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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Chapter 621 - Chapter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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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관을 봉인하는 절차가 시작됐다.젊은이 몇 명이 향재를 물에 개어 관 가장자리에 사방으로 발랐다.이 작업의 목적은 단순했다. 관을 꽉 닫아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흙 속에 묻힌 뒤 벌레가 틈새로 들어와 시체를 갉아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향재를 바른 뒤, 관 뚜껑을 다시 덮었다.이어 젊은이들이 망치를 들고 7인치 길이의 나무못 열 개를 관에 박았다.관 봉인 작업이 끝나자 네 명이 굵은 삼 줄로 관을 단단히 묶고 앞뒤로 나무 막대 두 개를 고정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계상아, 출관할 준비됐나?”박만식이 단호하게 물었다.진삼복의 아버지는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이장님, 산에 올리는 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산에 올린다’는 무간리의 사투리로 표준말로는 ‘매장’이라는 뜻이었다.무간리는 가난했지만 상례를 중요시했다. 규정상 아들이 죽으면 부모는 직접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그래서 진삼복의 부모는 집에 남아야 했고 마지막 길을 함께할 수 없었다.“걱정 마. 삼복이는 내가 지켜본 아이야. 장례는 단 한 점의 소홀함도 없이 진행할 거야.”박만식이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손을 높이 들어 크게 외쳤다.“출관!”순간 네 명의 젊은이가 관을 힘껏 들어 올렸다.박만식이 선두에 서서 길을 열며 걸어가고 동시에 종이돈을 공중에 뿌렸다. 그 뒤를 북과 징이 따랐다.관이 사랑채를 빠져나가자 진삼복의 어머니가 갑자기 오열하며 무릎을 꿇었다.“얘야! 엄마 떠나지 말거라, 엄마는 너를 놓을 수 없어...”윤태호는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아파 몸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15분 후, 박만식은 산비탈 위에서 멈췄다. 이미 흙구덩이가 미리 파여 있었다.박만식의 지휘 아래, 모든 과정은 질서 정연하게 진행됐다.관을 내려놓고, 흙을 덮고 무덤을 세운 뒤 향을 올렸다.마지막으로 사망자를 위해 종이돈을 태웠다. 저승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의미였다.윤태호는 오영준, 소이은, 차송주와 함께 종이돈을 태우며 말했다.“너희 둘,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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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윤태호의 경고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휘이익...음산한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며 밤의 기운을 한층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시간은 느리게 흘렀다.1분, 2분, 3분... 어느새 5분.그러나 무덤을 파헤치는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차송주가 조심스레 윤태호를 힐끗 보며 입을 뗐다.“과장님, 정말 오는 게 맞나요?”박만식이 못 참고 툭 내뱉었다.“이봐, 아무 것도 없잖아. 날 새겠어.”윤태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을 다잡았다.조금 전, 분명히 이질적인 기운이 스쳤다.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내 감각이 틀린 건가?’“이장님, 조급해하지 마세요. 조금 더 기다려보죠.”윤태호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박만식은 씩 뱉듯 말했다.“내가 안 초조하겠나. 해 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과장님이 기다리라 하셨잖아요? 말 좀 그만하시죠.”소이은이 툭 끼어들었다.그 말에 박만식의 인상이 확 굳었다.“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박만식의 목소리에 살기가 묻어났다.“다음에도 이딴 식으로 나서면 가만두지 않겠다.”소이은도 물러서지 않았다.“뭐 대단한 거라고요. 겨우 마을 이장이면서.”“마을 이장이 뭐가 어때서! 내가 몇 백 명을...”박만식이 목소리를 높이다 말문을 잇지 못했다.“이장님.”윤태호가 단호하게 끊었다.“지금은 싸울 때가 아닙니다.”박만식은 윤태호를 노려보며 낮게 물었다.“자네, 이 여자 편 드는 건가?”“그런 뜻 아닙니다.”윤태호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무슨 소리가 났어요.”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진삼복의 무덤으로 쏠렸다.그러나 무덤은 고요했고 풀벌레 소리만 어둠 속에서 이어졌다.“아무 것도 없잖아.”박만식이 코웃음을 쳤다.“과장님, 혹시 잘못 들으신 거 아니에요?”오영준이 조심스레 물었다.윤태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분명 무덤 쪽에서 들렸어.”차송주가 입을 열려다 말았다.“과장님, 그...”“쉿.”