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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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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윤태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이 금침은 뭐에 쓰시려는 건가요?”한 남자가 윤태호의 주머니에서 금침을 꺼내며 물었다.“당연히 치료할 때 쓰려는 거죠.”윤태호가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정말요?”트렌치코트를 입은 두 남자는 조금 의심했다.“안 믿기면 저 사람에게 물어보든가요.”윤태호가 당영곤을 가리키며 말했다.“지난달에 이 금침으로 저 사람의 성기능 저하 문제를 치료해 준 적이 있어요.”분위기가 미묘해졌다.두 남자는 의아한 얼굴로 당영곤을 바라보았다. 마치 윤태호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잠시 뒤 두 사람이 입을 열었다.“당영곤 참모님, 지난달에 병원에 방문하셨던 이유가 치료를 위해서였던 건가요?”“우리는 참모님이 전우를 만나러 가신다고 하셔서 그 말을 믿었어요.”당영곤은 얼굴이 빨개진 채 호통을 쳤다.“헛소리니까 믿지 말아요. 제 몸에는 문제가 없어요.”“저희 다 이해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을게요.”“꼭 비밀로 할게요.”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당영곤은 계속 설명해 봤자 상황이 더 악화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는 해명하지 않았다.“미안해요. 제가 실수로 참모님 비밀을 누설했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요.”윤태호는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고 그 탓에 두 남자는 윤태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조용히 해요! 윤태호 씨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윤태호 씨를 벙어리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냥 조용히 있어요.”당영곤이 윤태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윤태호는 상관없다는 듯이 싱긋 웃으면서 이것이 조금 전 당영곤이 속 좁게 군 것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윤태호 씨, 금침과 휴대전화는 저희가 대신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뒤 나오시면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윤태호는 두 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금침과 휴대전화를 철제 상자 안에 넣었다.“참, 제가 무기를 지니고 왔는데 그것도 내야 하나요?”윤태호가 갑자기 말했다.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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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윤태호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른 체형의 중년 남성을 보았다. 50대로 보이는 남자는 군복을 입고 있었고 어깨에 금빛 별 하나를 달고 있었다. 남자는 소장이었다.윤태호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소장이 마치 하인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물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세상에, 누구길래 소장이 저러는 거지?’윤태호는 본능적으로 회의실 테이블을 바라보았고 테이블 앞에 두 노인이 앉아 있는 걸 보았다.그들은 70대로 보였는데 모두 군복을 입고 있었고 어깨에 금빛 별 세 개를 달고 있었다.그들은 상급 장교였다.윤태호는 그 순간 흠칫했다. 그는 이 작은 회의실 안에 장군이 세 명이나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리고 두 노인의 얼굴을 본 순간 윤태호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한 명은 국방 후방 사업 총참모장 반경민이었고 다른 한 명은 해정의 군사 구역 사령관 당 어르신이었다.두 사람 모두 전설 같은 인물이었고, 직접 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는 아주 유명한 영웅들이었다.윤태호는 두 사람을 뉴스에서 자주 보긴 했지만 이렇게 실물을 보기는 처음이었다.그리고 그들이 동시에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윤태호는 명왕전에 아주 큰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짐작했다.“안녕하십니까? 윤태호 씨께서 오셨습니다.”당영곤이 세 장군을 향해 경례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그 순간 세 장군의 눈빛이 윤태호에게로 향했다. 그들 모두 윤태호를 유심히 바라보았고 윤태호는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세 사람 모두 장군인 데다가 그중 두 명은 참전한 적이 있는 영웅이었고 심지어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위압감이 매우 강했다.“안녕하세요.”윤태호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몸을 뒤덮은 위압감들을 물리쳤다.“흥미롭네.”당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반경민이 물었다.