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린은 그 말을 듣고 지금의 최수빈이 그나마 자기 분수를 아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예전처럼 제 주제도 모르고 나대던 모습은 없었고 이제야 자신이 주민혁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인지 깨달은 모양이었다.주민혁은 묵묵히 최수빈을 바라보며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그 틈을 타서 박하린이 먼저 선수를 쳤다.“오빠, 나 해외에서도 기념행사를 몇 번 맡아봤잖아. 이번 일은 그냥 나한테 맡겨. 예쁘고 멋지게 해낼 자신이 있어.”박하린은 어쨌든 주씨 가문과 인연이 있으니 이런 행사 정도는 맡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주민혁은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대신 최수빈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미 정하신 것 같네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말을 끝내고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주민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할머니가 네게 맡긴 거라면 그대로 진행해. 내가 할머니의 결정을 바꾸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야.”최수빈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췄다.그러고는 눈썹을 찌푸리며 주민혁을 바라보자 주민혁은 담담하게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의견이 있으면 직접 할머니께 말씀드려.”그 한마디로 모든 뜻이 드러났다.할머니와 최수빈의 관계는 주민혁과는 상관없는 그저 둘만의 일이라 주민혁은 더 이상 나서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었다.박하린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그 말은 곧 자신이 했던 제안을 정면으로 거절하겠다는 뜻이었고 하필이면 최수빈 앞에서 거절한다는 뜻이기도 했다.박하린은 이 기념행사를 계기로 인맥을 넓히려 했는데 단번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최수빈은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이 없이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최수빈이 나간 뒤, 박하린이 부드럽게 말문을 열었다.“오빠, 사실 난 할머니가 너무 고생하신다고 생각해. 이제 연세도 있으신데 이런 일까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잖아. 이런 나이에는 그냥 편히 쉬면서 행복하게 삶을 즐겨야죠. 주씨 가문의 일은 오빠가 직접 다 처리하는 게 맞다고 봐요.”주민혁은 느릿하게 박하린을 바라봤다.“우리 할머니가 계시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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