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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딱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얼굴이었다.신예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송지유를 흘겨보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마.”“내가 뭘 잘못 말했어? 방금 웃는 거 완전 달달했거든? 누가 봐도 수상해.”송지유가 손가락 두 개를 눈앞에서 흔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 눈은 정확하지.”신예린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머릿속에 온통 주시우 생각뿐이었다는 걸.두 사람의 관계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어서 하루 종일 마음이 설레어 책조차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칠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다시 공부에 집중해야지, 그렇게 스스로 다짐할 뿐이었다.“왜 주 교수님이면 안 되는 건데?”신예린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송지유의 눈이 번쩍 빛나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뭐야, 뭐야? 무슨 일인데?”신예린은 잠깐 망설이다가 송지유에게 털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혼자 끌어안고 있기에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으니.“나, 나 주 교수님이랑 키스했어.”순간 송지유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미리 준비한 듯 신예린이 얼른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도서관에서는 떠들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송지유는 겨우 소리 내는 걸 참았지만 눈빛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겨우 마음을 진정시키자마자 그녀는 신예린의 손을 잡아끌며 다급히 물었다.“어서 말해! 빨리, 빨리!”신예린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어제 같이 마트 갔을 때 음료수를 샀는데 그게 알코올이 든 거라는 걸 몰랐어. 주 교수님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한 모금만 마셔도 머리가 어지럽대. 그래서 소파에 누워 쉬고 있었어. 내가 설거지 끝내고 와서 보니 자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신예린이 말을 이어갈수록 송지유는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움켜쥐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만 입을 맞췄어.”“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송지유는 마치 드라마 후속편을 기다리는 시청자처럼 눈을 반짝였다.“그러다 주 교수님이 깼어.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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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신예린은 도서관을 막 빠져나오다 여도준과 정면으로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곧바로 주시우가 여도준의 전화를 끊었던 일을 떠올리며 신예린은 저도 모르게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여도준이 재빨리 길을 막아섰다.그의 눈빛은 어두웠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얘기 좀 하자.”애초에 그와 할 얘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여도준이 주시우의 일을 들먹일까 걱정됐고, 무엇보다 그가 다시는 들러붙지 못하게 몇 가지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서관 옆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서 두 사람은 마주 섰다.여도준은 복잡한 눈으로 신예린을 바라봤다.그는 줄곧 신예린 앞에서 우월감을 느꼈다.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고, 또 친구들이 부추길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자신을 향한 마음을 끝내 못 접었을 거라 상상하면서 말이다.그런데 강효은과 사귀기 시작한 뒤로 신예린과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태도가 싸늘했다.처음에는 밀당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는 정말로 그녀의 마음이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사람 마음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신예린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자 여도준은 오히려 그녀에게 시선이 갔다.거기에 강효은은 점점 더 성가셔졌다.‘신예린을 다시 붙잡아볼까?’이런 생각까지 했다.자신이 먼저 시작하자고 하면 신예린도 안 받아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입술을 한 번 달싹이던 그가 마침내 말했다.“어젯밤에 술을 마시긴 했지만 너한테 한 말은 전부 진심이었어.”신예린은 담담했다.“그래서?”“내가 전에 너에게 몹쓸 짓을 한 건 맞아.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정리했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있겠니?”신예린은 피식 웃었다.“그럼 강효은은?”“벌써 헤어진 사이야.”신예린은 그날의 대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강효은의 임신 소식이 들려오자 여도준은 그녀에게 평생 헤어질 리 없을 거라며 약속했었다.신예린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정말 책임감이라고는 없네.”뜻밖의 말에 여도준의 얼굴빛이 굳었다.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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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하지만 여도준이 그런 걸 이해할 리 없었다.그는 신예린에게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녀의 말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다만 한 가지에 꽂혀 있었다.“너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야?”비교할 대상이 생겼으니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네 알 바 아니야.”여도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어제 내 전화 끊은 그 남자 맞지?”그 순간, 신예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 사람 누구야? 