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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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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윤태호는 죄책감으로 얼굴이 굳은 채 겨우 입을 열었다.“서아 씨... 미안해요. 나...”짝!문서아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세게 스쳤다.“윤태호, 넌 사기꾼이야.”분노에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다.“서아 씨...”윤태호가 더는 말을 잇지 못하자 문서아는 하은이를 안고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하은아, 우리 가자.”윤태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입술을 몇 번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그때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전혜란이 나왔다.“무슨 일이야?”임다은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태호가 돌아왔어요.”전혜란은 문가에 서 있는 윤태호를 보고 미소 지었다.“태호야, 언제 왔니?”“방금이요.”그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전혜란은 시선으로 거실을 훑었다.“하은이는?”“집에 갔어요. 아까 서아 씨가 데려갔어요.”윤태호가 설명했다.전혜란은 중얼거리듯 한숨을 내쉬었다.“그 애도 참... 갈 때 밥이라도 먹고 가지. 아직 하은이랑 인사도 못 했는데...”“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요.”윤태호가 담담히 대답했다. 전혜란은 임다은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다은아, 넌 그냥 있어. 내가 갈비찜 해놨으니까 먹고 가.”“그야 당연하죠. 저 원래 밥 얻어먹으러 온 거예요.”임다은도 밝게 웃으며 답했다.“그래, 태호야. 다은이랑 잠깐 앉아 있어. 난 밥 마저 할게.”전혜란은 임다은에게 장난스럽게 윙크한 뒤,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누나, 먼저 좀 앉아 있어. 난 옷 갈아입고 올게.”발이 저린 윤태호는 말을 마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결국 그의 진짜 여자친구는 임다은이었다.조금 전, 문서아와 함께 집에 들어온 장면도 그녀는 똑똑히 봤을 것이다. 눈치 빠른 임다은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는 건 시간문제였다.윤태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다은 누나... 화났을까? 화난 거면 진짜 골치 아픈데...’이어 스스로를 책망했다.‘왜 매번 이렇게 바보 같은 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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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방 안. 임다은의 신음이 방 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거친 바다 위 작은 배처럼 끝없는 파도에 휘말린 듯 몸을 맡기고 있었다.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숨이 막힐 듯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윤태호 역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누나, 잠깐 쉬었다 할까?”윤태호가 힘겹게 물었다.“싫어.”임다은은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속삭였다.“계속해.”“...알았어.”시간이 다시 흐르고 두 사람은 결국 숨이 막히도록 몰입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방 안에 고요가 찾아왔다.둘은 나란히 쓰러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임다은은 윤태호의 가슴에 몸을 기댄 채,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내밀었다.“자기야, 진짜 대단하다.”그녀는 나른하게 웃으며 속삭였다.윤태호가 조심스레 물었다.“이제 화 풀린 거야?”“응, 풀렸어.”임다은은 장난스레 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이렇게 기분 좋은 거, 정말 오랜만이야.”“앞으로는 매일 그렇게 해줄게.”“정말?”“당연하지. 나 못 믿어?”“믿어.”임다은은 부드럽게 대답하더니 갑자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아까 내가 문서아 씨 앞에서 네 여자친구라고 말하니까 문서아 씨가 갑자기 뛰쳐나갔잖아... 혹시 기분 나쁜 건 아니지?”“아니야.”윤태호가 고개를 저었다.“그냥 서아 씨가 갑자기 받아들이기 힘들까 봐 걱정됐어. 내가 이런 상황을 미리 말해주지도 않았으니까.”“그래서 내가 대신 말한 거야.”임다은이 단호하게 말했다.“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잖아. 늦게 아는 것보다 차라리 일찍 아는 게 나아. 서아 씨가 정말 널 좋아한다면 직접 사과하면 다 풀릴 거야.”그녀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다른 여자를 두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 마음 속 첫자리는 언제나 내 거야. 아무도 못 뺏어. 