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결혼의 불청객: Bab 361 - Bab 370

510 Bab

제361화

박수환은 연정미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유정 씨를 우리 집안에 안 들여도 돼요. 제가 유정 씨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면 되니까.”“너!”박수환의 말에 연정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내가 어쩌다 저런 못난 놈을 낳은 거야. 날 화나게 하려고 태어난 게 분명해.’문 앞에 쭈그려 몰래 엿듣고 있던 박현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박수환에게 대단하다며 엄지라도 날려주고 싶었다.그의 집안에서 감히 연정미의 말에 이렇게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박수환뿐이었다.‘이젠 나도 할머니가 쓰러지지는 않을지 걱정될 정도라고.’만약 박수환이 서유정의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간다면 연정미는 하늘이라도 뒤엎을 듯 난리를 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연정미가 곧 이성을 되찾고 지팡이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지금은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내 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몇 년만 더 지나면 박수환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이든 여자든, 정운 그룹 후계자가 되는 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말을 마친 연정미는 곧바로 사무실 입구로 걸어갔다.문 앞에 다다른 연정미는 찔리는 게 있는 듯 잔뜩 몸을 움츠린 박현우를 볼 수 있었다. 박현우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연정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연정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현우야, 이제 연화시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내 말도 거역하는 거야? 이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한 법이야.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지.”그 말에 박수환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렇게 비꼬시면 속이 시원하세요? 어머니 말대로라면 현우가 이렇게 쉽게 나쁘게 변하는 것도 결국 어머니의 교육이 실패했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사리 분별도 못하고 나쁜 것만 배우는 걸 보면 말이에요.”연정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박수환, 기어코 그 여자 때문에 나와 해보자는 거니?”박수환이 차가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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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알겠어요. 저는 아직 봐야 할 사건 자료가 있어서 수환 씨 먼저 들어가요.”시선을 피하며 자신을 쳐다보지 못하는 서유정의 모습에 박수환의 입에는 저도 모르는 사이 미소가 걸려있었다.‘부끄러워하는 것도 이렇게 귀엽다니.’그 모습에 박수환은 괜히 입 맞추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하지만 이제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순간의 감정에 서유정을 놀라게 할 수는 없었다.헛기침한 박수환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네. 집에서 기다릴게요.”“네.”서유정의 사무실에서 나와 로비로 내려온 박수환을 집사가 가로막았다.“도련님, 사모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요.”고개를 끄덕인 박수환이 길가에 세워진 검은색 린컨으로 향했다.마침 그도 연정미에게 할 얘기가 있었다.박수환이 차 문을 열자 차가운 연정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네가 그 여자와 결혼하는 걸 절대 허락할 수 없어. 그러니까 한성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그 여자와의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할 거야. 아니면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어.”차 문 앞에 선 박수환의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전 절대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머니도 제 일에 끼어들 자격 없으세요.”연정미가 고개를 돌려 박수환을 쳐다보았다.“안 돌아올 거라고? 네가 정운 그룹 셋째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면 누가 널 알아줄 것 같아? 지금 내가 대외적으로 너와 인연을 끊을 거라고 공개해 버리면 너와 가까이 지내려던 모든 사람의 태도가 순식간에 바뀔 거야.”‘네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전부 정운 그룹 덕분인데, 감히 회사로 안 돌아올 거라고?’“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저도 더는 회사의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회사를 누구에게 물려주시든 알아서 하세요. 