“네가 바로 윤태호니?”“네, 제가 윤태호예요”윤태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저를 이곳까지 부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네가 의사라는 말을 들었다. 실력이 꽤 좋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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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말해. 상관없으니까. 맞춘다면 네 죄를 묻지 않겠어.”윤태호는 오늘 얘기하지 않는다면 첫 번째 관문조차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군신의 호감을 얻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그렇게 말씀하시니 솔직히 말하겠습니다.”윤태호의 눈빛이 우선 마른 체형인 소장에게로 향했다.“아저씨는 몸이 허약하고 눈꺼풀이 조금 부어있으며 코끝이 살짝 빨갛네요. 제가 감히 예상해 보자면 자주 머리가 어지럽고 이명이 들리시죠? 허리와 다리도 자주 저리고 불면증도 있고 잠이 든다고 해도 꿈을 많이 꾸시죠? 그리고 자주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나시죠?”“그걸 어떻게 안 거지?”소장은 살짝 놀라워했고, 윤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전 의사니까 당연히 보아낼 수 있죠. 그러한 증상들을 한의학에서 뭐라고 부르는 줄 아세요?”“뭐라고 부르나?”“신허라고 부릅니다.”그 순간 그 장군의 얼굴이 벌게졌다.“하하하... 양동석, 왜 그렇게 살이 안 찌나 싶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먼!”반경민이 크게 웃었다.양동석은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어르신, 다른 사람을 비웃을 때가 아닙니다. 어르신은 전립선 비대증이 심각합니다.”윤태호는 반경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전립선 비대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볼 때 힘이 들거나 배뇨 후에도 소변이 방광에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어르신, 그만 참고 얼른 화장실에 다녀오세요. 계속 참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겁니다.”“헛소리하지 마!”반경민은 얼굴이 벌게져서 윤태호를 향해 고함을 지르더니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윤태호의 예상이 맞았다.“윤태호, 내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아?”당 어르신이 자애로운 얼굴로 물었다.“어르신은 다른 분들보다 훨씬 건강하시네요. 전립선도 괜찮고 신장도 좋으세요. 하지만 오랜 상처 때문에 자주 괴로우셨을 거예요. 제 예상이 맞다면 아마 40년은 된 상처 같네요.”당 어르신은 표정 변화 없이 계속 웃으며 말했다.“계속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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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군신이 왔다는 말에 윤태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윤태호는 군부의 기둥인 군신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그러나 윤태호는 이내 실망했다.회의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윤태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어디 있는 거야?’이때 양동석이 회의실의 대형 스크린을 켰다.“지금부터 회의 내용은 기밀 사항입니다. 저는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으니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양동석은 당 어르신과 반경민에게 말했다.“저는 밖에서 기다릴 테니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불러주십시오.”“가봐.”반경민이 손을 흔들었고 양동석은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윤태호는 순간 흠칫했다. 대체 어떤 회의길래 소장급인 양동석도 참석할 자격이 없는 걸까?“윤태호, 당영곤, 앉아.”당 어르신이 자신의 맞은편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윤태호와 당영곤은 자리에 앉았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엄숙해졌다.당 어르신이 이어서 말했다.“윤태호, 너는 의술이 뛰어나지. 우리는 이미 그 점을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아직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거니까 말이야. 그래서 질문을 하나 하고 싶어. 너는 우리가 믿을만한 사람이야?”윤태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믿어도 된다고 한다면 오히려 경솔하게 보일 수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윤태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당 어르신이 말했다.“질문을 바꿀게. 우리나라가 위험한 상황이라면 기꺼이 나설 수 있어?”“그럼요!”윤태호는 아주 빠르게 대답했다.“하지만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나설 거야?”당 어르신이 계속해 물었다.“네.”