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Bab 531 - Bab 540

629 Bab

제531화

“냉장고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냉장고가 천천히 문을 열며 말했어요. 들어와 스스로 얼어라고.”윤태호가 이야기를 마치자 한유가 목소리를 냈다.“마침 시를 한 편 썼어요. 평가해 주시겠어요?”윤태호는 순간 놀랐다.‘한유가 시를 쓴다고?’자연스레 장미진인이 떠올랐다. 노인도 시를 좋아하긴 했지만 대부분 유치하고 수준이 높지 않았다.‘한유라면 장미진인보다 낫겠지.’한유가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다.“땅에서 세 자 올라간 곳에 한 개 도랑, 해와 달은 보이지 않고 물은 길게 흐르네. 소와 양은 풀을 먹지 않고 오직 스님만 머리를 감는다.”윤태호는 멍해졌다.“어때요? 말씀을 안 하신다면 좋지 않게 보신 거겠죠? 괜찮습니다. 또 한 편 읽어드릴게요.”“죄송합니다, 한유 씨. 제가 볼일이 있어 먼저 끊겠습니다.”윤태호는 재빨리 선글라스를 내렸다.너무 무서웠다. 이 여자의 속도와 직관은 상상을 초월했다.‘명왕전 1위 해커가 이렇게 장난이 심하다니... 꽤 재밌네.’윤태호는 혼자 웃었다.새벽 3시, 비행기는 청하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윤태호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대진어를 아예 못하는데 어쩌지?’출구로 나오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손에 ‘윤태호’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서 있었다.‘나를 마중 나온 건가?’윤태호가 다가가 물었다.“윤태호 씨를 마중 나오신 건가요?”남자는 잠시 살핀 뒤, 유창한 호국어로 말했다.“누구십니까?”“제가 윤태호입니다.”“미주에서 오신 건가요?”“맞습니다.”남자는 미소를 띠며 공손히 말했다.“윤태호 씨, 안녕하세요. 저는 구천 어르신의 명령으로 모시러 왔습니다.”“문주님의 사람인가요?”“네, 맞습니다”“증명할 방법은 있나요?”“어르신께서 곧 연락하실 겁니다.”그 순간, 윤태호는 곧바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보낸 이는 진혁, 조재빈이 배치한 사람이었다.“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길 윤태호 씨 명령을 따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바로 지시해 주세요.”“청하 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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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청하 컨퍼런스 센터는 대진의 랜드마크였다.회의, 전시, 극장, 상업 공간까지 겸하는 거대한 건물.조유찬이 어제 여기서 과학 세미나에 참석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를 몰래 보호하던 명왕전 소속 요원 네 명도 마찬가지였다.윤태호는 한유에게 연락해 컨퍼런스 센터 평면도를 받아냈고 조용히 잠입했다.건물 내부는 철통같은 보안망으로 가득했다.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각 층마다 열 명이 넘는 경비가 순찰 중이었다.보통 이 정도면 새벽이 가까워 경비들도 피곤할 텐데 윤태호가 예상치 못한 점은 모든 경비가 정신이 번쩍 차려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구석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너희 사장, 도대체 얼마 준 거야?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일할 가치가 있나?”윤태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다행히 경비들은 평범한 인간이었다.윤태호의 실력으로 충분히 피해 다닐 수 있었다.그는 양손으로 인장을 결하고 입으로 주문을 중얼거리며 추적 주술을 그렸다.곧 허공에 한 줄기 검은 기운이 나타났다.가느다란 머리카락처럼 꿈틀거리는 검은 기운이 윤태호 눈앞에서 떠올라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컨퍼런스 센터는 총 4층.윤태호는 검은 기운을 따라 경비와 CCTV를 피해 다니며 10여 분 만에 4층에 도착했다.검은 기운은 회의실 문 앞에서 두 바퀴 돌더니,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젠장, 너까지 날 가지고 노는 거야?’윤태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겨우 올라왔더니 이제 내려가라니, 장난이 심했다, 진짜.’결국 그는 검은 기운을 따라 계단을 내려 10여 분 만에 지하 2층에 도착했다.막 도착하자 윤태호는 몸서리쳤다.지하 2층은 극한의 냉기가 흐르고 조명 하나 없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손을 뻗어도 앞을 확인할 수 없었다.그는 조심스럽게 태양 안경을 꺼냈다.투시 기능으로 10미터 범위는 볼 수 있었지만 눈앞은 여전히 암흑이었다.‘뭐지? 왜 안 보이지. 한유 씨가 투시 기능을 껐나?’윤태호는 손가락으로 안경 프레임의 작은 나사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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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단 30여 미터를 걸었을 뿐인데 윤태호는 이미 영하로 내려간 온도를 느꼈다.너무 섬뜩했다.“왜 이렇게 온도가 낮지... 시체안치실 같네.”