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711 - Bab 720

812 Bab

제711화

이 모든 일은 마치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그들의 관계와 감정이 과연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화제로 향해 끊임없이 밀려가고 있는 듯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궁금해했다.‘서로에 대한 감정이 대체 좋았던 걸까 아닌 걸까?’실제로 궁금했던 것이라면 주선웅은 최수빈에게 직접 물으면 될 일이었다. 굳이 이런 자리에서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고 말이다.아직 연회가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일행은 잠깐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의 일을 처리하러 흩어졌다..하지만 주선웅만은 자리를 지킨 채 움직이지 않았다.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선웅은 사업 판에서 인맥을 쌓을 시간도 없었고 다만 이름만 조금 알려진 상태였다.육민성이 주선웅을 보며 말했다.“저도 수빈이처럼 그냥 편하게 형님이라 불러도 괜찮을까요?”주선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괜찮죠. 육 대표님처럼 훌륭하신 분이 저를 형님이라 불러주면 오히려 제가 이득인 거죠.”육민성은 담담하게 웃었다.“이번에 귀국해서 국내에서 자리 잡으실 생각이시잖아요. 저도 국내에 나름 인맥이 있으니 혹시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아는 건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그러자 주선웅이 육민성을 바라보았다.“수빈이가 육 대표님 같은 친구를 곁에 두고 있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귀국하고 나서 특별히 어려운 건 없어요. 그러니 도움도 필요 없고요.”육민성은 다시 웃었다.“그냥 하는 말입니다. 어쨌든 수빈이가 잘 따르는 분이시니까 챙기는 게 맞죠. 형님처럼 능력 있고 실력 있는 분이라면 제 도움이 필요할 일도 없겠지만요.”이에 육민성을 바라보는 주선웅의 눈빛이 짙어졌다.“수빈이랑 주민혁 대표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이 궁금하신가 보죠? 그럼 저도 몇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가족과 연락도 안 하시다가 귀국하자마자 수빈이랑 다시 연락을 시작하셨고 그 과정에서 형님이 해주신 일들도 참 많죠. 수빈이도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다만...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잖아요. 감정이라는 건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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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주선웅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육 대표님, 방금 말씀은 좀 거슬리네요.”하지만 육민성은 물러서지 않았다.“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죠. 수빈이는 역경 속에서 버텨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형님은 무슨 근거로 수빈이가 반드시 결혼이라는 틀에 묶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아니면... 여자가 아무리 일에서 성공하고 뛰어나도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결혼뿐이라고 보시는 건가요?”그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이혼했으면 반드시 다른 남자를 찾아 재혼해야 합니까? 더구나 힘들게 주씨 가문에서 벗어났는데 설령 다시 결혼한다 해도 또다시 주씨 가문 사람과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말투도 한층 더 무거워졌다.“형님의 마음속에는 수빈이를 좋아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정작 수빈이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까? 수빈이가 원한다고 하던가요?”주선웅은 잠시 멈칫하더니 테이블 위에 놓은 손을 미세하게 움켜쥐었다.입술이 움직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윽고 육민성의 시선이 또 한 번 주선웅을 파고들었다.“형님이 하고 있는 이런 행동들이 오히려 수빈이에게 심리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좋아한다는 건 일방적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존중이죠. 그런데 형님은 단 한 번도 수빈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솔직히 말해 저는 형님이 수빈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주선웅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확실히...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우리 사이에 감정의 기반이 있고 앞으로는 내가 곁에서 돌봐 주면 더 나아질 거라고만 생각했죠. 앞서 말한 것들을 잘 고려해보도록 하죠. 수빈이의 뜻도 존중하겠습니다.”육민성의 바라보는 주선웅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조언 고마워요.”육민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더는 말을 잇지 않았으나 눈앞의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는 주선웅이 주민혁보다 못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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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키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품 안에 거의 안기다시피 한 상태라 남자의 심장 박동과 숨결이 또렷이 전해졌다.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느낌이었다.그가 한쪽을 향해 한동안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기에 최수빈도 무심코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 비어 있는 공간뿐이었다.다시 시선을 거두었을 때, 그는 이미 그녀를 놓아준 뒤였다.최수빈이 미간을 찌푸린 채 조금 전의 그 방향으로 다시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그러나 아까 전에 느꼈던 그 소름 돋는 기분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최수빈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저쪽에... 누가 있었어요?”분명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을 것이다.그리고 이제 놓아주었다는 건 이미 떠났다는 뜻이었다.