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제11화

유여매의 손은 참 예뻤다. 하얗고 길쭉해서 살짝 드러난 하얀 팔꿈치만으로도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했다.백진아는 그녀의 맥을 짚으며 말했다."눈꺼풀과 혀의 상태를 보아야겠다."하녀는 천천히 침상을 가리고 있던 얇은 장막을 들추었다. 마치 무대를 가리고 있던 가림막이 젖혀지듯이 유여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유여매는 정말 아름다웠다. 비록 아픈 몸이라, 연약한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가녀린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여린 몸은 뼈가 없는 듯 유연했고, 얼굴은 맑고 투명한 옥처럼 빛났다. 특히 웃는 듯한 그녀의 눈은 부드러운 빛을 내비치고 있었고, 그저 힐긋 쳐다보는 눈빛에서마저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백진아는 속으로 그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 분명 여우 중에서도 천년은 묵은 여우라고 말이다.그리고 극악무도한 연천능이 왜 유여매의 이름만 들어도 사고를 멈추는 것인지 깨달았다. 유여매는 정말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여인이었다."마마, 정말 고맙습니다."유여매는 말투도 부드럽고 나긋했으며, 사람의 연민을 자아냈다.백진아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 코를 살짝 찡그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고맙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다."유여매는 넋을 잃더니, 못내 속으로 백진아가 참 솔직하다고 생각했다.백진아는 그녀의 눈꺼풀을 살펴보고, 또 혀의 상태를 살폈다."너는 독이 깃든 일곱 가지 꽃으로 만든 독에 중독된 상태다. 지금 상황으론, 네 목숨은 하루도 채 남지 않았어."고지행이 짖궃게 웃으며 말했다."이건 다들 아는 일입니다. 이 독은 7일 만에 죽게 되는 독, 7일 독입니다. 오늘이 벌써 여섯 번째 날이지요."백진아는 그를 흘겨보며 비웃었다."벌써 여섯 날이나 지났는데, 다들 아직도 해독제를 못 만든 것이냐?"백진아의 태도에 한 백발의 의원이 불만을 드러냈다."일곱 가지 독의 꽃은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곱 가지 독을 없앨 수 있는 약도 흔한 것이지요. 하지만 7일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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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백진아의 행동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다들 대비할 틈이 없었다.유여매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다가 그만 침상에 머리까지 부딪히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가 드러나 있었다.연천능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백진아, 너…"그가 질문을 끝내기도 전, 백진아는 이미 베개 속에서 손가락 크기의 자그마한 도자기 병을 꺼냈다. 도자기 병의 나무 마개를 뽑자마자 방 안에 약초 냄새가 퍼졌다.고지행과 어의들은 모두 뛰어난 의술을 가진 사람들이라, 약초 냄새를 맡자마자 단번에 7일 독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들 서로 의심의 눈빛을 주고받았다.백진아가 작은 도자기 병을 기울이자, 그 안에는 땅콩 크기의 동그랗고 하얀 약이 하나 떨어졌다."이것이 7일 독을 없애는 해독제가 아니더냐?"백진아는 약을 쥐고,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여매를 쳐다보았다.유여매는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백진아가 약을 없앨까 봐 두려워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맞는다고 말하면, 그녀가 한 짓은 만천하에 밝혀질 것이다."해독제가 아니냐?"백진아는 그녀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고, 피식 웃더니, 약을 쥐고 있던 손을 쫙 펴고, 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아이고!"백진아는 일부러 과장되게 비명을 지르며 발을 뻗더니, 그 약을 짓밟아버렸다."아이고! 밟아버려서 미안하구나!"백진아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너무도 가식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표정이 가짜임을 바로 알아챘다.유여매는 새파랗게 질린 상태로 침상에 엎드려서 백진아의 발만 뚫어져라 응시했다.백진아가 신고 있는 것은 옥에서 신었던 신이었다. 그래서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무엇인지 모를 더러운 얼룩도 가득했다.백진아는 싱긋 웃은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뺐다. 다들 그녀의 발밑에 가루가 된 약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닥은 텅 비어 있었다."아니, 약은?"백진아는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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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백진아는 헤벌쭉한 얼굴로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옥난각으로 옮겨졌다. 그러고는, 자신은 방문을 꼭 잠그고 잠을 자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공간으로 향했다.