전 전혀 관심 없으니까.”연정미가 이를 악물었다.“그래. 박수환, 후회하지 마!”‘그동안 네가 너무 자유로웠지.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마음대로 구는 거야.’‘너도 반드시 정운 그룹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 그래야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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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저희 할머니 좀 어떠세요?”“지금은 알 수 없어요.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보호자는 저희와 함께 가시죠.”서유정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병원으로 가는 길, 의료진은 계속 이혜숙에게 산소를 공급하며 맥박과 혈압을 주시했다.몇 번의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동안 서유정의 마음은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불안하게 떨려왔다.병원에 도착한 이혜숙은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서유정은 수술 동의서에 무슨 정신으로 사인을 한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서유정은 수술실의 불빛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불빛이 얼른 꺼지기를 바라다가도 또 그 불빛이 사라질까 두려웠다.잠시 후 오은화가 수술실 앞에 도착했다.혼이 빠진 듯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서유정을 본 오은화는 마음이 아파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여사님께서는 복을 받으신 분이라 분명 괜찮으실 거예요.”“네... 아주머니, 할머니께서는 계속 약으로 혈압을 조절하고 계셨잖아요. 왜 갑자기 쓰러지신 거예요?”오은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사님께서 요즘 통 잠을 못 주무셨어요. 어쩌면 그게 원인일 수도...”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께서 잘 못 주무셨어요?”“이번 주엔 사모님께서 작은아가씨 일 때문에 날마다 오셔서 소란을 피우셔서 여사님께서 화가 나셔서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어요.”“그런 일이 있었으면 왜 진작 저한테 얘기하지 않으셨어요.”“여사님께서 말씀드리지 말라고...”시선을 내린 서유정의 마음에 죄책감이 밀려왔다.“네, 알겠어요.”‘이번 일은 내 탓이야. 만약 내가 할머니께 전화라도 더 했었다면 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같은 시각, 서씨 가문 본가.몰래 이혜숙의 안방으로 들어간 한 인영이 1분도 되지 않는 사이 조용히 안방을 빠져나와 문을 닫고 빠르게 몸을 돌렸다.집으로 돌아간 여자가 문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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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걸음을 멈춘 서유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병실 앞에 서 있는 주희정과 서민형을 쳐다보았다.“어머니가 깨어나시면 다시 얘기해. 어머니가 정말 거동이 불편해지고 말씀도 못 하시면 유언을 남기고 싶어도 못 남기실 거야.”주희정이 나지막이 말했다.“그게 사실이면 어차피 더 잘된 일이잖아요. 아무 변호사나 선임하면 유언장을 남길 수 있는 거 아니에요?”어차피 유언장은 이혜숙의 지장만 있으면 되었다. 그때가 되면 이혜숙이 갖고 있는 모든 지분을 서민아의 명의로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서민아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서경 그룹의 회장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서민아에게 이혜숙의 지분만 있다면 임원들도 아무리 서민아가 마음에 안 들어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서민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서 냉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께서 깨어나지도 않으셨는데 벌써 재산을 탐내고 계시네요?”깜짝 놀란 두 사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유정을 마주한 그 순간, 주희정이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서유정, 어른들이 얘기 나누는데 누가 엿들으라고 했어?”“들키고 싶지 않으셨으면 병원 복도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말씀하시지 말았어야죠. 할머니께서 아직 쓰러져 계시는데 이렇게 병신 문 앞에서 재산을 탐내시고 계시다는 얘기가 남들 귀에 들어가면 창피하지 않겠어요?”“너!”버럭 화를 내려는 주희정을 서민형이 잡아당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그만해.”주희정이 서유정을 죽일 듯이 노려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유정에게로 시선을 돌린 서민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가 할머니 탐내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야. 