어둡고 고요한 눈빛의 주민혁은 최수빈의 앞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에 최수빈의 속은 더 급해졌다.“말해요.”이 순간만큼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터라 그녀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조금 전, 이유도 모른 채 소름 끼치는 상황에서 갑자기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갔을 때 느꼈던 첫 감정은 분명 공포심이었다.그런데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마음이 가라앉았고 이러한 무의식적인 반응과 감정이 최수빈은 몹시 싫었다.이때, 주민혁이 말했다.“나랑 가자.”담담한 목소리였다.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어딘가로 이끌려 했으나 이제 최수빈은 예전처럼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그래서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으면 안 갈 거고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우리 둘이 대화하는 데에 어떤 장소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그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이미 수없이 해왔었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다.두 사람만 남는 순간마다 대화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이미 여러 번 속아본 터였는지라 최수빈은 더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 했다.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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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찰나의 순간, 최수빈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려가는 걸 느꼈다.그 자리에 꽂힌 단검을 똑똑히 바라보자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오래전부터 느껴오던 시선은 착각도, 괜한 의심도 아닌 실재하는 위협이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최수빈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주민혁의 뒤를 따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한 방 안으로 들어섰다.심장이 끊임없이 요동치며 최수빈의 머릿속은 엉망이었는데 수많은 얼굴과 사건들이 스쳐 지나갔다.도대체 누구와 어떤 원한이 쌓였기에, 이런 노골적인 적의를 품게 된 건지 떠올려 보려 한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일상에서도, 일에서도, 그녀는 누군가를 해칠 만큼의 일을 한 적이 없었다.정말로 문제가 있었다면 이렇게 아무 징후도 느끼지 못했을 리 없었다.방 안의 조명은 밝았다. 그 덕분에 주민혁의 표정이 또렷이 보였다.그의 얼굴은 평소보다도 더 무표정하게,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검은 옷차림이라 그런지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최수빈은 흐트러진 생각을 급히 정리했다.“아까 그거 누구예요? 민혁 씨를 노린 거예요, 아니면 나예요?”머릿속에서는 여러 논리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한편으로는 그들이 두 사람 모두를 노렸고 주민혁이 실제로 그녀를 보호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게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가 꾸민 연극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고개를 들었다.매사에 치밀한 주민혁에게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테니까.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경고음이 울렸다.‘다시는 저 사람 믿지 말자. 그래. 다시는 믿으면 안 돼.’한번 잘못 들어선 길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설령 믿는다 해도 전부를 내맡겨서는 안 됐다.모든 상황은 결국 그녀의 선택에 따라 흘러가고 있었고 지금 필요한 건 냉정한 판단이었다.육민성이 말했듯 하나의 잣대로 주민혁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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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조금 전 주민혁이 둘 사이를 끊어내려는 뉘앙스로 했던 말을 지키라는 뜻이었다.“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안 말해주겠다는 거죠? 내가 민혁 씨랑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요? 좋아요. 그럼 앞으로는 일에서도 절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지냅시다.”이 말을 남기고 최수빈은 돌아섰다.주민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리를 떠날 때, 최수빈은 정면에서 려운이 상자 하나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을 포착했다.그의 손에 들린 상자를 잠깐 내려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려운은 최수빈을 보자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으나 곧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그러고는 서둘러 그 방 쪽으로 걸어갔다.최수빈은 려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다가 어느 순간 문득 걸음을 멈췄다.어떤 때는 주민혁이 분명 그녀와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런데 또 어떤 순간에는 그녀와 아이에게 다가오려는 듯 보이기도 했다.그게 자신의 착각인지, 아니면 괜한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최수빈은 다시 몸을 돌려 가던 길을 가려 했다.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연회장 안에서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라. 여기 있었네?”주선웅이었다.“민혁이의 방이랑 휴게실이 이쪽에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민혁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라도 하려고 온 거야?”최수빈이 돌아서 보니 주선웅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늘 그렇듯 온화했고 늘 그렇듯 다정했다.기억 속에 있던 바로 그 오빠의 모습이었다.하지만 주선웅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탐색하는 듯한 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했고 동시에 그녀가 어떤 사실을 알아챌까 경계하는 눈빛 같기도 했다.