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이 바라는 건 고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뿐이었다.이 정도 부탁조차 거절할 자격이 주민혁에게 있을까.원래 그는 그녀가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든, 무엇을 요구하든 군말 없이 따라야 했다.한참 침묵이 이어진 끝에 주민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알겠어. 다 네 말대로 할게.”“그럼 지금 바로 병원 가요.”최수빈이 곧바로 말했다.“너 방금 깨어났잖아. 아직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그냥 나 혼자 다녀올게.”주민혁이 말했다.“끝나고 나면 전화할게.”최수빈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 주민혁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더는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았다.주민혁은 원래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몸이 약해진 모습을, 그것도 가장 초라한 순간을 그녀에게 보이는 걸 스스로 용납하지 못할 것이었다.“알겠어요. 가는 길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요.”주민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비틀거리는 듯한 주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최수빈은 가슴 한쪽이 먹먹해져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주민혁이 떠난 뒤, 최수빈은 별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외삼촌 이성민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수빈아, 오늘 병원에 재검받으러 가는데 너도 같이 올래? 지난번에 두통 있다고 했잖아. 온 김에 너도 진료 한번 받아.”순간 눈빛이 흔들리다가 최수빈은 곧장 대답했다.“좋죠, 지금 바로 갈게요.”마침 잘됐다 싶었다. 이 기회에 주민혁의 몸 상태도 좀 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30분 뒤, 최수빈은 이성민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재검이 끝난 뒤, 그녀는 몸이 좀 불편한 척 핑계를 대고 곧장 권우진의 사무실로 향했다.“수빈 씨가 웬일이에요?”권우진은 그녀를 보자 조금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어디 아파요?”“머리가 좀 아파서요. 온 김에 민혁 씨의 상태도 좀 물어보고요.”최수빈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오늘 병원에 왔다던데 이미 만나셨겠죠? 몸 상태가 대체 어느 정도예요?”권우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