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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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최수빈이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넥스트 테크 그룹과 체결하는 내기 계약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넥스트 테크가 지면 천공은 넥스트 테크의 지분 50%를 내놔야 합니다. 반대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천공이 지면 신세계 그룹에 50%를 주는 것뿐 아니라 넥스트 테크의 지분 50%까지 넘겨야 하죠.”박하린과 진승우, 심지어 김재환까지 눈을 크게 떴다.‘저런 배짱도 있었나?’예로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통째로 내놓고 판을 벌인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최수빈은 잘 알고 있었다.만약 50% 지분을 잃게 되면 그건 곧 천공 전체를 잃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머지 50%까지 걸어서 더 큰 이익을 노려보는 게 낫다고.‘판을 벌일 거라면 끝까지 가는 수밖에.’주민혁이 눈썹을 살짝 내리며 담담히 물었다.“확실합니까?”“주 대표님, 혹시 겁나서 못 하시는 겁니까?”최수빈은 결단의 순간에 두려움이 없었다.주민혁은 더는 말을 잇지 않고 변호사에게 보충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계약이 마무리되자 회의도 끝났다.김재환의 표정은 그야말로 구경거리였다.정부 도시에서 오랜 세월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 대담한 내기 계약을 맺는 기업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이걸 초심자의 무모함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어리석음이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각자의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떠올랐고 특히 박하린과 진승우는 더더욱 그랬다.잠시 뒤, 최수빈이 화장실로 향했고 박하린도 걸음을 옮겨 따라왔다.“배짱 하나는 대단하네요.”박하린이 속도를 늦추며 말했다.“육 대표님이 혹시 안 일러줬나요? 지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수빈 씨한테는 뒤봐줄 사람 하나도 없다는 거 알아요?”최수빈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담담하게 말했다.“충고 고마워요. 그런데 본인 일이나 잘 챙기세요.”박하린의 붉은 입술이 비틀리며 비웃음이 섞인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정말 최수빈이 우스워 보였다.이런 내기 계약은 아무리 자기 실력과 프로젝트에 자신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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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남자의 얼굴은 평온했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알 수 없었고 조금 전의 대화를 얼마나 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박하린이 순간 멍하니 굳더니 낮게 불렀다.“민혁 오빠.”주민혁의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왜 그래?”그의 반응은 무심했다. 아까 전의 대화를 못 들은 듯했다.설령 들었다 해도 무슨 문제가 될까? 둘 사이의 대화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었다.박하린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수빈 씨가 이제 천공을 등에 업고 성격이 많이 세졌어. 우리가 쉽게 건드릴 상대는 아닌 것 같아.”주민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입꼬리를 옆으로 살짝 올렸다.“굳이 건드릴 일이 있어?”박하린은 잠시 숨이 막힌 듯 멈칫했다.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그렇다, 최수빈이 지금 아무리 커 봐야 아직 그들의 상대가 될 급은 아니었다.“가자.”주민혁이 말했다.박하린은 살짝 기뻐졌다.‘단순히 화장실에 들른 게 아니라 날 데리러 온 건가?’둘은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왔다.박하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천공의 그 프로젝트는 나도 자신 있어. 그런데 이번에 저렇게 내기 계약을 맺어버리면...”일부러 말끝을 흐렸다.“저쪽에 맡기는 건 너무 모험적이지 않을까?”그 프로젝트를 자신이 주도했다면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내고 1년 안에 넥스트 테크도 회복시킬 수 있었다.주민혁은 큰 보폭으로 걸음을 옮기며 담담히 말했다.“내기 계약에 사인했다는 건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거겠지. 뭐가 불안해?”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깃 바라봤다.“그냥 배당금이나 받을 생각해.”박하린은 그 말을 듣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괜히 헤세 부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수빈 씨는 실력도 없는데 육 대표님을 등에 업고 있을 뿐이잖아.”