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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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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조심스럽게 표정을 살피던 그녀는 강아연이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평온하여 보이자 안도하며 곧바로 욕을 쏟아 냈다.“성규연은 정말 인간도 아니야. 이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저 여자와 이런 큰 연회에 참석해?”예전에는 강아연을 어느 연회에도 데려간 적이 없었다.이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정도희가 분노하는 것과 달리 강아연은 여전히 무표정했다.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다. 성규연이 누구를 데려가든 자신과는 상관없었다. 이제 와 과거를 붙들고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성규연?”정리아는 엄마가 욕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엄마, 성규연이 누구예요?”“저 사람이야.”정도희는 볼을 부풀리고 화면에 잡힌 남자를 가리켰다.“멀쩡하게 생겨서는 사람답지 못한 짓만 하는 나쁜 남자야.”“아, 나쁜 남자구나.”정리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눈을 깜박였다.“아연 엄마, 그래도 나쁜 남자가 잘생기긴 했어요.”정리아는 엄마처럼 외모에 약했다.정도희는 기가 막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가르쳤다.“리아야, 엄마가 알려 줄게. 잘생긴 건 아무 소용 없어. 얼굴로 밥을 먹을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겉모습만 보고 속으면 안 돼. 알았지?”강아연은 겨우 다섯 살인 아이에게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하는 모습에 웃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훤칠하게 선 남자를 발견하자 시선은 너무나 쉽게 붙잡혔다.성규연은 사람 됨됨이는 별로였지만 외모만큼은 뛰어났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어 무시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권력과 외모를 모두 가진 그에게 언론이 더 많은 화면을 할애하는 것도 당연했다. 카메라마다 그를 뒤쫓았다.심소연의 시선도 줄곧 성규연에게 붙어 있었다.‘이토록 완벽하고 인기 많은 남자를 지금까지 강아연이 차지하고 있었다니, 정말 지독하게 운 좋은 여자야. 하지만 이제 완벽한 남자는 내 것이 될 거야.’심소연의 눈에 득의양양한 빛이 스쳤다.‘잠시 뒤 연회가 시작되고 오태웅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 나는 성규연의 팔짱을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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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심장이 긴장으로 빠르게 뛰었지만 고귀하고 우아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성 위에 선 아름다운 공주가 자신을 데리러 오는 왕자를 기다리는 듯했다.성규연이 1m도 남지 않은 거리까지 다가오자 심소연은 마른침을 삼키고,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모든 조명이 두 사람을 비추는 듯했다. 수많은 시선이 한곳에 집중됐다.사람들은 그 장면에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심소연 씨에게 거액을 쓴 사람이 미래 그룹의 성 대표였군요!”“어쩐지 두 사람의 관계가 특별하고 심소연 씨가 미래의 성 대표 아내라는 소문이 돌더라니. 역시 사실이었네요. 오늘 사람들 앞에서 결혼을 발표하려는 거겠죠?”“그럼요. 경성에서 이렇게 재력이 있으면서 여자에게 아낌없이 쓰는 사람은 성 대표뿐일걸요.”...동화의 끝에서 공주는 왕자에게 손을 내민다. 왕자는 그 손을 꼭 잡고 공주와 함께 레드 카펫을 걸으며 사람들의 축복을 받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인가.심소연은 더없이 들떠 있었다.당장이라도 성규연의 품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성은 품위를 지켜야 그와 더욱 잘 어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심소연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끓어오를 듯 들뜬 마음을 억누른 채 수줍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성규연을 바라보며 불렀다.“규연아...”사랑과 애교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길게 울렸다.하지만 심소연이 내민 손을 성규연이 잡고 이름을 부르며 답해 줄 거로 생각한 순간, 그는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그는 심소연을 지나쳐 혼자 레드 카펫으로 올라갔다. 크고 훤칠한 몸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연회장이 순간 조용해졌다.심소연의 아름다운 미소는 얼굴 위에서 그대로 굳었다. 끓어오르던 마음에 찬물을 한 통 들이부은 듯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죠? 심소연 씨가 손까지 내밀었는데 성 대표가 잡지 않았어요.”“설마 저 여자가 혼자서 관계를 꾸며 낸 건가요? 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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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강아연은 멈칫했다. 그러나 눈을 한 번 깜박이자 성규연은 이미 시선을 돌리고 대형 화면 앞으로 걸어갔다.강아연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따라갔다. 방금 성규연의 눈에 숨겨진 어떤 감정을 본 듯했다.하지만 자신의 착각일 거로 생각해 확신하지 못했다.마음속으로는 자신을 비웃었다.‘과거와 이 남자를 모두 내려놓고 앞만 보겠다고 결심해 놓고, 눈빛 하나에 다시 이상한 감정을 품다니. 정말 구제 불능이야.’그 시각 성규연은 사람들의 궁금한 시선을 받으며 서로 팔짱을 낀 오태웅과 김영미 부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두 사람도 미소로 답했다. 연회가 시작되기 전 성규연이 찾아와 자신에게 기회를 한번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30년 동안 여전히 깊은 사랑을 이어 온 이 부부는 진심을 보이는 후배를 돕고 싶었다.성규연은 시선을 거두고 직원이 건넨 마이크를 받았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울렸다.“오늘은 오태웅 회장님과 김영미 여사님의 결혼 30주년입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손뼉을 쳤다.성규연은 한 손을 들어 박수를 잠재우고 말을 이어 갔다.“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대부분 부부입니다. 저 역시 5년 전에 이미 결혼했습니다.”그 말에 참석자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놀란 사람도 있었고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성규연이 일찍 비밀 결혼했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모두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가 지금껏 숨겨 온 아내의 정체였다.