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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ผู้เขียน: 청산
말을 마친 평양 후작은 옆에 있는 육준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그가 아직도 유서음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자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찻잔을 집어들었다.

“준수야!”

눈치 빠른 장씨가 재빨리 육준수를 불렀다.

육준수는 그제야 유서음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아버지, 이제 와서 화를 내셔도 무슨 소용인가요. 혼약도 파기되고 제가 그 수모를 당했는데 저 다신 그 계집을 못 찾아갑니다!”

육준수는 속으로 딴 속셈을 품고 있었다.

이 시기에 자존심 굽히고 오주은을 찾아간다면 그는 온 도성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

안 그래도 수치스러운데 더 이상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그의 생각을 뻔히 아는 평양 후작은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려쳤다.

놀란 장씨는 미소를 지으며 부군을 달랬다.

“나으리, 진정하세요. 준수가 나이가 어려서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런 것이니 잘 가르치면 말은 들을 거예요.”

평양 후작은 육준수를 힐끗 흘겨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폐하께서 왜 한달 기한을 주셨는지 알아? 그건 네게도 기회를 주신다는 뜻이야! 당장 찾아가서 혼약을 되돌려놓지 않으면 난 너 같은 아들은 이제 없는 셈 칠 것이다!”

장씨는 후작이 왜 이리 강경하게 나오는지 의아했지만, 구태여 의중을 물을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평양 후작이 서재로 돌아간 후, 장씨는 유서음을 달래주는 아들을 보고 있으려니 미천한 시종의 딸인 그녀가 더욱 꼴 보기 싫어졌다.

그나마 눈치 빠른 유서음이 장씨가 뭐라 하기도 전에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모든 건 제가 모자란 탓에 벌어진 일이니 이만 화 푸세요, 마님. 마님께서 어떤 벌을 내리시든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자 장씨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유서음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유 집사의 딸인데 어찌 중벌을 내리겠느냐. 준수가 너를 마음에 들어한다니, 앞으로 우리 집안의 천첩으로서, 예법을 열심히 배워야 할 것이다.”

유서음은 곧장 고개를 조아리며 공손히 말했다.

“제가 비록 어리석기는 하나, 주제넘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방 어멈에게서 예법을 잘 배우고 앞으로 공자와 미래의 부인을 성심성의로 섬기겠습니다.”

그녀는 오늘 일로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벌을 청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았다. 방 어멈은 저택에서 가장 엄격한 사람이었다.

“네가 그런 결심이 섰다는데 내 어찌 마다하겠느냐.”

장씨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곁에 있는 방 어멈에게 눈짓했다.

방 어멈이 시종들에게 손짓하자 두 명의 시종이 다가오더니 유서음을 질질 끌고 밖으로 향했다.

유서음은 육준수를 지나치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그럴수록 육준수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유서음이 시종들에게 끌려간 후, 그는 초조한 얼굴로 장씨의 손을 잡으며 사정했다.

“어머니께서는 늘 인자하고 자애로운 분이셨잖습니까. 그러니 서음한테 너무 호되게 하지 마세요.”

장씨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화딱지가 났다.

“천첩 따위를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하는 것이 어떠니! 작은집 그 천한 핏줄이 네 머리로 기어오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네 아버지 말씀대로 해!”

육준후 얘기가 나오자 육준수은 금세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미천한 서자에게 세자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리고 유서음이 오늘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오주은에 대한 불만과 증오심은 커져만 갔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제야 장씨는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준수야, 내일 사과의 선물을 들고 그 집에 다녀오거라.”

“예, 어머니. 그럼 저는 다른 할 일이 있어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서둘러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장씨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방 어멈은 심신 안정에 좋은 국화차를 따라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마님, 다른 건 몰라도 세자 자리만을 위해서라도 큰 공자께선 오가에 가실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장씨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매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넨 중매인 왕 어멈한테 좀 다녀와야 겠어. 우리 평양 후작가가 호락호락한 집안이 아니라는 걸 오주은 그 계집에게 분명히 알려줘야지!”

“예, 그럼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방 어멈이 밤 늦게 왕 어멈을 찾아간 일은 다음 날 아침 왕 집사를 통해 그대로 오주은의 귀에 전해졌다.

그녀는 장신구함에서 장신구 하나를 꺼내 영주에게 건네며 물었다.

“왕 어멈한테 보상은 두둑이 줬겠지요?”

왕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씨의 분부대로 은 한 냥을 줬더니 입이 찢어지더라고요. 아씨께서 도움이 필요하실 때 언제든 말씀하시라고 하더군요.”

“방 어멈께는 아무것도 안 줬을까요?”

영주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방 어멈 얘기가 나오자, 왕 집사는 하찮은 표정으로 답했다.

“왕 어멈 얘기를 들어보니 방 어멈이 어제 찾아가서 온갖 짜증을 부리더니 동전 몇 푼 쥐여주고 갔다는군요.”

그 말을 들은 영주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오주은은 새침한 표정으로 장신구함을 영주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가서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물건들을 다시 꺼내오렴. 앞으로는 그걸 사용할 것이야.”

왕 집사와 영주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

곧이어 영주는 다소 초라한 장신구함을 들고 왕 집사와 함께 방 문을 나섰다.

자리에서 일어선 오주은은 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금사로 수놓은 비단옷은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녀는 몸에 두른 값비싼 장신구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모친은 대부호 난씨 가문의 외동딸로,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동안은 그저 청렴한 척하는 육준수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평범한 옷감을 두르고 다녔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배려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씨 가문은 몰락했지만, 그녀가 가진 재력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왕 집사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씨, 평양 후작가의 육 공자가 찾아왔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왕 집사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씨께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 바로 몽둥이를 들고 쫓아내라고 하겠습니다.”

“아니요, 한 번 만나 보죠.”

오주은은 천천히 일어서서 옷매무시를 정돈했다.

“거절한다고 고분고분 돌아갈 사람도 아니고, 시간 끌어봤자 우리 체면만 구길 겁니다.”

그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을 예상하고 있었다.

오늘 돌려보낸다면 내일 더 까탈스러운 장씨 부인이 찾아올 것이다.

“제가 앞장설게요, 아씨! 만약 육 공자가 아씨께 무례를 범한다면 그 입을 찢어버리겠어요!”

영주는 잔뜩 성난 얼굴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오주은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대문 밖에 선 육준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사람들의 비웃음 담은 시선이 느껴졌다.

“대체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 게야!”

그는 지금 잔뜩 골이 난 상태였다. 아버지의 으름장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돌아갔을 생각이었다.

그러자 그를 따라온 시종 추서가 조심스레 권유했다.

“큰 공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나중에 혼례를 올리고 공자의 사람이 됐을 때 혼내줘도 늦지 않잖습니까!”

육준수는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고 기다렸다.

곧이어 낯선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추서에게 물었다.

“오가에 딸이 한명 더 있었어?”

추서는 목을 빼들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인은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요. 손님이 아닐까요? 저 소저께서 입고 있는 비단을 보니 족히 천냥 값은 할 텐데 오 소저가 저런 옷을 입을 형편은 못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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