그가 혼잣말을 내뱉자 검은 기운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자 눈앞에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윤태호는 곧바로 천안을 켰다.순식간에 시야가 철문을 관통했고 그 뒤로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긴 복도가 드러났다. 양쪽으로 방이 늘어서 있어 마치 영화 속 비밀 기지 같았다.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이 철문, 어떻게 뚫지?’문은 특수 제작된 10cm 두께의 철문이었다. 총알도 뚫지 못하고 잠금장치는 흔한 지문식이 아니라 오래된 방범문식. 안쪽에서만 열리며 바깥에서는 절대 열 수 없었다.“차라리 벽파술이라도 쓸 수 있으면...”윤태호가 한숨을 내쉬었다.‘비산주술대전’에는 총 36가지 부적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벽파술이었고 부송림의 ‘몽림기담’에도 나와 있는 풍운도사가 쓸 수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내공이 필요한 기술이라 윤태호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오뇌주로 박살 내볼까?’순간 스쳐 간 생각은 곧 자신에게 부정당했다. 철문은 특수 제작물이라 오뇌주로 깨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큰 소음은 반드시 경비를 불러온다. 이번 임무는 사람을 찾는 것이니 필요 이상으로 경비와 맞붙는 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몇 분간 고민한 윤태호는 결국 철문을 뒤로하고 한유와 당영곤에게 연락해 계획을 다시 세우려 했다.그때였다.“쿵당!”철문이 열리며 두 명의 체격 좋은 남자가 나타났다. 군복을 입고 어깨에는 돌격소총을 메고 있었으며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있었다. 윤태호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오늘 밤 일보러 갈래?”“안 가.”“내가 쏜다.”“좋아, 어디로?”윤태호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문이 열리는 순간, 단호하게 움직였다.“쿵!”주먹이 한 남자의 관자놀이를 강타했고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다른 한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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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마른 시체였다.윤태호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다.창문 너머, 방 안에는 거대한 유리 돔이 놓여 있었다.그 안에는 한 구의 시체가 서 있었고 여성이었다. 몸은 곧게 선 채 바싹 말라 숯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 두 눈은 튀어나왔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어깨 위로 늘어졌다.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의사인 윤태호에게 시체는 익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 여성의 마른 시체는 지금껏 본 어떤 것보다도 섬뜩했다.두 팔은 사라지고 가슴의 여성 특유 장기도 없었다. 코와 귀마저 사라져 있었다.말 그대로 괴물이었다.등줄기에 차가운 땀이 흘렀지만 윤태호는 마음을 다잡고 시선을 고정했다.그 시체의 동공 속에는 살아 있을 때 느꼈을 공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이 여자는 살아 있을 때 누군가 장기를 도려낸 거야.’윤태호는 한숨도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두 번째 창문 앞, 이번에는 소년이었다.네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였다. 몸은 온전했고 장기도 그대로였다.아이는 눈은 뜬 채 천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피부는 하얗게 빛나면서 붉은 기운이 섞여 있었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살아 있는 아이가 웃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정말 완벽한 예술품 같았다.그 뒤로도 방은 계속 이어졌다.총 열 개의 방, 각 방마다 시체가 놓여 있었고 표정과 상태는 제각각이었다.완전한 시체도 있었고 불완전한 시체도 있었다.마지막 방, 시체는 네 구였다.한 쌍의 부부와 두 아이.“역시 대진 놈들, 이건 인간이 아니야. 한 가족을 통째로 말려버리다니.”윤태호의 속이 끓어올랐다.비록 시체들이 대진 사람이었다 해도 그는 의사로서 모든 생명을 존중했다.순간, 분노가 치밀었다.그 앞, 철문이 나타났고 잠겨 있지 않았다. 윤태호는 숨을 고르고 문을 밀었다.복도 끝,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순찰 중이었다.둘 다 소총을 들고 있었지만 철문과 남자들 사이 거리는 불과 다섯 미터.슉!문이 열리자 윤태호의 몸이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남자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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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여자는 의자에 묶여 있었고 입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얼굴은 꽤 예뻤으며 젊은 시절 미카미 하루카를 닮은 느낌이었다.