판람근이 다 자란 것을 보고, 그녀는 수확 후 다시 씨앗을 심었다.한 시진마다 성숙하는 판람근을 몇 번 더 수확하자, 공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백진아는 이제 두 개의 약 밭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는 약초를 보관할 수 있는 작은 창고도 생겼다.저녁이 되자, 연천능이 처방에 적힌 약초들을 종류별로 10근씩 보내왔는데, 보기 드문 천년홍설련은 반 뿌리만 남아 있었다.유여매의 피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연천능은 그녀가 해독제를 만들길 원하지 않는 듯했다.이 약초들은 단순히 7일 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들이 아니었다. 몇몇 귀한 약초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주 쓰일 수 있는 약초라, 백진아는 모두 공간에 넣어 보관했다. 그녀는 이것이 연천능이 자신에게 준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했다.사실 백진아도 처음엔 유여매가 이 몸의 주인을 해코지하려 독을 썼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만약 유여매의 침상에서 독을 없앨 수 있는 약초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면, 이 몸의 주인의 억울함을 풀기에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그렇게 3일이나 지났지만, 아무도 백진아에게 해독제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고, 능왕부에 신의가 찾아왔다는 말도 없었다.백진아는 유여매가 개똥에 묻은 약을 먹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마마, 식사 드시지요!”열 살 정도의 어린 하녀가 힘겹게 음식이 담긴 통을 든 채로 높은 문턱을 넘어왔다.이 하녀는 옥난각에서 유일하게 백진아의 시중을 들고 있는 하녀로, 청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능왕부로 시집오기 전부터 이 몸 주인의 시중을 들던 하녀와 노파들은 모두 유여매의 수작으로 쫓겨났었다. 그 후, 유여매가 따로 하녀와 노파들을 백진아의 곁으로 보냈지만, 몸 주인이 발견하자마자 또 내치거나 죽여 버리고 말았다.그렇게 두 여인의 싸움은 끊이질 않았다. 몸의 주인은 연천능의 총애를 받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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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백진아는 평온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연천능을 올려다보았다.연천능은 옥관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썹,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만, 내뿜는 기운은 천 년이 된 설산처럼 차가웠다.그는 고귀하고 날카로운 기운 또한 내뿜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귀한 신분임을 알 수 있었다. 다들 그의 압도적인 외모와 분위기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 남자는 모든 여인을 미치게 만들 수 있는 매력이 넘쳐흘렀다!아무리 위험이 가득하더라도,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더라도 말이다. “마차에 오르거라!”연천능의 목소리에는 단호하면서도 경멸의 뜻을 담고 있었다.그는 여인이 넋을 잃고 그를 쳐다보는 것을 싫어했고, 여인이 헛된 희망을 품고 수작을 부리려는 것을 더 싫어했다. 연천능은 백진아가 평소와 달리, 그를 멀리하는 것도 그를 유혹하려는 수작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만약 백진아가 그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면, 분명 그에게 공간 샘물을 내뿜었을 것이다.백진아는 청초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 올랐고, 마차에 기대어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로 눈을 감고 어떻게 혜비의 괴롭힘을 대처할지 생각했다.마차는 능왕부가 위치한 거리를 빠져나가자마자, 갑자기 멈춰 섰다.백진아는 흔들리는 마차 때문에 넘어질 뻔했고, 상처들이 아파서 더는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불만을 터뜨릴 겨를도 없이, 이내 날카롭고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능왕,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아니, 첫 외출부터 자객이 나타나다니!’정말 대단한 운이었다.“그따위 실력으로?”연천능의 단호한 목소리에는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섞여 있었다.백진아는 몰래 가림막을 열어 바깥을 엿보았다. 자객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수십 명의 덩치 큰 사내들이 백성들의 옷을 입은 상태로,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손에 든 칼은 검은 햇빛 아래서 섬뜩하게 반짝였다.“죽여라! 한 명도 남기지 말거라!”우두머리가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자, 싸움이 시작되었다.백진아는 두렵기도 했지만, 호기심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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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피가 잔뜩 묻은 긴 칼, 붉게 물든 눈, 바닥에 널린 시체, 흐르는 피...