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국 강지안의 앞을 가장 잔인하게 가로막고 있던 벽은 장성훈도, 그의 약혼녀도, 세상의 시선도 아니었다.바로 그녀의 아버지였다.어릴 때부터 그녀를 아끼고, 지켜 주고, 의대에 가겠다는 고집도 받아 주고, 제멋대로 구는 것까지 눈감아 주며 그녀가 어디든 마음껏 뛰어다니게 해 주었던 바로 그 아버지 말이다.그가 이렇게 단호한 방식으로 그녀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강지안을 건너뛰고 장성훈을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다.장성훈은 순식간에 창백해진 강지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팽팽하게 조여 있던 마음 한구석이 결국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는 알고 있었다. 조금 전의 그 말이 강지안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하지만 어떤 일들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며 끝까지 말해 줄 수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저 혼자 짊어지는 수밖에 없었다.강지안이 마치 온몸의 힘이 한순간에 빠져나간 사람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고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무려 십 년 동안, 장성훈은 강지안을 지켜 줬고 감싸 줬고 믿어 줬고 곁에 있어 줬다.그런데 이제 그는 강지안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준 칼을 쥐고 아주 가볍게 찔렀을 뿐인데도 정확히 그녀의 가장 아픈 곳을 꿰뚫었다.곁에 있던 약혼녀가 급히 앞으로 다가오더니 강지안을 부축하려는 듯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달랬다.“지안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다 지안 씨를 위해서...”강지안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서늘하다 못해 섬뜩한 눈빛이었다.그리고 그 한 번의 시선에 약혼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말했잖아요.”강지안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놓지 앉은 것이었다.“내 일은, 그쪽이랑 상관없다고.”그녀는 더 이상 아무도 보지 않았다.장성훈도, 방 안 가득 굳어 버린 친구들도, 한때는 뼛속까지 익숙했던 이 공간도 보지 않았다.대신 몸을 돌려 등을 곧게 펴고 한 걸음씩 밖으로 걸어 나갈 뿐이었다.가느다란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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