최수빈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화장실 찾다가 이쪽으로 오게 됐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돌아가는 길을 못 찾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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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하지만 지금은 그 사리에 놓여 있던 선이 모두 허상처럼 사라진 듯했다.“육 대표님이 그러시더라고. 내가 네 감정을 충분히 헤아리지도 않았고 네 생각을 존중하지도 않았다고. 많은 일을 그저 내 마음대로만 결정해 왔다고요. 가만히 돌아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주선웅의 눈빛이 유난히 깊어졌다.“널 좋아한다는 걸 숨김없이 그대로 말해버린 것도 말이야. 많이 당황했지? 그 말이 너한테 얼마나 큰 무게로 다가올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때도 넌 계속 말렸었잖아. 그런데도 나 네 의사를 무시하고 끝내 그 말을 해버렸고... 그래서 많이 놀랐지?”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분명 사과하러 온 것이었다.“지난 일은 이미 지난 일이지 굳이 다시 꺼낼 필요 없어요. 우리는 예전처럼 그냥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면 돼요.”주선웅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수빈아, 이미 일어난 일을 정말 없던 일처럼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볼게. 누군가가 너한테 수없이 미안한 일을 저질렀다면 그걸 다 없던 일로 넘길 수 있어? 만약 그 사람이 어느 날 다시 돌아와 잘해보자고 한다면, 넌 그 모든 벽을 허물고 다시 함께할 수 있어?”최수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서로 다른 일은 비교할 수 없어요.”그녀와 주민혁의 일, 그리고 주선웅과의 일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그런데도 주선웅은 늘 주민혁을 끌어와 비교하며 이야기하곤 했다.주선웅은 다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일어난 일은 결국 일어난 일이야. 내가 너에게 했던 말들은 이미 네 머릿속에 남아 있잖아. 없었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어. 겉으로는 괜찮다 말해도 네 마음속에는 여전히 나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을 거야.”그러자 최수빈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오빠,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오빠가 그런 마음만 거두면... 우리는 예전처럼 지낼 수 있어요.”그러나 주선웅은 고개를 저었다.“그 마음을 거두라고 하면... 내 감정이 너무 볼품없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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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지금 이 순간, 차라리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가 반드시 다시 돌아와 엿들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주민혁은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은 유난히도 민망했다.주민혁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여전히 고집은 세네.”주민혁은 손목을 들어 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본론을 꺼냈다.“곧 입찰 프로젝트 발표가 있을 거야. 오늘 투자 설명회에서 플라잉 테크와는 어떤 형태로든 협력하지 마.”주민혁은 인맥도 넓고 정보도 빨랐다.다들 곧 발표될 프로젝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그는 이미 사업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무슨 프로젝트인데요?”“위성 사업.”주민혁이 말했다.“플라잉 테크의 내부 핵심은 겉으로 홍보하는 것과 전혀 달라. 천공연구원이 예전에 플라잉 테크와 협력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 필요한 규모가 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반을 다지고 수요가 늘어나면 그쪽은 버티지 못해.”최수빈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플라잉 테크 내부 사정을 그가 이렇게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문제는 플라잉 테크가 아직 단 한 번도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그들은 여전히 업계의 선두주자였고 줄곧 앞서 나가고 있었다. 기술력도 공정 라인도 모두 우위에 있었다.때문에 주민혁이 한 말은 누구에게 들려줘도 쉽게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플라잉 테크는 앞으로 수십 년은 업계를 지탱할 것처럼 보였으니까.주민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아주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겉으로 고요할수록 그 뒤는 더 더럽기 마련이야. 내가 한 말 믿을 수 있겠어?”그의 말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주민혁이 정말 순수한 의도로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여태껏 해온 말과 행동을 떠올려 보면, 그는 결코 최수빈의 편에 서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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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그가 이렇게까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가 해온 모든 일은 결국 의도적인 것이란 뜻이었다.무엇을 하면 최수빈이 상처받고, 무엇을 하면 아파할지 주민혁은 알고 있었다.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이러한 생각이 들자 최수빈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세게 조이는 듯했다.이윽고 최수빈은 주민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럼 민혁 씨의 계획안에서는 내가 죽는 것도, 우리 딸이 죽는 것도 상관없다는 거예요?”그러자 미간을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주민혁의 눈빛이 한층 어둡게 가라앉았다.아주 희미했지만 분명한 불쾌함이 스쳐 지나갔다.“무슨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하는 거지?”최수빈은 미묘한 그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어쩌면 정말로 육민성이 말한 것처럼, 그는 무언가를 피하고 있었고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더 큰 판을 그리고 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그 거대한 계획 속에서 과연 그녀와 딸의 목숨은 중요했을까?