그러니까 나중에 서아 씨한테 잘 설명해. 솔직히 나도 그 여자 마음에 들어. 예쁘잖아.”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임다은이 장난스레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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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윤태호와 임다은이 드디어 방에서 나왔다.윤태호는 기운이 쭉 빠져 얼굴이 피곤으로 가득했고 반대로 임다은은 마치 빛이 감도는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윤태호는 식탁 위를 바라봤다. 음식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아홉 시가 훌쩍 넘었다.“엄마, 아직 저녁 안 드셨어요?”윤태호가 조심스레 물었다.“너희 기다리느라.”전혜란은 음식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벌써 네 번째 데우는 거야, 진짜...”“...”윤태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소 대담하던 임다은조차 얼굴이 시뻘게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때, 임다은이 슬쩍 화제를 바꿨다.“아, 맞다. 너 전에 빌라 샀다 했잖아. 언제 이사 갈 거야?”“아직 멀었어.”윤태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용석이한테 맡겨서 공사 중인데 다 끝나고 새집 냄새 빠지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걸.”“그럴 거면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낫지 않아?”임다은이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요즘 풀옵션 빌라도 많잖아. 그런 거 하나 사서 바로 들어가면 되지.”윤태호도 눈빛이 반짝였다.“그러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그건 내가 알아서 해결해줄게.”임다은이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괜찮은 단지 알아보고 아주머니랑 같이 가볼게.”“고마워. 또 신세 지네.”임다은은 그를 흘겨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여친한테 뭘 그렇게 생색내.”윤태호는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진심 어린 눈빛으로 속삭였다.“누나, 진짜 최고야.”“뭐가 최고야? 몸매? 아니면 너 챙겨주는 게?”임다은이 장난스레 되물었다.“다... 다 최고야. 사랑해.”“나도.”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맞추며 얼굴을 조금씩 가까이 했다.막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전혜란이 일부러 기침을 하며 부엌에서 나타났다.“에헴, 에헴.”“태호야, 얼른 와서 음식 좀 날라. 이제 밥 먹자.”“네.”윤태호가 임다은을 다시 바라보자 둘은 서로의 눈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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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전혜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아니, 그렇게 많이...?’윤태호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누나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일곱 난쟁이를 만들 셈인가?’임다은이 웃으며 말했다.“태호랑 상의해서 정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요일 이름으로 지을 거예요. 첫째는 월요일, 둘째는 화요일, 이렇게 해서 일곱째는 일요일. 아주머니, 어때요?”전혜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그... 일곱 명은 좀 많지 않아?”“다은이랑 태호, 지금 너희 사업 한창 잘 나갈 때잖아. 우선 일 열심히 해서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아이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돼.”전혜란은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곱 명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거렸다.‘이걸 누가 다 키우지...’하지만 임다은에 대해서라면 전혀 불만이 없었다. 전혜란은 임다은을 아주 좋은 며느릿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좋아요, 아주머니 말씀대로 할게요.”임다은이 웃으며 말했다.전혜란도 미소 지으며 답했다.“얼른 밥 먹자.”그때 전혜란이 갑자기 물었다.“태호야, 혹시 원장님 불편하게 한 거 있어?”윤태호는 눈이 커지며 당황했다.“어떻게 아셨어요?”전혜란이 말했다.“오늘 아침에 미주 병원에 감기약 사러 갔는데 몇몇 간호사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었거든. 신임 원장을 한 대 때렸다고 하던데, 사실이야?”“맞아요. 그 쓰레기 좀 정신 차리게 해줬어요.”윤태호는 이어서 유계진 일도 간단히 설명했다.전혜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서아 씨... 참 안 됐구나.”임다은이 웃으며 물었다.“지금까지는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행복할 거예요. 그렇지, 태호야?”