신기하게도 이 모든 것이 백진아의 두려움을 단번에 잠재우게 했다.의사인 백진아가 시체와 피에 익숙하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원주인이 변경에서 자라, 전장에도 나갔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차분해진 백진아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석했다. 그녀는 먼 곳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을 기대했다.누구나 다 살고 싶은 마음을 품지 않는가?그러나 이성은 그녀에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그녀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을 것이고, 눈앞에 있는 연천능은 더욱 그럴 것이다. 연천능이 이 기회에 그녀를 찌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다.“연천능, 네 여인을 손에 넣었다.”우두머리 자객은 연천능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순간 두려움을 느꼈고, 인질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진아는 얼굴의 상처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자객은 자신이 지금 잡은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잡은 사람이 백진아라면, 그녀는 연천능의 부인이었다. 만약 유여매라면, 그녀는 연천능과 혜비의 마음속에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자객은 두 여인 중 누가 죽든, 연천능의 체면을 완전히 망쳐버릴 것이라 생각했다.연천능은 차갑고 무자비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그래서?”연천능의 태연한 반응에 우두머리는 깜짝 놀라 칼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곧이어 칼끝에서 피가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부하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 시키거라. 그렇지 않으면 네 여인을 죽일 것이다!”“어디 한번 시도해보거라!”연천능은 차갑게 웃으며, 긴 칼을 앞으로 밀었다.백진아는 연천능의 긴 검이 그녀의 마음을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연천능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알았지만, 어찌 마음이 이렇게도 아픈 걸까 싶었다. 그건 원주인에게 남아있던 감정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어리석은 여인이다!백진아는 어떻게 해야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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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연천능은 갑자기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난 백진아를 보고, 아직도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방금까지도 이 여자를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그는 이유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어쩌면 그녀가 그가 시간을 끌어 자신을 구하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일지도 몰랐다.아니면 그녀의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흠!"연천능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거만한 모습으로 몸을 돌려 부하들에게 잔해를 치우라고 명했다.백진아는 당장이라도 그의 차가운 얼굴에 침을 내뱉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고마운척을 했다. 말을 마친 백진아는 바닥을 뒤덮은 시체와 피를 무시한 채, 차분하게 마차에 올랐다.그녀의 행동에 몇몇 호위들이 그녀의 행동에 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못내 왕비께서 능왕 전하와 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마차는 자객의 공격으로 지붕까지 날아갔고, 마부도 죽어 있었다. 겁에 질린 청초는 손을 바르르 떨며 마차에 다가가, 말을 끌고 돌아가려고 했다. 어차피 능왕부도 멀지 않으니 말이다.청초는 마차를 끌 줄 몰랐지만, 능왕이 왕비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가 마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때 연천능이 차갑게 말했다."잠깐!"청초는 깜짝 놀라 다리가 풀렸고,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연천능이 그의 측근에게 명했다."무진, 능왕부로 돌아가, 마차를 가져오도록 하거라."그는 백진아가 오해할까 봐, 다시 입을 열었다."밖에서는 나의 체면을 깎지 말도록 하거라."백진아는 속으로 그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온몸을 다친 상황이라, 마차를 오르내리며 체력을 소모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마차에 오르고 내리락 하려면 부상을 더욱 심해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두 무리의 병사가 급하게 달려왔다.이들을 이끄는 장군이 예를 올리고 말했다."전하, 위급한 상황에 늦게 왔다니, 정말 죄송합니다!"연천능이 차갑게 대답했다."괜찮소. 마침 잘 왔소, 한 대인. 