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최수빈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실 안에는 오직 두 사람뿐이었고 공기는 순식간에 묘한 긴장으로 가득 찼다. 마치 최수빈의 말이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최수빈은 꼭 물어야 했다.이혼은 최수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이번 생에서 더 이상 주민혁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주민혁이 침묵을 지키자 최수빈도 잠시 굳어버렸다. 너무 무거운 정적 속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큰 파문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여 주민혁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내일이 어렵다면 날짜를 조정할 수도 있어요. 지난번에도 말에서 떨어져 다쳤을 때, 병원에 입원했어도 이혼 협의서에는 사인하지 않았나요? 이번도 마찬가지예요. 가정 법원을 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최수빈은 일부러 내일로 시간을 잡아두었고 최근 일정이 너무 빡빡해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주민혁이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노트북을 덮었다.“넌 정말 배은망덕하군.”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최수빈의 귀에는 뚜렷이 꽂혔다.‘배은망덕하다고? 내가?’갑작스러운 말에 최수빈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최수빈은 두 팔을 가슴 앞에서 꼬고 침대에 누운 주민혁을 바라봤다.“제가 언제 은혜를 저버렸다는 거예요? 오히려 원수 갚듯 했다는 건가요?”‘왜 내가 저런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이야.’어제도 그제도 주민혁이 구한 건 철저히 박하린이었으니 최수빈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할 만한 일은 없었다.“오빠, 물 떠왔어. 이따 몸 좀 닦자.”그때 박하린이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왔다.박하린은 병실에 아직 남아 있던 최수빈을 힐끗 보며 말했다.“최수빈 씨, 잠깐 비켜줄래요? 남녀가 같이 방에 있는 건 좀 불편하잖아요.”순간 최수빈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정말 자기가 남자인 척하는 거야? 뭐야?’“잊지 마세요. 내일... 기다릴게요.”최수빈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나가 버렸고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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