사람들은 무대에 홀로 선 성규연을 보며 의아해했다.결혼했다고 말하면서 정작 아내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내라고 생각했던 심소연도 있었지만, 방금 일로 후보에서 완전히 밀려난 게 분명했다.“그런데 오늘 저는 이 자리에 혼자 섰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성규연은 사람들이 품은 의문을 먼저 입에 올렸다.‘그러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최근 아내와 다툼이 있었습니다.”성규연은 솔직하게 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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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성규연이 강아연의 아름다움에 놀란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여자이고 자신에게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고 여겼다.하지만 강아연이 단호히 자신을 버리고 떠난 뒤에야 이미 그녀가 너무나 쉽게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웃고 찡그리는 모든 모습이 며칠째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무슨 감정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오직 그녀를 붙잡아 데려오고 싶었다.이대로 절대 놓아줄 수 없었다.자신에게 발견되지 않으려 한다면 다른 방법을 쓸 것이라 다짐했다.‘강아연이 늘 성씨 가문 사모님에게 걸맞은 지위와 대우를 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모두 주면 돼. 앞으로는 영원히 나와 묶여 살아야 할 거야.’이렇게까지 하는데도 강아연이 계속 숨을 수 있을 리 없었다.성규연은 사진을 바라봤다. 눈에 소유욕이 짙게 번지던 그는 이내 몸을 돌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마치 화면 앞의 강아연을 보고 있는 듯했다.그녀가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알려 줘야 했다.“연아, 네가 세상 어디에 가든 반드시 찾아낼 거야. 절대로, 절대로 쉽게 놓아주지 않아...”‘연아’라는 부름은 예전 두 사람이 드물게 다정한 밤을 보낼 때, 만족한 성규연이 귓가에 얼굴을 대고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이던 애칭이었다.“연아...”가장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만 나눌 법한 다정한 속삭임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애칭과 말은 악마 같은 성규연의 눈빛과 만나 섬뜩한 속삭임이 되어 강아연의 귓가를 맴돌았다.강아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아연아!”정도희가 얼른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강아연은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화면 속 성규연의 잘생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성규연은 절대로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성규연이 사랑한 사람은 애초부터 내가 아니었는데.’강아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창백해진 얼굴을 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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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강아연은 올라온 신물을 토하고 나자 훨씬 편안해졌다.“아연아, 정말 괜찮아?”정도희가 입을 헹굴 물을 건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한동안 건강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는데 성규연이 벌인 일을 본 뒤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경성에 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정도희는 가슴이 아파 속으로 성규연을 수백 번 욕했다.하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강아연의 몸이었다.“병원에 가 보는 게 낫지 않을까?”강아연은 고개를 저었다.성규연이 벌인 일 때문에 이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자신이 그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밖으로 나가면 두 걸음도 떼기 전에 알아보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쓸데없는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강아연은 입을 헹구고 깊이 숨을 내쉬어 마음을 가라앉혔다. 정도희를 안심시키려고 억지로 웃었다.“정말 괜찮아. 걱정하지 마.”정도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엄마의 몸도 차츰 안정됐어. 이제 병원에서 일반 요양원으로 옮길 때가 된 것 같아. 조금 더 탁 트인 환경에서 지내면 이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거야.”이 병원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그래. 나도 도울게.”정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같이 할래요!”정리아가 고개를 내밀었다. 맑은 두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정도희는 아이의 뺨을 꼬집었다.“이 장난꾸러기.”...강아연은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다. 퇴원 절차를 마친 뒤 주정애를 차에 태워 미리 알아본 요양원으로 데려갔다.강아연이 비용을 내러 간 동안 정도희와 가족들은 차에서 기다렸다.하지만 결제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합류하려던 순간, 입구에 세워진 롤스로이스가 눈에 들어왔다.성규연의 차였다.강아연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정도희에게서 온 전화였다.“아연아, 나오지 마! 성규연이 병원 밖에 있어!”정도희는 전화로 외치는 동시에 주정애와 정리아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차를 출발해 병원 입구에서 멀어졌다.“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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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강아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연은 곧장 계산대로 빠르게 걸어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그와 동시에 강아연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아래층 버튼을 눌렀다.