왜 밤늦게 같이 있었어? 뭔데 내 전화를 끊어.”여도준의 추궁은 집요했다.신예린은 코웃음을 치며 맞섰다.“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따지는 거야? 네가 뭔데? 내가 누구랑 있든 너랑은 전혀 상관없잖아.”여도준은 말문이 막혔다.“할 말은 다 했으니까 이제 그만 집착해.”신예린은 말을 끝내고 뒤돌아섰다.그런데 그 순간, 여도준의 한마디가 날벼락처럼 떨어졌다.“어젯밤 그 사람, 주 교수님 맞지?”신예린의 발걸음이 멈췄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네가 시간이 없다고 하시던데? 두 사람 뭘 하고 있었어?”쏟아지는 여도준의 질문에 신예린의 얼굴이 달아올랐다.‘뭘 했긴, 키스했지...’여도준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는 그녀 앞에 서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을 내뿜었다.“너랑 주 교수님 무슨 사이야?”신예린의 손바닥에 열기가 맺혔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감정을 눌러 담아 담담히 그를 마주 봤다.“그렇게 확신해? 주 교수님이라고?”여도준은 순간 머뭇거렸다. 그녀의 태연한 기색이 자신감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주 교수님을 몰라? 나를 몰라? 우리가 왜 같이 있었겠어? 교수와 제자가 수업 끝나고 만날 일이 뭐가 있겠냐고? 여도준, 너 술 마시고 헛소리하는 거 아니야?”그 말에 여도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조금 전까지 확실하다고 믿었던 사실에 점점 의심을 품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분명 어젯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주시우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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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식당에서 신예린은 식판에 음식을 담은 후 자리를 찾아 앉았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송지유에게 문자를 보냈다.[배 아픈 건 괜찮아졌어? 밥 내가 대신 받아줄까?]곧이어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됐어. 먹으면 더 심해질까 봐.]신예린이 말했다.[밥 다 먹고 약국 가서 약 사다 줄게.][괜찮아, 나 약 챙겨왔어. 지난번 감기 이후로 주말에 집에 갔을 때 이것저것 가져왔거든. 집에 약 있으니까 돈 안 써도 돼. 히히.]‘야무지게 챙겨왔네.’[우유랑 빵만 사다 줘. 배고프면 좀 때우려고.][알겠어.][아, 안 되겠다. 또 화장실 가야 할 것 같아.]신예린은 눈살을 찌푸렸다.[참나, 지금 밥 먹고 있는데.]아마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는지 송지유 쪽에서는 더 이상 답이 없었다.그 대화로 신예린은 식욕이 뚝 떨어졌다.다만 임신 중이라 일부러 더 먹으려 노력했다.사실 요즘 변화가 조금씩 느껴졌다.평소 평평하던 배가 풍선처럼 점점 불러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겨울옷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저녁에 샤워할 때 거울을 보면 그 변화가 선명히 보였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주시우가 밥은 먹었나 싶어 메시지를 보낼지 망설였다.그러다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라던 주시우의 말이 떠올라 신예린은 곧바로 휴대폰으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그때, 분노가 가득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예린!”고개를 들자 강효은이 얼굴을 잔뜩 붉히며 성큼 다가왔다.신예린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효은은 그녀 앞에 서더니 식판을 홱 들어 뒤집어 버렸다.“이 뻔뻔한 년아!”요란한 소리와 함께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식판 속 음식은 그대로 바닥에, 그리고 신예린의 몸에 튀었다.시끌벅적하던 식당은 순간 조용해졌다.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곧바로 두 사람에게 쏠렸다.강효은은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고함을 질렀다.“너도 알고 있겠지만 여도준은 내 남자친구야. 네가 아무리 예전에 여도준을 좋아했었다 해도 제발 남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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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하지만 곧이어 신예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여우 년이라고? 그럼 어디 증거 좀 가져와 보지 그래. 내가 여도준을 꼬시기라도 했어? 누가 보면 모텔이라도 간 줄 알겠네.”신예린의 말에 주변은 술렁였다.“와, 목숨 걸고 저렇게 말하네.”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강효은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씩씩거렸다.“오늘 도서관에서 단둘이 있었던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사진도 있다고.”“그래서? 잠깐 얘기했다고 내가 남의 남자를 뺏은 여우 년이야? 그럼 같은 기숙사 쓰는 룸메이트들은 죄다 임신이라도 해야겠네?”여도준의 룸메이트의 입장에서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헛소리 집어치워. 나 지금 여도준한테 털끝만큼도 관심 없어. 여도준이 너한테 잘못한 거잖아. 따질 거면 그 사람한테 가서 따져. 나한테 화풀이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나를 해결해도 또 다른 여자들이 네 앞에 나타날걸? 바람둥이 본성이 어디 안 가. 차라리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나을 거야.”“와, 시원하다!”구경꾼 중 누군가가 크게 호응했다.신예린의 말은 비수처럼 강효은의 가슴을 찔렀다.그녀도 속으로는 신예린의 말이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다.여도준은 잘생겼고 공부까지 잘해 그녀의 허영심을 제대로 만족시켜 줬다. 그런데 결과는 이 모양이었다. 침대 위에서 즐긴 건 그였는데 임신으로 몸 망가진 건 정작 자기 자신이었다. 여도준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멀쩡했고.강효은은 여도준이 미웠고 신예린도 미웠다.그녀 눈에 두 사람은 뒤에서 몰래 정분난 한 쌍의 뻔뻔한 남녀였다.식당 밖, 주시우는 두 명의 교수와 함께 교직원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때 몇몇 학생들이 바쁘게 지나가면서 흥분된 목소리를 흘렸다.“야, 학생 식당에서 난리 났대! 여자 둘이 한 남자를 두고 싸우고 있나 봐. 우리도 얼른 가보자!”“누구라고?”“임상 의학 쪽 강효은 알지? 예쁘게 생긴 애. 남자친구 바람피웠다잖아. 상대가 네 옆 반 신예린이라던데? 지난번에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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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강효은, 지금 뭐 하는 거야.”