윤태호는 임다은 속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없었다.“...응.”전혜란은 윤태호와 문서아의 관계를 아직 모르고 조언했다.“태호야, 앞으로 시간 되면 서아 씨 좀 챙겨줘. 여자 혼자 아이 돌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걱정 마세요, 아주머니. 태호가 그건 정말 잘해요.”임다은은 속으로 거의 말할 뻔했다.‘거의 침대까지 챙기려고 했는데... 뭐.’전혜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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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오, 오해하셨어요.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요.”“몸이 안 좋다? 너 혹시 내가 팁을 안 줘서 그래?”“아니에요, 저...”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계진은 옆 소파에서 명품 지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안에서 몇 장의 지폐를 꺼냈다.“자, 가져.”유계진이 지폐를 여자의 얼굴 앞으로 던졌다.여자가 간신히 지폐를 손에 쥐자 유계진은 천천히 물었다.“내가 누구인지 알아?”여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렇지. 너 같은 천한 년은 내 이름을 알 자격조차 없지.”유계진은 마치 상류층이라도 된 듯, 거만하게 말했다.그리고 지갑에서 또 다른 두꺼운 뭉치를 꺼내 여자의 얼굴 앞으로 던지며 말했다.“야, 벗어.”“원장님, 저 그냥 같이 노래만 불러드릴게요. 그 외에는 안 돼요.”“너 꽤 욕심 있네?”유계진은 냉소를 띠며 다시 한 번 두꺼운 지폐 뭉치를 꺼내 여자의 몸 위로 뿌렸다.수천만 원은 될 법한 돈이었다.“벗어!”“원장님, 저 진짜 노래만...”팍!유계진이 여자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뭘 고결한 척이야! 이 바닥에서 일하는 거면 네 위치를 똑바로 알아야지. 손님이 시키면 바로 해야지... 빨리 벗어!”여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제발...”“안 벗으면 네 가죽까지 벗겨질 줄 알아.”유계진의 말투는 살벌했다.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옷을 풀기 시작했다. 금세 그녀는 한 치의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처녀인 줄 알았더니, 역시 별거 아니네.”유계진은 테이블 위의 와인 잔을 집어 한 모금 마신 뒤, 나머지 와인을 그대로 여자의 몸 위로 부었다.“아악!”여자는 비명을 질렀다.“망할 년이, 소리는 왜 질러? 내가 무슨 짓 한 것도 아니고!”유계진이 크게 소리쳤다.여자는 몸을 벌벌 떨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 바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손님이 아무리 변태적인 요구를 해도 따르지 않으면 맞기 일쑤였고 심지어 사장에게도 맞았다.“이리 와.”유계진이 손가락을 까딱하며 여자를 불렀다.여자는 주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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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다음 날 아침.윤태호는 평소처럼 병원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묘하게 낯선 기류가 감돌았다.의료진들이 그를 보자마자 눈길을 피하며 멀찍이 물러섰다.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마치 역병 환자라도 마주한 듯한 시선으로만 바라볼 뿐이었다.윤태호는 곧 깨달았다.‘유계진을 때린 게 벌써 이렇게 퍼진 거군.’직장이라는 곳은 원래 그런 법이다. 상사 심기를 한 번이라도 거스르면 동료들조차 불똥이 튈까 두려워 거리를 두게 된다.더군다나 지금은 백아윤마저 곁에 없는 상황이라 윤태호를 감싸줄 이는 없었고 사람들은 더욱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윤태호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숱한 일을 겪으며 마음은 단단히 다져져 있었기 때문이다. “윤 과장님, 무간리 다녀오신 거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셨네요.”안내 데스크에 있던 한 간호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네. 다 정리돼서 돌아온 겁니다.”윤태호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간호사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다가왔다.“무간리에 전염병이 퍼졌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당연히 아니죠.”윤태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전염병이었다면 제가 이렇게 멀쩡히 돌아올 수 있었겠어요?”“그럼 무간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몇 명의 간호사들이 둘러서서 조심스럽지만 눈빛은 궁금증으로 가득했다.윤태호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차분히 말했다.“무간리 사건은 곧 뉴스로 보도될 거예요. 그걸로 확인하면 돼요.”무간리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기에 사건은 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었다.