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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Author: 귀차니즘
운동장 안에서 게임을 즐기던 학생들의 휴대폰이 일제히 울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게임에 집중하던 시선들이 하나둘 옆으로 쏠리며 모두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정작 신예린은 아무것도 모른 채 조용히 게임을 마치고 있었다. 작은 인형 열쇠고리를 건네주는 진행자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 사람들의 눈빛도 차갑고 낯설게 변해 갔고 마치 들짐승들 속에 홀로 던져진 듯한 기분이 몰려왔다.

“저 여자 맞지?”

“그래. 사진이랑 똑같잖아.”

“창피하지도 않나 봐. 집에 숨어 있지 왜 여기까지 나왔대.”

의아한 시선과 비아냥이 동시에 쏟아지자 신예린은 가슴이 서늘해졌고 불안에 휩싸여 무심코 물었다.

“무슨... 무슨 얘기예요?”

그러자 누군가가 휴대폰을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 여자가... 너 맞지?”

화면에는 신예린과 앤드루 교수와 함께 있는 사진이 떠 있었고 각도 탓인지 꼭 입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예린의 동공이 순간 움찔 흔들렸다.

“저건... 그런 게 아니야. 사실은...”

하지만 변명은 곧장 잘려 나갔다.

“똑같이 생겼으면서 무슨 거짓말이야.”

“앤드루 교수님은 유부남이라며. 네가 어떻게 남의 가정을 깨뜨릴 수가 있어.”

이 목소리 어딘가 익숙했다.

‘여도준?’

신예린은 무심코 사람들 사이를 훑었지만 사방이 인파라 여도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주위 학생들은 그 말만 믿고 신예린한테 손가락질을 퍼부었다.

“맞아. 양심이 있다면 이러면 안 되지.”

“부모님은 얘한테 뭘 가르쳤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도덕도 없고 창피하게 학교 이름만 더럽히네.”

험한 말들이 잇달아 신예린의 귓가를 때렸고 단지 한 장의 사진만으로 죄인이 된 듯한 꼴이었다. 사방이 막힌 듯한 인파 속에서 억지로 빠져나가려 했다가는 혹시 배를 다칠지도 몰랐다.

예전 같으면 신예린은 이미 눈물부터 터뜨렸을지도 몰랐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예린은 차분히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주 교수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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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들려온 목소리에 여도준의 마지막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나 주시우야.”휴대폰 너머로 전해진 싸늘한 목소리는 전류를 타고 여도준의 귀에 박혔다.그 순간 여도준은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숨이 막혔고 한참을 더듬이다가 겨우 입을 뗐다.“주, 주 교수님...”“내가 왜 너를 찾았는지 알고 있을 거야.”주시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여도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손에 쥔 휴대폰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지금 당장 학교 포럼에 사과문을 올려.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어떤 마음에서 그런 짓을 했는지 똑똑히 적어야 해.”그 글이 올라가면 여도준은 자신의 체면은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도준은 목소리가 쉬어 갈라지면서도 간절히 매달렸다.“주 교수님, 저... 제가 직접 신예린의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습니다. 전 아직 학생이에요.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학생?”주시우가 되묻는 순간,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사진을 포럼에 올릴 때는 네가 학생이라고 생각했어? 예린이도 학생이야. 하필이면 학과 행사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를 노려서 올린 건 우연이 아니겠지. 시간은 참 잘 골랐어.”주시우의 차가운 기운이 전화기 너머로까지 번졌다.“여도준, 네가 운이 좋은 줄 알아. 우리 아이가 무사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과문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을 거야.”여도준의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만약 오늘 오후 그 난리통에 신예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여도준은 이 학교에 다시는 발도 못 붙였을 것이다.“듣는 소문에 의하면 네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고 했어.”주시우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총장님께서 내게 대학원 선발을 맡길 생각이라고 하시더군. 만약 네가 지원한다면 결국 내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야.”여도준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주 교수님, 선생님은 교수님이잖아요. 공정하게 하셔야죠. 사적인 감정으로 보복하시면 안 됩니다.”순간, 주시우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

