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터닝포인트 / Chapter 181 - Chapter 190

All Chapters of 터닝포인트: Chapter 181 - Chapter 190

468 Chapters

제181화

“당신들의 아들을 위해서 저를 4,000만 원에 파셨잖아요.”그 말에 신경무는 휴대폰을 빼앗으면서 버럭 화를 냈다.“그 4,000만 원은 원래 우리가 응당 받아야 할 돈이야. 우리가 피땀 흘려 너 키워놨는데 그 자식이 아무 말도 없이 널 데려갔으니 당연히 우리한테 보상해야지!”신예린은 단호하게 받아쳤다.“처음 한 약속은 그게 아니었잖아요. 그 돈 받는 순간 다시는 저한테 손대지 않기로 했죠.”임정희가 다급히 끼어들며 목소리를 낮췄다.“예린아, 우린 가족이잖니. 네가 결혼했다고 해서 가족이 아닌 게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정은 끊을 수 없어. 연락하며 지내야지.”그러자 신예린은 비웃듯 반문했다.“예전에는 정이란 게 눈곱만큼도 없었으면서 제가 갑자기 결혼하니까 정이 생겼다는 거예요?”임정희와 신경무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도 못 했고 신예린의 목소리가 냉정하게 이어졌다.“만약 약속을 어길 거라면 그 돈을 돌려주세요. 그리고 당신네 아드님은 스스로 알아서 살게 하세요.”“너!”신경무가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세상에 이런 불효막심한 딸년이 어디 있단 말이냐!”“저도 궁금하네요. 세상에 어떻게 당신들 같은 한심한 부모가 있는지...”말끝을 매섭게 끊으며 신예린은 단호히 덧붙였다.“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또 전화하시면 아예 번호도 바꿔 버릴 거예요.”“뚝...”신예린이 전화를 끊자마자 임정희와 신경무는 서로를 노려보았다.“이 불효녀가 이제는 정말 제멋대로구나!”신경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내일 당장 학교로 찾아가야겠어. 어디 네가 진짜 우리를 모른 척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당신 미쳤어요?”임정희가 신경무의 팔을 잡아당기며 다급한 목소리로 제지했다.“예린이는 그렇다 쳐도 지금 예린의 남편은 만만치 않아 보여요. 괜히 자극해서 그 돈이라도 뺏기면 우리가 노리고 있던 집 계약금은 물거품 되는 거 몰라요?”임정희의 말에 신경무는 간신히 진정을 되찾았다.“일단은 참으세요. 우리 민호가 좋은 대학에 붙고 성
Read more

제182화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신예린이 두리번거리며 물었지만 거실 어디에도 고원숙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정원에 계신 지 한번 가 보자.”하지만 주시우가 신예린의 손을 잡고 함께 정원을 돌았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방에 계신 것 같아.”주시우는 다시 신예린을 데리고 할머니의 방 앞으로 갔다. 행동이 불편한 고원숙은 늘 1층 방을 쓰고 있었고 문은 닫혀 있었다.주시우가 노크를 두 번 했다.“할머니, 안에 계세요?”대답이 없자 주시우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순간, 안에서 허둥지둥하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순간 고원숙은 독작을 멈추고 민망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신예린은 눈이 동그래져 깜짝 놀랐다.고원숙이 손에 들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버블티였다. 어르신은 그것을 황급히 장롱 속에 밀어 넣고 있었고 문이 너무 갑작스럽게 열려 미처 숨기지 못한 것이다.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뒤엉키며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할머니.”주시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또 몰래 버블티 드셨죠?”“쉿!”고원숙은 들킨 걸 알아채자마자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끌어들이며 재빨리 문을 닫았다.“오늘이 설날이잖니. 그래서 네 할아버지랑 기분 낼 겸 하나 시킨 거야. 제발 너희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라.”주시우가 한숨을 내쉬었다.“할머니, 몸도 편찮으신데 이런 당분 많은 거 자꾸 드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아이고... 나이가 이만큼 됐는데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게 복이지. 내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겠니.”“할머니.”“할머니.”주시우와 신예린이 동시에 불렀다.“알았어. 알았다고... 새해인데 잔소리는 그만하자꾸나.”고원숙은 손사래를 치더니 신예린을 향해 활짝 웃었다.“예린아, 오늘 일은 절대 너희 시부모님께 비밀이야. 할머니가 널 믿어도 되겠지?”신예린은 이러면 공범이 되는 건가 싶어 난감해하며 무심코 주시우를 바라봤다.그러자 고원숙이 갑자기 눈가를 훔치며 목소리를 떨었다.“네 할아버지가 너무 갑자기 떠나버려서
Read more