윤태호가 매서운 눈빛으로 낮게 제지했다. “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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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윤태호가 막 무언가를 설명하려던 순간, 짧고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는 진삼복의 무덤 쪽에서 흘러나왔다. 아주 미세해 쥐가 관을 갉는 것처럼 들렸는데 윤태호처럼 예민한 청각이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든 정도였다.“무덤 안에서 움직임이 있어요.”윤태호의 시선이 날카롭게 무덤을 스캔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움직임이라니, 어디서?”“까각!”박만식이 되묻는 순간, 이번엔 훨씬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는 누구도 모를 수 없었다.“...!”모두가 동시에 진삼복의 무덤을 바라봤다.“까각, 까각...”기묘한 소리는 점점 더 커지며 흙더미 속을 파고드는 듯했다.그리고 곧 무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땅이 흔들리는 장면은 너무도 섬뜩해서 몇몇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바닥에 엎드려 버렸다.“곧 나올 거예요.”윤태호가 낮게 말했다.“누, 누가 나와요? 무덤 도둑놈들이요?”차송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쾅!굉음과 함께 무덤이 터져나갔다. 관 뚜껑이 안에서부터 튕겨 올라 흙더미 사이로 굴러떨어졌다.그리고 한 손이 흙을 뚫고 나왔다.달빛 아래 드러난 그것은 사람의 손이었지만 지나치게 창백해 죽은 자의 손과 다를 바 없었다.“과, 과장님... 저 손, 저거 혹시... 진, 진...”쾅!오영준이 말을 잇기도 전에 흙더미 속에서 그림자가 불쑥 일어섰다.진삼복이었다.순간, 공포가 모든 이들을 집어삼켰다.그는 수의 차림 그대로 관 속에서 기어 나오더니,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윤태호 일행을 등지고 서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박만식이 목소리를 떨었다.“삼복이는 분명 죽었잖아. 어떻게 관에서 나올 수가 있지?”“설마... 안 죽은 건가?”사람들이 술렁이자 윤태호가 단호히 잘랐다.“아니요. 진삼복 씨는 확실히 죽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부검까지 했어요.”“그, 그럼 저건 뭐란 말인가...”“까각!”그 순간, 진삼복이 움직였다.삐걱거리듯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관절을 꺾어댔다. 움직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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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박만식은 평생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자네... 우리 그냥 돌아가는 게 어때?”박만식은 진삼복이 언제 뒤돌아 공격할지 몰라 잔뜩 겁을 먹은 채 중얼거렸다.“뭐야, 좀비 하나에 그렇게 질려버린 거예요?”소이은이 차갑게 비웃었다.“넌 안 무섭냐?”박만식이 반말로 쏘아붙였다.“과장님이 지켜주실 거예요.”소이은은 태연하게 윤태호의 팔을 감싸 안으며 대답했다.그러나 윤태호는 그녀의 행동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진삼복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진삼복의 머리는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고 몸을 곧게 세운 채 기묘하게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달빛 아래 비친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 악령에 가까웠다.윤태호는 속으로 의문을 삼켰다.자신이 아는 한 좀비가 되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첫째, 억울하게 죽어 원한이 쌓이고 달의 음기를 빨아들여 변하는 경우.둘째, 독에 감염되거나 묘터가 흉해 시체가 변이되는 경우.하지만 진삼복은 불과 몇 시간 전 묻혔을 뿐이다.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됐다. 문제의 근원이 어딘지 아직 알 수 없을 뿐이었다.딩동...그때, 어디선가 바람결에 섞여 희미한 풍경 소리가 스쳤다.“과장님, 이제 어떻게 하죠?”오영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직접 확인해보지.”윤태호가 굳게 말했다.진삼복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따라가지 않으면 놓칠 판이었다.“저도 갈래요.”소이은이 주저 없이 나섰다.“좀비가 움직이는 걸 직접 본 적은 없으니까요.”“저도 가겠습니다.”오영준도 이를 악물었다.“저 역시요.”차송주도 잇따라 동의했다.윤태호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는 박만식을 바라봤다.“이장님은 남으시겠습니까?”소이은이 비아냥거렸다.“대장부가 좀비 하나도 못 보고 도망치겠다니, 참 겁쟁이네.”“겁쟁이라니?”박만식은 분노에 치를 떨며 벌떡 일어섰다.“좋아. 삼복이가 뭘 하려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보겠어.”그리하여 모두가 윤태호를 따라 진삼복을 뒤쫓기 시작했다.