하지만 ‘백골 노귀’라 불린 사령술사의 존재만큼은 결코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다.만약 그 정체가 공개된다면 사람들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일 테니까.“윤 과장님, 아침 드셨어요? 여기 샌드위치 있는데 드실래요?”한 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곧 다른 간호사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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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그들은 자연스럽게 눈치를 챘다.윤태호가 말한 ‘처리해야 할 일’이란 유계진을 건드린 사건이라는 걸.“윤 과장님, 곧 괜찮아질 거예요. 잠깐 지나가는 일일 뿐이에요.”“맞아요, 윤 과장님이시잖아요.”“저희 다 믿고 있어요.”작은 무리의 간호사들이 한마디씩 건네며 윤태호를 위로했다.여자는 참 묘한 존재였다.그들의 짧은 몇 마디가 신기하게도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를 조금은 덜어내 주었다.윤태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그럼 전 일하러 가볼게요.”그는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고 천천히 한의과로 발걸음을 옮겼다.윤태호가 떠나자 몇몇 간호사들이 몰래 한데 모여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윤 과장님이 진짜 우리를 한의과로 보내주시면 좋겠다.”“그러니까요. 대우부터 다르잖아요. 환자도 많지 않은데 기본급은 우리가 안내 데스크에서 받는 것보다 훨씬 높대요.”“잘하면 정규직 자리가 생길지도 몰라요.”그러다 한 간호사가 조심스레 말했다.“근데... 윤 과장님이 우리 병원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원장님을 건드렸는데 쉽게 넘어가진 않겠죠?”“걱정 마요. 예전에도 부원장님이랑 곽진우가 윤 과장님 압박했잖아요. 그때도 결국 병원 안 떠나고 오히려 승진하셨잖아요.”“그땐 백 원장님이 계셨으니까요. 지금은 백 원장님도 옮기셨으니... 윤 과장님은 의지할 분도 없겠네요.”짧은 침묵이 흘렀고 다른 간호사가 작게 속삭였다.“그래도 저는... 윤 과장님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쉿! 원장님 온다!”순식간에 대화가 끊기고 간호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유계진이 정문을 지나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짧게 깎은 백묵머리, 잘 다린 양복 차림. 겨드랑이에 낀 서류가방과 불룩하게 나온 배가 묘하게 대비되었지만 걸음걸이는 위풍당당했다.누가 봐도 ‘원장’의 권위를 흉내 내고 있었다.하지만 얼굴과 콧등에 남은 상처가 아직 덜 아물어 그 위세조차 어딘가 어설퍼 보였다.그때 안내 데스크에 서 있던 젊은 간호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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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윤태호의 말이 떨어지자 그 자리 전체가 술렁였다. 몇 명의 간호사들은 멍하니 윤태호를 바라보았다.“헉... 내가 잘못 들은 건가?”“윤, 윤 과장님... 방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원장님을...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신 것 같아요...”그 소리에 간호사들의 눈빛이 반짝였다.“와... 과장님, 진짜 대단하세요. 용기 장난 아니네요.”“맞아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 하... 남친이 저분이면 좋겠다.”“그러게요. 이런 남자친구 하나 있으면 정말 든든할 것 같아요.”간호사들은 한껏 들떠 윤태호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그 사이, 유계진은 그들 눈에 아예 무시당한 채 서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눈빛은 칼처럼 날카롭게 윤태호를 노려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지? 한 번 더 말해봐.”유계진이 분노 섞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미주 병원에서 발 빼라고요.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겁니다.”윤태호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했다.“나를... 병원에서 내쫓겠다?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병원이 네 거냐? 아니면 보건국이 네 집안이라도 돼?”유계진은 분노와 경멸이 섞인 웃음을 흘렸다.“이건 엄연한 충고예요. 들을지 말지는 원장님 자유지만 저는 이미 경고했습니다. 안 나가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울 걸요?”윤태호의 말투에는 서늘한 위협이 배어 있었다.“난 지금 당장 너를 내쫓을 수 있는데, 믿어?”“안 믿어요.”“너...!”유계진은 분노에 말문이 막혔다.비록 지금 미주 병원의 원장으로서 어느 정도 권력을 쥐고 있었지만 윤태호는 한의과 과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한 과장을 해고하려면 병원 임원 전체 회의를 거쳐야 했고 유계진은 부임 후 몇 차례 시험 삼아 움직여봤지만 몇몇 임원들은 아예 듣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즉, 회의에서 윤태호를 해고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유계진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백아윤, 이 망할 년이... 