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협력은 서로 이익을 보는 거지.”그렇다, 협력이라면 어느 쪽이 주도하든 배당금이 돌아온다.그저 주도권을 놓쳤을 뿐, 지금의 박하린은 차라리 논문에 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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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최수빈의 속내를 육민성은 잘 알고 있었다.조금 전 정부 프로젝트 주도권을 두고 다투다 결국 내기 계약까지 체결했으니 양쪽이 그리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최수빈은 대답 대신 려운을 바라보며 말했다.“몇 시죠? 그때 맞춰 가겠습니다.”“저녁 여섯 시입니다.”려운이 떠나자 최수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육민성이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낮게 말했다.“막 내기 계약을 체결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이제 와서 밥을 사겠다니, 이게 무슨 꼴이야? 마치 프로젝트가 자기들 거라도 되는 양, 통 크게 굴어주는 척하는 거잖아. 먹든 안 먹든 이미 기분만 상했어. 주민혁, 진짜 하는 짓마다 도가 지나쳐.”그는 씁쓸히 덧붙였다.“부부의 인연은 하루만 이어져도 깊은 정이 남는다는데, 그 사람이 널 대하는 거 보면...”그에게는 눈곱만큼의 정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차 없었다.최수빈은 그 말에 헛웃음만 나왔다.주민혁 눈에 자신은 아내가 아닌, 그냥 함께 잠만 자는 가사도우미에 불과했을 것이다.그녀는 무심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어차피 언젠간 마주해야 할 사람들이잖아요.”이번 정부 프로젝트가 끝나면 천공은 한 단계 도약할 것이고 상장 이후에는 원하는 협력사를 직접 고를 수 있게 된다.물론 이번 프로젝트는 대규모라 천공 혼자 감당할 수는 없었다.입찰 서류만 해도 무게가 십수 킬로그램이었다.“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육민성이 말했다.최수빈은 그를 바라보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내가 려운 비서님한테 간다고 했던가요?”육민성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깨달았다.지금 한창 바쁜 와중에 려운의 태도는 명백했다.그녀가 가겠다고 말하지 않으면 려운도 그냥 그 자리를 뜨지 않을 것이었다.그래서 일부러 던진 대답일 뿐이었다. 려운도 결국은 시킨 대로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니.“언제 이렇게 얄궂게 굴 줄 알았어?”최수빈은 고개를 갸웃하며 눈썹을 올렸다.“이게 얄궂은 건가요?”그렇게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천공으로 돌아왔다.사무실로 돌아오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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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박하린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어떻게 안 오겠어요? 이런 기회라면 달려와야 정상이지. 어쨌든 신세계 그룹은 업계의 에이스인데 기술 교류만 해도 그쪽들한테는 큰 공부가 될 거잖아요.”그녀는 곧 덧붙였다.“그동안 업계 행사라고는 다 쫓아다니던 사람들이잖아요. 결국 배우고 싶어서 그런 거였죠. 이렇게 좋은 자리가 마련됐는데 안 오면 좀 웃긴 거 아닌가요?”“급한 일이 생겼대.”주민혁의 목소리는 짧고 단호했다.박하린과 진승우의 얼굴에는 동시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안 온다고요?”진승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도대체 뭔데 안 와요? 잘난 척은. 내기 계약 맺고 기분 상해서 일부러 안 오는 거잖아요.”박하린은 곁눈질로 주민혁을 보았다.남자의 표정은 차갑고 담담했다. 마치 오든 말든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하지만 주민혁이 직접 전화를 걸어 초대한 자리를 거절한다니, 그건 너무 무례했다.“아마 진짜 바쁜 걸 거예요. 작은 회사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으니 돌아가서도 정신없겠죠. 내기 계약까지 맺었는데 불안해서 어디 밥 먹을 여유가 있겠어요?”박하린은 술잔에 술을 채우며 가볍게 웃었다.“우리가 지면야 별일 아니지만 그쪽이 지면? 쌓아온 모든 게 물거품이죠. 수년간의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되는 거니까.”생각해 보면 그랬다.‘능력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판을 벌였으니 불안할 수밖에...’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었다.박하린은 술잔을 들어 주민혁 앞에 건넸다.“그래도 전처잖아. 이번만큼은 좀 봐주는 게 어때?”남자는 고개를 숙여 술잔을 내려다볼 뿐,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진승우가 거들었다.“뭘 봐줘요? 애초에 그 여자가 하린 씨 자리를 뺏지...”그렇다면 지금 ‘주민혁의 부인’이라는 자리는 누구 것이 됐을까.그만큼 얄팍하고 계산적인 여자였다. 박하린만이 이렇게 대범하게 그녀를 두둔할 수 있었다.