진삼복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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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그러나 진삼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한 번 굽히더니, 곧장 몸을 세워 껑충껑충 앞으로 뛰어갔다.진삼복은 시내길을 따라 계속 내달렸고 어느 농가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으며 뒤에 누가 따라오는지조차 모른 채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앞에서는 진삼복이 뛰고 뒤에서는 윤태호 일행이 오십 미터쯤 거리를 두고 쫓는 형세가 이어졌다.차송주와 오영준이 낮게 속삭였다.“삼복 씨,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그걸 누가 알아.”“젠장,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관짝에서 기어 나올 수 있냐고요.”“설마... 무덤을 누가 판 게 아니라 진짜 죽은 자들이 스스로 기어나온 건 아니겠지?”오영준의 말에 모두의 등골이 서늘해졌다.박만식이 얼굴을 굳히며 중얼거렸다.“자네 말대로라면 전에 죽었던 사람들도 전부 삼복이처럼 좀비가 됐단 건가?”“그럴 가능성이 높아요.”오영준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박만식은 숨을 삼켰다.“그럼 큰일 났네... 그 많은 사람이 전부 좀비로 변했다면 우리 마을은 끝장이야.”윤태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이상하네요. 정말 그렇게 됐다면 놈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왜 한 놈도 보이지 않는 걸까요?”그 말에 모두의 마음이 더 눌려버렸다.‘그래... 만약 사실이라면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소이은이 입을 열었다.“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삼복 씨만 따라가면 답이 나오겠죠.”“맞아요.” 오영준의 눈이 번뜩였다.“삼복 씨만 쫓으면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박만식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보게, 차라리 내가 마을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불러올까?”“아까 그 꼴 못 봤어요?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던데 다시 올 것 같아요?”소이은이 냉소적으로 받아쳤다.박만식은 말문이 막혔다.윤태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필요 없어요. 제가 상대할 수 있어요.”박만식은 그를 흘끗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아무리 무공을 안다고 해도... 좀비를 이길 수 있을까?’바로 그때, 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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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다시 진삼복에게 쏠렸다.진삼복은 밭에서 깡충깡충 뛰어나와 흙길로 올라섰고 그대로 서쪽으로 달려갔다.“가죠!”윤태호가 대담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나머지 사람들도 급히 뒤따랐다.진삼복은 서쪽으로 계속 나아가더니, 이내 울창한 숲속으로 몸을 숨겼다.숲에 들어서자마자 싸늘한 한기가 몰려왔고 음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윤태호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올렸다.그 앞에는 수없이 늘어선 무덤들이 보였다. 대충 눈으로 세어도 백 기는 족히 넘어 보였다.무덤 위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풍경은 황폐하기 짝이 없었다.“여긴... 대체 어디죠?”윤태호가 낮게 물었다.박만식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혼령의 언덕이라네.”“혼령의 언덕?”윤태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무간리에 이런 곳도 있었습니까?”박만식이 낮은 목소리로 이어갔다.“옛날에 몇 년 동안 가뭄이 들었지. 농사가 죄다 망해서 굶어 죽은 사람이 수두룩했네. 그 사람들을 여기에 묻은 거야.”박만식은 손으로 무덤들을 가리켰다.“그때는 너무 가난해서 비석 하나 세울 여유도 없었지. 세월이 흐르면서 여긴 자연스레 혼령의 언덕이라 불리게 된 거고.”‘...그런 사연이 있었군.’윤태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박만식은 다시 입을 열었다.“이곳은 원래 아무도 잘 안 와. 무덤이 워낙 많으니, 불길하다 생각해서 피하지.”그때 오영준이 물었다.“그럼 삼복 씨는 여기서 뭘 하려는 거죠?”“보면 알게 되겠죠.”소이은이 차갑게 대답했다.모두의 시선이 다시 진삼복을 좇았다.그는 무덤 사이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정체 모를 행동을 이어가고 있었다.잠시 후, 진삼복은 가장 높은 무덤 앞에서 멈춰 섰다. 곧장 무덤 위로 뛰어올라가더니 엉덩이를 털썩 내려앉았다.차송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뭘 하려는 거야?”“누가 알겠냐...”오영준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바로 그 순간, 진삼복이 고개를 들어 이쪽을 똑바로 바라봤기 때문이다.