너도 할머니 상황 알잖아. 만약 정말 반신불수가 되거나 실어증에 걸려봐. 유언장도 없는 상황에 갑자기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네 삼촌과 우리가...”“할머니는 반드시 괜찮으실 거예요. 그리고 두 분은 진심으로 할머니가 걱정되어서 오신게 아니면 돌아가 주세요.”그 말에 주희정이 버럭 화를 냈다.“서유정, 네가 무슨 자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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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서유정은 어쩐지 갑작스러운 이혜숙의 뇌출혈이 우연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여사님 약은 제가 관리하고 있어요. 아가씨, 설마... 저를 의심하시는 거예요?”속상함이 가득 묻은 오은화의 두 눈에 서유정이 얼른 대답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아주머니께서 할머니 곁을 얼마나 오래 지키셨는데요. 저도 이제는 아주머니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누군가 아주머니 몰래 할머니 약을 바꾼 건 아닌가 싶어서요.”“그게 아니라면 혈압약을 매일 드시는 할머니께서 왜 갑자기 고혈압으로 뇌출혈이 오셨겠어요.”오은화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당장 돌아가서 여사님 약을 가져올게요. 가져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서유정이 오은화를 잡으며 대답했다.“아주머니, 지금 가져오셔도 소용없을 거예요. 할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신 지 이미 10시간도 지났어요. 만약 정말 할머니 약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쯤이면 얼마든지 다시 원래 약으로 바꿨을 거예요.”“그럼 이제 어떡해요...”오은화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본가에 정말 이혜숙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혜숙에게 손을 쓸 수가 있었다.바로 그때, 오은화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무릎을 탁, 쳤다.“아가씨, 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요. 얼마 전 여사님께서 혈압약을 한 번 깜박하고 안 드신 적이 있어요. 이튿날 아침에야 저에게 알려주셨고요. 저는 매번 한 달 치 약을 여사님께 준비해 드렸어요.”“이번 달은 31알을 드렸으니까 만약 여사님 약을 누군가 건드렸다면 개수가 맞지 않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서유정이 얼른 말했다.“지금 본가로 돌아가셔서 약의 개수가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1시간 후, 서유정은 오은화의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약 개수가 안 맞아요. 19알 남아야 하는데 여사님 약통에는 18알밖에 없어요.”서유정의 손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역시 그녀가 예상했던 것처럼 누군가 이혜숙의 약에 손을 댄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그 사람은 오은화가 매달 날짜에 맞춰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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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화장실에 들어서자 수납장에 올려둔 두 개의 컵이 보였다. 하나는 하늘색, 다른 하나는 핑크색 컵이었다.새것 같아 보이는 핑크색 컵 안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핑크색 칫솔이 놓여있었다.커플컵인 것 같았다.입꼬리를 씩 올린 서유정이 컵을 꺼냈다.10분 후, 서유정이 이혜숙의 병실로 돌아왔다.고개를 숙이고 타자하던 박수환이 발소리에 고개를 들어 서유정을 쳐다보았다.“다 씻었어요?”“네.”서유정이 박수환 곁에 앉자 그는 음식 포장을 뜯어 서유정에게 건넸다.“밥부터 먹어요.”박수환이 준비한 아침은 소고기죽과 만두였다. 전부 서유정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아침을 먹고 음식 용기를 씻으려 몸을 일으키는 서유정을 박수환이 가로막았다.박수환은 서유정 손에 들린 음식 용기를 가져가 옆에 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나중에 제가 사무실에서 씻을게요. 유정 씨와 함께 있는 시간을 그런 일이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그 말에 서유정의 귓불이 저도 모르게 빨갛게 달아올랐다.시선을 내린 서유정은 어젯밤 받지 못한 박수환의 전화를 떠올렸다. 박수환은 분명 애타게 서유정을 찾았을 것이다.“미안해요. 어젯밤 저 때문에 많이 걱정했죠? 할머니께서 수술하실 때 너무 긴장되어서 휴대폰이 무음 상태가 된 것도 몰랐어요. 수환 씨한테서 전화가 오는 줄도 몰랐고요.”박수환이 서유정의 손을 잡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과 안 해도 돼요. 유정 씨 탓한 적 없으니까.”서유정이 박수환의 말에 대답하려던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양주원을 발견한 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꼭 잡은 두 사람의 손을 바라보던 양주원의 시선이 한참 만에야 다른 곳을 향했다.“할머니께서 입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왔어.”