갈 거면 조용히 갈 것이지. 골칫거리까지 만들어 놓고 간다니. 일부러 나 엿먹이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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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유계진의 눈에 싸늘한 냉기가 번뜩였다.고개를 들어 보니, 몇 명의 간호사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뭘 봐! 일하기 싫으면 다 꺼져.”그는 욕을 내뱉고 화가 잔뜩 실린 얼굴로 위층으로 걸어갔다.유계진이 떠나자 간호사 몇 명은 몰래 모여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윤 과장님 말이 맞아요. 유 원장님, 진짜 쓰레기네요. 하나도 원장 같지 않아요.”“들었어요? 윤 과장님이 원장님을 때린 거. 알고 보니 원장님이 환자 가족에게 뇌물을 요구해서 그런 거래요. 무려 1억 원이라던데요. 게다가 환자 가족을 자기 여자로 만들려 했대요.”“뭐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진짜 나쁜 놈이네.”“그뿐만 아니에요. 어제 홍보과 하경 씨가 원장실에 문서를 전달하러 갔는데, 원장님이 하경 씨를 만지작거렸대요. 돌아와서 한참 울었다고 해요.”“진짜 짐승이 따로 없네요.”“윤 과장님이 원장님에게 하루만 시간을 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럼 내일쯤이면 원장님 안 보겠네요?”“그냥 한의과 과장일 뿐인데, 정말 원장님을 내쫓을 수 있을까요?”“글쎄요... 해보는 소리 같던데요.”“전 그렇게 안 봤어요. 아까 윤 과장님, 말할 때 표정이 진지했거든요.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을 거예요.”“유 원장님이 우리 병원의 원장까지 됐다는 건, 분명 배경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윤 과장님이 그 배경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어찌 됐든 전, 윤 과장님이 진짜로 원장님을 내쫓기를 바래요.”“내일이면 원장님을 내쫓을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있겠네요. 지켜봐야죠.”“윤 과장님, 제발 힘내세요!”간호사들은 속으로 윤태호를 응원하며 유계진이 병원에서 쫓겨나기를 간절히 바랐다....유계진은 사무실에 도착하자 손에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던지며 의자에 앉았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똑똑.”문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곧 강 비서가 들어왔다.“원장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윤태호 그 새끼 때문이지. 화병 나 죽을 뻔했어.”유계진은 씩씩대며 말했다.‘...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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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죽여요?”강 비서는 유계진의 얼굴에 가득한 살기가 번뜩이는 걸 보고 놀라 숨을 삼켰다.이렇게 오래 곁에서 지켜봤지만 이렇게 강렬한 살기를 본 건 처음이었다.‘원장님, 이번에는 진짜로 살의를 품으셨구나.’“원장님, 윤 과장님을 미워하시는 건 알겠지만... 살인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강 비서가 조심스레 충고했다.“살인이 불법인 건 나도 알고 있어. 내가 직접 손을 쓰진 않을 거다.”유계진은 차갑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강 비서가 재차 물었다.“박태강에게 전화해서 오늘 반드시 미주로 오게 해라. 그 놈이 윤태호를 처리하게 할 거다.”강 비서는 이 계획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비록 박태강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유계진이 자주 언급했던 인물이었고 길거리에서 손을 쓰는 자라 윤태호를 처리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었다.“역시 원장님이십니다.”강 비서가 아부를 건넸다. 그러자 유계진이 다시 분노하며 말했다.“좋은 소식은 안 퍼지고 나쁜 소식은 천 리 밖까지 퍼진다더니... 윤태호가 나를 때렸다고 지금 병원 전체에 알려졌어. 어제만 해도 수십 통의 전화가 왔어. 다들 걱정하는 척 하지만 다 비웃고 있어. 젠장!”“허, 하긴 뭐... 원장님이 대서 부하한테 맞기나 하고, 웃음거리가 안 되는 게 이상하지.”“제일 열받는 건 이경진이야. 아니, 국장이라는 양반이 처음엔 그래도 관심이라도 보이더니, 이런 작은 일은 그냥 넘겨라잖아.”“동료들과 잘 지내야 된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 결국 윤태호 그 자식 편 드는 거지.”유계진의 눈에 찬빛이 번뜩였다.“이번엔 윤태호뿐만 아니라 이 국장도 한 번에 처리할 거다.”“국장님을... 죽이실 건가요?”강 비서는 급히 말했다.“이경진 국장님은 공직자이자 원장님의 상사입니다. 만약 죽인다면...”“팍!”유계진이 손바닥으로 강 비서의 머리를 내려쳤다.“멍청아! 내가 언제 국장을 죽인다고 했냐?”“아까 국장님을 처리한다고...”“처리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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