목소리의 주인공은 여도준이었다.강효은이 신예린과 식당에서 한바탕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바로 달려왔다.강효은은 그를 보자마자 팔을 덥석 잡더니 신예린을 가리키며 물었다.“여도준, 솔직히 말해. 어젯밤 너 신예린이랑 같이 있었지? 그래서 내 전화를 안 받은 거지?”주위 사람들은 곧 눈치를 챘다.남주인공이 등장했다는 걸.순식간에 식당 공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여도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강효은을 끌어내려 했다.“효은아, 우리 따로 얘기하자.”하지만 강효은은 그의 손을 확 뿌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지금 당장 말해! 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우리 사이 끝장인 줄 알아.”그제야 여도준은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챘다.만약 자신이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녀는 ‘그 일’을 들추고 말 것이다.강효은이 자기 때문에 유산한 일이 사람들 앞에 드러나는 건 최악이었다.여도준은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동시에 후회가 몰려왔다.‘처음부터 이 여자랑 엮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친년 같으니...’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람둥이로 낙인찍힐 수는 없었다.그는 잠깐 신예린 쪽을 흘겨본 뒤,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효은아, 너도 알잖아. 난 원래 마음이 약해. 게다가 예린이랑은 예전에 같이 공부도 자주 한 사이였고. 어제도 공부하자고 부르길래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여도준은 신예린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신예린은 너무도 뻔뻔한 그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여도준,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 내가 언제 널 불렀다는 거야?”강효은은 오히려 이 말에 확신을 얻은 듯 신예린을 몰아붙였다.“언제까지 발뺌할 건데! 도준이가 다 인정했잖아. 한밤중에 남의 남자친구 불러냈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해? 부끄럽지도 않아?”순식간에 분위기는 여도준과 강효은 쪽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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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신예린은 주시우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그, 그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게다가 왜 나랑 같이 있었다고 한 거야? 그러면 우리 관계를 드러낸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지?’여도준도 어찌할 바를 몰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정, 정말 주 교수님이었다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잖아. 어젯밤 전화를 끊은 사람이 정말 주 교수님이었어.’식당 안의 분위기가 한순간 달아올랐다.주시우는 천천히 신예린 곁으로 걸어갔다. 주변의 놀란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음식으로 더러워진 그녀의 옷을 보더니 그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강효은도 주시우의 등장에 크게 놀랐다. 그가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먼저 입을 열었다.“주, 주 교수님.”그러나 지금의 주시우의 눈빛은 강의실에서처럼 온화하지 않았다. 그는 매섭게 강효은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어제 예린 학생과 함께 있었던 사람은 나예요. 그래도 의심이 돼요?”강효은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 아니. 교수님이 왜 신예린이랑 같이 있었죠?”“공부 때문에요.”주시우의 차분한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한밤중에 자신의 제자랑 같이 공부를 했다고? 실화인가?다른 사람이었다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주시우였다. 부임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절제되고 곧은 모습으로 이미 학생들의 깊은 신뢰를 얻었다. 그가 내뱉는 말에는 왠지 모르게 권위가 실려 있었다.“아니, 도준이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었어?”강효은은 본능적으로 여도준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여도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주시우의 시선이 무겁게 그에게 옮겨갔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여도준은 순간 눈을 크게 뜨며 움찔했다.“누구든 자기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죠. 다시 묻겠습니다. 어젯밤에 정말 예린 학생과 함께 있었어요?”주시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묘한 압박감이 흘러나왔다.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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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뭐야? 신예린이랑 주 교수님 되게 친한 것 같은데?”“둘이 무슨 사이야?”“설마 친척? 아니면 어떻게 밤에 같이 공부를 해?”“아까 여도준은 거짓말까지 하면서 신예린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려 했잖아. 다행히 주 교수님이 계셔서 누명 안 쓰게 됐네.”“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주 교수님 같은 친척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할까.”신예린은 식당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주시우의 뒤를 따라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마침 맞은편에서 몇몇 학생들이 걸어오다가 옷에 얼룩이 가득한 신예린을 보고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졌다.그 순간, 두툼한 외투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신예린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마주한 건 주시우의 깊은 눈빛이었다.둘은 거리낌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신예린은 저도 모르게 한발 물러서며 어깨 위 외투를 벗으려 했다.“가만히 있어. 