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행이 잠시 넋을 잃자, 백진아는 순간 그가 여전히 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백진아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연회에서 이미 홍보를 해놨으니. 귀한 집안 부인들과 아가씨들은 돈 걱정 없으니!”그 말에 고지행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다가 답했다.“좋습니다, 스승님 말씀을 따르지요!”그는 문밖에서 시종 두 명을 불러 물건을 옮기게 한 뒤, 소매 주머니에서 어음 몇 장을 꺼냈다.“물건값입니다.”백진아는 어음을 받아 살펴보더니 말했다.“너무 많구나.”고지행은 호기롭게 말했다.“남은 건 해열제, 지혈제, 고뿔약, 그리고 그… 소염제 입니다. 이건 약들의 계약금으로 하십시오.”백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약을 시험해 보지도 않고 먼저 계약금을 준다고?”그러자 고지행은 보조개가 쏙 드러나 웃으며 아부를 했다.“저는 스승님의 의술이 천하무쌍이라고 믿습니다.”고지행은 이미 약을 써봤고, 그중 몇 가지는 이미 연천능에게도 썼었다. 그러니 굳이 시험할 필요는 없었다.사람은 칭찬에 약한 법, 백진아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참 똑똑한 제자구나!”“칭찬 감사합니다, 스승님!”고지행은 진지하게 예를 올렸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가 일부러 진지한 척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구하고, 그녀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이 스승만 믿고 따라오면,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이만 걸음을 서두르거라! 아, 병에 붙인 설명은, 목판을 하나 파서 인쇄를 해야겠다.”“알겠습니다!”고지행은 눈웃음을 지으며 부채를 꺼내더니, ‘착’ 소리와 함께 펼치며 떠났다.그야말로 풍류를 아는 바람둥이 공자 같은 모습이었다.손 마마가 금박이 찍힌 초대장을 들고 와 말했다.“왕비 마마, 녕 태비께서 보내신 첩지입니다.”백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제야 녕 태비가 공왕의 생모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게다가 그녀가 예전에 궁에서 녕 태비를 구해 준 적도 있었기에, 이후로 귀한 장신구나 비단, 혹은 약재 같은 선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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