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연은 현관에 서서 익숙한 물건들을 바라보았다.시선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스쳐 지나가며 조용한 작별을 고했다.곧이어 그녀는 미리 준비해 둔 캐리어를 들고 차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사방을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건 황량한 풍경뿐이었다.이곳에는 강시연 외에 아무도 없었다.그때 진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시연아, 도착했어?”“네, 방금 도착했어요.”그녀의 답을 들은 진수혁이 잠시 멈칫했다.그는 뭔가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돌렸다.“일이 생겨서 좀 늦어졌어. 도현이랑 바로 갈게. 너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알았어요.”강시연이 차분히 답할 때 전화기 너머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모, 무서워하지 마세요. 저랑 아빠가 있으니까 나쁜 사람은 절대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이모? 지금 심하은과 함께 있는 건가?’강시연이 뭐라 하기도 전에 전화는 황급히 끊겼다.자정을 한 시간 앞둔 시점 강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어차피 곧 떠날 텐데 마지막 인사 겸, 지난 7년 나에 대한 작별 인사이기도 하니...’밤바람은 유난히 차가웠다.강시연이 외투를 여몄지만 찬 기운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며 몸을 떨게 했다.밤 11시 59분이 되어도 두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진수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반복되는 신호음뿐, 아무도 받지 않았다.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했을 때 전화는 연결됐지만 들려온 건 심하은의 목소리였다.“시연 씨, 지금 수혁이도 저도 바쁘거든요? 무슨 일 있으면 내일 다시 얘기해요.”강시연은 핸드폰을 꼭 쥔 채 전화를 끊었다.펑, 펑, 펑!그 순간 갑작스럽고 찬란한 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밤하늘에 터지는 불꽃 하나하나가 눈부신 색으로 피어올랐고 캄캄한 하늘은 환히 밝아졌다.강시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맑은 눈동자 속엔 찬란한 빛이 그대로 비췄고 강시연은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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