그냥 걸치고 가.”주시우의 손이 그녀의 손등을 덮었다.따뜻한 체온이 전해지자 신예린의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제 옷이 많이 더러워서요. 시우 씨 옷 망가지면 안 되잖아요.”“옷은 빨면 돼. 하지만 젖은 옷 그대로 있으면 너 감기 걸려.”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신예린은 조용히 손을 거뒀다.“내 사무실로 갈까? 사람 시켜서 옷 가져오게 할게.”주시우가 물었다.“지유한테 부탁해서 옷 가져달라고 할게요.”신예린은 휴대폰을 꺼내 송지유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송지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럴 때 꼭 안 받아...”신예린은 머쓱하게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안 받네요.”“괜찮아. 내가 사람 시켜서 금방 가져오게 할게.”지금으로선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예린은 주시우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가던 길에 학생들이 하나둘 인사를 건네며 지나갔다.신예린은 몸에 맞지 않는 큰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그 앞을 주시우가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던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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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신예린은 주시우가 자기 몸을 훔쳐볼 거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사실 원한다면 집에서야 얼마든지 볼 기회가 있었다. 부부 사이인데 몰래 본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예린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민망했다.두 사람은 첫날밤 이후로는 늘 조심스럽게 선을 지켜왔다.‘먼저 살짝 입 맞추고, 그다음 꼭 안아주고, 그러다가 옷을 하나씩 벗어내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게 딱 적당하지 않나?’신예린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생각했다.그녀는 외투를 벗더니 안에 입은 니트까지 차례로 벗어냈다.뒤에서 옷 갈아입는 소리가 들려왔다.주시우는 일부러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정작 눈앞에 거울이 하나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거울에는 주시우와 신예린의 모습이 나란히 비쳤다.신예린이 니트를 들어 올리자 희고 고운 아랫배가 살짝 드러났다.아직 임신한 티가 잘 나지 않아 정면에서 바라본 허리선은 여전히 가늘었다.주시우는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황급히 시선을 떨구었다.저도 모르게 침을 넘겼다.그리고 잠시 뒤, 그의 뒤에서 신예린의 낮은 목소리가 불쑥 흘러나왔다.“어?”“왜 그래?”주시우가 물었다.“머리카락이 지퍼에 끼어서요.”“내가 봐줄게.”그가 몸을 돌렸을 때 신예린은 이미 외투를 걸친 상태였다.외투는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그녀에게 큰 사이즈였다.주시우가 그녀 앞에 다가섰다. 신예린은 조급하게 지퍼를 당기고 있었다.“가만히 있어.”지퍼를 잡아당기던 그녀의 손을 멈추게 하고 주시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세게 당기면 머리 아프잖아.”신예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그냥 한번 해보려던 건데요.”“억지로 잡아당기면 더 안 풀려.”주시우는 고개를 살짝 떨구더니 조심스럽게 지퍼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얇은 머리카락이 끼어 있어 잘 빠지지 않았지만 한 번도 성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풀어나갔다.그의 손길은 신예린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인내심이 깃들어 있었다.신예린은 코앞에서 집중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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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이제는 어른이 된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적어도 시우 씨를 만났잖아요.”주시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신예린의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면서 두피에 날카로운 통증이 번졌다.“아야...”신예린은 숨을 들이켰다.주시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손을 황급히 놓았다.“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신예린은 아픈 머리를 매만지더니 억울한 표정을 하며 그를 올려다봤다.겨우 용기를 내서 속마음을 꺼냈는데 그 대가로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잃었으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했다.주시우는 그녀의 머리를 살살 문질러주며 통증을 달래주려 했다. 그러다가 방금 들은 말이 다시 떠올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히려 다행이야. 내 존재가 그렇게 느끼게 해줬다는 거잖아.”신예린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른이 된 게 이제는 참 좋아요.”그러고는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봄날에 피어나는 꽃들처럼 환했다.그 웃음에 잠시 넋이 나간 주시우는 한참이나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지퍼에서 조심스레 빼내며 미소를 지었다.마침 그때, 주문했던 옷과 점심이 도착했다.“아직 밥도 못 먹었지? 같이 먹자.”주시우는 한 손으로 배달 음식을 들었고, 다른 한 손으로 신예린에게 새 옷을 건네주었다.세심한 그의 배려는 늘 변함없었다.방금 강효은 때문에 신예린이 점심을 채 먹지 못했다는 걸 주시우는 곧바로 알아차리고 배달 음식을 주문한 것이었다.신예린은 조심스레 옷을 받아 들었다.주시우는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서고는 테이블 위 자료를 정리하면서 점심 먹을 자리를 비워냈다.옷을 꺼내 입으려던 순간, 신예린은 뭔가를 발견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주시우가 앞에 있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가 자리를 비킨 사이 멀지 않은 곳에 거울 하나가 벽에 걸려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거울 속에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쳐 있었다.‘설마 방금 옷 갈아입은 게 다 비쳤던 건가?’신예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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