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가 문을 나서자마자 계단 입구에 서 있는 강시연이 보였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오후 모임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셨어요.”강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는데 진수혁이 서재에서 나와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가. 걔들도 너 보고 싶어 해.”그는 문득 몇 년간 강시연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 지금부터라도 보상하면 아직 늦지 않았다.강시연은 입을 벙긋하며 거절하려다가 입가에 차오른 말을 꾹 삼켰다.‘그래, 그냥 만나자.’오랜 자신의 집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강시연은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진수혁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진수혁 씨, 제가 알아서 할게요.”진수혁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그 호칭도,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강시연도 싫었다.차 안의 분위기는 특히나 침울했다.진수혁은 조금 전부터 계속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온몸에서 불쾌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잠시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병원 정문 앞에 천천히 멈췄다.“수혁아, 특별히 마중 나오느라 고생했어.”심하은이 앞으로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어제 일로 강시연 씨가 난처하게 하진 않았지?”말이 끝나자마자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며 차갑고 차분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저 화 안 났어요. 걱정 고마워요. 심하은 씨.”심하은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강시연? 이 여자가 왜 차에?’“시연이도 우리랑 같이 파티에 참석할 거야.”진수혁이 설명하자 심하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힘을 주자 방금 한 손톱이 부러질 뻔했다.“그렇구나...”그녀는 강시연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내가 계속 수혁이랑 같이 파티에 참석해서 강시연 씨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어요.”‘관심이 없을 리가. 가고 싶지만 초대를 못 받은 거지.’강시연은 미소만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심하은도 흥미를 잃었는지 진수혁의 옆에 앉아 차 안에서 계속 그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강시연은 못 본 척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