진승우는 속으로 오히려 최수빈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그런 여자가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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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응.”육민성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갔어.”최수빈은 숙취해소제 잔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 눈빛이 잠시 멍해졌다.머릿속은 뒤죽박죽, 애써 정신을 붙들고 있었다.“그... 협상은 잘 됐어요? 상대 쪽 반응은 어땠어요?”“거의 마무리된 것 같아. 내일 다시 찾아가 보려고.”육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따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최수빈은 온몸이 불편했다.팔다리가 납처럼 무겁고 머리도 무언가가 짓누르듯 아팠다.육민성이 대리운전을 불러 그녀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저녁 8시 반이었다.주예린은 엄마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와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하려던 말을 꾹 삼켰다.곧장 다가와 아이가 물었다.“엄마...”주예린이 소파 옆에 서서 말했다.“예린이가 목욕물 받아줄게요.”최수빈은 팔을 짚고 앉아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주예린은 곧장 욕실로 달려가 뜨거운 물을 틀고 옷방에서 잠옷도 챙겨왔다.그러고는 엄마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내가 씻겨줄까요?”예전에도 최수빈은 종종 술자리에 나가곤 했었다.때문에 주예린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다만 그때는 주민혁의 술자리를 대신 소화해야 했고 집을 나온 뒤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오늘 다시 이렇게 된 것이다.주예린은 또래보다 훨씬 일찍 철이 들었다.최수빈은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흘깃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가, 엄마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주예린은 눈을 깜빡이며 서 있었다.“그럼... 뭐 필요하면 꼭 불러줘요.”“응.”최수빈은 부드럽게 웃어주었다.“어서 가서 자.”졸음을 참지 못하던 주예린은 눈을 비비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친 뒤 조금 정신이 돌아온 최수빈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거실 탁자 위에 주예린의 휴대폰과 학습기가 놓여 있었다.그녀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다가가 정리했다.그런데 무심코 주예린의 휴대폰을 켜자 화면에 SNS 피드가 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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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길고 깊은 밤,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바라는 마음은 언제나 가슴속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었다.최수빈은 주예린에게 이미 여러 번 냉정하게 말했다.앞으로는 주민혁과 아무런 관계도, 인연도 없을 거라고.하지만 어린 마음은 그렇게 쉽게 정리를 할 수가 없었다.그 사람은 분명히 아빠였다.그런데 왜 아빠라고 부를 수 없는 걸까?=어릴 적부터 뿌리내린 교육이 있었다.만약 지금 와서 주민혁이 아빠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주예린은 분명 상처받을 것이다.겉으로는 집에서 나와 사는 걸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 보였지만 정작 아빠와 새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아파했다.아마도 주예린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아빠는 늘 오빠만 사랑하고 자기와 엄마는 사랑하지 않는다고.어린아이의 집착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이 모든 게, 최수빈에게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결국 시간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주예린의 마음을 바꿀 수 없으니 다만 옆에서 최선을 다해 이끌어줄 뿐이었다.그녀는 일어나 조심스레 아이의 방에서 나와 인터넷으로 아동 심리 상담을 검색했다.하지만 늦은 밤이라 대부분은 이미 업무가 끝난 상태였다.최수빈은 베란다에 서서 끝없이 펼쳐진 어둠을 바라봤다.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술로 인한 두통은 파도처럼 간헐적으로 밀려왔다.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다음 날 아침.최수빈은 몸을 추스르고 주예린을 어린이집 데려다주었다.그런데 정문 앞에서 뜻밖에도 주민혁과 마주쳤다.편한 옷차림을 보니 바닷가 휴가에서 막 돌아온 듯했다.그는 좀처럼 아들을 직접 등교시키는 일이 없었다.주시후는 최수빈과 주예린을 보자마자 냉소를 흘리며 가방을 메고 성큼 걸어가 버렸다.주예린은 아빠를 보자 잠시 멍해졌다.시선을 고정한 채, 떨리는 눈으로 주민혁을 바라봤다.그도 딸아이의 눈빛을 알아챈 듯 고개를 숙여 물었다.“아침은 먹었니?”말투는 느긋하고 담담했다.