제183화

“그러면 저는 블루베리 주스 마실게요. 아버님, 감사합니다.”신예린이 웃으며 대답하자 곁에 있던 고원숙도 잽싸게 끼어들었다.“나도 블루베리 주스 주라. 고마워. 우리 아들.”‘방금 버블티 마시고 또 주스라니... 어르신의 몸이 괜찮을까?’신예린이 속으로만 중얼거리던 순간, 옆자리의 주시우가 슬쩍 기침했다.그 소리에 고원숙은 무언가 신호를 받은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럼... 난 그냥 따뜻한 물이나 마실게.”신예린은 웃음을 꾹 참고 고개를 숙였다.“새해 복 많이 받아요. 다 같이 건배!”모두의 손에 잔이 들렸고 고원숙의 잔에는 맑은 물이 담겨 있었다. 다섯 개의 잔이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가 퍼졌다. 신예린은 블루베리의 상큼한 맛이 입 안 가득 번지는 걸 느꼈다.“올해부터는 예린이도 우리 가족이 되었잖아. 뱃속 아가까지도 포함해서 정말 환영해.”김수희가 환하게 웃었고 주혁재도 눈을 가늘게 접으며 거들었다.“그래. 너희 젊은 사람끼리 더 아끼고 잘 지내야지.”“예린아, 내가 불꽃놀이도 준비해 뒀어. 밥 먹고 같이 놀자꾸나.”고원숙이 장난기 어린 미소로 말했다.그때 주시우가 닭 다리 하나를 집어 신예린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신예린의 친정집은 넉넉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굶주린 적은 없었다. 다만 닭을 사 오면 늘 동생 신민호에게만 온전한 닭 다리를 챙겨 주었고 다른 하나는 잘게 잘라 나누어 먹었다.‘별것 아닌 닭 다리인데도... 난 그게 늘 아쉬웠어.’지금 이 순간은 달랐다. 모두가 신예린한테 다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신예린의 앞에 놓인 건 인생에서 처음 받아 본 온전한 닭 다리였다.신예린은 모든 게 너무 완벽해서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예린아, 닭 다리 맛있지?”김수희가 묻자 고원숙도 덧붙였다.“이것도 먹어 보렴. 할머니가 직접 삶은 새우란다.”신예린은 눈가가 붉어진 걸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닭 다리를 열심히 먹기만 했다.‘닭 다리 하나에 울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저녁 식사는 따뜻
Read more

제184화

“세상에... 이렇게 많은 현금을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에요.”신예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본 영상 속 게임은 몇십만 원이나 기껏해야 몇백만 원 정도였는데 눈앞에 놓인 건 다발의 오만 원짜리 지폐였다.“꽤 재밌어 보이네.”주시우가 아버지 주혁재의 손에서 말랑한 고무 손바닥을 받아 들고는 신예린에게 내밀었다.“예린아, 힘내서 해.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의 분윳값이라도 벌어야지.”“얘야, 할머니가 가만있을 것 같으냐. 난 며칠 동안 이것만 연습했어. 오늘이야말로 실력 뽐낼 차례지.”그때 고원숙이 고무 손바닥을 흔들며 당당하게 말했다.“어머니, 너무 무리 마세요. 이 돈은 반드시 제가 싹쓸이할 테니까요.”주혁재가 덩달아 거들었다.“다들 잊었나요? 진짜 고수는 저예요. 당신들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죠.”김수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선언했다.‘아니... 단순한 게임인데 이렇게 선전포고까지 해야 해?’신예린이 눈을 깜빡이자 주시우가 옆구리를 툭 찔렀다.“너도 뭐라도 한마디 해야지 않겠어?”모든 시선이 신예린에게 쏠리자 신예린은 꼭 마치 수업 시간에 지목당한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얼굴이 붉어진 신예린은 한참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우리 아가야,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분윳값을 주시겠다니 고맙다고 인사하자.”신예린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는데도 은근히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려주는 것 같았다. 옆에서 주시우가 웃음을 터뜨리자 신예린은 부끄러워하며 주시우의 팔을 슬쩍 밀쳤다.게임은 나이 순서대로 시작됐다.가장 먼저 나선 고원숙은 말 그대로 노련했다. 고무 손바닥을 휙 내던지자 세 장의 지폐가 달라붙었고 무려 15만 원이었다.“야호!”고원숙은 어린아이처럼 돈을 흔들며 기뻐했다.다음 차례는 주혁재였고 손바닥에 10만 원이 달라붙었고 이어서 김수희가 던진 손바닥에는 네 장이나 붙어 무려 20만 원이었다.주시우의 차례가 되자 모두가 시선을 집중했고 주시우는 잠시 손목을 풀고 눈을 바짝 찌푸렸다.“큰일 났네... 저 눈빛은 어릴 때 시
Read more