윤태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호국 사람입니다. 저는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랐고, 또 우리나라를 사랑해요. 우리나라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건 제게 영광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희생한다면 저희 어머니도 저를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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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하지만 제 꿈은 의사가 되어 한의학을 발전시키고, 사람들에게 한의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리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일에 제 평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병 때문에 가난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모든 의사들이 훌륭한 인품과 실력을 지녀서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치료하기를 바랍니다. 심지어 암과 같은 치료하기 어려운 병들도 다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그의 말에 반경민과 당 어르신은 조금 감동을 받았다.당영곤은 윤태호가 이렇게 큰 꿈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인지 의아한 표정으로 윤태호를 힐끗 보았다. “윤태호, 네가 선택한 길은 아주 험난한 길이 될 거야.”당 어르신이 말했다.“네. 아주 험난한 길이겠죠.”윤태호가 말했다.“하지만 전 시도해 보고 싶어요. 그것이 아무리 어려운 일일지라도 말이에요.”“훌륭하네.”당 어르신이 칭찬하며 옆에 있던 반경민에게 말했다.“정말 좋은 인재인데 군인이 될 생각이 없다니 참 아쉬워.”“그러게나 말이야.”반경민도 아쉬워했다.이때 스크린이 환해지면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노인은 나이가 아주 많은 것인지 얼굴에 깊은 주름이 가득했고 흰 머리도 굉장히 많았는데 그럼에도 매우 정정해 보였다.스크린 너머로도 노인의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그것은 소진구에게서 느꼈던 카리스마와 아주 비슷했다. 소진구는 칼날과도 같은 아주 매서운 카리스마라면 스크린 너머의 노인은 절대 쉽게 흔들리지 않을 듯한 큰 산과 같은 무게감을 가진 카리스마였다. 마치 노인만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윤태호는 단번에 그 노인의 신분을 알아챘다.그 노인이 바로 군신이었다.당 어르신과 반경민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며 노인을 향해 경례하면서 동시에 말했다.“선생님, 안녕하십니까?”윤태호는 살짝 놀랐다. 그는 당 어르신과 반경민이 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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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사십팔 시간...’군신이 주는 시간은 오직 사십팔 시간뿐이었다. 윤태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이건 결코 단순한 임무가 아니었다.그는 그 연구원의 신상조차 알지 못했고 그것도 낯선 이국 땅에서 수행해야 하는 작전이었다.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군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만약 그 시간 안에 연구원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호국은 전시 태세에 돌입한다. 전쟁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러니 네게 주어진 시간은 단, 사십팔 시간이다.”군신은 윤태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윤태호, 이 중책을 맡길 수 있겠나? 감당할 수 있겠어?”윤태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군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수장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군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다. 네 임무 완수를 위해 두 명의 조수를 붙여주겠다.”“한 명은 명왕전 최고의 해커, 코드네임 한유. 곧 접촉해 올 거다.”“그리고 또 한 명은 바로 네 곁에 있는 당영곤이다.”“...당영곤?”윤태호는 곁눈질로 당영곤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수장님, 당영곤... 믿을 만한 겁니까?”그 말에 당영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군신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아직 모르고 있었군.”윤태호가 고개를 저었다.군신은 미소 섞인 시선으로 당 어르신을 바라봤다.“자네가 직접 말하게.”당 어르신이 천천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당영곤은 명왕전의 부참모장이자 내 손자다.”‘젠장, 군 2세였어?’윤태호는 급히 일어나 당영곤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이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흥.”당영곤은 손을 툭 뿌리치며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다.