윤태호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궁금했지만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다.잠시 후, 중년 남자가 갑자기 크게 웃으며 양손을 내밀었다.“찢!”그는 순식간에 여자의 옷을 잡아 뜯어내더니 오른손으로 몸을 거칠게 더듬었다.‘이게 역할놀이일까?’윤태호는 눈을 크게 떴다.여러 영화 속 장면에서 남녀가 역할놀이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중년 남자는 한참 장난을 치다가도 만족하지 못한 듯, 여자의 옷을 남김없이 벗겼다.입에서는 ‘히히’ 하는 사악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윤태호는 속으로 혀를 찼다.‘젠장, 좀 좋은 곳으로 가지. 호텔 같은 데서 하지, 여기서 도대체 뭐하는 거야.’중년 남자는 여자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마치 걸작을 감상하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이런, 너무 춥잖아. 사람을 얼려 죽이려는 건가?”하지만 그 다음 장면은 윤태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남자는 탁자 위에서 작은 철 망치와 길이 1자 남짓의 강철못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여자의 머리 위로 못을 올리며 망치를 높이 들었다.여자는 공포에 질려 기절했다.윤태호는 깨달았다.이것은 단순한 역할놀이가 아니라 남자가 여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려는 것이었다.더 이상 지체하면 여자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쿵!윤태호가 문을 걷어찼다.중년 남자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문틈 사이로 젊은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꾸와아꾸와아...”중년 남자가 소리쳤지만 윤태호는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그의 이마에 명중하자 남자는 그대로 쓰러지며 피를 흘렸다. 망치를 들고 위협하려 했지만 윤태호는 망설이지 않았다.쾅!윤태호는 발차기로 남자를 다시 날려 기절시켰다.윤태호의 시선은 기절한 여자에게 머물렀다. 외모와 몸매,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었다.“이렇게 예쁜데, 영화 하나 안 찍다니, 전 세계에서 주목했을 텐데.”“난 대진을 미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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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와르르...첫 번째 냉동고 문을 열자 안에는 한 구의 시체가 들어 있었다.병원 영안실 냉동고와 구조가 비슷했기에 윤태호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게다가 이곳에는 이미 많은 건조 시체가 있었기에 몇 구쯤 더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시체는 검은 비닐봉지에 밀봉되어 있었다.‘설마 이 안에 조유찬이...?’윤태호의 심장이 살짝 조여왔다.젊은 연구원이 이대로 죽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천천히 지퍼를 열자 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동양인 얼굴이었지만 화국 사람인지 대진 사람인지는 구분되지 않았다.확실한 건, 조유찬은 아니었다.윤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두 번째 냉동고를 열었다. 역시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남성 시체가 들어 있었다. 나이는 삼십 대, 조유찬은 아니었다.세 번째, 네 번째 냉동고까지 열었지만 모두 남성 시체였고 조유찬은 없었다.“휴...”윤태호는 긴장이 조금 풀렸다.적어도 이 네 구의 시체 안에는 조유찬이 없었다. 이어 다섯 번째 냉동고를 열었는데 윤태호가 잠시 멈칫했다.“텅 비었네?”남은 열몇 개의 냉동고를 모두 열어봤지만 모두 비어 있었다.조유찬의 시체는 없었다.“여기 없다면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어. 살아 있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윤태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여기는 단지 네 구의 시체뿐, 네 구뿐...”갑자기 얼굴이 굳은 윤태호는 네 구의 시체를 모두 들어 넓은 수술대로 옮겼다.세심하게 관찰하기 위해서였다.시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온몸에는 오래된 상처가 많았고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있었다.총기나 무기를 다루던 숙련자임이 분명했다.‘설마 이 사람들이 조유찬을 보호하던 네 명의 특수요원인가?’윤태호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만약 이 네 명이 진짜 명왕전 소속 특수요원이라면 이미 죽었다는 뜻이고 조유찬의 상황은 매우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윤태호는 곧바로 사망 원인을 확인했다.세 분 후, 결론이 나왔다.이 네 명은 근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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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아나타와... 소카!”