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은, 지금 뭐 하는 거야.”목소리의 주인공은 여도준이었다.강효은이 신예린과 식당에서 한바탕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바로 달려왔다.강효은은 그를 보자마자 팔을 덥석 잡더니 신예린을 가리키며 물었다.“여도준, 솔직히 말해. 어젯밤 너 신예린이랑 같이 있었지? 그래서 내 전화를 안 받은 거지?”주위 사람들은 곧 눈치를 챘다.남주인공이 등장했다는 걸.순식간에 식당 공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여도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강효은을 끌어내려 했다.“효은아, 우리 따로 얘기하자.”하지만 강효은은 그의 손을 확 뿌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지금 당장 말해! 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우리 사이 끝장인 줄 알아.”그제야 여도준은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챘다.만약 자신이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녀는 ‘그 일’을 들추고 말 것이다.강효은이 자기 때문에 유산한 일이 사람들 앞에 드러나는 건 최악이었다.여도준은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동시에 후회가 몰려왔다.‘처음부터 이 여자랑 엮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친년 같으니...’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람둥이로 낙인찍힐 수는 없었다.그는 잠깐 신예린 쪽을 흘겨본 뒤,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효은아, 너도 알잖아. 난 원래 마음이 약해. 게다가 예린이랑은 예전에 같이 공부도 자주 한 사이였고. 어제도 공부하자고 부르길래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여도준은 신예린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신예린은 너무도 뻔뻔한 그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여도준,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 내가 언제 널 불렀다는 거야?”강효은은 오히려 이 말에 확신을 얻은 듯 신예린을 몰아붙였다.“언제까지 발뺌할 건데! 도준이가 다 인정했잖아. 한밤중에 남의 남자친구 불러냈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해? 부끄럽지도 않아?”순식간에 분위기는 여도준과 강효은 쪽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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