군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명심해라. 당영곤이든 한유든, 둘 다 호국에 남아 원격으로만 지원할 수 있다. 대진에는 함께 갈 수 없어.”“즉, 이번 임무는 네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전이지.”회의실 안의 공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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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군법으로 처형한다. 그 자리에서 총살이다!”군신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알겠습니다.”윤태호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군신은 잠시 윤태호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윤태호,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내가 반드시 네 공을 청해 올리겠다.”그 말을 끝으로 대형 스크린은 ‘퍽’ 소리를 내며 꺼졌다.군신이 접속을 종료한 것이다.회의실에 정적이 감돌자 당 어르신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윤태호, 이번 임무는 당영곤과 한유가 원격으로 도와주겠지만 나와 반 장로도 지원할 거다. 임무와 관련된 건 뭐든 부담 없이 요구해도 된다.”윤태호는 곧장 입을 열었다.“그 연구원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이미 준비해놨다.”당영곤이 두툼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윤태호가 받아 들여다보니 봉투 오른쪽 상단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절대기밀. 그는 봉투를 거칠게 찢어 열었다.제일 먼저 나온 건 한 장의 사진.안경을 쓴 청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하얀 피부와 단정한 인상, 누가 봐도 문약한 학자였다.“실종된 연구원이 이 사람입니까?”윤태호가 물었다.“맞아, 이 사람이야.”당영곤이 짧게 답했다.윤태호는 눈빛을 좁혔다.그의 상식으로 연구원이라 하면 최소 마흔은 넘어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사진 속 청년은 서른도 채 안 되어 보였다.자료를 펼치자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조유찬.남, 29세.바리엘대학 졸업.물리학 전공.현대 과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연구원.출생부터 실종 직전까지의 기록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고 윤태호는 무려 30분을 들여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그동안 당 어르신, 반경민, 당영곤 셋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기다렸다.마침내 서류를 덮은 윤태호가 고개를 들었다.“조유찬이 대진에서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상세한 자료도 있습니까?”“있다.”당영곤이 곧바로 두 개의 파일을 꺼내놓았다.“이건 조유찬의 대진 내 활동 기록, 또 하나는 명왕전 정보팀의 분석 보고서다.”윤태호는 다시 자료를 펼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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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미주 군사지역에서 공항까지는 약 30분 거리.차 안, 운전대를 잡은 당영곤이 말을 건넸다.“뒷좌석에 가방 하나 있어요. 생활용품 챙겨뒀습니다.”“필요 없습니다.”윤태호는 단칼에 거절했다.그에겐 48시간뿐이라 생활용품 따위는 짐일 뿐이었다.당영곤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백금 반지를 꺼내 내밀었다.“갑자기 반지는 왜요? 설마 절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윤태호가 슬쩍 몸을 빼며 농담을 던졌다.“난 정상 취향이니까 그런 소리는 집어치워요.”당영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이건 무기입니다.”“무기?”윤태호의 눈이 가늘어졌다.“반지 안에 나노 폭탄이 장착돼 있어요. 일정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합니다. 위력은 수류탄 한 발 정도고 공항 검색대나 스캐너는 절대 못 잡아내죠.”“오호... 흥미로운데.”윤태호는 낄낄 웃으며 반지를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웠다.잠시 후, 당영곤이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평범한 선글라스였다.“이건 뭐예요? 설마 이것도 폭탄은 아니겠죠?”“무기는 아니고 투시 기능이 있어요. 10미터 이내는 완벽히 볼 수 있죠. 우리 군에서 막 개발한 신형 장비라 일반인은 절대 손에 못 넣습니다.”윤태호는 피식 웃었다.‘천안에 비하면 장난감이지. 다만 내력 소모가 문제라...’“이 선글라스엔 두 가지 추가 기능이 더 있어요.”당영곤이 설명을 이어갔다.“첫째, 위치 추적. 어디에 있든 좌표가 실시간으로 잡힙니다. 둘째, 음성 통신. 오른쪽 프레임에 있는 검은 나사머리를 누르면 한유와 연결됩니다.”윤태호는 선글라스를 집어 들고 나사 부분을 살폈다.겉보기엔 그저 작은 나사였을 뿐, 통신 스위치 같아 보이진 않았다.“진짜로 한유 씨랑 연결된다고요?”“네.”당영곤이 단언했다.윤태호는 곧장 선글라스를 쓰고 나사를 눌렀다.“여보세요, 들리십니까?”그 순간, 귀를 간질이는 듯 맑고 따뜻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안녕하세요, 한유입니다.”