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들려온 목소리에 여도준의 마지막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나 주시우야.”휴대폰 너머로 전해진 싸늘한 목소리는 전류를 타고 여도준의 귀에 박혔다.그 순간 여도준은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숨이 막혔고 한참을 더듬이다가 겨우 입을 뗐다.“주, 주 교수님...”“내가 왜 너를 찾았는지 알고 있을 거야.”주시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여도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손에 쥔 휴대폰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지금 당장 학교 포럼에 사과문을 올려.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어떤 마음에서 그런 짓을 했는지 똑똑히 적어야 해.”그 글이 올라가면 여도준은 자신의 체면은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도준은 목소리가 쉬어 갈라지면서도 간절히 매달렸다.“주 교수님, 저... 제가 직접 신예린의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습니다. 전 아직 학생이에요.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학생?”주시우가 되묻는 순간,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사진을 포럼에 올릴 때는 네가 학생이라고 생각했어? 예린이도 학생이야. 하필이면 학과 행사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를 노려서 올린 건 우연이 아니겠지. 시간은 참 잘 골랐어.”주시우의 차가운 기운이 전화기 너머로까지 번졌다.“여도준, 네가 운이 좋은 줄 알아. 우리 아이가 무사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과문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을 거야.”여도준의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만약 오늘 오후 그 난리통에 신예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여도준은 이 학교에 다시는 발도 못 붙였을 것이다.“듣는 소문에 의하면 네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고 했어.”주시우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총장님께서 내게 대학원 선발을 맡길 생각이라고 하시더군. 만약 네가 지원한다면 결국 내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야.”여도준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주 교수님, 선생님은 교수님이잖아요. 공정하게 하셔야죠. 사적인 감정으로 보복하시면 안 됩니다.”순간, 주시우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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