제185화

“실패!”신예린은 두 눈을 크게 떴다.‘아니... 봐주는 게 너무 티 나는 거 아냐?’아니나 다를까 고원숙이 바로 항의했다.“얘야, 이렇게 대놓고 봐주는 건 너무 심하잖니.”“맞아. 우리가 눈먼 줄 알아?”주혁재는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아주 꼴값 떨고 있네. 네가 이렇게까지 네 아내를 감싸주면 내 체면은 뭐가 되겠니.’하지만 주시우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아내를 봐주는 게 뭐가 문제예요?”그 말에 신예린의 얼굴은 금세 달아올랐다.“그래. 그래. 네가 제일 아내 바보야. 인정할게.”김수희가 장난스럽게 받아치더니 신예린을 향해 말했다.“예린아, 네 차례야. 어서 해 보렴.”신예린은 조심스레 앞으로 나가 망설이며 주시우를 올려다봤다.“만약 못 붙이면 어떡하죠?”“괜찮아.”주시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네 남편이 다시 붙여오면 되니까.”고원숙이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허허... 그렇게 잘난 척하려면 내 허락부터 받아야 할걸?”신예린은 두 손을 모아 정신을 집중하며 마지막 지폐를 노려보았다.“휙! 찰싹!”그 순간, 5만 원짜리 지폐가 고무 손바닥에 착 달라붙었다.“됐다!”신예린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옆에 있던 주시우에게 와락 안겼다.그 순간, 신예린의 따뜻한 품과 턱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신예린만의 향기가 은은히 전해졌다.환하게 웃는 신예린의 얼굴은 마치 둥근 달처럼 빛났고 주시우는 눈가에 웃음을 담으며 신예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축하해. 행운의 여신이 여보 편이네.”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자 신예린은 온몸이 화끈거렸다.주위는 환호와 웃음으로 가득했고 모두가 신예린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너무 행복해... 제발 이런 시간이 오래오래 이어지면 좋겠어.’게임이 끝나고 모두 흥에 겨워 돈을 세기 시작했다.결국 각자 150만 원 정도씩 챙겼고 신예린은 마지막에 붙인 5만 원 덕분에 주혁재와 동점이 되어 꼴찌로 밀려났고 1등은 주시우였다.“보아하니 너희 둘은 아직 나만큼
Read more

제186화

잠깐 입술이 스치자 주시우는 수줍게 붉어진 신예린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 모습을 본 김수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이게 무슨 벌칙이람. 우리 아들은 신나서 죽겠구먼.’아니나 다를까 주시우는 고원숙을 보며 태연하게 물었다.“할머니, 한 번 더 해야 하지 않나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예린은 부끄러움에 주시우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주시우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뜨렸고 눈빛엔 짓궂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분명 일부러 신예린을 놀리고 있었다.김수희는 주시우를 서른 해 가까이 키워 왔지만 이렇게 유치한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돈을 챙겨 정리한 뒤, 신예린은 고원숙의 손에 이끌려 정원으로 나가 스파클라를 들었다.나이보다 훨씬 활기찬 고원숙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짝이는 불꽃을 흔들었고 신예린은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으며 마음속 깊이 웃음이 번졌다.잠시 후, 지친 고원숙은 거실에서 쉬겠다며 안으로 들어갔고 신예린은 손에 쥔 스파클라가 다 타길 기다리며 마당에 서 있었다.그때,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익숙한 발걸음 소리였다.돌아보지 않아도 주시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곁에 다가온 주시우는 아직 불붙이지 않은 스파클라를 들고 있었다.그 불꽃을 신예린의 손에 있는 불씨에 조심스레 가져다 대자 금세 타올랐다.어둠이 내려앉은 밤하늘 아래에 두 개의 불꽃이 서로를 비추며 살아 있는 듯 춤추었다.신예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불꽃을 빙글빙글 돌렸고 주시우도 똑같이 따라 하며 불꽃으로 원을 그렸다.짧게 터져 사라지는 불꽃놀이와는 달리 스파클라는 은은하고 오래도록 빛나며 주변을 신비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물들였다.그 불꽃은 단지 밤을 밝히는 것만이 아니라 신예린의 얼굴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눈동자에 반짝이는 빛이 담기자 신예린의 미소는 하늘 위 달과도 견줄 만큼 아름다웠다.“재밌지?”주시우가 물었다.신예린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네. 너무 재밌어요.”그리고 주시우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
Read more

