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이에요.”나현진이 냉정하게 말했다.“서아 씨가 우리 매장 직원이라는 이유로 2억을 깎으면 25억만 배상하면 됩니다.”“필요 없어요. 원래 금액 그대로 배상할게요.”윤태호가 카드를 꺼내 나현진 앞에 내밀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27억을... 진짜 배상하려는 거야?”나현진도 잠시 당황하며 물었다.“윤태호 씨,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정말 서아 씨 대신 배상하실 겁니까?”“카드로 할게요.”그의 답은 단 한 마디, 간결하고 단호했다.나현진은 어쩔 수 없이 윤태호 손에서 카드를 받아 들었다.살펴보니, 그냥 평범한 체크카드였다. 골드카드도, 소문 속 블랙카드도 아니었다.‘이 평범한 카드로 27억을 결제한다고?’나현진 마음속에는 의심이 가득 차올랐다.“매니저님, 제가 해볼게요.”박민서가 나서자 나현진은 카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박민서는 카드를 결제기에 넣고 금액을 입력한 뒤, 결제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윤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비밀번호가 뭐예요?”“8 여섯 개예요.”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카드 결제기는 잠잠했다. “어떻게 된 거죠?”나현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반응이 없어요.”박민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윤태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인터넷 문제일까요?”“민서 씨, 다시 해보세요.”나현진이 단호하게 지시했다. 박민서가 카드를 다시 긁고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카드 단말기에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매니저님, 인터넷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박민서는 윤태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이 카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몇몇 직원들은 다시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아, 진짜 놀랄 뻔했네. 돈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27억을 어떻게 배상한다는 거야?”“연기 너무 잘해서 깜빡 속을 뻔했네.”“재벌이라도 눈이 멀지 않고서야... 아이까지 있는 여자를 왜 돕겠어!”“문서아 표정 보니까 알겠네. 쟤도 저 남자한테 속은 거야.”그때,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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