주예린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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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최수빈은 두 팔을 가슴에 끼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비웃듯 말했다.“그냥 본인의 그 소중한, 애지중지하는 보물이 질까 봐 걱정된다고 솔직히 말하지 그래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천공에 막 도착하자, 육민성이 어두운 얼굴로 다가왔다.그는 태블릿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화면에는 뉴스가 떠 있었다.“문제가 생겼어.”최수빈이 순간 멈칫했다.“뭔데요?”그녀는 곧바로 태블릿을 집어 들어 내용을 훑었다.어젯밤, 그들은 술자리를 가지며 한창 협상 중이었다. 그런데 협력사가 자리를 뜬 뒤, 곧장 넥스트 테크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분명 어젯밤 술자리에서만 해도 협력 쪽 기류는 긍정적이었다.게다가 지금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정부와 직접 연결된 대형 사업, 뒷배경에는 대기업과 플랫폼까지 있다.최수빈이 태블릿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러더니 시선을 들어 육민성을 보며 물었다.“협력사 쪽에 왜 그런지 확인했어요?”육민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쪽 말로는 우리가 넥스트 테크와 이미 파트너십이 있어서 누구랑 계약하든 상관없다고 하더라고.”“하!”최수빈은 저도 모르게 냉소를 터뜨렸다. 곧 태블릿을 책상 위에 내던졌다.‘그럼 그렇지.’오늘 아침 주민혁이 어린이집 앞에서 그녀에게 ‘분수를 지키라’며 은근히 훈계를 던진 이유가 있었다.이미 다 짜놓은 판이었던 것이다.그들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빨랐다. 어젯밤 협력사가 갑자기 자리를 뜬 것도 누군가 불러낸 게 분명했다.자신들은 죽어라 술을 마시며 협상을 붙들고 있었는데 주민혁 쪽은 한가롭게 휴가를 즐겼다. 결국 결과는?자신들이 힘들게 닦아놓은 거로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었다. 박하린은 그냥 공짜로 이득을 챙긴 셈인 것이다.세상 모든 알짜배기 이득은 죄다 그들에게 돌아갔다.협력사가 넥스트 테크와 직계약을 했다면 프로젝트는 결국 넥스트 테크를 거쳐야 한다.이런 ‘우연의 일치’라니, 누군가 자신들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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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최수빈은 그 회사 대표 이유강과 연락을 마치고 오늘 저녁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프로젝트 완성이 코앞이라 모든 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가야 했다.오후에는 공장에도 들러야 했다. 제조 공정은 이번 달에 잡혀 있었고 복합 신형 소재를 서둘러 확정해야 했다.이유강과 약속을 잡은 뒤, 최수빈은 육민성을 바라봤다.“선배, 지금은 중요한 단계니까 환기 시스템이랑 항전 시스템은 여러 번 더 점검해요. 혹시 버그 있는지 꼭 잡아내야 해요.”“완성 후 시험 비행에 들어가면 정비팀하고 항전팀이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데 그때 시스템 문제 나오면 곤란해요.”“테스트 끝내고 나서 우리 같이 이유강 대표님 만나러 가고요.”천공에서 수석 엔지니어를 처음 맡은 그녀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챙기고 있었다.정부는 신형 여객기를 대량 도입할 계획이었고 기존 기종 상당수가 곧 퇴출될 예정이었다.천공이 신세계 그룹과 공동 입찰해 협력에 성공했으니 프로젝트 완성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완성 후 이 시스템은 민항 여객기 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며 핵심은 군수급 기술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점이었다.나중에 각 항공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성패는 결국 비행 시험 데이터가 기준을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었다.이미 3D 프린팅으로 일부 모델을 제작해둔 상태였고 이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신청할 계획이었다.민항용이든 군수용이든 모두 중대한 가치가 있었지만 민항은 수준이 다소 낮고 군수는 기밀 등급이었다.즉, 그녀는 양쪽 모두를 잡는 셈이었다.육민성은 눈을 숙이고 태블릿으로 각 부서에 공지를 띄우며 마지막까지 시스템에 힘을 쏟으라고 지시했다. 이제 곧 제작 단계로 들어가야 했다.최수빈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말했다.“넥스트 테크 쪽에 미리 연락해요. 어제 계약을 따낸 만큼, 그쪽 자재 공급업체가 얼마나 댈 수 있는지 확인해봐요.”“벌써 물어봤어.”육민성이 냉소를 흘렸다.“박하린 말로는 넥스트 테크도 신사업을 개발 중이라 자재 공급은 전부 넥스트 테크 몫이래.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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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잠깐만요.”그 순간, 박하린이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손에 계약서를 든 채 박하린은 성큼성큼 이유강에게 다가갔다.