제187화

다음 날은 개학이라 신예린과 주시우는 시댁에 머물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온 가족이 현관 앞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예린아, 시간 날 때 자주 놀러 오너라.”고원숙은 신예린과 주시우의 손을 꼭 쥐며 따뜻한 눈길을 건넸다.“싸우지 말고 서로 알콩달콩 잘 지내야 한다. 알았지?”목소리에는 고원숙의 진심 어린 축복이 담겨 있었다.주시우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신예린의 손을 꼭 잡았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제발 버블티는 인제 그만 드세요.”그러자 고원숙은 슬쩍 주혁재와 김수희를 곁눈질하더니 태연하게 잡아떼듯 말했다.“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내가 언제 몰래 마셨다고 그래.”김수희는 곧바로 받아쳤다.“어머님, 우리가 다 아는데 아직도 시치미 떼세요?”그 말에 신예린은 옆에서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설이 지나고 얼마 안 되어 신예린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그토록 기다리던 장학생 신청이 통과된 것이다.학생처 담당자는 신예린한테 직접 축하 인사를 전하며 계속 힘내라고 격려했고 신예린은 들뜬 마음으로 연구실을 나왔다.바로 그때, 복도에서 여도준과 마주쳤다.식당에서의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사실상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신예린은 여도준이 아마도 장학생 문제로 찾아온 거라 짐작했지만 이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여도준은 끝내 뒤를 돌아보며 신예린을 잠시 쳐다보았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이었고 여도준의 마음은 오로지 장학생 문제로만 가득 차 있었다.여도준은 학생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안에는 여러 명의 학생처 담당자들이 있었지만 여도준은 곧장 자기 반을 맡고 있는 이 선생님 앞으로 걸어갔다.“이 선생님.”이명한은 고개를 들자마자 여도준이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 단번에 알아챘다.“도준이구나.”이명한은 안경을 고쳐 쓰며 여도준을 바라봤고 여도준은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선생님, 대체 왜 제 장학생 자격이 취소된 겁니까? 예전에는 분명히 제가 신청하면 무조
Read more

제188화

여도준은 교실에 가기도 전에 복도에서 신예린을 마주쳤다.학생처에서 나온 신예린은 발걸음을 느리게 옮기고 있었기에 아직 교실까지 도착하지 못한 참이었다.여도준은 급히 다가가 신예린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여도준의 손아귀 힘은 뼈가 으스러질 만큼 강했고 신예린은 손목이 불쑥 잡아당겨지며 몸이 휘청거려 자칫 쓰러질 뻔했다.신예린의 눈앞에 보인 건 분노로 일그러진 여도준의 얼굴이었다.“뭐 하는 거야?”신예린은 놀라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고 아까의 충격 때문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그건 내가 더 궁금해. 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여도준은 거칠게 쏘아붙였다.“학교에 날 신고한 게 너지?”“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어.”신예린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가려 했지만 여도준이 또다시 팔을 움켜잡았다.“도망가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내가 장학생 명단에서 빠진 게 전부 너 때문이잖아. 네가 내가 강효은을 임신시켰다가 낙태시킨 일을 학교에 일러바쳤지?”“정말 미쳤군.”신예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난 그런 짓에 관심 없어. 굳이 널 신고할 이유도 없고.”“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넌 날 밀어내고 결국 장학생이 됐잖아.”신예린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널 안 밀어내도 난 충분히 장학생이 될 수 있었어. 그리고 네가 강효은을 임신시킨 건 사실이고 책임지지 못해 낙태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지. 누가 신고했든 그게 거짓말은 아니잖아. 네가 저지른 일을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거야?”“그건 내 사생활이야. 네가 뭔데 끼어들어.”“다시 말하지만 난 신고 안 했어. 내가 신고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증거 있어? 선생님이 직접 내 이름을 말했어?”“증거가 뭐가 필요해. 너 말고 누가 있겠어.”신예린은 냉소적으로 웃었다.“그러니까 네 말은 증거도 없이 그냥 덮어씌우는 거네. 그냥 나한테 죄를 씌우고 싶은 거지.”“너!”여도준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신예린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눈빛은 단호했다.“앞으로 다시는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렇지
Read more

