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 어느덧 1년이 흘렀다.“대표님, 오늘 회의용 서류입니다.”“응, 거기 두고 나가.”사무실 안은 유난히 무거운 기류로 가득했다.유태오는 책상 너머 무표정한 남자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강시연이 떠난 뒤, 진수혁은 완전히 일벌레가 되어버렸다.밤낮없이, 때로는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일에 몰두했고 그 모든 건 자신을 마비시키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다.유태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벌써 이틀째 밤새셨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시는 게...”그러나 진수혁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안 피곤해.”그 집은 아직도 곳곳에 강시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눈만 감으면 환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손에 있는 펜을 쥐는 힘이 점점 강해졌고 억눌러왔던 그리움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다.딱 1년, 그녀는 아무런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그렇게 잔인하게 그녀는 진수혁과 진도현을 버리고 떠났다.유태오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용성에 최면 치료 잘하는 심리상담사가 있다는 얘기 들었어요. 요즘도 계속 불면이시면... 한번 상담이라도 받아보시는 게...”말이 씨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도 그는 덧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모님 찾기도 전에 먼저 쓰러지십니다.”진수혁은 아무 대꾸도 없었지만 잠시 멈칫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집.별장 안은 적막했고 거실에는 불도 켜지지 않았다.진수혁은 곧장 2층 불이 켜진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진도현이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게 보였다.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두 명의 어른이 한 아이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보기만 해도 따뜻한 한 장면이었다.하지만 휴지통은 이미 구겨진 종이로 가득 찼다.수없이 그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린 그림들, 진도현은 이번에도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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