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산의 일은 백진아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려서 달이한진 근처에 도착했다. 그리고 부근에 있는 게르 하나를 찾아가, 목동이 입을 것 같은 남자옷 한 벌을 샀다. 옷을 갈아입은 뒤 공간에서 나온 백진아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큰비가 한 차례 지나간 뒤라 초원은 유난히 싱그러웠다. 풀잎마다 맺힌 투명한 물방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기에, 그녀는 더 조심했다. 함정도 경계해야 했고, 무진 역시 조심해야 했다. 한참을 걷던 그녀는 앞쪽에 작은 마을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초원에는 게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행정과 교역, 의료 등의 필요 때문에 고정된 마을과 읍도 세워져 있었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에는 작은 마을도 존재했다. 백진아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미 그런 마을들을 여러 번 지나왔다. 눈앞의 마을도 겉보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곳이 달이한진일까?'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백진아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조용했다. 사람이 잠시 없는 적막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의 흔적이 끊긴 생명력을 잃은 마을 특유의 적막이었다. 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백진아는 마을 입구에 멈춰 서서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무진인가?" 지금까지 그녀가 겪은 무진은 짙은 안개에 갇히거나, 검은 안개에 휩싸이거나, 환각을 일으키는 미혼진이였다. 하지만 눈앞의 마을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작은 마을에는 스무 채 남짓한 집이 있었다. 흙벽 집 두 줄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고, 지붕은 모두 초가지붕이었다. 나무 울타리는 오래전에 무너져 내렸고, 안쪽으로는 장작더미와 외양간 등이 어수선하게 보였다. 집들은 몹시 낡았고 이미 오래전에 버려진 듯했다. 나무문은 세월에 닳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문짝이 삐걱거리며 끼익 소리를 냈다. 낡은 창문에는 누렇게 바랜 창호지가 붙어 있었지만, 군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