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 인원의 수효가 과연 맞단 말이냐?”심지어 유봉진조차 믿기 어려운 듯 물었다.본디 그들이 전방에서 길을 열고 달려왔으니, 전장에서 쓰러진 적의 수를 헤아리는 일은 후방의 군졸에게 맡겨두었던 것이다.쫓고 베고, 피 흘리며 쓰러진 자와 사방으로 달아난 자가 뒤엉켜 있으니, 유봉진과 선우원영은 그저 선두에서 창칼을 휘두르며 돌진하였을 뿐, 적이 얼마만큼 베어졌는지는 살피지 못했다.하지만 고작 스무 남짓이라니, 이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숫자였다.“진왕 대군 나리, 소신 또한 처음에는 차마 믿지 못하였사오나, 사실이 그러하옵니다.”진무는 곧 대오를 멈추게 하고 손을 들어 부장군을 불러내어 보고하게 했다.부장군이 나와 아뢰었다.“진왕 대군 나리, 선우 장군님, 산길에 쓰러져 있던 난적들을 살펴보니 당장에 벤 자들 외에는...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습니다.”“자취를 감추었다고?”유봉진은 그제야 가슴속 깊이 경계심이 일었다.아까까지만 하여도 원영이가 오랜만에 전장을 누비며 신나게 적을 베는 모습이 보기 좋고, 그 얼굴에 모처럼 활기가 돌자 마음이 흡족했다.하지만 곱씹어 보니 이 일은 실로 불길하기 그지없었다.“이 골짜기는 기암괴석이 겹겹이 버티고 있으니 틀림없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샛길이 숨어 있으리라.”그는 곧 앞길을 내다보았다.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한데 안개가 점점 짙어져 시야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유봉진은 문득 낯빛을 굳히며 엄명했다.“더는 전진치 말고 당장 전군에 전하라. 즉시 현성으로 퇴각하라.”“무슨 말이야?”한창 흥이 오른 선우원영은 얼굴빛이 변하며 급히 항의했다.“왜 철수해야 한단 말이냐? 우리가 적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적은 우리와 상대도 되지 않는데 지금 쫓아가서 뿌리를 뽑지 않으면 적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누가 알겠느냐?”가장 중요한 것은 막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때 현성으로 철수하면 다른 사람은 그들을 어찌 볼 것이란 말이다.그들이 패배해 돌아가는 줄로만 알 것이다.진무가 다급히 나서며 말했다.“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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