시체 수습과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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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유여매가 조사할 필요도 없이, 아첨하는 하인이 주동적으로 보고했다.유여매는 화가 치밀어 올라, 안색이 창백해졌다."전하께서 함께 궁에 들어갔다고?! 심지어 가마로 데리고 오기까지 했다니."분명 예전엔 전하께서 백진아를 싫어했었다.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았기에, 이렇게 배려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백진아가 침상 아래에서 해독제를 찾은 이후로 능왕은 그녀의 정원에 다시 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능왕의 서재로 찾아가도 그는 만나주지 않았다.혹시 능왕이 백진아에게 마음을 뺏긴 건가?"그럴 순 없다! 절대 이런 일을 용납할 수 없다!"유여매는 매서운 눈빛으로, 손에 쥔 붉은 매화를 마구 찢으며 분노를 내뿜었다.하녀는 다친 옥취를 대신해 유여매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하녀는 유여매의 살벌한 모습에 겁을 먹고, 저도 몰래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유여매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런 무능한 것! 어찌 피하는 것이냐? 이리 오거라. 내가 시키는 대로..."하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에게 다가갔다. 유여매의 눈빛은 더욱 냉혹해진 채로, 하녀의 귀에 속삭이듯 무언가를 말했다.그러자 하녀는 이내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잠시 고민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백진아는 그 위험한 뱀이 다시 독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옥난각으로 돌아오자, 청초는 서둘러 의원을 부르러 갔다.백진아는 청초를 막지 않았지만, 일단 홀로 상처를 치료하기로 했다. 능왕부의 의원을 절대 오지 않을 것이고, 외부의 의원은 능왕부에 들어올 수 없었다.다행히 고지행이 남겨준 약이 충분했다. 그녀는 목의 상처를 닦고 약을 바른 뒤, 깨끗한 천으로 상처를 감았다.갈비뼈에 손을 대보니, 조금 틀어진 느낌이었다. 다행히 그렇게 엄중하지는 않아 백진아는 홀로 천을 물고 정골 했다. 너무 아파서 기절할 뻔하기도 했지만, 겨우 참아냈다.여자가 모든 사실을 이성적으로 알아차리고, 허망한 기대를 버리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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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백진아는 침상에 누워서, 누가 보면 몸조리 중인 듯 보였지만, 사실은 밤낮없이 약초밭을 돌보며 공간에서 금화를 벌고 있었다.바빠 지내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5일이 지났다.천년홍설련과 공간 샘물의 도움 덕분에, 백진아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면서 가려움이 심해진 탓에 그녀는 늘 밤 잠을 설쳤다.그날 밤도, 백진아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약초밭 창고에서 천년홍설련의 꽃잎을 꺼내 입에 넣고, 샘물가로 가서 컵으로 영천수를 떠서 한 모금씩 마셨다.아직 레벨이 낮아서, 백진아는 공간의 물건을 밖으로 가져올 수 없었다. 그리고 밖의 물건을 공간에 가져오는 것도 의식으로 처리할 수 없기에, 직접 몸에 지니고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약초밭을 보며, 이제 약초밭을 하나 더 얻으면 곡식을 심자고 생각했다. 그럼, 공간에서 지내도 굶어 죽지 않을 것이다.백진아는 평소에는 떡이나 다과도 공간에 저장해두려 했다. 공간에서는 무균 보관이 가능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서 쓸 수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아름다운 앞날을 꿈꾸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공간 샘물의 영향 덕분에 백진아는 감각이 예민해졌다.깜짝 놀란 그녀는 의식을 집중해 바로 공간에서 빠져나왔다.문 앞에 갔더니, 정말로 누군가가 칼로 잠긴 문을 열고 있었다!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려는 백진아는 의료공간의 스마트 스캔 진단 기능을 켰다. 그리고 바로 경고음이 울렸다.’문밖에 있는 사람은 30대 남성, 현재 중독 상태입니다. 여인을 탐하는 약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약 때문에 여인을 탐하려는 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심보는 누가 봐도 뻔했다.이 시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여인에게는 죽는 것보다도 절망스러운 일이었다.백진아는 너무도 놀라, 가슴이 터질 뻔했다. 그녀는 서둘러 침상 옆으로 돌아가, 누군가가 자는 것처럼 이불로 사람 모양을 쌓았다.그리고 다급히 방을 둘러보다가, 침상 옆에 있는 병풍을 발견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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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의료 공간 시스템에 경고가 떴다.’의료 공간 시스템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의식을 가진 인간은 공간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그 순간,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백진아의 두뇌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급할수록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백진아는 눈을 반짝였다. 