살랑이는 바람 같은 음성에 윤태호의 마음이 저릿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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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별일 아니잖습니까. 그냥 농담이었는데...”“앞으로 절대 하지 마세요.”당영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한유가 알게 되면 수장님도 윤태호 씨를 지킬 수 없습니다.”윤태호는 고개를 갸웃했다.‘저 해커 한유라는 여자가 도대체 어떤 배경일까?’“백경수, 알죠?”당영곤이 엉뚱한 이름을 꺼냈다.“들어본 적 있어요.”“그 자, 예전에 한유에게 비슷한 농담을 했다가 공개석상에서 팔 하나가 잘려 나갔어요.”“윤태호 씨가 백경수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해보시든가.”윤태호는 크게 놀랐다.백경수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이라니, 한유는 대체 뭘까?“맞다, 백경수가 소진구랑 같이 ‘현세 양대 강자’라 불린다던데 사실입니까?”“사실이에요.”당영곤이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백경수가 무공까지 익혀 실력이 소진구만큼 강하다면 소진구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윤태호가 눈을 크게 떴다.“그 정도로 대단합니까?”“내가 직접 겪어봤습니다.”당영곤의 목소리는 낮았다.“그 자는 윤태호 씨보다 키도 크고 잘생겼고 돈도 많고 집안도 좋아요. 해정에선 모두가 백경수를 ‘유일공자’라 부릅니다. 비교하면 윤태호 씨는 하늘의 별빛과 맞서는 땅의 반딧불 같죠.”윤태호가 시무룩해졌다.“혹시 기 죽이는 게 취미세요?”“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난 오히려 윤태호 씨가 더 마음에 들어요.”윤태호가 코웃음을 쳤다.“아, 붉은 꽃엔 푸른 잎이 있어야 빛난다는 거군요. 저 같은 백 없는 놈 옆에 있으면 참모님 배경이 더 빛나 보이겠네요.”당영곤이 눈을 치켜뜨며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내가 곁에 있는 이유는 윤태호 씨가 백경수보다 훨씬 ‘진짜’ 같기 때문입니다.”“진짜?”윤태호가 의아해했다.“백경수는 겉으론 젠틀하고 친절하지만 속은 음험하고 잔혹합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죠. 그게 가장 무섭습니다.”당영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웬만하면 백경수와 엮이지 마세요.”윤태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엮이지 말라니...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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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밤 11시.비행기는 정식으로 미주를 떠나 대진의 수도, 청하시로 향했다.자료에 따르면 조유찬과 명왕전의 네 명은 마지막으로 청하 컨퍼런스 센터에서 목격되었다.혼자 타는 비행기는 지루했다. 말할 상대조차 없는 상황에서 윤태호는 태양안경을 꺼내 쓰자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었다.주변 10미터 범위가 한눈에 들어왔다.곧 윤태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세상에, 진짜 역겹네.’그의 눈앞에는 황당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몰래 야동을 보는 사람, 젊은 커플의 불편한 행동, 개인위생이 엉망인 승객까지.윤태호는 얼른 시선을 돌려 승무원들을 바라봤다.국제선 승무원들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니폼 차림에 정교한 화장까지 완벽했다.덕분에 윤태호의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그때,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쁘죠?”윤태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누구세요? 지금 저랑 말하는 거죠?”“저예요.”윤태호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한유였다.“스위치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통화가 가능하죠?”“이 안경의 음성 기능과 위치 시스템은 제가 직접 설계했어요. 언제든 연락할 수 있고 당신이 보는 화면도 제 컴퓨터에 그대로 표시됩니다.”윤태호의 얼굴이 빨개졌다.‘바로 앞에 있진 않아 다행이네.’“그래서 얼마나 예뻐요?”한유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분명 윤태호를 일부러 놀리는 듯했다.‘젠장... 두고 보자.’“한유 씨, 늦게까지 일하시네요. 피곤하지 않으세요?”윤태호가 걱정스레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한유가 되물었다.“제가 이야기 하나 해드리면 피로가 풀리실 거 같아서요.”윤태호는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어느 날, 한 미녀 작가가 원고를 편집자에게 제출했어요. 편집자는 원고를 보고 윗부분은 괜찮지만 아랫부분은 허술하고 물기가 많다고 말했죠. 작가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고 편집자는 웃으며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답했어요.”한동안 한유는 대답이 없었다.“한유 씨,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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