‘아마 잘 모르겠지. 나랑 예린이가 이미 한 번 죽었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를 거고.’최수빈은 고개를 젓더니 등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자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채 주민혁은 몇 걸음 만에 따라붙어 최수빈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그러자 최수빈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이 아주 냉정해 보였다.“나한테 숨기는 게 뭐야. 말해.”그에게는 놀라울 만큼 날카로운 통찰력이 있었다.그리고 이 순간, 주민혁의 마음 한켠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그 불안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최수빈이 시선을 들어 주민혁을 보았다.“다 알고 있다면서요. 그럼 혼자서 알아서 생각해요.”이런 이야기는 해봤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 특히 주민혁이라면 더더욱 말이다.최수빈의 말을 헛소리나 꾸며낸 이야기로 치부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굳이 주민혁이 믿게 만들 필요도 없었다.“최수빈.”주민혁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눈빛에는 피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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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그의 말투도 목소리도 이번만큼은 달랐다.이렇게까지 진지한 건 처음이었고 그의 말이 무엇을 향하고 지 또한 이전처럼 애매하지 않았다.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그의 눈동자 속에는 고통과 갈등이 뒤섞여 있었다.하지만 최수빈은 그 고통과 갈등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바라본 주민혁은 늘 선택받은 사람 같았다.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원하는 건 언제나 손에 넣는 사람...그런 주민혁이 최수빈의 진심과 감정을 짓밟았고 딸을 친딸로조차 대하지 않았다.그 모든 것이 최수빈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리고 이런 문제는 최수빈이 한두 번만 물어본 게 아니었다.하지만 주민혁의 대답은 언제나 모호했고 이 탓에 두 사람은 이 문제를 더 이상 이어서 이야기할 수조차 없었다.최수빈은 이를 악물고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지금 그 질문의 출발점이 뭐죠? 내 신뢰를 얻고 싶어서예요? 아니면 나를 이용하려는 거예요? 사람 마음 그렇게 잘 읽고 계산도 잘하면서 내가 민혁 씨에게 가졌던 감정이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몰라요?”주민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최수빈은 냉소했다.“예전에는 진심이었죠. 하지만 앞으로는 가짜조차 없을 거예요.”주민혁과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은 웃음이 나올 만큼 너무도 아이러니했다.그녀는 이 감정과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위해 수년 동안 묵묵히 애써왔다. 그런데 그 끝에 돌아온 것이 주민혁의 이 한마디 질문이었던 것이다.정말 몰랐던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한 건지 최수빈은 알 수 없었다.한편 주민혁의 눈빛은 굳어졌는데 그 안에 어떠한 감정도 흐르지 않는 듯했다.“주 회장님.”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부 쪽 사람이었다.“앞쪽에서 안 보이시길래요. 여기 계셨군요.”남자의 시선이 두 사람의 손으로 옮겨갔다.“두 분... 무슨 감정적인 문제가 있으신가요?”주민혁은 그제야 최수빈의 손을 놓고 고개를 돌려 그와 인사를 나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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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이런 분야에서는 수빈 씨가 전문가잖아요. 511연구원에서도 수빈 씨에게 많은 루트를 열어줬고요. 어떤 프로젝트든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분이라 저한테 수빈 씨 같은 인맥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느껴져요.”최수빈은 분명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인재였다.탁월한 엔지니어는 때로 모두의 경쟁자가 되는데 국내든, 해외든 마찬가지다.뛰어난 엔지니어는 국가의 자산이라 불릴 만했고 특히 최수빈처럼 앞날을 가늠하기 힘든 인재라면 더더욱 그랬다.심종연은 이미 그 대회에서 최수빈에게 베팅했고 그 선택은 정확했다.그는 천공연구원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아무 조건 없이 신뢰를 보내준 사람이기도 했다.“두 회사가 이렇게 오래 협력해 왔는데... 이번 정부 프로젝트도 함께 연합해서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승산이 더 커지니까요. 방금 육 대표님과도 이야기했는데 마침 같은 생각이시더라고요. 수빈 씨 생각은 어떻습니까?”천공연구원과 플라잉 테크는 이미 반년 가까이 협력해 오고 있었고 그동안의 협업은 놀라울 만큼 순조로웠다.의견이 엇갈린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플라잉 테크는 항상 전폭적으로 천공연구원을 지원했다.이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협력사는 드물었다.자연스럽게 주민혁의 말이 떠오른 최수빈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이미 무언가를 내다보고 있었던 듯했다.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상업적 견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그녀가 주민혁과 협력하지 않는 이상, 주상 그룹 역시 이 판에 뛰어들 여지는 충분했다.주민혁은 그녀가 자신과 손잡지 않을 거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다.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그녀가 더 큰 기업과 협력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고 싶을 것이었다.예를 들면 플라잉 테크처럼 말이다만약 이 둘이 손을 잡는다면 업계 전체에 가해질 압박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었다.업계의 ‘알짜’는 누구나 탐내는 대상이었고 주상 그룹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기술 기업은 어떤 프로젝트든 한 발이라도 더 얹고 싶어 한다.단 한 번이라도 뒤처지면 그 격차는 순식간에 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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