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위에 선 주시우는 그야말로 화보 같았다.차갑게 빛나는 하얀 피부, 매끈한 턱선, 또렷하고 세련된 이목구비는 흡사 신이 공들여 그려낸 완벽한 초상 같아서 조금만 덜하거나 더해도 균형이 깨질 듯했다.주시우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모두 자발적으로 숨을 죽였고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고정됐다. 신예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신예린은 주시우의 다양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온화한 모습, 진지하게 연구에 몰두한 모습, 절제된 태도, 그리고 침대 위에서 뜨겁게 달아오르던 순간까지 말이다.하지만 그 모든 것 가운데서도 지금처럼 강단에서 학문을 전하는 모습이 가장 심장을 울렸다.마치 주시우의 손에는 눈부신 민들레가 들려 있는 듯했고 가벼운 바람이 불면 그 씨앗들이 흩날려 학생들의 머릿속에 떨어져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는 것 같았다.그게 바로 지식이 퍼져나가는 힘이었다.차분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주시우의 목소리가 교실 안에 고르게 퍼져갔다.낮고 단단한 울림은 학생들에게 그 자체로 선물이자 축복이었다.책상에 고개를 기대고 있던 신예린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어느새 넋을 놓았다.‘이렇게 잘생기고 또 배움까지 깊은 사람이... 내 남편이라니.’꿈이라면 깨기 싫을 만큼 행복한 현실이었다.아마도 표정에 모든 게 다 드러났던 모양이다.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의아하다는 듯 신예린을 흘끗 쳐다보았고 신예린은 부랴부랴 입가를 정리하며 괜히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렀다.‘하마터면 침이라도 흘린 줄 알겠네...’그러던 중 강의실이 잠시 고요해졌다.주시우가 강의하던 걸 멈추고 시선을 어느 구석으로 던졌기 때문이다.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줄줄이 따라가더니 결국 신예린 쪽에 꽂혔다.“...”그제야 신예린은 자신이 주시우와 눈이 마주쳤다는 걸 깨달았다.그 순간, 웅성거림이 잦아들지 않았다.“교수님이 뭘 보고 계신 거지?”“수업 중에 갑자기 멈춘 건 처음이야.”“저 여자 보는 거 아니야?”“근데 저 여자는... 우리 학교 학생 같지 않은데... 교수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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