“이유강 대표님, 저희 쪽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요. 게다가 저쪽보다 이윤을 다섯 포인트 더 드릴 수 있습니다.”박하린은 계약서를 이유강 앞으로 내밀며 덧붙였다.“그리고 저희는 이미 협력 관계에 있고 이번 건은 정부와 직접 맞닿아 있는 사업이에요.”넥스트 테크는 자금력이 넘쳤다. 어떤 협력이든 조건을 크게 걸어 상대방을 흔들 수 있었다.하여 그녀는 노골적으로 가격 경쟁을 걸어왔다.박하린은 미안한 듯 육민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육 대표님, 죄송해요. 주 대표님이 너무 후하게 조건을 내셨거든요. 넥스트 테크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해서 꼭 이 건이 필요해요. 다들 친구처럼 협력하는 사이인데, 이해해주실 거죠?”그녀는 육민성과 원한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육민성 뒤에는 육천 그룹이 있으니 설사 일이 틀어져도 크게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었다.그런 만큼 태도도 최대한 부드럽게 했다.하지만 최수빈은 박하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오직 이유강에게로만 향했다.“이 대표님?”이유강은 웃음을 지으며 박하린이 내민 계약서를 내려놓았다.“죄송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 선착순이란 건 없습니다. 오직 이익만 볼 뿐이죠.”분명한 거절이었다.박하린은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더니 손을 내밀어 이유강과 악수했다.“현명한 선택이네요.”그리고 고개를 돌려 최수빈을 바라봤다.“더 붙일 건가요?”도전적인 빛이 눈에 가득했다.천공이 얼마를 더 얹어도 자금력으로는 신세계 그룹을 당할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다.최수빈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살짝 뒤로 기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좋습니다. 저희는 15%까지 드리겠습니다.”박하린의 표정이 굳어졌다.천공에 꼭 필요한 자재였고 이 계약을 따내야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만약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천공은 단숨에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최수빈은 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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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최수빈은 차 안에 앉아 담담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육민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어쩌면 그는 지금까지 최수빈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걸지도 몰랐다.이제 보니 속을 감추고 날카롭게 계산하는 성향이야말로 그녀의 본모습 같았다.그는 창가에 한 손을 걸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민혁이 돈을 쏟아 부어주니 박하린도 우리랑 맞붙을 여유가 생긴 거야. 그런데 이번에 우리 협상 장소를 정확히 알았잖아. 대체 누가 흘린 걸까?”“이건 아예 우리 내기 계약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야.”“그 사람은 널 대체 얼마나 증오하면 이럴까?”계속해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주민혁의 수에 육민성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최수빈은 한 손으로 핸들을 쥔 채 시선을 앞에 둔 채로 가볍게 웃었다.“증오?”“그 사람한테 날 증오할 자격이 있긴 해요?”생각해보면 그녀가 빼앗은 건 고작 그의 혼인 상대일 뿐이었다.하지만 주민혁은 타협하듯 결혼을 했고 결혼 생활 내내 그녀와 딸을 차갑게 대했다.세상에는 최수빈이 쌍둥이를 낳았다며 떠벌리고 주시후를 그녀의 친아들인 양 키웠다.결국, 결과는 그녀와 딸 모두 목숨을 잃는 것으로 이어졌다.그 모든 걸 두고 혼인 상대를 빼앗은 죄가 그렇게 큰 걸까?진짜 원한을 품어야 하는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이런 악연은 결국 양쪽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다.다만 사회적 지위와 배경 차이가 너무 컸던 탓에 끝내 상처를 짊어진 건 오직 최수빈뿐이었다.이 일에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없었다.최수빈이 냉정한 현실 앞에서 끝까지 집착하지 않았다면,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전생의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환상에 사로잡혀 주민혁은 사랑하지 않았는데 최수빈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육민성은 어두운 눈빛으로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나쁜 놈이야.”...한편, 박하린은 이유강과 계약을 따내며 사실상 대승을 거뒀다.이 소식을 들은 진승우가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하린 씨가 그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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