입술을 짓이긴 서유정이 나지막이 말했다.“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할머니가 아직 못 깨어나셔서 면회는 안 돼.”“그래.”과일 바구니를 서유정 옆에 내려놓은 양주원이 고개를 숙여 서유정을 쳐다보았다.시선을 내린 서유정의 얼굴이 유난히 핼쑥한 것 같아 양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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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박수환이 자리를 비키자 서유정이 오은화에게 말했다.“아주머니께서 매달 날짜에 따라 할머니 혈압약을 준비한다는 걸 아는 도우미가 몇 명이에요?”“아가씨, 저도 오면서 그 문제를 생각해 봤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집사님과 주방 일을 하시는 선영 씨와 정윤 씨 그리고 여사님을 돌보는 방혜진, 방채영 자매뿐이에요.”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다섯 명 중 누구 혐의가 제일 큰 것 같아요?”오은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잘 모르겠어요... 그 다섯 명 중 제일 늦게 들어온 사람은 정윤 씨예요. 하지만 정윤 씨도 이미 여사님 곁에서 일한 지 팔 년이 넘었어요. 그 사람들이 여사님을 해칠 리는 없을 텐데...”평소 이혜숙은 자신의 사람들에게 잘해줬던 터라 그들에게는 굳이 이혜숙을 해칠 이유가 없었다.“네, 알겠어요. 할머니께서 드시던 약이 한 알 많아졌다는 사실은 일단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그 다섯 명을 조사해 볼게요. 다른 건 할머니가 깨어나시면 다시 얘기해요.”그날 오후, 이혜숙이 깨어났다. 하지만 의사가 예상했던 것처럼 반신불수가 되었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침대맡으로 다가간 서유정이 이혜숙의 손을 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할머니, 너무 흥분하시면 안 돼요. 자꾸 흥분하시면 회복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실 거예요.”“우... 우우...”이혜숙이 서유정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혼탁한 눈빛으로 서유정을 빤히 바라보던 이혜숙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그런 이혜숙의 모습을 보는 서유정은 마음이 찢어졌다. 지금이라도 당장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 이혜숙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게 하고 싶었다.이혜숙이 점차 흥분을 가라앉히자 서유정은 오은화에게 병실을 잘 부탁한다고 얘기한 후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변호사 사무실에 도착한 서유정은 곧바로 박현우를 사무실로 불렀다.“현우 씨, 이 사람들 집에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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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몸을 일으킨 서유정이 문을 열자 밖에 서 있는 박수환이 보였다. 그의 뒤에는 간병인으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서 있었다.“수환 씨, 이게...”“할머님을 위해 간병인 두 명을 고용했어요. 앞으로 저녁마다 두 분이 오셔서 할머님을 보살펴 주실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이분들께서 병실을 지켜주실 거고요.”“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아직 이혜숙을 해친 범인을 찾지 못한 지금, 서유정은 다른 사람이 이혜숙 곁을 지키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특히 낯선 사람일수록 더 그랬다.“이렇게 변호사 사무실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 몸이 견디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낮에는 밖에서 의뢰인도 만나야 할 텐데, 저는 유정 씨가 그렇게 힘든 건 싫어요.”“괜찮아요. 이런 상황도 그리 오래 유지되진 않을 거예요. 길어야 일주일 정도 걸릴 거예요.”일주일 안에 서유정은 반드시 이혜숙을 해친 범인을 찾아낼 것이다. 범인만 찾는다면 간병인을 고용할 필요가 없었다.박수환이 미간을 찌푸렸다.“걱정하지 마요. 이분들은 계속 병원에서 간병하시던 분들이세요. 간병으로는 유정 씨 보다 더 전문가라는 얘기죠. 그래도 걱정된다면 병실에 CCTV를 설치해서 언제든지 지켜봐도 상관없어요.”“정말 괜찮아요. 일주일이면 돼요.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단호한 서유정의 태도에 박수환이 한발 물러섰다.“그래요. 그럼 일단 유정 씨 말대로 해요. 하지만 유정 씨가 너무 힘들어 보이면 저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어요.”“네, 알겠어요.”간병인이 자리를 떠난 후, 병실에 남아 서유정의 곁을 지키던 박수환은 저녁 열 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병실이 다시 조용해지자 서유정은 고개를 숙인 채 몰래 이혜숙의 혈압약을 바꾼 범인이 모습을 드러나게 할 방법을 고민했다.생각에 잠겼던 서유정은 순간 박수환이 병실에 CCTV를 설치해도 된다던 말을 떠올리고는 눈을 반짝였다.다음 날 아침, 오은화가 교대하러 오자 서유정은 어젯밤의 생각을 나지막이 오은화에게 전했다.