  • 터닝포인트   제205화

    집으로 돌아온 신예린은 서재에 틀어박혀 마지막 벼락치기 공부에 몰두했다.서재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건 오로지 책에 집중한 신예린의 뒷모습이었다.오후에 그렇게 큰일이 있었음에도 금세 마음을 다잡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에 주시우는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주시우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휴대폰을 들고 발걸음을 베란다로 옮겼다.번호 하나를 찾아 전화를 걸자 곧 상대가 받았다.“나도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어.”들려온 목소리는 소지훈이었다.“네가 보내준 포럼 글을 내 사촌한테 넘겼는데 상대방은 제법 약아 빠르더라. 글은 금방 삭제했어. 그래도 다행히 내 친구가 미리 준비해 둬서 거슬러 올라가 IP 주소까지 추적했고 결국 상대방의 신원까지 확인했어.”어둠이 내려앉은 밤, 주시우의 눈빛은 차갑고도 깊었고 선명한 이목구비에는 으스스한 기운이 스쳤다.“그놈 이름은 여도준, 너희 학교 학생이고 22학번 임상 3반이야.”‘여도준?’낯선 이름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찾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고마워.”주시우가 짧게 답했다.“제수씨는 괜찮아?”소지훈이 걱정스레 물었다.“지금은 잘 버티고 있어. 공부 중이야.”“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공부라니... 제수씨도 너랑 똑같네. 멘탈이 보통이 아니야. 역시 부부는 닮는다니까.”“예린이 본인이 직접 말했어. 장학금은 따는 길에서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돈 욕심 많은 성격이 드러난 순간 소지훈은 피식 웃었다.“좋네. 아주 좋아.”“난 이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만 끊자.”그 말에 소지훈은 속으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설마 사람을 처리하려는 건 아니겠지?’“뭘 하려는 건데? 너무 심한 짓은 하지 마.”소지훈이 조심스레 당부하자 주시우는 담담히 받아쳤다.“걱정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난 교수야.”그런데도 소지훈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겉만 교수일 뿐, 실상은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전화를 끊은 주시우는 바로 22학번 임상 3반 담당자인 이명한에게

  • 터닝포인트   제204화

    이 장면은 충격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신예린의 심장도 금방이라도 목구멍까지 치솟을 듯 쿵쾅거렸다.옆에서 지켜보던 송지유는 오히려 피가 끓어오르는 듯 설레었다.‘왔어. 드디어 왔어! 내가 오래도록 기다리던 순간이야. 이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해도 돼.’운동장은 숨죽인 정적에 잠겼다. 반지가 손에 끼워지는 순간 모두가 눈치챘지만 끝내 믿지 못한 채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듯 버티고 있었다.수많은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신예린은 고개를 들어 주시우의 부드러운 눈빛과 마주했다. 주시우의 그런 시선은 그녀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신예린은 이 순간이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수백 명 앞에서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런데 이제는 주시우가 곁에 있으니 상관없었다.신예린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주시우의 손을 반대로 움켜쥐며 높이 들어 올렸다.따스한 오후 햇살이 두 사람을 비추었고 같은 모양의 반지가 마침내 떳떳하게 두 사람의 무명지에 끼워져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신예린의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다.“맞아요. 우리 부부예요. 그리고 이미 아이도 있어요.”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끈이 툭 끊어지듯 모두의 심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운동장 가득 천둥 같은 충격이 울려 퍼졌다.여도준의 몸은 휘청이며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고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야말로 끝장이었다.여도준이 발로 찬 것이 결국 쇠벽돌 같은 철판이었던 셈이었다.주시우가 당당하게 신예린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날 때까지 사람들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에 올라서도 신예린은 여전히 얼떨떨했다.오늘 하루는 마치 꿈처럼 흘러갔다. 무참히 모욕당하다가 결국 공개적으로 주시우와의 관계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아직도 신예린의 머릿속에는 운동장을 떠날 때 마주친 사람들의 경악한 눈빛이 선명했다.“이제 정신 좀 들어?”주시우의 목소리가 신예린을 현실로 끌어냈고 고개를 돌리니 주시우가 미소를 띠고 자신을 바

  • 터닝포인트   제2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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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202화

    사실 신예린의 외투는 크게 벌어지지도 않았지만 여도준의 소리 한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신예린의 배로 쏠렸다.외투 아래 드러난 건 분명 볼록하게 올라온 배였다.“세상에... 진짜 임신했어.”“그러니까 아까 거짓말한 거잖아. 앤드루 교수님의 아이인 게 뻔하네.”“방금은 그럴듯하게 말하더니... 와... 완전히 속을 뻔했네.”“정말 뻔뻔하다.”운동장은 곧장 아수라장이 되었고 학생들은 서로 밀치며 신예린을 향해 손가락질을 쏟아냈다.“아니,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 보세요...”신예린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두 손으로 배를 감싸안으며 겨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몰아치는 인파에 신예린의 목소리는 바로 묻혔다.그 순간, 누군가가 미친 듯한 기세로 인파를 뚫고 달려왔다.“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임신한 사람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신예린은 놀라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지유야...”앞으로 몸을 내민 건 다름 아닌 송지유였다.송지유는 두 팔을 벌려 신예린을 감싸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배 속 아이가 누구 아이든 그게 너희랑 무슨 상관이야!”그러나 몰려든 학생들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우리 학교에 이런 뻔뻔한 여자는 있을 자격 없어. 당장 나가!”“맞아. 꺼져라!”“나가!”사람들은 마치 정의의 사자라도 된 듯 목청을 높이며 점점 가까이 몰려왔다.송지유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감을 직감하고 급히 외쳤다.“여러분, 이건 오해야! 배 속 아이는 앤드루 교수님의 아이가 아니라...”하지만 송지유는 말을 끝내 이어가지 못했다.“흥, 네가 그렇게 감싸는 걸 보니까... 너도 똑같은 거 아냐? 똑같이 늙은 남자한테 붙어 다니는 거겠지.”“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결국 똑같이 추잡하네.”온갖 더러운 말들이 쏟아졌고 송지유의 얼굴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이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쉽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지...’사태가 점점 위험해지자 신예린은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주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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