의식이 있는 사람이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해도, 의식이 없는 사람은 들어올 수 있지 않나?이내 그녀는 무턱대고 침상 옆의 작은 의자를 들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 찧었다. 남자는 이불을 끌어안던 중, 갑자기 멈칫하더니, 툭 쓰러지고 말았다.백진아는 그의 팔을 잡고 다시 한번 시도했는데, 이번엔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백진아는 남자를 풀밭에 던져놓고, 그의 생사도 신경 쓸 겨를 없이 공간을 빠져나왔다.이미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있는 탓에 문이 거의 무너질 지경이었다.백진아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고, 남자의 신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급히 그것을 주워 들어서 이불과 함께 공간으로 보냈다.그녀는 공간에서 나오자마자, 방문을 열기 위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문을 발로 찼고, 문이 열리며 달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시위들은 흰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일그러진 표정을 하는 귀신이 문 앞에 나타나자, 겁에 질린 채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백진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흰 속옷에, 얼굴에 흉터가 있는 것뿐인데, 이렇게도 겁을 먹다니 말이다. 백진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문틀에 기대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말했다."이게 무슨 짓이냐? 한밤중에 능왕비의 침소로 들어오려 한다니, 나를 모욕하는 것이냐? 아니면, 능왕을 무시하는 것이냐?"시위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였다. 누가 뭐래도 백진아는 여전히 능왕의 왕비였고, 그들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맞는 말씀입니다. 노파를 시켜서 안을 살펴보게 하지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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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유여매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히 연천능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그녀는 백진아를 힐긋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봤지? 전하께서 오셔도 수색을 면할 수는 없지.’사실 백진아 또한 연천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방에서 사람을 찾지 못해도, 고자질하고 모함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백진아는 옆으로 비켜주며 문을 열었다."당장 수색하거라!"몇 명의 하녀와 노파가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촛불을 켜고 방안을 이리저리 수색했고, 심지어 쥐구멍까지 뒤져봤지만, 자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유여매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백진아 방의 창문을 지키고 있으라 했다. 분명 사람이 방에서 나올 수 없는데, 어찌 찾지 못한단 말인가?유여매는 직접 들어가서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백진아는 입술을 삐쭉이며,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찾지 못했으니…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연천능의 깊은 눈망울이 유여매를 힐긋 스쳐 지났고, 이내 옥난각을 떠나려 했다.유여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지난번 일로 연천능과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연천능을 그대로 보낼 수 없었다."전하!"유여매는 애처롭게 울먹이며 연천능에게 달려갔다.그러자 연천능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둘러 한 걸음 물러섰다.유여매는 그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전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백진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오늘 일을 꾸민 사실을 고백하다니? 정신을 잃은 건가?연천능은 백진아를 향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비록 무슨 표정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말없이 제자리에 있는 걸 보니, 유여매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유여매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말했다."전하, 저는 전하가 너무도 좋습니다. 그래서… 왕비를 질투해서 7일 독을 먹여서 목숨을 걸고 왕비를 모함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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