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긴장한 강아연의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그 순간 성규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아연은 순간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좀 비켜주시죠.”차갑고 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다만, 그 목소리는 왼쪽 엘리베이터에서 들려왔다.성규연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강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침 오른쪽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병원 뒷문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같은 층,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위아래로 엇갈린 채 스쳐 지나갔다.강아연은 한 걸음도 지체하지 않고 뒷문으로 달려갔다. 밖으로 나가자 정도희의 차가 보였다.“아연아, 빨리 와!”강아연이 서둘러 차에 올라타자 정도희는 곧바로 액셀을 밟아 병원을 빠져나갔다.성규연은 황급히 계산대로 도착했지만 또다시 허탕을 쳤다. 그의 얼굴은 무서울 만큼 어두워졌다.“강, 아, 연!”이를 악문 성규연은 자신이 언젠가 한 여자를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토록 좌절하고 분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병원 안팎을 모조리 뒤지고, 필요하다면 드론까지 띄워서라도 반드시 강아연의 행방을 찾아낼 생각이었다.하지만 성규연이 막 사람을 보내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끊으려 했지만 발신자가 성희택인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아버지.”“이 자식아,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전화기 너머로 성희택의 우렁찬 고함이 터졌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네 엄마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놔?”성규연은 욱신거리는 눈가를 문질렀다.“제 아내의 신분을 공개했을 뿐이에요. 문제 될 건 없어요.”“네 집안일은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하지만 지금 당장 돌아와. 네 엄마가 널 보겠단다! 안 오면 뒷일은 네가 알아서 감당해! 알아들었어?”성희택은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성규연은 까맣게 꺼진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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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정도희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분명 둘이 약속까지 했는데 박경준은 결국 주정애가 입원한 병원 주소를 성규연에게 흘렸다.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위선자가 따로 없었다.속으로 욕만 한 게 아니었다. 정도희는 곧장 쏘아붙였다.“완전 신용도 없는 사기꾼이야!”“사기꾼?”박경준은 피식 웃으며 휴대전화를 왼손으로 바꿔 들고 오른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남을 속이는 거로 따지면 정도희, 너도 나한테 뒤지지 않잖아?”정도희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내가 준 약, 왜 안 먹었어?”박경준이 차갑게 추궁했다.정도희는 순간 굳은 채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랬다. 박경준이 준 약을 그녀는 차마 먹지 못했다.자신이 다시 임신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약물까지 개입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다.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었다.“그러니까 정도희, 애초부터 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거지?”박경준이 차갑게 물었다.정도희는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한 속마음을 박경준이 이렇게 빨리 가차 없이 꿰뚫어 볼 줄 몰랐다.게다가 박경준은 약속을 어긴 대가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정도희는 입술을 꼭 깨문 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박경준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먼저 약속을 깬 건 너야. 그러니 내가 인정사정없이 굴어도 원망하지 마. 시내 복층 아파트도 내가 줬으니 언제든 거둬들일 수 있고, 네 친구도 내가 지켜줄 수 있는 만큼 성규연에게 넘겨줄 수도 있어...”“깜빡했어!”정도희가 다급하게 변명했다.“그냥 먹는 걸 잊은 거야. 일부러 안 먹은 게 아니라고!”“잊었다고?”박경준이 입꼬리를 비틀며 낮게 웃었다.평소 대본도 한 번 보면 거의 외우는 정도희의 기억력이 그렇게 나쁠 리 없었다.“응, 정말 깜빡했어.”정도희는 숨을 내쉬며 한발 물러섰다.“다음에는 꼭 잊지 않고 먹을게.”박경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대답이 들리지 않자 정도희는 불안해져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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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식사를 마친 뒤 정리아는 주정애에게 TV를 틀어주고, 강아연과 정도희는 함께 주방을 정리했다.“사실 네가 그때 임신했다고 전화했을 때 나 정말 놀랐어.”강아연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당시 정도희는 겨울 행사에 참석했다가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었다. 이후 소속사는 추운 날씨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이라며 모두에게 보온에 유의해 달라는 입장을 냈다.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쓰러진 이유는 추위뿐만이 아니었다. 절박유산 증세로 출혈까지 있었지만, 피가 넓고 긴 드레스 안쪽으로 흘러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그 사고 때문에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정도희는 결국 강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강아연이 알게 되었을 때 정도희는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 워낙 마른 체형이라 배가 거의 티 나지 않았고, 진료 기록에 임신 26주라고 분명히 적혀 있지 않았다면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그 뒤 정도희는 강아연에게 출국 절차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SNS에는 절친끼리 해외여행을 간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사진 속 정도희는 수영복 차림이었지만 임신한 티라고는 전혀 나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난 너한테 정말 고마워. 늘 내 곁에 있어 주고 도와줬잖아.”