윤태호는 긴장감을 감추며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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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정말로 오영준의 추측대로였다.무간리에서 기묘하게 죽어 나간 사람들은 모조리 좀비로 되살아나 있었다.박만식은 그 광경을 보자 놀람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까지 글썽이며 중얼거렸다.“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업보란 말인가. 왜 전부 다 좀비가 된 거야...”윤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차갑게 좀비들을 훑어본 뒤, 낮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명이 빠졌습니다.”“혹시... 그 죽은 의사 말인가?”윤태호가 덜컥 묻자 박만식은 스스로도 불안한 듯 말을 이었다.“읍내에서 내려왔던 그 의사, 죽고 나서 바로 화장했잖아.”윤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의사가 아니라 맹씨 집안 아이입니다.”박만식이 크게 눈을 떴다.“아, 맞다! 그 애는 왜 안 보이지? 설마... 걔만 좀비가 안 된 건가?”“만약 좀비가 되지 않았다면... 시신은 어디로 간 거죠?”윤태호의 말에 모두 침묵했다.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그 순간, 이칠수를 비롯한 좀비 아홉 구가 혼령의 언덕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각자 무덤 하나씩을 차지했다.그리고 이어진 광경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무덤 위에 선 좀비들이 천천히 팔을 흔들고 허리를 비틀며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아무 음악도 없는데 그들의 동작은 놀라울 만큼 가지런했다. 수년간 합을 맞춘 무용수들처럼 정교하고 매끄러웠다.하지만 그들은 분명 평범한 농부들이었다.‘이게 대체 뭐지...?’윤태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시간이 흐르자 그 기괴한 춤은 점점 격렬해졌다.팔과 다리가 미친 듯이 휘날렸고 온몸을 던져 리듬을 타는 그 모습은 차라리 광기에 가까웠다.윤태호의 머릿속에 다섯 글자가 스쳐 갔다.‘...무덤 위 댄스.’웃기게도 그 춤은 묘하게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볼만했다.만약 무덤이 아니라 술집이었다면 진삼복 일행은 무대를 집어삼킬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빛이 비추는 무덤 위, 그 광경은 오싹할 만큼 괴이했다.“바... 바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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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갑자기 숲속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섬뜩한 소리였다.“이건... 맹씨 집안 아이 목소리잖아.”박만식의 얼굴은 백지처럼 하얗게 질렸고 그의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빨리 빠져야 합니다!”윤태호가 즉시 결단을 내렸다.차송주와 오영준도 얼굴이 굳어 기겁한 듯 서로를 바라봤다. 윤태호가 말하자마자 몸을 돌려 달릴 준비를 했다.“안 돼!”박만식이 갑자기 윤태호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지금 가면 안 된다네. 저놈들이 마을로 들어가면 끝장이야!”윤태호의 눈빛이 번쩍였다.“이장님, 안 가면 더 큰일 납니다. 놈들이 먼저 사람들을 덮칠 수도 있어요.”그러자 윤태호는 재빨리 지시했다.“차송주, 오 성생. 이은이 데리고 먼저 가요. 뒤는 내가 막을게요.”하지만 이미 늦었다.박만식이 고개를 돌리자 좀비들이 숲을 뚫고 광란처럼 달려들고 있었다.“이장님, 어서 가세요!”윤태호가 소리쳤다.그러나 박만식은 대답 대신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몽둥이를 움켜쥐었다. 손아귀에 핏줄이 터져 나올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 눈빛은 이미 각오로 굳어 있었다.“이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윤태호가 외쳤다.“놈들을 막아야지. 절대로 마을로 들여보낼 수는 없어!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이들이 죽는다네. 게다가 저놈들의 부모, 아내, 자식들이 지금 이 꼴을 본다면... 그 자리에서 무너질 거야.”윤태호는 이를 악물었다.“이장님, 그 사람들은 이미 좀비입니다. 의식도 없고 살아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해요. 혼자 막을 수 없어요!”“막을 수 있든 없든 난 해야 돼. 내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어도!”박만식은 한숨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대로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더니 진삼복을 향해 뛰어들었다.“쾅!”굵은 소리와 함께 진삼복의 머리가 맞아떨어졌다. 그는 뒤로 벌렁 쓰러졌다.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한 박만식은 잠시 희망을 보았다. 곧장 다른 놈들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지만 쓰러졌던 진삼복의 몸이 천천히 그러나 끔찍하게 다시 일어났다.“끼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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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푸욱!”