제189화

주시우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래. 우리 장학생 친구야.”“교수님, 어떻게 아셨어요?”신예린은 눈이 동그래졌다.“오늘 명단 발표하는 날이라서 특별히 챙겨봤지.”주시우가 담담하게 말하자 신예린은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직접 전해 주고 싶었던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니...’그러자 신예린은 고개를 숙이며 투덜거렸다.“저는 교수님이 모르실 줄 알고 직접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아. 그럼 간단하지.”주시우의 목소리는 따뜻했다.“내가 모르는 척해 줄 테니까... 다시 처음부터 얘기해 봐.”‘뭐야, 그렇게도 되는 거야?’신예린은 주시우의 태도가 진지한 게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교수님, 정말 좋은 소식이 있어요.”그러자 주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아, 그래? 무슨 좋은 소식인데?”“저... 장학생으로 뽑혔어요.”“아이고, 잘했어요.”주시우는 손을 뻗어 신예린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곧 주먹을 쥔 손을 신예린의 앞으로 내밀었다.신예린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주시우의 손바닥이 펴지더니 마치 마술처럼 반짝이는 금빛 목걸이가 흘러내렸다.“...”그러자 신예린의 두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저녁의 푸른빛이 번지는 창밖을 배경으로 목걸이 너머로 바라본 주시우의 눈빛은 더욱 깊고 선명하게 다가왔다.“네가 반지를 목걸이에 걸고 다니는 걸 봤어. 내가 너한테 반지를 준 이상 목걸이가 빠질 수 없잖아.”주시우의 그 한마디는 심장을 세차게 울렸다.이토록 세심한 배려라니 신예린은 더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시우의 목에 와락 안겼다.“조심해.”주시우는 신예린의 배가 차 안의 중앙 수납함에 부딪힐까 봐 손으로 막아 주었다. 따뜻한 손등에 신예린의 부드러운 배가 스치자 묘한 온기가 전해졌다.“교수님...”신예린의 목소리는 금세 울먹임이 섞였다.“왜 저한테 이렇게 잘 대해 주시는 거예요?”주시우는 신예린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속삭였다.“넌 내 아내인데 내가 잘해 주지 않으면 누구한테
Read more

제190화

주시우의 말에 신예린의 얼굴이 단숨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럼... 이 목걸이는 호칭 바꾸기 위해 준 선물인가요?”신예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아니. 목걸이가 없어도 넌 남편이라고 불러야 해. 목걸이가 있어도 불러야 하고.”‘아니, 도대체 말은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신예린은 속으로 새콤달콤한 기분에 잠겼고 주시우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신예린은 작게 속삭였다.“교수... 여보.”주시우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교수 여보? 다른 여보도 있단 말이야?”주시우가 일부러 놀리는 걸 알면서도 신예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주시우의 팔을 톡 쳤다.그 순간 주시우는 곧장 신예린의 손을 잡아끌어 품에 안아 버렸고 콧날이 신예린의 귓불을 스치듯 부드럽게 문질렀다.“한 번 더 불러 봐.”주시우의 매력있는 저음이 나지막이 감돌며 신예린의 귀를 파고들자 귓가가 짜릿하게 전율했다.“여보.”품에 안긴 채 신예린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고 달콤하게 젖은 목소리에 주시우의 심장이 덜컥 흔들렸다.“아이고, 우리 착한 마누라...”주시우는 신예린의 귀끝에 가볍게 입술을 닿았고 따스한 숨결이 깃털처럼 간지럽게 스쳤다.민감한 곳이 스치자 신예린은 마치 전류가 흐른 듯 몸이 움찔했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은 한참이나 차 안에서 달콤한 시간을 나누다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저녁을 먹은 뒤 신예린은 늘 그렇듯 서재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주시우는 그 사이 침대 시트와 이불을 바꾸고 다시 내려와 시간을 확인한 후, 부엌으로 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데워 왔다.책상 위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신예린은 문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문 앞에는 훤칠한 주시우가 서 있었고 하얀 손에는 김이 오르는 우유 잔이 들려 있었다.불빛 속에서 주시우의 옆모습은 한층 뚜렷하게 드러났고 고귀한 기품이 묻어났다.신예린은 주시우가 다가와 잔을 내려놓는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쉬면서 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주시우가 다정하게 말했다.예전에 아르바이트 때
Read more
PREV
1
...
1718192021
...
4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