여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윤태호는 대진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여자가 자신에게 ‘누구냐’고 묻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겁먹지 마세요. 난 당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까 이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했고 내가 구했어요.”윤태호는 호국어로 말했다.여자가 알아들을지는 몰랐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이 해칠 사람이 아님을 전하고 싶었다.여자는 윤태호를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세요?”“어? 호국어 할 줄 알아요?”윤태호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여자를 바라봤다.“저, 공현원에서 조금 배웠어요.”여자의 호국어는 유창하지 않았지만 의사소통에는 충분했다.“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저 사람은 왜 당신을 죽이려 하는 거예요?”윤태호가 연이어 물었다.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깜짝 놀란 눈으로 의식을 잃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전 그 사람 몰라요. 전 청하 컨퍼런스 센터에서 전시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정신 차렸을 땐 여기 있었어요.”잠시 후, 여자는 자신을 소개했다.“사카이 미코, 25세, 대학 강사예요.”“사카이 씨, 안 추워요?”윤태호가 물었다.사카이 미코는 자신이 거의 벌거벗은 상태라는 걸 깨닫고 얼굴이 빨개졌다.“저... 저 이거 좀 풀어주실 수 있나요?”“물론이죠.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윤태호는 여자의 몸을 한 번 훑으며 시선을 굴렸다.사카이 미코는 얼굴을 숙이며 수줍게 말했다.“제 목숨을 구해주셨잖아요. 원하신다면 뭐든지, 다만 살살 해주세요. 아프지 않게...”윤태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아니, 날 뭘로 보고... 나는 진짜 정직한 남자인데...’그는 재빨리 사카이 미코의 몸을 묶은 줄을 풀고 말했다.“여기 추우니까 옷부터 입어요.”“엣?”사카이 미코는 의아한 표정으로 윤태호를 바라봤다.‘이 남자, 아무 느낌도 없는 건가?’ 하는 눈치였다.“빨리 옷 입어요.”윤태호가 다시 말했다.“네.”사카이 미코는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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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중년 남자는 겁에 질려 거의 소변이 나올 지경이었다.사카이 미코가 윤태호의 말을 번역하기도 전에 그는 주저 없이 말문을 열고 쉴 새 없이 지껄였다.2분 후, 사카이 미코가 돌아서 말했다.“사진 속 남자를 봤다고 해요. 어제 저녁, 그 사람이 네 구의 시체를 이 사람한테 가져왔대요.”“물어보세요. 저기 수술대 위의 네 구의 시체가 맞는지.”윤태호가 가리키자 사카이 미코가 방금까지 윤태호와 대화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시체를 돌아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빨리 물어보세요.”윤태호가 재촉했다.사카이 미코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진어로 중년 남자에게 질문했다.그리고 윤태호에게 전했다.“네, 맞대요. 이 네 구의 시체래요.”윤태호는 얼굴을 찌푸렸다.명왕전 정보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조유찬은 납치되거나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그런데 조유찬이 이 네 구의 시체를 여기까지 어떻게 옮겼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윤태호가 다시 물었다.“사카이 씨, 사진 속 남자가 시체를 가져왔을 때 혼자였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는지도 물어봐요.”“그 사람이 시체를 가져올 때, 뭐라고 말했나요?”사카이 미코가 빠르게 번역했다.중년 남자는 또다시 수다스럽게 지껄였다.잠시 후, 사카이 미코가 전했다.“시체를 가져올 때 그 남자 주변에 네다섯 명이 있었다대요. 다 총을 들고 있었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대요. 몸에는 피가 묻어 있었대요.”윤태호의 얼굴이 굳어졌다.역시 조유찬은 분명 납치된 상태였다.중년 남자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조유찬은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있었다.“사진 속 남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물어봐요.”사카이 미코가 질문 후 돌아왔다.“시체를 가져간 뒤 바로 떠났대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대요.”윤태호는 굳은 눈썹을 찌푸렸다.어렵사리 단서를 찾았는데 곧바로 끊긴 셈이었다.‘조유찬은 지금 어디 있을까...’잠시 생각하던 윤태호는 다시 말했다.“사카이 씨, 이 사람 누구냐고 물어봐요. 왜 여기 있는지, 밖의 시체들은 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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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윤태호가 구다이 소타의 얼굴을 다시 한 대 쳤다.