐야겠어요. 링거는 나중에 맞을게요.”간호사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녀는 곧장 옆 진료실로 달려갔다.의사가 상처를 소독하는 중이었고 하도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마의 핏줄은 불거져 있었지만 그는 꾹 참으며 한마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그런 그가 임서율을 보는 순간, 굳어 있던 눈매가 단번에 풀어졌다.“고작 몇 분 못 봤다고 내가 보고 싶은 거야?”억눌린 목소리에 농담을 억지로 섞는 그의 말에 임서율은 씁쓸하게 웃음을 흘렸다.“지금 농담할 기분이 나와요?”하도원은 그녀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온몸에 남은 흉터를 바라보는 순간,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내가 늦어서 네가 이런 꼴을 당할 뻔했어. 오늘 네가 겪은 모든 모욕, 내가 반드시 갚아줄게.”임서율은 그가 자신보다 더한 상처를 입고도 오히려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차주헌조차 이런 말을 해주진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하도원의 머리를 끌어안고 아이 달래듯 그의 등을 토닥였다.“이러면 안 보이니까 무섭지 않을 거예요.”하도원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우습기도 해,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임서율, 넌 사람 달래는 법이 참 독특하다니까.”임서율은 그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내려다보았다.늘 완벽한 이미지를 고수하던 그였다. 그런데 오늘은 체면 따위 다 버리고 그녀를 구하러 몸을 던진 것이다.피투성이로 망가진 그의 몸을 보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그 순간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다. 하도원을 보자마자, 마치 번지점프하다 밧줄이 잡아당겨져 다시 바닥으로 안착한 듯 안도감이 몰려왔었다.“하도원 씨, 당신 바보예요? 상대가 몇 명인데 무슨 철인이라도 된 줄 알아요?”그 말에 그의 검은 눈동자에 있던 서늘한 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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