서유정의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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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주희정이 냉소를 흘렸다.“그래요, 갈게요. 다시 돌아오라고 잡지나 마요.”말을 마친 주희정이 가방을 들고 씩씩거리며 병실을 나섰다.주희정이 나가자 서민형이 오은화를 보며 입을 열었다.“아줌마, 저 사람이 한 얘기는 신경 쓰지 마. 원래 저런 사람이잖아.”오은화가 얼른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도우미에 불과한 걸요.”서민형이 한숨을 내쉬며 뇌출혈로 얼굴 한쪽에 마비가 온 이혜숙을 바라보았다. 이혜숙의 모습을 지켜보던 서민형이 눈시울을 붉혔다.“어머니가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실 줄은 누가 알았겠어... 아줌마, 요즘 고생 많았어. 아, 그리고 둘째는 어머니 보러 왔었어?”오은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그럴 줄 알았어. 양심도 없는 놈. 어머니가 쓰러지신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아직 얼굴도 비추질 않아. 인간도 아니지.”흥분하는 서민형을 보며 오은화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리 이혜숙이 아끼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오은화는 그저 도우미에 불과했다. 도우미인 그녀에게는 서민형과 함께 서민준을 욕할 자격은 없었다.서민준을 욕하던 서민형이 오은화의 맞은편에 앉아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아줌마, 물 좀 떠다 줘. 목이 마르네.”오은화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정수기는 복도 끝에 가시면 있어요. 제가 여사님 곁을 비울 수가 없어서요.”서민형이 두 눈을 부릅떴다.“아줌마 나 못 믿어? 설마 내가 내 어머니를 해치기라도 하겠어?”“그럼... 알겠어요.”오은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컵을 들고 병신을 나섰다.병실 문이 닫히자 서민형은 곧바로 진작 준비해 온 유언장과 인주를 꺼냈다. 서민형이 이혜숙의 손을 인주에 꾹 눌렀다.“우... 우우... 우...”두 눈을 커다랗게 뜬 이혜숙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물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가를 따라 뚝 흘러내렸다.‘이런 불효자 같으니!’‘불효막심한 놈!’같은 시각. 복도 끝의 정수기 앞.물을 받는 사이 오은화가 서유정에게 전화했다.“아가씨,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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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괜찮아요. 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늘 밤 안으로 할머니를 해친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오은화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전 먼저 돌아갈게요.”“그래요.”집으로 돌아온 오은화는 곧바로 집사를 포함한 다섯 명을 전부 거실로 불렀다.“여사님께서 며칠 전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일은 다들 아실 거예요. 오늘 여러분을 여기로 부른 건 여사님의 뇌출혈이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여사님의 혈압약을 바꿔치기해 벌어진 일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기 때문이에요.”“여사님은 약이 바뀐 탓에 혈압이 불안정해져서 뇌출혈이 오신 거죠.”오은화의 말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럴 리가요. 여사님께서 저희에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대체 누가 그런 양심 없는 짓을 해요?”“감히 여사님을 해치다니. 당장 그 범인을 찾아 손을 잘라 버려야겠어요.”“그런 인간은 지금 당장 감옥으로 잡아가야 해요.”...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오은화가 말을 이었다.“아가씨는 여사님의 약을 바꾼 사람이 저희 6명 중에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계세요.”집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희는 누구보다 오래 여사님 곁을 지킨 사람들이에요. 어떻게 저희를 의심하실 수가 있어요?”“제가 매달 날짜에 맞춰 여사님의 혈압약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아는 건 저의 여섯 명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여사님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신 다음 날, 제가 여사님 방으로 돌아가 약병을 찾았을 때 안에는 마침 약 18알이 남아있었어요.”“물론 날짜상으론 18알이 남아있어야 맞는 거긴 하죠. 하지만 사실 여사님께서는 딱 한 번, 깜빡하고 약을 드시지 않은 날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약병의 약은 19알이 있어야 맞는 거였어요.”“그래서 그것 때문에 누군가 여사님의 약병에 손을 댔다고 확신할 수 있었죠. 아가씨께서 이미 경찰에 신고하셨어요. 약병도 경찰서에 보냈고요. 경찰이 곧 저희를 조사하러 올 거예요.”“대체 누가 한 짓인지는 3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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