“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날 속일 생각이냐? 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네.”“그렇다면 내가 그 소원을 들어주지.”윤태호는 바닥에 떨어진 철망치와 강철 못을 집어 들었다.그 모습을 본 구다이 소타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간절하게 빌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 “너 아까 사카이 씨를 이렇게 죽이려 했지? 지금 내가 똑같이 돌려줄게.”윤태호는 냉정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걱정 마. 이 강철 못을 네 두개골에 조금씩 박으면서 죽음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거야. 음... 이런 느낌, 아마 꽤 묘하겠지?”‘악마다... 이 호국 사람은 진짜 악마다.’구다이 소타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네, 조유찬 씨를 알아요.”“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냐?”윤태호가 철망치를 들어 강철 못을 내리치려 준비했다.“정말이에요. 여러 해 전, 조유찬 씨가 바리엘대학에서 공부할 때, 저는 거기서 조교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알게 되었고 저랑 친구 사이예요.”윤태호가 날카롭게 물었다.“계속 말해.”“조유찬 씨는 청하시에서 열리는 과학 세미나에 올 때마다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제도 저를 만나러 왔어요. 어제 조유찬 씨는 이 네 구의 시체를 저에게 맡기고 잘 보관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조유찬 씨 곁에는 네다섯 명 정도 남자가 있었고 모두 총을 들고 있어서 너무 무서웠어요.”윤태호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니가 무서웠다고? 이 망할 변태야!’“그 다음은? 조유찬은 어디로 간 거야?”“그건 몰라요. 조유찬은 그 남자들에게 끌려갔고 저는 따라가지 못했어요. 아마 큰일을 당했을 겁니다. 부탁드려요. 조유찬 씨가 친구라면 제발 구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구다이 소타의 표정은 진지했고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윤태호는 쉽게 믿지 않았다.살아 있는 사람을 표본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 이런 자의 말은 믿을 수 없었다.“좋다. 기회를 줬는데 아직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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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윤태호가 갑자기 몸을 움찔했다.만약 조유찬이 정말 반역자라면 상황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조유찬은 국내에서 핵무기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고 우리나라 핵무기 배치 상황을 훤히 알고 있었다.그가 반역자가 된다면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국가적 재앙과 다름없었다.‘아니야. 조유찬 같은 사람이라면 연구소에 들어가기 전 군에서 철저히 조사했을 텐데. 신상부터 조상 18대까지 다 샅샅이 파헤쳤겠지. 혹시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발각됐을 거야...’윤태호는 순간 의심했다.‘혹시 이 변태가 또 날 속이는 건가?’그는 갑자기 구다이 소타의 손등을 밟았다.“아악!”구다이 소타가 비명을 질렀고 윤태호의 얼굴에는 살기가 번득였다.“지금 이 상황에서도 날 속이려 하다니, 정말 죽고 싶구나?”“저는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말은 다 사실이에요.”그때 구다이 소타의 다음 한 마디가 천둥처럼 윤태호의 귀를 때렸다.“사실 이 작업실의 진짜 주인은 제가 아니라 조유찬 씨입니다.”“뭐라고?”윤태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조유찬이 이곳의 주인이라니... 말도 안 돼.’구다이 소타는 말을 이어갔다.“조유찬 씨가 돈을 내고 이곳을 사셨습니다. 저는 조유찬 씨가 고용한 표본 제작사일 뿐이에요. 그동안 저는 조유찬 씨를 위해 수많은 표본을 만들었고 그 표본들은 모두 조유찬 씨가 팔았습니다. 국제적으로 일부 수집가들은 제 표본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한 점에 수십만 달러씩 거래됩니다.”“한 점 팔릴 때마다 조유찬 씨는 저에게 10만 달러를 수수료로 주었고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천만 달러 이상을 벌었습니다. 밖에서 총 들고 있던 사람들 모두 조유찬 씨의 사람들입니다. 조유찬 씨는 그들을 보내 한편으로 저를 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배신하지 못하게 감시하려는 겁니다.”윤태호는 구다이 소타를 힐끗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네가 정말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세상에서 가장 변태인 건 맞는 것 같네. 살아 있는 사람을 표본으로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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