정도희는 몸을 살짝 기울여 강아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정도희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함께 해외로 나가고 출산할 때까지, 강아연은 줄곧 곁을 지키며 그녀의 비밀까지 감춰주었다.그래서 정도희는 자신이 강아연에게 아무리 잘해도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런데 나 아직도 조금 궁금한 게 있어. 리아 아빠 말이야.”강아연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사람... 아직 살아 있어?”정도희가 출산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강아연은 아이 아버지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정도희 역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단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었다.그러니 리아의 아빠가 이미 세상을 떠난 건 아닐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은 정도희는 잠시 멈칫하며 표정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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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옆에 있던 고용인이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성규연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뜨거운 차가 손등에 튀었는데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성규연은 앞으로 걸어가 성희택과 서영란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지, 어머니.”서영란은 고개를 돌린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성희택은 성을 내며 호통쳤다.“이 불효자식! 내가 널 이렇게 키우려고 여태 뒷바라지한 줄 알아? 부모 말에 대놓고 거역해?”성규연은 눈을 내리깔고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성희택과 서영란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말을 받아칠수록 일이 더 커질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침묵이 가장 나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예상대로 성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영란의 시선이 점차 붉게 데인 손등으로 향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규연이 손 뎄는데도 연고 하나 가져올 줄 몰라?”성희택은 잠시 멈칫하다 손을 내저어 사람을 시켜 연고를 가져오게 했다.“감사합니다. 어머니.”성규연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됐어. 잘못한 걸 알았으면 앉아. 이제 너랑 소연이 문제를 이야기하자.”서영란은 고용인에게 의자를 빼게 한 뒤 성규연에게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혼자 말을 이어갔다.“네가 연회장에서 한 일은 내가 이미 사람을 써서 화제를 가라앉혔어. 하지만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강아연은 우리 집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야겠지.”서영란은 성규연을 바라봤다.“넌 밖에 강아연과 이혼한다고 발표만 해. 그다음엔 내가 직접 나서서 소연이가 진짜 내 며느리라고 밝힐 거야. 미래 그룹 새 프로젝트 착공식에도 소연이를 데리고 가. 전에 난리 났던 일은 그걸로 덮으면 깔끔하게 끝나.”그 말을 들은 성규연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꼿꼿이 선 채 앉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서영란은 아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앉아서 상의하자고 했잖니. 지금 무슨 태도야?”“어머니 말씀은 상의처럼 들리지 않아요.”성규연이 담담히 말했다.이미 오래전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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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강아연 같은 여자 때문에 소연이처럼 좋은 신붓감을 포기하겠다는 거야?”서영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성규연 역시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강아연 때문이 아니어도 심소연과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성규연!”서영란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분노가 목소리에 묻어났다.“넌 대체 소연이와 결혼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나한테 대들고 싶은 거야?”그녀는 아들이 20년 전과 비교해 너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이제는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성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둘 다 맞았기 때문이다.그가 심소연과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서영란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미래 그룹의 대표이자 경성 성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이 신분은 그저 지금의 자신을 더 혐오하게 할 뿐이었다.“어머니께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먼저 가볼게요.”성규연은 냉랭하게 말하고 돌아섰다.“너, 너...”서영란은 가슴을 움켜쥔 채 비틀거렸다.“여보!”성희택이 재빨리 그녀를 받아 안고 밖의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사람 불러! 저 불효자식 붙잡아! 집안 법도대로 벌을 내려!”말이 떨어지자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타나 성규연의 앞을 막았다.성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성희택이 고용인에게 명령했다.“채찍 가져와!”“하, 하지만 그 벌은 어르신만 내리실 수 있습니다...”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르신께서는 도련님을 워낙 아끼시는데, 이 사실을 아시면...”그 말을 들은 서영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성영호는 성희택의 아버지이자 성규연의 할아버지였고, 현재 성씨 집안의 실권을 쥔 최고 어른이었다.애초에 성규연이 뛰어나 성영호의 인정과 총애를 받지 못했다면, 서영란의 배경과 과거로는 성희택과 순조롭게 결혼해 이 집안에 들어오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래서 서영란은 늘 성영호를 두려워했다.하지만 성희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물었다.“어르신 지금 어디 계셔?”고용인이 더듬거리며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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