수술 칼끝이 진삼복의 목을 깊게 갈랐다.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더니, 2초 뒤에 나무토막처럼 곤두박질쳤다.윤태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대로 돌진해 다른 좀비들의 목을 차례로 베어냈다.칼날은 번개처럼 번뜩였고 불과 반 분도 채 안 되어 열 구의 시체가 모두 땅바닥에 널브러졌다.“하아...”윤태호가 거칠게 숨을 고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맙네.”박만식은 눈가가 붉어진 채 목이 메어 감사를 내뱉었다.“괜찮습니다.”윤태호는 짧게만 대답하고는 곧장 주위를 훑었다. 하지만 마음속 불길한 예감은 가시지 않았다.조금 전, 귓가를 스친 아이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생생했기 때문이다.“히히...”바로 그 순간, 또다시 숲속 어딘가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엔 방향이 분명했다.윤태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는 수술 칼을 쥔 손에 힘을 더 주며 천천히 동남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과장님, 조심하세요!”뒤에서 오영준이 다급하게 외쳤다. 곧이어 차송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겹쳤다.“과장님, 뒤예요!”윤태호가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순간, 분명 목이 잘려나갔던 진삼복이 텅 빈 눈동자에 섬뜩한 웃음까지 걸린 채 멀쩡히 서 있었다.“죽이지 못한 건가?”윤태호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더 끔찍한 건 따로였다.방금 목이 그어져 쓰러졌던 다른 좀비들까지 하나둘씩 다시 일어나 윤태호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딩...”어디선가 은은한 방울소리가 퍼졌다.순간, 좀비들의 움직임이 변했다.마치 약에 취한 듯 광기 어린 몸짓으로 날뛰며 윤태호에게 덮쳐왔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빠르고 심지어 서로 호흡까지 딱딱 맞아떨어졌다.“젠장...”윤태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 괴물 같은 무리 앞에서는 버겁기 시작했다.아무리 쓰러뜨려도 그들은 끈질기게 일어났다. 오히려 싸우면 싸울수록 기세가 더 살아났다.그때였다.박만식이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는 땅에서 몽둥이를 다시 움켜쥐었다.“이장님, 위험합니다!”윤태호가 소리쳤지만 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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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숲속 깊은 곳,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윤태호는 순간 몸이 얼었다.그는 좀비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었다.지금까지 이곳을 꽤 오래 살폈지만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그렇다면 이 순간 나타난 사람, 범상치 않은 인물임이 분명했다.윤태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살폈다.그는 마른 장작처럼 삐쩍 마른 노인이었고 헐렁한 검은 도포를 걸쳤다.왼손에는 붉은 끈으로 꿰어 놓은 한 쌍의 동령을 들고 오른손에는 노란 삼각 깃발을 쥐고 있었다.그 깃발 위에는 주사로 그린 듯 뒤엉킨 부적 무늬가 덕지덕지 그려져 있었다.창백하고 야윈 얼굴엔 흰색과 붉은색 유화가 덕지덕지 칠해져 있었고 그의 전신에서는 섬뜩한 음기가 뿜어져 나왔다.“과장님, 저 사람... 누구죠?”차송주가 낮게 물었다.윤태호는 고개를 저으며 알 수 없다는 뜻을 보였다.“이장님, 저 노인네 무간리 사람이에요?”차송주가 재차 물었다.“아니야.”박만식이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내 평생 처음 보는 얼굴이네.”모두의 가슴속에서 동시에 의문이 피어올랐다.소이은의 시선이 잠시 노인의 손에 들린 깃발과 동령에 머물렀다.그녀의 눈매가 순간 굳더니, 뭔가 깨달은 듯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용히 숨을 고르듯 윤태호를 향해 미소를 감췄다.“누구시죠?”윤태호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그러나 노인은 말이 없었다. 그저 왼손을 가볍게 흔들 뿐이었다.“딩!”청명한 방울소리가 숲속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윤태호의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기억이 스쳤다.진삼복이 관을 깨고 기어나오기 전에도 바람 속에서 이런 소리가 섞여 있었다.그때 오영준이 ‘종소리 못 들었냐’ 물었지만 들은 건 윤태호 혼자뿐이었다. 지금 보니 그 소리는 종이 아니라 바로 노인의 동령에서 울려 나오고 있었다.“정체가 뭐죠...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윤태호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동령을 한 번 더 흔드자 맑고 선명한 울림이 숲을 타고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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