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린의 목소리에는 애교가 배어 있었다. 꾸며낸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었다.주시우는 신예린이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하루 만에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식사 내내 김수희와 신예린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머리를 어떻게 묶으면 예쁜지, 어느 네일샵이 잘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심지어 김수희는 예전에 임신했을 때 겪었던 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참, 내가 오일 하나 챙겨왔거든. 배가 점점 불러오면 튼살이 잘 생겨. 이거 바르면 효과 좋아. 3개월 됐으니까 지금부터 쓰면 딱 좋을 거야.”김수희는 가방에서 네모난 상자를 꺼내 주시우에게 건네주었다.“앞으로 예린이 배에 오일 발라주는 건 네 몫이야.”주시우는 곧바로 받아 들며 미소를 지었다.“네. 고마워요, 엄마.”옆에 있던 신예린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주시우가 배에 오일을 발라주는 상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안 돼. 너무 민망하잖아. 오일은 혼자 발라야지.’저녁을 마치고 밖에 나오니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주차장에서 헤어질 때, 김수희가 신예린을 따뜻하게 끌어안았다.“오늘 정말 즐거웠어. 사실 전부터 언젠가 너랑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싶었어. 그런데 또 혹시나 나랑 잘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 그런데 이제는 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그 말에 신예린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김수희의 품에서 ‘엄마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신예린은 조심스레 속마음을 꺼냈다.“저야말로 복 받은 거죠.”주시우의 가족은 원래부터 좋은 사람들이었다. 설령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가 주시우의 아내가 되었더라도 그 사람에게 똑같은 존중과 사랑을 주었을 것이다.이런 사랑이 가득한 집안에 자신이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예린에게는 무엇보다 큰 축복이었다.김수희가 떠나고 난 뒤, 신예린과 주시우도 차에 올랐다.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사이, 주시우는 옆자리에 앉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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